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대형 국책사업, 그 후 09] 건설사 특혜로 시작된 인천공항철도 ‘국민은 봉인가?’

ⓒ함께사는길 이성수

부풀려진 수요로 건설된 민자사업 인천공항철도는 그간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사의 배를 불려주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인천공항철도(현 코레일공항철도)는 2007년 3월 1단계 (인천공항~김포공항), 2010년 12월 2단계(김포공항~서울역) 공사를 거쳐 현재 운영중에 있다. 인천공항철도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민자사업으로 완공된 철도로서, 현대건설 등 민간 건설사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2단계 완공 후 30년 동안 시설 운영을 계획했었다. 그러나 공항철도 수요에 대한 과도한 산정과 건설사들에 대한 특혜 시비, 적자 보전을 위한 세금 지원에 대한 문제점 등이 불거지면서 2009년 9월 코레일이 이를 인수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최근 코레일은 이러한 인천공항철도를 민간에 재매각하는 계획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코레일 측은 17조6000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올 연말까지 인천공항철도 지분 88.8퍼센트를 매각해 1조8000억 원을 충당할 계획이라고 기획재정부에 보고했다. 이를 통해 2014년 예상되는 부채비율 517퍼센트를 400퍼센트 이하로 낮추겠다는 것이 코레일의 복안이다. 부실 공기업들이 국민의 세금을 축내고 있고,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뼈를 깎는 자구책은 당연히 제시되어야 한다. 따라서 코레일이 자산 또는 자회사를 매각해 부채 비율을 낮춘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타당한 일이라 판단된다. 

그러나 인천공항철도와 관련해 앞뒤 정황을 살펴보면 판단은 달라진다. 당장 철도노조 등은 코레일이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한 후 그나마 운영 상태가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다시 민간에게 매각하는 것은 ‘철도 민영화’를 위한 또 다른 수순이라 지적하고 있다. 공공정책 전문가는 ‘수서발 KTX’에 이어 ‘인천공항철도’까지 민영화함으로써 박근혜 정부가 주장하는 철도 경쟁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코레일 부채가 늘어나는 과정도 문제가 있다. 정부는 코레일이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적자가 계속 누적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정작 코레일 부채의 상당 부분은 코레일 운영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현재 코레일 부채의 대부분은 인천공항철도 인수, 경의선 투자 및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실패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 사업들은 부풀려진 수요에 의한 허황된 분석을 기본으로 시작됐고,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책임을 공적으로 돌리는 실패한 토건 사업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즉 ‘토건 정치의 결정’에 의해서 코레일이 부채를 떠안게 된 사업들이다. 문제는 인천공항 고속도로 및 인천공항철도의 사례에서 보듯이 토건 진영은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레일이 공기업이고,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토건 진영이 이득을 얻는 대신 생성된 부채는 결국 국민에게 책임이 전가되고 있다. 

 

인천공항, 입지 선정부터 낭비 예견 

인천공항철도는 인천공항 고속도로와 함께 수도권 신공항 발표에 따라 거론되기 시작했다. 1989년 노태우 정권은 북방외교 등 대 공산권 교역 증대 및 2000년대 동북아 허브공항 건설을 목표로 청주, 시화지구, 영종도 등을 후보 지역으로 검토했고, 최종적으로 영종도와 용유도 일대 약 1000만 평의 갯벌을 매립해 신공항을 건설키로 했다. 

이에 대해 영종도는 신공항 후보지로 적절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매립될 예정인 갯벌은 한강의 오수를 정화하는 구역이면서 철새 도래지라는 점과 영종도가 국토의 서북쪽에 위치해 영·호남, 충청권 지역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핵심적인 이유였다. 이는 영종도 공항이 고속철도, 철도, 고속도로 등과 연계성이 떨어져 이를 연계하는 시설을 추가할 경우 국고가 낭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경기 남부 지역 또는 김포공항 확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신공항을 추진하는 진영에게 있어서 국고 낭비는 문제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모심과 살림연구소> 정규호 박사가 “개발독재를 거치면서 ‘국책사업’, ‘공공사업’과 같은 수식어가 붙는 순간부터 사업 목표 자체는 물론 효율적인 사업 집행을 명문으로 한 공권력 행사가 정당화됐다.”고 밝히듯이, 당시만 해도 국가가 주도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은 여전히 ‘신성불가침’처럼 인식됐다.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초음속여객기 도입에 따른 소음 문제 해결을 이유로 영종도를 예정지로 선정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속셈은 다른 곳에 있어 보인다. 갯벌 매립과 공항 및 배후 단지 개발, 그리고 공항과 연결되는 도로, 철도 시설은 하나하나 사업 자체가 거대한 토목 공사로서 중동 건설 경기 후퇴 이후 토건진영의 거대한 먹거리가 될 수 있었던 측면도 고려했을 것이라 판단된다. 

1992년 신공항건설 기본계획에 따르면 인천공항(5조6000억 원) 및 고속도로(1조7000억 원), 철도(3조1000억 원)는 모두 정부의 재정사업(정부가 사회간접자본의 재원 조달 및 운영을 담당하는 사업)으로 계획됐다. 고속도로를 먼저 개통하고 이후 공항철도를 개통한다는 것이 계획이었다. 이러한 계획은 김영삼 정권이 1994년 ‘사회간접시설에 대한 민간자본유치촉진법’을 제정하면서 민자사업으로 전환됐다. 민자사업은 민간자본을 유치해 국민에게 필요한 SOC(사회간접자본)를 구축하고 사업자에게는 일정 기간 운영권(BTO)을 주거나, 정부가 시설을 운영하면서 사업자에게 일정기간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BTL)으로 투자비를 회수케 하는 사업이다. 기본 취지만 보면 정부, 민간사업자, 국민 모두에게 이로운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건설사 및 민간사업자에게 민자사업은 엄청난 폭리를 취할 수 있는 ‘땅 짚고 헤엄치기 사업’이었다. 인천공항 고속도로는 재정사업으로 진행되다 민자사업 1호로 선정되면서, 이미 투자된 2000억 원은 그대로 민간건설사를 위한 무상 지원 금액이 돼버렸다. 2009년 국회예산정책처의 자료에 따르면 2001년 6000억 원이던 민자사업 규모는 2009년 9조6000억 원으로 16배 증가했는데, 그에 따라 민간 사업자에게 지불하는 손실 보전액도 2001년 650억 원에서 2009년 3700억 원으로 5.6배 증가했다. 이는 민자사업이 실질적인 수요가 아닌 부풀려진 수요를 통해 민간 사업자의 이익을 최대한 높였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논란의 국책사업인 인천공항 고속도로와 인천공항철도 그리고 경인운하가 나란히 달리고 있다 


특정 건설사 특혜로 시작된 인천공항철도 

인천공항철도도 시작부터 문제투성이다. 1998년 인천공항철도 민자사업단이 결성된 이후, 2001년 3월 현대건설 주도의 컨소시엄이 정부와 민자사업 협약을 맺었다. BTO 방식으로 추진하면서, 30년 동안 공항철도 운영을 통해서 투자금을 회수하는 계약이었다. 1단계, 2단계 사업에 정부 건설 지원비 1조800억 원, 민간투자 3조100억 원 등 총 4조900억 원이 투입됐다. 이에 대해 사회공공연구소 오건호 실장은 2009년 ‘인천공항철도 협약에서 드러난 민간자본 특혜’ 보고서를 통해 인천공항철도 민자사업은 “민간자본에는 투자 위험이 사실상 없다.”며 “최소운영수입보장(MRG : Minimum Revenue Guarantee) 제도 때문”이라 지적하고 있다. MRG는 민간사업에 의해 건설된 시설의 실제수입이 추정수입보다 적을 경우 사전에 협약한 최소수입을 보장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IMF 외환위기 직후 막대한 예산이 드는 SOC사업에 대한 민자 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1999년 도입했으나, 정부 재정에서 손실 보전이 너무 많이 나간다는 이유로 2009년 폐지됐다. 2007년 감사원은 공공시설 민간투자 사업 추진실태 감사를 통해 “외국의 경우 최소운영수입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준 국가는 없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민자사업 자체가 건설사에 확실한 수익을 보장해 주는 제도인데, 여기에 덧붙인 MRG은 민간업체에 특혜를 주는 제도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인천공항철도에 대해 정부는 현대컨소시엄과 2007년 21만 명, 2011년 49만 명, 2031년 82만 명으로 승객수를 협약하고, 미달할 경우 예측수요의 90퍼센트까지 최소운영수익보장을 협약했다. 이러한 협약에 따라 실제 2007년 이용객은 예상인원의 6.6퍼센트(1만3000명)에 불과해 정부는 현대컨소시엄에게 1040억 원을, 2008년에는 7.3퍼센트(1만7000명)로 1666억 원을 보상했다. 이러한 추세로 보면 2031년실제 이용객은 협약 인원의 32.8퍼센트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에 따라 30년간 연평균 4610억 원, 총 13조8000억 원을 보상비로 지급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두 국민의 혈세로 충당해야 할 금액이다. 

오건호 실장은 2009년 보고서에서 인천공항철도 부실과 관련해 “근본적으로 민간자본에 대한 특혜에서 비롯됐다.”면서 “‘대형 국책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 진단했다. 인천공항철도 협약이 체결되던 2000년대 초반 현대건설은 유동성 위기로 부도, 워크아웃을 겪으면서 국책은행의 부채전환 조치로 간신히 회생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기업에 대규모 국책사업을 맡게 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 오건호 실장의 지적이다. 오 실장이 특혜 협약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첫째, 법령을 위반하며 협약을 승인해 줬다는 점이다. 정부는 인천공항철도 사업의 기본내용과 총사업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 고시된 내용과 다르게 사업이 추진됐음에도 재고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위반에 해당한다. 둘째, 과도한 수익률을 보장해 줬다는 점이다. 정부가 현대컨소시엄에 인천공항철도 ‘실질수익률’(인플레이션율을 고려해 정하는 투자수익률)을 10.43퍼센트와 ‘최소운영수입보장률’ 90퍼센트로 계약한 것은 다른 민자사업에 비해서도 높게 책정된 것으로 2002년 인천공항철도를 감사한 감사원도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토건 진영의 ‘먹튀’, 피해는 국민이 

2001년 3월 23일 인천공항철도에 대한 특혜 협약이 체결된 직후 이 과정을 핵심적으로 추진했던 당시 건설교통부 김윤기 장관과 정종환 철도청장이 돌연 사임했다. 대형 사고를 치고 책임질 인사들이 논란을 피해 일부러 사직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혈세 낭비 지적이 일어나자 코레일은 2009년 3월 인천공항철도 인수계획을 발표하고, 같은 해 9월 1조2000억 원에 인천공항철도 지분 88.8퍼센트를 인수해 대주주가 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현대건설은 인천공항철도 1단계가 개통하기 전인 2007년부터 인천공항철도 지분 매각을 추진했던 것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오건호 실장은 “(현대건설 등은) 인천공항철도 및 경의선 철도 복선화 공사를 통해 기대했던 이익을 충분히 실현했기에 이후 사회적 논란이 더 커지기 전에 손을 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토건진영의 전형적인 ‘먹튀 전략’이다. 코레일이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하는 과정에는 2001년 건설사에 특혜 협약을 해줬던 주역들이 또다시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김윤기 전 장관은 2004년부터 2009년 6월까지 인천공항철도주식회사 사장으로서, 정종환 전 철도청장은 2008년부터 국토부 장관으로서 인천공항철도 인수 협상을 진행했다. 

한신대 임석민 교수는 2010년 ‘대규모 국책사업의 실패사례와 그 원인 및 대책’ 자료에서 이러한 공직사회의 태도를 “대형 SOC부터 동네 주차장까지 민자사업을 벌이는 이유는 공무원들이 국민의 혈세를 담보로 무차별적인 제 몫 챙기기 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라면서 “일단 사업을 벌이면 승진 가능성이 높아지고 퇴임 후 낙하산으로 내려보낼 자리도 늘어난다. 완공 후의 운영관리업체의 CEO는 대부분 관련 부처나 지자체 출신 공무원으로 채워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코레일이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하기 전 건설사 특혜에 대한 명확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선행할 것을 제시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와 같은 비정상적인 구조가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민간 건설사는 이미 ‘먹튀’했고, 사고를 쳤던 핵심 당사자들은 다시 돌아와 요직을 차지하고 있던 상황에서 인천공항철도 문제를 제대로 풀어낼 리 없었다. 이것이 인천공항철도를 이용하는 국민들에게는 또 다른 불행의 씨앗이 됐다.  

2011년 4월 코레일이 인천공항철도 전 구간 개통 이후 1일 평균 이용객이 1단계 운영 시보다 120퍼센트 늘어났다고 밝힌 것처럼, 인천공항철도는 운영이 안정화되면서 조금씩 수익을 내는 구조로 변해가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들어 코레일은 인천공항철도를 다시 민간에게 매각하려 하고 있다. 인천공항철도 인수 등에 따라서 코레일 부채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쯤 되면 과연 누구를 위한 매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여 년에 걸친 인천공항철도 사례를 보면 토건세력을 위해 시작해서, 토건이 계속해서 이득을 보려는 구조로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토건진영은 국민을 단지 ‘봉’으로 전락시켰다. 철도는 ‘시민의 발’이라는 매우 강한 공공성을 띄고 있다. 따라서 공공성을 저해하는 토건세력의 욕망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봉’이 아님을 드러내는 방법이다. 

2014년은 인천공항철도가 진정한 의미의 ‘국민의 발’이 될지, 아니면, ‘토건세력의 먹이’가 될지 또다시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다.

 

 

글 | 이철재 에코큐레이터, 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 

사진 | 이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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