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Friends of the Earth 40] 인도는 지금 대기도 미래도 흐림

인도의 수도이자 인구 2300만 명이 거주하는 대도시, 뉴델리. 뿌연 스모그 속에 저 멀리 서 있는 뉴델리 인디아게이트의 형체가 흐릿하게 보인다. 거리는 매연을 뿜는 차들로 가득하고 마스크로 얼굴을 감싼 사람들이 종종걸음으로 사라져 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매년 700만 명에서 800만 명에 이른다고 지난해 발표했다. 2012년 아시아 지역에서만 화석연료를 통한 난방과 취사로 실내 공기가 오염돼 430만 명이 사망했으며, 실외 대기오염으로도 370만 명이 숨졌다는 것이다. 실외 대기오염의 90퍼센트 가까이는 개도국에서 발생했다.

 

뿌연 스모그로 뒤덮인 인도의 도시 풍경 ⓒJean-Etienne Minh-Duy Poirrier

 

최악의 대기오염 국가 인도 

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각한 도시가 뉴델리다. WHO는 91개국 1600개 도시의 대기오염을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농도로 측정한 데이터를 공개해 세계 공기의 질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마이크로미터(㎛)는 1000분의 1밀리미터(mm). 입자의 지름이 2.5㎛ 이하인 초미세먼지는 호흡기 깊숙이 침투할 수 있어 폐 조직에 붙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거나 혈관으로 흡수되어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을 일으킨다. 

뉴델리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연평균 153㎍/㎥로 세계에서 가장 오염이 심한 도시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WHO 권고치의 6배, 미국 기준치의 12배, 인도 당국 자체가 간주하는 안전수치보다도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대기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베이징의 경우 초미세먼지 농도가 56㎍/㎥여서 뉴델리와 3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으며 카타르 도하 93㎍/㎥, 미국 뉴욕 14㎍/㎥ 수치와도 비교된다. 

비단 뉴델리뿐만 아니다. 이번 WHO 데이터는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 20곳 중 13개가 인도에 해당돼 인도의 대기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부르고 있다. 뉴델리에 이어 파트나(Patna)는 149㎍/㎥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뉴델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WHO는 대기오염이 인도 사람들의 사망원인 중 다섯 번째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인도의 호흡기 질환 사망률은 2012년 10만 명 당 159명으로 중국보다 2배, 영국보다 5배, 이탈리아보다 10배 높았다. 지난 2월 21일 발표된 미국 시카고, 하버드, 예일 대학 환경경제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인도 전역에서 대기오염 때문에 6억6000만 명의 평균 수명이 최소 3.2년 짧아져 총 21억 년의 수명이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인도 전체 인구인 12억 명 중 99.5퍼센트는 WHO가 안전하다고 보는 기준치 이상의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늘어나는 자동차, 질 나쁜 연료, 미비한 교통 인프라. 인도의 도시는 지금 비명을 지르고 있다 ⓒNOMAD

 

경제성장에 뒷전 된 국민 건강 

인도의 대기오염은 경제발전을 최우선시 하는 인도 정부와 급속한 산업화 그리고 사회적 무관심 속에 심화되었다. 인도의 대기는 자동차 매연, 석탄화력 발전소, 공장의 배기가스, 일반가정의 배출 등으로 인해 계속 악화되고 있다. 

인도의 대도시 유입인구는 2000년대 초부터 급증해왔다. 현재 뉴델리에만 850만 대의 차량이 운행 중인데 이에 더해 매일같이 1400대의 새 차가 거리로 출고되고 있는 상황. 자동차 연료의 질은 좋지 않고 교통 인프라는 미비하다. 한편, 인도의 가장 큰 전력 공급원은 화력발전으로 전체 전기의 69.5퍼센트가 화석연료를 통한 화력발전으로부터 생산되고 이 중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이 60.1퍼센트로 압도적으로 높다. 인도의 대기오염과 석탄화력발전이 무관할 수 없는 대목이다.  

2014년 10월 그린피스 인도, 컨서베이션(Conservation), Urbanemissions.info 등이 공동으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이 일으키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으로 인해 매해 8만 명에서 11만5000명까지 인도인들이 사망할 수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만약 인도 정부가 현재의 계획대로 석탄화력발전소를 증설할 경우, 인도의 평균 사망 숫자는 22만9000명까지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인도의 대기오염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높아지자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는 최근 성명을 발표하고 뉴델리를 포함해 오염이 심각한 10개 도시에 관한 감시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모디 총리는 “인도는 자연친화적 삶의 오랜 전통이 있다”며 일요일을 자전거 타는 날로 정해 자동차 이용을 줄이고 보름달이 뜨는 날 가로등 소등 등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 프라카시 자바데카르(Prakash Javadekar) 인도 환경부 장관은 지난 4월 6일 각 주 환경 장관 회의에서 “뉴델리, 뭄바이 등 10대 도시의 공기 질을 측정한 ‘공기 질 지수(Air Quality Index)’를 웹사이트를 통해 매일 발표하며 대상 도시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는 자국의 심각한 미세먼지 수치가 알려졌던 지난해 ‘공기 질 지수’를 5년 안에 확립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는 66개 주요 도시의 배출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것을 필요로 하는데 지금까지는 이러한 기본적인 모니터링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자멸은 피해야 

인도 정부는 WHO의 대기오염 자료가 편중된 데이터라며 중국보다 못하게 평가된 것이 억울하다고 발끈한 바 있다. 하지만 인도의 대기질이 나쁘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들은 많다. 일례로 2014년 예일대학이 내놓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178개국 가운데 인도의 대기질이 174위, 중국의 대기질이 176위로 오십보백보였다. 

인도 정부는 자국의 환경부를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평가하여 2013년 12월 환경부 장관을 경질할 만큼 노골적으로 성장 드라이브를 걸고자 하고 있다. 또한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석탄화력발전소 증설 계획을 세우고 대기오염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신흥개도국으로서 성장을 중시하되 환경을 생각하지 않으면 자멸하고 마는 어려운 숙제가 지금 인도 앞에 높여 있다. 인도 정부는 환경이 곧 자국민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글 | 김현지 환경운동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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