이슈[시사콕콕 27] 한국경제 올해도 흐리고 감원 한파 계속

올해도 한국 경제는 흐림

올해도 우리나라 경제는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습니다. 정부를 제외하고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곳이 없으니까요. 우선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 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크게 낮췄습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크게 밑돌아 올해 경제성장의 출발점 자체가 후퇴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섭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15일 ‘2015년 경제전망’을 발표했습니다. 한은이 내놓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4퍼센트입니다. 지난해 10월 3.9퍼센트에서 0.5퍼센트 포인트 낮춘 것입니다. 지난해 4월 내놓은 전망치인 4.2퍼센트보다는 무려 0.8퍼센트 포인트나 낮아진 수치입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전망치 하락의 원인을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을 전기 대비 1.0퍼센트로 예측했었지만 실적치가 0.4퍼센트로 예상보다 크게 낮아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올해 한국 경제의 출발점이 예상보다 낮아졌기 때문에 성장률 전망치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4분기 실적치가 당초 예측보다 크게 낮아진 이유로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과 세수 부족에 따른 정부지출 축소 영향”을 들었습니다. 

이 총재는 올해 경제 전망에 대해 “분기별로 보면 1퍼센트 내외의 성장률이 나타날 것”이라며 “전망대로 흐름이 이어진다면 회복세는 지난해보다는 나은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올해도 국내 경제 흐름은 대외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을 전망입니다. 한은은 국제유가 하락세 지속과 미국 경기의 회복세 확대 등을 국내 경제가 호전될 변수로 꼽았습니다. 소비 및 투자심리 부진이 장기화되거나 중국·유로 지역의 성장세 회복 지연 등은 하방리스크로 꼽혔습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당초 전망했던 2.4퍼센트에서 1.9퍼센트로 낮췄습니다. 지난해 기록한 1.3퍼센트보다는 높지만 정부가 제시한 2.0퍼센트보다는 낮습니다. 한은은 “수요 측면에서의 하방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석유류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 등이 반영되면 물가상승률이 2퍼센트를 기록할 수 있다고 내다봤지만, 한은은 국제유가 급락이 물가 인상을 억제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지난달까지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정부, 해외 투자은행, 한국은행 순으로 높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3.8퍼센트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해외 투자은행 10곳이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 평균값은 3.6퍼센트입니다. 10개 기관은 바클레이즈·BNP파리바·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씨티·도이치방크·골드만삭스·노무라·JP모건·모건스탠리·UBS입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정부는 해마다 실적치보다 높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습니다. 매년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는 셈입니다. ‘경제는 심리’라는 속설이 있듯 정부는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부양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매년 세수 부족과 재정 결손 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금융권 감원 한파 올해도 계속 되나

A은행 김형순(40·가명) 과장은 요즘 입행 이후 가장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명예퇴직 시즌이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6세, 4세 아들 둘을 둔 김 과장은 아직 나갈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나 명퇴 시즌이 끝나면 곧 업무 부담이 더 커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명퇴로 나간 직원들의 자리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습니다. 예전에 5명이 할 일을 지금은 2명이 담당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성과를 요구하는 윗선의 성화에 못 이겨 이곳저곳 전화를 돌려보고 사람도 만나지만 신통치가 않습니다. 초저금리 탓에 예금 유치는 말을 꺼내기도 민망하고 돈을 쓴다고 하는 사람도 예전 같지 않아 대출 영업도 어렵습니다. 동기들 가운데 몇몇은 올해 명퇴 신청을 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미 명퇴로 나간 선배들 중 그럴듯하게 성공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습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9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희망퇴직 인원을 확정했습니다. 6년 만에 일반직원으로 확대된 대대적인 희망퇴직입니다. 올해 희망퇴직자는 지난해보다 두 배 정도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부지점장급 이상만을 상대로 신청을 받았지만 올해는 1975년 이전 출생자인 5급 대리까지로 대상이 확대됐기 때문입니다. 신청자도 310여 명에 이릅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은행권에서 가장 양호한 실적을 거뒀습니다. 이보다 형편이 좋지 못한 다른 은행들에선 명퇴 칼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 것 같습니다. 우리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등도 임금피크제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신청 받을 예정입니다. 

영업환경이 갈수록 나빠지는 은행권에선 명퇴를 통한 인적 구조조정이 상시화된 지 오래입니다. 명퇴자들에겐 2~3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과 자녀 학자금 등이 지원됩니다. 지점장급이면 개인당 3억~4억 원 정도를 받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은행 입장에선 인사 적체와 영업 비효율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거금 들여서라도 명퇴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증권과 보험업계도 지난해 감원 한파가 매섭게 몰아쳤습니다. 영업점을 줄이고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했습니다. 그 탓에 지난해는 금융권에서 어깨 펴고 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금융·보험업 일자리는 전년보다 2만4000개나 줄었습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5만5000명이 줄어든 이래 감소 폭이 가장 큽니다. 

반면 시중은행들은 올해 채용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신한, 우리, 국민, 하나, 외환은행 등은 “국내외 경제 상황이 불투명해 채용계획을 짜지 못했다”고 밝힙니다. 그러나 대부분 지난해와 비슷한 채용규모를 유지하거나 일부는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경제가 위축되고 돈이 돌지 않으니 금융권도 고전을 면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글 | 선정수 국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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