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공통전염병(人數共通傳染病). 사람과 동물이 서로를 감염시키며 확산될 수 있는 병. 최근 세계 곳곳에서 발발하고 있는 조류독감과 돼지독감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변이에 의한 인수공통전염병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에서도 A형은 주로 고병원성으로 나타나는 데다 면역항체가 없는 새로운 바이러스로 변이가 자유로워 공중보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만약 병이 가축으로부터 인간에게 전염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것이 또 다른 인간을 감염시켜 바이러스가 확산된다면? 보이지 않는 변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H1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또 다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고 있다 ⓒEsparta Palma
1만 명 넘게 감염된 인도
인도 보건당국은 돼지독감(H1N1)으로 올해 들어 10주 사이에 인도에서만 7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지난 2월 20일 집계했다. 감염자 수는 1만1000명을 넘어섰다. 올해 사망자 수는 지난해 1년 동안 인도에서 H1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사망한 218명의 3배를 넘어섰다. 북서부 지역의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 주별로는 2015년 2월 18일 기준 라자스탄(Rajasthan) 주에서 3302명이 감염되고 183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가장 컸으며, 구자라트(Gujarat) 주에서도 2월 20일 기준 2371명이 감염되고 176명이 사망해 추운 북서부를 중심으로 돼지독감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이 같은 감염자 수는 H1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한 2009~2010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H1N1 돼지독감은 새롭게 등장한 ‘신종 플루’라 불리며 2009년 4월부터 2010년 8월까지 214개국 이상에서 확진되는 등 대유행하며 전 세계적으로 1만8500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인도에서도 약 2년간 2744명이 숨졌다.
이번 돼지독감의 인도 강타는 긴 겨울, 불충분한 검사시설, 타미플루와 같은 치료제의 제약 등 복합적인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검사시설이 없고 치료제가 부족했던 민간 병원의 역할 수행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타미플루(Tamiflu)는 H1N1에 듣는 유일한 약으로, 전에는 인도 시중의 일반 약국에서 구할 수 없었다. 인도 정부가 사람들의 타미플루 남용으로 현재까지 유일한 바이러스 치료제에 내성이 생기게 되는 걸 두려워했던 것이다. 지금도 인도에서 의사의 처방전 없이는 ‘오셀타미비어(Oseltamivir, 타미플루의 일반명칭)’를 구할 수 없게 되어 있으나, 한편에서는 타미플루 사재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의 지적, 밀집 사육
산업화 논리에 따라 대량생산 되고 있는 가축은 성장촉진제, 밀집된 사육 환경 등으로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 가축의 질병은 가축에게서 끝나지 않고 돼지독감처럼 변종 바이러스를 양성하거나 저장하여 사람에게 전파하는 등 공중보건상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돼지독감은 돼지와 사람뿐만 아니라 조류와도 관련된다. 돼지의 호흡기 상피세포에 돼지, 사람, 조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모두 달라붙을 수 있는 수용체가 있어 변종 바이러스가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2009년 9월 발행된 환경분야 국제 학술지인 『환경보건전망』(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 117호에서 미국 아이오와(Iowa) 대학 공중보건과 감염병 센터의 그레고리(Gregory Gray) 국장은 “밀집식 사육 공장과 같은 폐쇄된 시설에서 호흡기 바이러스는 재생산, 변이, 재결합 등의 지속적인 기회를 갖게 되며, 이런 환경으로부터 신종 바이러스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축산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고기를 소비하며 공장식 축산을 방관하는 소비자 역시 밀집 사육을 허용함으로써 넓게는 신종 바이러스의 탄생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2009년 동물의 질병 샘플 데이터가 부재한 상황에서 발병지에 대한 추측이 무성했고, 같은 해 4월 화살은 육류가공식료품회사인 스미스필드(Smithfield Foods)로 겨냥됐다. 스미스필드 계열사로 멕시코에서 돼지를 대량 밀집 사육하고 있는 회사(Grangas Carroil de Mexico)에서 바이러스가 나왔다는 것이다. 스미스필드는 4월 26일 반박 보도자료를 내어 이 같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계열사가 베라크루스(Veracruz) 주와 푸에블라(Puebla) 주 경계를 따라 16개 농장에서 95만 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었던 건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대유행의 첫 번째 사례 보고가 되었던 베라크루스 주 페로테(Perote) 마을이 이 회사의 농장에서 멀지 않았고, 따라서 사람들은 감염자 발생이 대규모 집중사육시설로 인한 오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 주장은 과학적으로 규명되지는 못했으나 이후 멕시코 정부가 마을 다른 곳에서 첫 감염 사례보다 앞서 다른 감염이 있었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위협적인 돼지독감의 위력
2009년 돼지독감이 대유행했을 때 사람들은 그 전파력에 놀랐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에게 빠른 속도로 쉽게 퍼져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H1N1 바이러스의 첫 출현은 이른바 ‘스페인 독감’이 1918년 1월부터 1920년 12월 사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가량인 5억여 명을 감염시키고 무려 5000만 명에서 1억 명 가까이를 사망시켰던 무시무시한 역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페인 독감 대유행의 후반부에 이르렀을 무렵, 농부들은 돼지 역시 병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당시 ‘돼지독감(hog flu)’이라고 불렀다. 사람들 사이에서 독감의 대유행이 끝나고 한참 후에도 돼지독감은 간헐적으로 미국 중서부에서 보고됐다.
이 동물 질병의 정체가 현재의 H1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였다는 걸 알게 된 것은 1930년이다. 처음 인간이 돼지를 감염시켰던 것인지 돼지가 인간을 감염시켰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돼지가 바이러스 저장고 역할을 해왔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H1N1이 1918년 이후 돼지 내부에서 연명해 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2008년 1월 발간된 학술지 『Canadian Journal of Veterinary Research』에서 즈보니미르(Zvonimir Poljak)와 같은 동물 역학 전문가는 “돼지독감이 현존하고 있으며 고밀도의 대형 농장에서 지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대규모 농장이 소규모 농장보다 새로운 바이러스의 진화를 촉진시키고 있다는 뜻으로, 2009년 H1N1의 대유행 이전부터 언급되고 있었다.

H1N1은 지난 1918년 처음 발생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 가량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바이러스다 ⓒEdward A. "Doc" Rogers
책임자와 대책 모두 없어
인플루엔자의 유래를 밝혀내기란 축산업의 폐쇄성 때문에 쉽지 않다. 바이러스는 숙주에서 숙주로 옮겨 다니며 빠르게 변이하는데, 동물 질병에 관한 샘플링 데이터는 대부분 비공개 되기 때문이다. 국제동물보건기구(OIE) 역시 2009년 이전에는 돼지독감이 돼지들에게 만연해 있다는 이유로 돼지독감을 꼭 보고해야 할 150가지 질병 항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한편, 돼지를 인플루엔자에 감염시킬 수 있고 돼지로부터 감염될 수도 있는 대규모 집적사육시설 노동자들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도 인플루엔자 대응에 있어 큰 문제다.
현재 인도에서 진행중인 돼지독감이 올해 들어 왜 갑자기 확산된 것인지 이유는 알 길 없이 사망자만 속출하고 있다. 밀집사육으로 동물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정보 공개를 꺼리는 현대의 공장식 축산이 이 사태를 보며 책임이 없다 할 수 있을까.
인수공통전염병(人數共通傳染病). 사람과 동물이 서로를 감염시키며 확산될 수 있는 병. 최근 세계 곳곳에서 발발하고 있는 조류독감과 돼지독감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변이에 의한 인수공통전염병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에서도 A형은 주로 고병원성으로 나타나는 데다 면역항체가 없는 새로운 바이러스로 변이가 자유로워 공중보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만약 병이 가축으로부터 인간에게 전염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것이 또 다른 인간을 감염시켜 바이러스가 확산된다면? 보이지 않는 변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H1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또 다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고 있다 ⓒEsparta Palma
1만 명 넘게 감염된 인도
인도 보건당국은 돼지독감(H1N1)으로 올해 들어 10주 사이에 인도에서만 7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지난 2월 20일 집계했다. 감염자 수는 1만1000명을 넘어섰다. 올해 사망자 수는 지난해 1년 동안 인도에서 H1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사망한 218명의 3배를 넘어섰다. 북서부 지역의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 주별로는 2015년 2월 18일 기준 라자스탄(Rajasthan) 주에서 3302명이 감염되고 183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가장 컸으며, 구자라트(Gujarat) 주에서도 2월 20일 기준 2371명이 감염되고 176명이 사망해 추운 북서부를 중심으로 돼지독감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이 같은 감염자 수는 H1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한 2009~2010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H1N1 돼지독감은 새롭게 등장한 ‘신종 플루’라 불리며 2009년 4월부터 2010년 8월까지 214개국 이상에서 확진되는 등 대유행하며 전 세계적으로 1만8500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인도에서도 약 2년간 2744명이 숨졌다.
이번 돼지독감의 인도 강타는 긴 겨울, 불충분한 검사시설, 타미플루와 같은 치료제의 제약 등 복합적인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검사시설이 없고 치료제가 부족했던 민간 병원의 역할 수행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타미플루(Tamiflu)는 H1N1에 듣는 유일한 약으로, 전에는 인도 시중의 일반 약국에서 구할 수 없었다. 인도 정부가 사람들의 타미플루 남용으로 현재까지 유일한 바이러스 치료제에 내성이 생기게 되는 걸 두려워했던 것이다. 지금도 인도에서 의사의 처방전 없이는 ‘오셀타미비어(Oseltamivir, 타미플루의 일반명칭)’를 구할 수 없게 되어 있으나, 한편에서는 타미플루 사재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의 지적, 밀집 사육
산업화 논리에 따라 대량생산 되고 있는 가축은 성장촉진제, 밀집된 사육 환경 등으로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 가축의 질병은 가축에게서 끝나지 않고 돼지독감처럼 변종 바이러스를 양성하거나 저장하여 사람에게 전파하는 등 공중보건상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돼지독감은 돼지와 사람뿐만 아니라 조류와도 관련된다. 돼지의 호흡기 상피세포에 돼지, 사람, 조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모두 달라붙을 수 있는 수용체가 있어 변종 바이러스가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2009년 9월 발행된 환경분야 국제 학술지인 『환경보건전망』(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 117호에서 미국 아이오와(Iowa) 대학 공중보건과 감염병 센터의 그레고리(Gregory Gray) 국장은 “밀집식 사육 공장과 같은 폐쇄된 시설에서 호흡기 바이러스는 재생산, 변이, 재결합 등의 지속적인 기회를 갖게 되며, 이런 환경으로부터 신종 바이러스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축산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고기를 소비하며 공장식 축산을 방관하는 소비자 역시 밀집 사육을 허용함으로써 넓게는 신종 바이러스의 탄생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2009년 동물의 질병 샘플 데이터가 부재한 상황에서 발병지에 대한 추측이 무성했고, 같은 해 4월 화살은 육류가공식료품회사인 스미스필드(Smithfield Foods)로 겨냥됐다. 스미스필드 계열사로 멕시코에서 돼지를 대량 밀집 사육하고 있는 회사(Grangas Carroil de Mexico)에서 바이러스가 나왔다는 것이다. 스미스필드는 4월 26일 반박 보도자료를 내어 이 같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계열사가 베라크루스(Veracruz) 주와 푸에블라(Puebla) 주 경계를 따라 16개 농장에서 95만 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었던 건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대유행의 첫 번째 사례 보고가 되었던 베라크루스 주 페로테(Perote) 마을이 이 회사의 농장에서 멀지 않았고, 따라서 사람들은 감염자 발생이 대규모 집중사육시설로 인한 오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 주장은 과학적으로 규명되지는 못했으나 이후 멕시코 정부가 마을 다른 곳에서 첫 감염 사례보다 앞서 다른 감염이 있었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위협적인 돼지독감의 위력
2009년 돼지독감이 대유행했을 때 사람들은 그 전파력에 놀랐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에게 빠른 속도로 쉽게 퍼져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H1N1 바이러스의 첫 출현은 이른바 ‘스페인 독감’이 1918년 1월부터 1920년 12월 사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가량인 5억여 명을 감염시키고 무려 5000만 명에서 1억 명 가까이를 사망시켰던 무시무시한 역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페인 독감 대유행의 후반부에 이르렀을 무렵, 농부들은 돼지 역시 병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당시 ‘돼지독감(hog flu)’이라고 불렀다. 사람들 사이에서 독감의 대유행이 끝나고 한참 후에도 돼지독감은 간헐적으로 미국 중서부에서 보고됐다.
이 동물 질병의 정체가 현재의 H1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였다는 걸 알게 된 것은 1930년이다. 처음 인간이 돼지를 감염시켰던 것인지 돼지가 인간을 감염시켰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돼지가 바이러스 저장고 역할을 해왔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H1N1이 1918년 이후 돼지 내부에서 연명해 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2008년 1월 발간된 학술지 『Canadian Journal of Veterinary Research』에서 즈보니미르(Zvonimir Poljak)와 같은 동물 역학 전문가는 “돼지독감이 현존하고 있으며 고밀도의 대형 농장에서 지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대규모 농장이 소규모 농장보다 새로운 바이러스의 진화를 촉진시키고 있다는 뜻으로, 2009년 H1N1의 대유행 이전부터 언급되고 있었다.
H1N1은 지난 1918년 처음 발생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 가량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바이러스다 ⓒEdward A. "Doc" Rogers
책임자와 대책 모두 없어
인플루엔자의 유래를 밝혀내기란 축산업의 폐쇄성 때문에 쉽지 않다. 바이러스는 숙주에서 숙주로 옮겨 다니며 빠르게 변이하는데, 동물 질병에 관한 샘플링 데이터는 대부분 비공개 되기 때문이다. 국제동물보건기구(OIE) 역시 2009년 이전에는 돼지독감이 돼지들에게 만연해 있다는 이유로 돼지독감을 꼭 보고해야 할 150가지 질병 항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한편, 돼지를 인플루엔자에 감염시킬 수 있고 돼지로부터 감염될 수도 있는 대규모 집적사육시설 노동자들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도 인플루엔자 대응에 있어 큰 문제다.
현재 인도에서 진행중인 돼지독감이 올해 들어 왜 갑자기 확산된 것인지 이유는 알 길 없이 사망자만 속출하고 있다. 밀집사육으로 동물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정보 공개를 꺼리는 현대의 공장식 축산이 이 사태를 보며 책임이 없다 할 수 있을까.
글 | 김현지 환경운동연합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