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미화원의 씻을 권리를 보장하라
서울 모 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김석봉(가명·58) 씨는 퇴근길이 항상 찜찜합니다. 근무 도중 온갖 쓰레기를 치우느라 더러워진 작업복을 그대로 입고 퇴근하는 일이 많은데, 김 씨의 작업장에는 샤워시설이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집에 도착하면 화장실로 직행해 샤워를 하지만 혹시나 몹쓸 병균이 묻어 들어와 가족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이 많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은 전국 지자체 47곳의 청소 업무 담당 조직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목욕시설이 없는 곳이 30퍼센트였다고 밝혔습니다. 목욕시설이 있는 곳 중에도 30퍼센트는 온수가 나오지 않아 겨울철에는 절반 이상이 목욕을 할 수 없습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근로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곳에 세면·목욕시설, 탈의·세탁시설을 설치하고 필요한 용품과 용구를 갖추도록 했습니다. 대상 업무는 환경미화, 음식물쓰레기·분뇨 등 오물의 수거·처리, 폐기물·재활용품 선별·처리 등입니다.
2010년부터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진행된 ‘청소 근로자의 씻을 권리를 보장하라’는 캠페인이 결실을 맺어 2012년 법령이 개정됐습니다. 2010년 민주노총은 청소 근로자 1050명을 조사했는데 77퍼센트가 샤워를 못하고 67퍼센트가 일하던 작업복을 그대로 입은 채 퇴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조사에선 10제곱센티미터당 환경미화원 바지에는 9만1700개, 소매 13만3600개, 어깨 2400개, 배 3만1800개, 얼굴에 719개의 박테리아가 발견됐습니다.
법령은 개정됐지만 업무를 마친 뒤 각종 유해 미생물에 오염된 작업복을 갈아입지도, 몸을 씻지도 못한 채 퇴근하는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목욕시설이 있는 경우에도 1인당 제공되는 면적은 0.5제곱미터(0.15평)에 불과했고 샤워기도 10명당 1.7개꼴로 한참을 기다려야 씻을 수 있습니다. 세탁시설이 제공되는 곳은 절반에 불과했고 세탁시설이 있어도 건조할 곳이 없는 경우가 50퍼센트였습니다. 전체 사업장의 75퍼센트에서 세탁이 불완전하게 이뤄지고 있는 셈입니다.
위생시설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것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30퍼센트는 시설부족 때문에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거리가 너무 멀거나 관리자 눈치가 보여서 이용할 수 없다는 곳도 각각 3퍼센트로 나타났습니다.
조사대상 청소 업무 조직의 15퍼센트는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휴게시설을 갖추지 않았습니다. 61.4퍼센트는 세탁된 작업복과 세탁되지 않은 작업복을 구분해 넣을 수 있는 개인 물품함이 제공되지 않아 오염을 부추기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은 의원은 “청소 근로자들이 대부분 간접고용 형태라 실질적 사용자가 책임을 지지 않고 제공된 시설도 부적절하다.”며 “청소 근로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법령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지자체와 고용노동부가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네 생활환경을 깨끗하게 유지시켜주는 고마운 환경미화원들의 개인위생에 우리 사회가 좀 더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후퇴하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정책
정부가 총 전력생산량의 10퍼센트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는 목표 시점을 당초 2022년에서 2024년으로 미뤘습니다. 의욕만 앞세운 정부의 허술한 계획이 실패한 셈입니다. 동시에 규제개혁 분위기에 편승해 비용 부담을 낮추려는 발전업계의 요구가 대거 수용된 결과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9일 ‘신재생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정부가 2012년부터 도입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는 시행 3년째 만에 시간표를 전면 수정하게 됐습니다. RPS는 발전사업자가 전체 발전량의 일정비율 이상을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제도입니다. 당초 정부는 도입 첫해인 2012년 발전량의 2퍼센트를 의무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 충족토록 했고 지난해에는 0.5퍼센트 포인트 늘린 2.5퍼센트로 정했습니다. 할당량은 2022년까지 10퍼센트로 확대할 계획이었습니다. 의무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발전사는 과징금을 내야 합니다. 2012년 과징금은 237억 원이 부과됐고 지난해분은 63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막대한 과징금 탓에 발전사들은 제도 시행 이전부터 반발했습니다. 각종 입지규제와 막대한 초기비용 때문에 할당량을 도저히 채울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결국 발전사들은 과징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지열·풍력 발전소를 짓는 대신 분쇄한 목재를 압축한 연료탄인 우드펠릿 수입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발전사들이 3배 이상 수입량을 늘리자 RPS 시행 이전 1톤당 2만 원 안팎이었던 우드펠릿의 단가가 20만 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부랴부랴 계획을 전면 수정했습니다. 내년 할당량을 당초 3.5퍼센트에서 올해 수준인 3.0퍼센트로 동결하고 이후에도 원안보다 0.5~2.0퍼센트 정도 낮췄습니다. 산업부는 “발전사들의 의무이행률을 높이는 한편 불이행에 따른 과징금 부담도 일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대책의 대부분이 결국엔 발전사들의 투자와 과징금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어서 친환경 에너지 공급 확대정책은 후퇴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나 원자력이 아닌 햇빛·바람·물 등 친환경적이고 고갈되지 않는 기술주도형 에너지를 말합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를 전 지구적인 에너지 자원 고갈과 기후변화협약 발효 등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 대안으로 꼽고 있습니다.
산업부는 이번 개선사항을 포함한 ‘제4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준비중입니다. 상반기 중으로 공청회를 개최해 관련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확정 발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공공기관 부채감축 계획을 보면 발전 공기업들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를 미루고 있습니다. 두 눈 크게 뜨고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글 | 선정수 국민일보 기자
환경미화원의 씻을 권리를 보장하라
서울 모 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김석봉(가명·58) 씨는 퇴근길이 항상 찜찜합니다. 근무 도중 온갖 쓰레기를 치우느라 더러워진 작업복을 그대로 입고 퇴근하는 일이 많은데, 김 씨의 작업장에는 샤워시설이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집에 도착하면 화장실로 직행해 샤워를 하지만 혹시나 몹쓸 병균이 묻어 들어와 가족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이 많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은 전국 지자체 47곳의 청소 업무 담당 조직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목욕시설이 없는 곳이 30퍼센트였다고 밝혔습니다. 목욕시설이 있는 곳 중에도 30퍼센트는 온수가 나오지 않아 겨울철에는 절반 이상이 목욕을 할 수 없습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근로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곳에 세면·목욕시설, 탈의·세탁시설을 설치하고 필요한 용품과 용구를 갖추도록 했습니다. 대상 업무는 환경미화, 음식물쓰레기·분뇨 등 오물의 수거·처리, 폐기물·재활용품 선별·처리 등입니다.
2010년부터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진행된 ‘청소 근로자의 씻을 권리를 보장하라’는 캠페인이 결실을 맺어 2012년 법령이 개정됐습니다. 2010년 민주노총은 청소 근로자 1050명을 조사했는데 77퍼센트가 샤워를 못하고 67퍼센트가 일하던 작업복을 그대로 입은 채 퇴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조사에선 10제곱센티미터당 환경미화원 바지에는 9만1700개, 소매 13만3600개, 어깨 2400개, 배 3만1800개, 얼굴에 719개의 박테리아가 발견됐습니다.
법령은 개정됐지만 업무를 마친 뒤 각종 유해 미생물에 오염된 작업복을 갈아입지도, 몸을 씻지도 못한 채 퇴근하는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목욕시설이 있는 경우에도 1인당 제공되는 면적은 0.5제곱미터(0.15평)에 불과했고 샤워기도 10명당 1.7개꼴로 한참을 기다려야 씻을 수 있습니다. 세탁시설이 제공되는 곳은 절반에 불과했고 세탁시설이 있어도 건조할 곳이 없는 경우가 50퍼센트였습니다. 전체 사업장의 75퍼센트에서 세탁이 불완전하게 이뤄지고 있는 셈입니다.
위생시설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것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30퍼센트는 시설부족 때문에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거리가 너무 멀거나 관리자 눈치가 보여서 이용할 수 없다는 곳도 각각 3퍼센트로 나타났습니다.
조사대상 청소 업무 조직의 15퍼센트는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휴게시설을 갖추지 않았습니다. 61.4퍼센트는 세탁된 작업복과 세탁되지 않은 작업복을 구분해 넣을 수 있는 개인 물품함이 제공되지 않아 오염을 부추기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은 의원은 “청소 근로자들이 대부분 간접고용 형태라 실질적 사용자가 책임을 지지 않고 제공된 시설도 부적절하다.”며 “청소 근로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법령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지자체와 고용노동부가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네 생활환경을 깨끗하게 유지시켜주는 고마운 환경미화원들의 개인위생에 우리 사회가 좀 더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후퇴하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정책
정부가 총 전력생산량의 10퍼센트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는 목표 시점을 당초 2022년에서 2024년으로 미뤘습니다. 의욕만 앞세운 정부의 허술한 계획이 실패한 셈입니다. 동시에 규제개혁 분위기에 편승해 비용 부담을 낮추려는 발전업계의 요구가 대거 수용된 결과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9일 ‘신재생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정부가 2012년부터 도입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는 시행 3년째 만에 시간표를 전면 수정하게 됐습니다. RPS는 발전사업자가 전체 발전량의 일정비율 이상을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제도입니다. 당초 정부는 도입 첫해인 2012년 발전량의 2퍼센트를 의무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 충족토록 했고 지난해에는 0.5퍼센트 포인트 늘린 2.5퍼센트로 정했습니다. 할당량은 2022년까지 10퍼센트로 확대할 계획이었습니다. 의무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발전사는 과징금을 내야 합니다. 2012년 과징금은 237억 원이 부과됐고 지난해분은 63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막대한 과징금 탓에 발전사들은 제도 시행 이전부터 반발했습니다. 각종 입지규제와 막대한 초기비용 때문에 할당량을 도저히 채울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결국 발전사들은 과징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지열·풍력 발전소를 짓는 대신 분쇄한 목재를 압축한 연료탄인 우드펠릿 수입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발전사들이 3배 이상 수입량을 늘리자 RPS 시행 이전 1톤당 2만 원 안팎이었던 우드펠릿의 단가가 20만 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부랴부랴 계획을 전면 수정했습니다. 내년 할당량을 당초 3.5퍼센트에서 올해 수준인 3.0퍼센트로 동결하고 이후에도 원안보다 0.5~2.0퍼센트 정도 낮췄습니다. 산업부는 “발전사들의 의무이행률을 높이는 한편 불이행에 따른 과징금 부담도 일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대책의 대부분이 결국엔 발전사들의 투자와 과징금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어서 친환경 에너지 공급 확대정책은 후퇴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나 원자력이 아닌 햇빛·바람·물 등 친환경적이고 고갈되지 않는 기술주도형 에너지를 말합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를 전 지구적인 에너지 자원 고갈과 기후변화협약 발효 등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 대안으로 꼽고 있습니다.
산업부는 이번 개선사항을 포함한 ‘제4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준비중입니다. 상반기 중으로 공청회를 개최해 관련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확정 발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공공기관 부채감축 계획을 보면 발전 공기업들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를 미루고 있습니다. 두 눈 크게 뜨고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글 | 선정수 국민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