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6·4 지방선거 : 초록, 무엇을 할 것인가?

다가올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초록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3월 13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린 ‘초록 매니페스토 토론회’에 모인 시민사회 각계의 대표자들은 우리 사회의 현주소에 대한 분석부터 지난 활동에 대한 반성에 이어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요구해야 할 구체적인 사항까지, 도시계획, 식생활 교육, 친환경 급식, 동물 보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거론된 내용은 가다듬고 발전시켜 기초·광역단체장 후보에게 초록공약을 제안, 촉구하는 ‘초록 매니페스토 운동’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초록 세상을 싹 틔울 밑거름이 될 이날의 주요 분석과 제안 몇 가지를 재구성해 전한다.


지방선거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초록 의제가 오갔던 3월 13일 토론회 ⓒ장병진

지방선거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초록 의제가 오갔던 3월 13일 토론회 ⓒ장병진


“무분별한 개발에 작별을 고할 때” 마을·도시계획·지속가능발전 분야 |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

지방자치제도가 처음 부활했던 1990년대의 시대정신은 개발 시대로 불리던 60년대, 70년대, 80년대와 확연히 달랐다. 서울을 예로 들면, 1992년에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을 설립하여 치밀하고 종합적인 시정연구를 시작했고, 1994년에는 도시경관과를 신설하여 도시경관과 환경의 질을 중시하고자 했다. 1995년 민선1기 서울시정이 시작되며 녹색서울시민위원회가 출범하였고, 민선2기에서는 서울시 도시계획조례가 처음 제정되어 용적률 400퍼센트까지 완화되었던 일반주거지역을 세분화하고 용적률을 낮추는 혁신적인 개혁을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민선3기와 민선4기에서는 퇴행이 일어났으며, 서울은 사뭇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뉴타운 사업과 한강 르네상스, 남산 르네상스 등등 이름과 명분은 달라도 속내는 개발이었던 프로젝트들이 서울 곳곳에 벌어졌다. 

그러나 민선5기에 이르러 많은 지역에서 새로운 불씨가 시작됐다. 뉴타운의 과잉 탓인지, 금융 위기 탓인지 이제 거대 담론의 시대에서 마을과 동네의 생활정치 시대로 변화하고, 국가와 시장이 이끌어가는 시대에서 지역과 시민이 주체로 등장하는 새로운 변화가 이미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다. 위에서 아래가 아닌 아래에서 위로 정책의 방향이 바뀌고 있으며, 마을이 변하면 결국 시까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있다. 

민선5기는 지금 이런 긍정적인 변화의 고갯마루까지 다다른 상태다. 고개를 넘을 것이냐 아니면 후퇴할 것이냐가 올해 지방선거의 결과에 달렸다. 온 힘을 기울여 이미 진행되고 있는 긍정의 불씨를 이어가야 한다. 

 

“실효성 있는 방사능 안전 정책 만들어야” 탈핵에너지·생활방사능 분야 |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 

그간 탈핵에너지 분야에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일들이 있었다. 먼저 탈핵에너지전환자치단체장 모임이 지난해 2월 발족해 현재 서울시 등 46개 단체장이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전라북도가 전국에서 최초로 지역 의회가 아닌 도지사 차원에서 방사선비상계획구역 30킬로미터 확대안에 찬성했다. 또한, 지난 2011년부터 진행된 서울시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의 경우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해 원전 1기가 생산하는 에너지 200만 TOE를 대체하겠다는 목표가 올해 상반기 조기 달성될 예정이다. 이는 햇빛발전소를 비롯하여 에너지자립을 위한 투자도 한몫했지만, LED 보급과 주택 에너지 효율 개선 등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함께한 덕분이었다. 실제 서울시의 전력 소비량은 1.4퍼센트(39만 가구가 1년간 사용 가능한 양) 감소했는데, 전국적으로 1.8퍼센트가 증가한 것과 확연히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송전탑과 신규원전 건설 문제,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등 노후 원전 폐쇄, 방사선비상계획구역 30킬로미터 확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위원회 대응, 방사능 없는 공공급식 조례제정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최근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대응했던 방사능 없는 공공급식 조례 제정 활동의 경우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서울시, 경기도, 전라북도, 강원도 등에서 조례가 제정되었지만, 여전히 국가 기준치를 안전 기준치로 설정하고 있다거나 식품 방사능을 대기용 방사능 측정기로 측정하는 등 현실적으로는 실효성 없는 결과라 판단되기 때문이다. 조례의 제정에만 급급했던 탓으로, 앞으로 기존 조례의 문제점을 극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식생활교육기본법 제정 필요” 식생활 교육 분야 | 용미숙 한살림서울생협 식생활위원장 

지난 2011년 한살림에서는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홍인초등학교에서 전 학년을 대상으로 7개월 과정의 식생활교육을 진행했다. 교육은 강의부터 연극, 놀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 학부모까지 교육을 진행했다. 그 결과 패스트푸드 이용이 줄고 급식 잔반양이 줄어드는 등 학생들에게서 식습관 변화를 엿볼 수 있었으며, 가정과 학교 및 교사들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목격했다.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가장 먼저 식생활교육기본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의 식생활교육지원법은 전 국민 전 세대를 아우르기에 한계가 있다. 일본의 식육법이나 우리나라의 협동조합기본법처럼 식생활교육기본법이 제정되어 세대를 연결하고 통합하는 범국민적인 식생활교육이 일어나야 한다. 또한,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대상의 식생활교육을 교과과정에 넣어 의무교육을 해야 한다. 미국의 five a day(하루에 5가지 채소 먹기), 프랑스의 school garden(학교 농장 텃밭)처럼 국가적인 활동을 만들 수도 있다. 지자체별로 식생활교육지원조례를 제정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역에서의 활발한 활동 사례들이 중앙 정부에도 영향을 끼쳐 식생활교육기본법 제정과 함께 범국민적인 식생활교육활동을 기대할 수 있다. 

식생활은 단지 먹는 행위가 아니다. 자연과 사람과의 관계 등 우리 삶의 정서적인 부분과 생산에서 소비까지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이 식생활과 연결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시민들의 삶과 연결된 생활 정치 의제가 많이 나와야 한다. 

 

“모든 과정에서 민간의 참여 보장해야” 친환경 급식·먹거리 분야 | 이은정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활동지원팀장

친환경 무상급식 문제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인 보편적 복지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더불어 학교 급식은 공교육의 일부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교육비 중 정부의 부담비율은 GDP 대비 4.7퍼센트로 OECD 국가의 평균 5퍼센트보다 낮다. 반면, 공교육비 중 민간의 부담 비율은 GDP 대비 2.8퍼센트로 OECD 국가 평균 0.9퍼센트보다 훨씬 높다. 결국, 우리나라는 공교육비에 대한 민간 부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무상급식을 사회주의나 좌파 포퓰리즘으로 몰아가는 것은 이런 실상을 무시하고 국민의 기본 권리는 무시한 것이다. 

그런데 왜 친환경 무상급식이어야만 하는가? 이는 인권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접근의 불평등은 건강 불평등까지 이어지며, 이는 인권의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간 풀뿌리운동으로 이루어낸 친환경 무상급식과 관련한 제반 여건을 더욱 견고히 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학교 급식과 관련한 의사결정 구조에 민간이 참여할 필요가 있다. 교육감 1인에 의해 미래 세대의 건강과 교육, 복지가 연관된 중요한 문제가 결정되는 것은 불합리한 구조다. 시민사회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학교 급식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식재료 공급체계 전반에 대한 정보 공개는 필수사항이다. 셋째, 친환경 급식 식재료 공급체계의 전국적 네트워크 구성이 필요하다. 현재 지자체별로 이루어지는 친환경 식재료 공급과 관련 정보 시스템을 전국적으로 통합하여 공급 체계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도모해야 한다. 현재의 저가 경쟁 입찰 방식은 친환경 농산물 생산자에게 지속가능한 영농을 보장하지 못 할 뿐 아니라 식재료의 안전성도 담보하지 못하므로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과정에서 민간, 시민 사회의 참여가 보장되어 어떻게 하면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동물보호에 관심 가져야 할 때” 동물보호 분야 |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지자체의 동물보호 활동은 현재 전무하다시피 하다. 기껏해야 유기동물이 들어오면 잡아서 안락사시키는 정도다. 사실 안락사라도 하면 다행이다. 기록에는 유기동물들이 자연사했다고 하는데, 유기동물 보호소의 보호기간 열흘 사이에 자연사는 있을 수 없다. 대부분 병사다. 상황이 이러하여 현재 지자체의 동물보호 활동에 대한 평가는 불가능하고, 앞으로의 바람만을 접근할 수밖에 없다. 

두 가지 영역에서 접근하고 싶다. 산업의 영역과 생활의 영역이다. 산업의 영역은 축산의 문제, 동물 실험의 문제 등이다. 특히 이번 AI사태의 살처분 현장에 가보니 생매장이 빈번히 자행되고 있었다. 아직 살아있는 상태에서 열처리까지 되고 있었다. 충분히 규정대로 그리고 인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생활의 영역에서는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 등의 처우와 유기동물 학대 문제에 주목하고 싶다. 이미 마련된 제도조차도 지자체에서 시행을 제대로 하지 않아 반려동물에 대한 생명경시 풍조는 여전히 만연하다. 행정 기관에 동물보호를 담당하는 부서나 공무원이 없는 것도 문제다. 담당자가 있어도 축산 분야 담당자일 뿐이다.  

이제부터는 이용의 가치로만 여겨왔던 사고를 내려놓고 동물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아직도 동물 문제를 동물 애호가들만의 영역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민사회 내에서도 다른 영역에 비해 관심이 적다. 모두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글 | 함께사는길 


 

 


주간 인기글





03039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23
TEL.02-735-7088 | FAX.02-730-1240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03915 | 발행일자 1993.07.01
발행·편집인 박현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현철


월간 함께사는길 × 
서울환경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