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여행에서 만난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여성들

‘공정여행’은 다소 생소한 단어일 것이다. 같이 연상되는 단어는 아마도 공정무역일 것이고, 더불어서 윤리적 소비라는 개념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공정무역의 대표적 상품이 커피인데, 커피를 생산해낸 현지의 주민에게는 극도로 적은 이윤만이 돌아가고 대자본과 중간 거래상이 대부분의 이윤을 가져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공정무역이다.  

마찬가지로 공정여행도 기존 주류 여행업계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 여행의 즐거움과 가치를 위해 노동과 서비스를 제공한 현지의 주민들에게 제대로 이윤이 분배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현지 주민들의 삶과 문화를 제대로 알아가는 여행이 공정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09년 8월 내몽골 공정여행을 시작으로, 2010년 2월 차마고도 공정여행, 2010년 8월 귀주 공정여행, 2012년 2월 겨울만주 공정여행, 2014년 2월 아주 특별한 윈난 공정여행에 이르기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국제민주연대’라는 시민단체에서 진행하는 중국의 소수민족지역 공정여행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성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차마고도의 리장 고성

 

리장 고성에서 만난 나시족 할머니 

중국의 서남쪽 끝자락, 베트남, 미얀마, 티베트 등과의 경계지역으로 차마고도의 출발점이자 그 유명한 푸얼차(보이차)의 원산지인 소수민족들의 땅 윈난 성으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 중, 도성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8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나시족들의 터전 ‘리장 고성’에서의 일이다. 골목을 서성이다 만난 어린 아이와 놀고 있는데, 할머니께서 양동이를 들고 지나가신다. 할머니는 나시족 옷을 입고 있었는데 나시족 옷은 원래 자연과 인간이 형제 사이였다는 그들의 신앙에 따라 해와 달이 새겨져 있다. 할머니의 뒷모습이 힘겨워 보여 얼른 할머니를 따라갔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수백 년 된 전통가옥들 사이로 리장 고성 안 구석구석을 휘도는 냇가에 앉아 뭔가를 열심히 씻으신다. 옆에 다소곳이 앉아 미소를 머금고, “니하오”하며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순간 할머니가 나를 보며 웃으시는데 어찌나 그 웃음이 해맑으신지, 인사를 기꺼이 받아주실까 염려했던 마음 속 경계가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공정여행의 기획자인 최정규 작가님에게 나시족 여성의 삶은 한 집안의 가장으로 경제적 활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나가는 이가 대부분이라고 들었고 그네들의 얼굴에는 피로와 힘겨움이 가득 묻어 있을 것이라고 나도 모르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중국어는 고작 인사 정도였지만, 손짓과 발짓으로 ‘한국에서 왔고, 나이는 29살이고, 여행을 왔다.’ 이런 내용을 전했다. 손짓으로 당신은 75세라고 하신다. 냇가에서 야채 씻는 일을 다 끝내고 가시는 길에 양동이를 들어드렸더니 고맙다며 당신의 집에 가자고 하신다. 어떻게 사시는지도 궁금했고 할아버지는 또 어떤 분일까 궁금해서 댁까지 따라 나섰다. 집에 계시던 할아버지는 처음에는 나를 보며 경계의 눈빛을 보내시다가 할머니의 설명을 듣고는 이내 웃음으로 반겨주신다. 할머니께서는 빵이며 과일이며 과자며 이것저것 내오신다. 그 마음이 고마워 두 분에게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드린다 하니, 두 분 모두 거울 보며 머리 만지고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모습이 사진관에 온 것처럼 천진하시다. 짧고 갑작스런 만남이었지만 여행 내내 머리를 맴돌며 떠나지 않던 리장 고성의 나시족 할머니. 그리고 그분이 어린 이방인에게 보여주신 그 미소와 넉넉함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다.  

윈난 성 리장에 주로 살고 있는 소수민족인 나시족은 여성의 지위가 높으며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도도 높다고 한다. 거리를 지나다보면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많이 보이고, 그나마 보이는 남자들은 주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임에 반해, 바구니에 무거운 짐을 가득 싣고 가거나 밭일을 하는 등 주요 노동을 하고 있는 이들이 거의 여자들인 것이 계속 눈에 띄었다. 남자보다 육체적 힘이 약한 여자들이 경제적 활동과 가사를 모두 책임지는 것이 고되고 힘에 부칠 것이라는 생각 탓일까? 한국 사회에서 살고 있는 나의 시선으로 바라본 나시족 여인들이 애처롭고 안쓰러웠는데, 여행 중 온화하면서도 당당한 나시족 여인들의 얼굴을 계속 보다보니, 내 생각이 치우쳐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경제적 활동의 주체로서 자신을 포함한 가족의 삶을 책임지는 생활에서 다져진 강인한 힘이 그녀들에게 충만한 것 같다. 삶과 노동의 시련을 받아들이고 그 주체로 설 수 있는 그녀들이었기에 그리도 당당하면서도 부드러운 미소를 가질 수 있었으리라. 또, 그러한 여성들의 힘이 바탕이 되었기에 현재 지구상 유일하게 사용하는 심오한 상형문자라는 동파문자가 만들어졌고, 현대의 어떤 환경운동보다 더 자연을 사랑하는 그들의 민족종교 동파교가 만들어졌으리라. 그들은 아직도 산에서 나무를 벨 때 ‘나무야! 내가 어떠어떠한 이유로 지금 너를 베어내서 써야 한단다. 미안하고 고맙다.’라고 작별인사를 한단다. 내가 리장 고성에서 들렀던 그 댁에서도 할머니가 바로 삶의 ‘대장’임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노동의 가치를 바탕삼아 삶의 주체로 올바로 설 때 가질 수 있는 자신감. 그와 더불어 가져야 할 여성으로서, 더 나아가 인간으로서의 따뜻함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 윈난 공정여행 중 이루어진 그 우연하고도 행복한 만남이 지금도 내 마음 깊은 곳에 소중히 자리하고 있다.

 

30여 년 동안 한 가정을 이끌어온 모계씨족 마을의 할머니와 함께한 공정여행 참가자

 

모계씨족 마을이 있는 차마고도 루구호수 풍경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여행, 함께 하실래요? 

윈난 성과 쓰촨 성의 경계에 위치한 고원 호수 루구후 주변에 살고 있는 모서족은 아직까지 모계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소수민족이다. 윈난 공정여행 중 루구후의 모서족이 운영하는 민박에서 묵었을 때 그곳에 집안의 가장 연장자인 할머니가 계셨다. 집안에 ‘할머니방’(祖母部屋)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 곳은 한 집안의 가장 어른 여성이 사는 방으로, 여기에 조상과 그들의 신을 모시는 제단이 있으며, 집안의 성년식 전 어린이들은 모두 이곳에서 살게 되어 있다고 한다. 할머니는 365일 내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마당 한쪽에 차려진 제단에 불을 지피며 아침마다 기도를 드리신다. 가족의 안녕과 세계의 평화와 안녕을 매일 매일 기원하신다고 한다. 이 지역은 티베트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아 곳곳에서 타르쵸를 볼 수 있었다. 타르쵸는 수십 장이 이어진 오색 천 조각에 경전을 새겨 넣은 깃발로 그 깃발에 새겨져 있는 경전이 바람을 타고 널리 퍼져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의미라고 한다. 혼자만의 안녕이 아니라 세상의 안녕을 바라는 그들의 마음, 특히 우리가 방문한 집의 가장인 할머니의 마음이 느껴졌고, 그 따뜻한 마음의 근원 역시 강인하면서도 자애로운 인류를 품는 여성들의 모성애가 아닐까. 

공정여행을 통해 여러 소수민족들의 문화를 접하고, 그 문화에 속한 어린 아이부터 고령의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여인들도 만나보았다. 비록 말이 통하지 않아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직접 그들과 만나서 웃고 손잡으며 그들의 문화를 즐기면서 눈빛과 얼굴 표정, 그리고, 몸동작에서 어렴풋이나마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 내가 그 여인들을 바라본 시각이 한국사회의 기준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벗어나 진심으로 그녀들의 문화와 삶을 바라볼 때, 처음에는 힘들게만 보이던 소수민족 여성으로서의 삶 속에서 활짝 피어난 그녀들의 진정한 웃음이 보이고, 당당함이 보이고, 여유로움이 보이고, 지구를 품는 모성애가 보였다. 여행을 다녀와서도 나를 따뜻하게 맞이해준 나시족 할머니가 이렇게 오래도록, 그리고, 많이 생각나듯이, 현지 사람들도 우리를 기억하며 다시 갔을 때 오랜만에 보는 친구처럼 맞아주는 그러한 여행, 바로 공정여행이 계속 이어지고 확산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이번 여름엔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공정여행 한 번 떠나보지 않으시렵니까? 



글 · 사진 | 심영주 국제민주연대 공정여행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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