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선거로 끝낼 수 없는 생명과 안전을 위한 약속

세월호의 참혹한 아픔을 통해 시대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6•4 지방선거가 치러졌습니다. 선거는 끝났지만 시대 전환의 요구 실현은 아직 미지수입니다. 이에 앞으로의 과제를 가늠해보기 위해 지난 선거 과정을 돌아보며 교훈과 방향을 찾고자 합니다. 2014년 2월 환경연합의 집담회 제안으로 전국 환경 관련 단체들의 지방선거 연대 대응이 시작되었지만 세월호 참사는 뭇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 노력해온 초록 진영에게 일상의 선거 참여를 넘어서야 할 과제를 부여했습니다. 생명의 소중함과 그 안전을 지키려는 전국 131개 환경, 생협, 동물, 지역, 교육 등 풀뿌리 조직들이 ‘생명과 안전을 위한 약속-2014 초록연대’로 모였습니다.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과 단체들은 여러 차례의 토론회와 무수한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7개 분야 27개 정책과제를 정리하고 별도로 교육감 선거와 관련하여 ‘초록학교만들기 10가지 약속’을 준비하여 각 정당의 정책위원회와 출마 후보들에게 제안하였습니다. 제안된 약속을 간략히 요약 소개합니다.


6.4 지방선거에 앞서 시민들에게 생명안전정책을 약속한 후보자들 ⓒ함께사는길 이성수

 

진보정당 몰락 부른 시민 참여 부족 

생명 안전 정책협약에 참여한 정당들은 새정치민주연합,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이었습니다. 아울러 바쁜 일정 속에서도 별도의 협약식을 통해 생명과 안전을 위한 약속을 해주신 후보들도 많았습니다. 생명 안전 정책협약 광역단체장 후보로 김진표 경기도지사 후보,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 강병기 경남도지사 후보가 있었고 초록학교만들기 협약 교육감후보로는 조희연 서울교육감 후보, 이재정 경기교육감 후보, 이청연 인천교육감 후보, 김병우 충북교육감 후보, 박종훈 경남교육감 후보, 권정호 경남교육감 후보가 있었습니다. 그 외 각 지역별로 기초 단체장과 광역 및 기초 의원들이 다수 협약식을 진행하였습니다. 협약식을 거행한 교육감 후보들은 전원 당선이 되었지만 아쉽게도 광역 단체장 후보들과 환경운동에 오랜 시간 헌신해온 다수의 후보들이 낙선하였습니다.  

4년 전 지방선거와 비교해보면 환경 생태에 적극적 정책을 제시해온 진보적 정당들은 몰락에 가까운 결과가 나왔고 거대 정당들의 지역정치구도는 여전히 고착된 상태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상의 과정과 결과를 돌아보면서 가장 큰 성과는 ‘생명과 안전 정책’이라는 초록 진영의 본원적 사명에 기초한 정책을 함께 정리해내고 세상에 공식 천명하고 각 정당과 후보들의 정책협약을 받은 일이었습니다. 아울러 생명과 안전을 위한 약속 거리캠페인, 인증샷 캠페인, 다양한 SNS 활동들이 활발하게 진행된 것도 나름의 보람이며 자랑이었습니다. 이렇게 개별 단체의 독자 활동에서 진보된 연대 활동은 이후 초록 진영의 본원적 정책실현 연대 활동에 소중한 기초를 쌓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활동 과정 속에서 아쉬움도 참 많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참여 단체 숫자는 많았으나 책임 있는 실무분담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이는 우리 초록 진영뿐만 아니라 한국 시민사회운동 진영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병폐라 하겠습니다. 단체의 대표자 지도력과 회원들의 참여가 취약한 소수 실무자 운동의 한계입니다. 대부분 단체의 소수 실무자들은 각종회의 일정과 실무부담에 쫓겨 정작 활동의 주인으로 참여할 회원들과의 사업에는 취약함이 드러났습니다. 단체 실무자들조차도 허겁지겁 만나고 급히 헤어지기를 반복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실 이렇게 거창한 실천이 예고되는 활동은 적어도 6개월 전부터 각 단체 회원 내부 토론과 실천 준비를 거쳐 회원들의 적극적 참여와 실행 분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성과도 크게 나타나지 않겠습니까?  

회원들의 적극적 참여가 부족한 시민단체들의 활동은 필연적으로 선언적인 활동과 일시적 이벤트 활동에 머물게 되고 이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취약한 실행력으로 고착되고 이번 지방선거에서처럼 진보적 정책 정당들의 몰락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시민사회에서 합리적 지지기반이 상대적으로 넓고 함께 사는 길을 근본적 활동원리로 하는 환경생태 초록진영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회원들의 자주적 참여를 확장하는데 더욱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요? 

 

지방선거는 끝이 났다. 하지만 생명과 안전을 약속한 정당, 당선자들이 책임 있게 공약을 펼치도록 지지하고 감시하는 역할은 계속 되어야 한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약속 실천을 촉구하는 시민행동은 지속된다 

지방 선거날은 지났지만 뭇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약속 실천의 과제는 여전히 절박합니다. 노후 원전, 방사능 공포, 화학물질 사고, 미세먼지, 난개발 등으로 대한민국은 여전히 위험하고,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하겠다던 정당과 당선자들이 책임 있게 정책을 추진할지는 미지수입니다.세월호 참사는 돈보다 생명, 이윤보다 안전이라는 명제를 시대정신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각 정당은 물론 많은 후보들이 ‘생명’과 ‘안전’을 기치로 내걸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생명과 안전을 위한 선거였습니다. 초록연대는 정책협약을 한 정당, 당선자들이 공약을 성실히 이행하도록 활동해 나갈 계획입니다. 지역과 현장중심의 재난 안전 기구의 전환, 재난 안전 민관 거버넌스 운영, 초록연대가 제안한 27개 정책과제와 초록학교 만들기를 이행하도록 계속 정책실천 협의를 제안하고, 점검하고, 협력할 것입니다. 뭇 생명이 함께 사는 길에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후보들은 무엇을 약속했나? *

[약속 1]  핵발전소 없는 안전한 도시 만들기

○ 노후 원전 폐쇄와 신규, 계획중인 원전 중단

○ 원전 주변 방사능 안전대책 강화

○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실시

○ 주민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소 활성화

 

[약속 2]  화학사고와 독성중독, 이제 그만

○ 지역사회알권리 조례 제정

○ 우리 동네 화학물질위험지도 작성 및 지방정부 홈페이지 통해 제공

○ 환경보건 담당부서 설치

○ 발암물질과 환경호르몬 없는 학교, 어린이집, 키즈까페 만들기

 

[약속 3]  미세먼지로부터 시민이 안전한 초록도시 만들기

○ 대기오염(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조례 제정 및 민관거버넌스 구성

○ 근본적인 대기오염(미세먼지) 저감 대책 추진

○ 대기오염(미세먼지) 건강피해에 대한 시민소통 강화

 

[약속 4]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 정책

○ 유역별 물의회 구성

○ 물순환도시 만들기

○ 불필요한 댐과 구조물 철거

 

[약속 5]  안전한 식품과 지속가능한 농업

○ 안전한 공공 급식

○ 지역순환형 농산물 유통 지원

○ 골목마다 건강한 먹을거리

 

[약속 6]  동물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사회

○ 동물보호 업무 전담부서 설치

○ 지자체 직영 유기동물 보호소 설치

○ 길고양이 TNR(포획-중성화-방사)사업을 위한 민관협력조직 구성

○ 동물복지축산 지원 제도 마련

○ 생태 중심 동물원으로의 전환을 위한 공영동물원 시설 보완 예산 확보

 

[약속 7]  사람과 생명을 위한 도시와 국토

○ 막개발 공약의 추방

○ 사람과 자연을 위한 도시 관리

○ 보호지역의 추가 지정과 관리의 강화

○ 해양과 갯벌 보호정책

○ 주민참여와 거버넌스의 활성화

 

[약속 8]  지속가능한 초록학교 만들기

○ 기후변화 교육, 자연생태체험 등 지구를 살리고 생태계를 보호하는 환경교육 강화

○ 담장없는 학교숲과 학교 텃밭을 확대 조성하고 관리하며, 이를 활용한 교육 실시

○ 신재생에너지 도입으로 에너지절약형, 에너지 자립형 학교 운영

○ 동물 생체실험 금지하고, 동물보호의식을 기르는 생명존중교육 실시

○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고, 지역 농산물을 이용한 친환경 급식을 실현할 것이며, 주 1회 채식 급식 확대

○ 사회환경교육과 연계한 교사직무교육 및 학부모 교육 실시

○ 인조잔디운동장을 최소화하고 누구나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 조성

○ 학교 주변환경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개선

○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협력하는 참여형 교육행정

○ 환경단체와 교육기관이 참여하는 초록학교만들기추진단 운영

 

* [출처]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생명과 안전을 위한 27개 공약을 제안합니다”  작성자 2014 초록연대


글 | 허인회 환경운동연합 녹색정치위원장 

 


주간 인기글





03039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23
TEL.02-735-7088 | FAX.02-730-1240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03915 | 발행일자 1993.07.01
발행·편집인 박현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현철


월간 함께사는길 × 
서울환경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