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송도에 사무국이 설치된 녹색기후기금은 현재 기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출처 기획재정부
인천 송도에 사무국을 둔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 이하 GCF)의 여덟 번째 이사회의가 지난 10월 14일 바베이도스(Barbados)의 수도 브리지타운(Bridgetown)에서 열려 18일 새벽, 공여금 수령에 관한 방침을 승인하면서 마무리됐다. 이사회는 이로써 GCF 작동을 위한 준비에 큰 진전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난항에 빠진 기후 기금
개도국의 기후변화 적응과 완화를 돕기 위해 선진국들의 공여로 조성될 GCF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논의 가운데 탄생한 국제기금으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의 재원 조성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정작 기금이 모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이와 관련 UNFCCC 크리스티나 피구에레스(Christiana Figueres) 사무총장은 “기금이 운용되려면 각국 정부가 말에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며 “올해 페루 리마에서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GCF의 초기 자본화가 꼭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데 이어 “초기 100억 달러 기금은 좋은 시작점으로 2015년 새로운 기후협약을 바라보고 있는 세계에 청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00억 달러의 GCF 기금 초기 자본화를 올해 안으로 시작해 보자는 것이다.
지난 7월 14일 독일은 10억 달러에 상당하는 7억5000만 유로를 GCF에 내놓겠다며 앞장섰다.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이 소집하여 9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기후정상회의에서는 프랑스 10억 달러, 스위스 1억 달러 등의 추가 공약이 잇따랐다. 한국도 기존 5000만 달러 공약을 1억 달러로 높였다. 그래도 초기 자본화를 위한 100억 달러에는 여전히 모자란다. 공여국들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첫 번째 GCF 공약회의에서 그들의 초기 공여 액수를 발표해야 한다.
하지만 재원조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식이다. 어떤 돈을 GCF 기금으로 보느냐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 재원의 실질적인 양과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간 시민사회는 GCF 재원이 기존의 ODA(공적개발원조)나 환경을 위할 목적으로 쓰였거나 GCF 탄생 이전에 약속된 돈과는 별개로 조성되어야 한다는 점, 민간부분(private sector)의 투자가 아니라 공적 자금으로 채워져야 한다는 점 등을 주장해 왔다.
민간부분의 돈이 어떤 식으로 얼마만큼 GCF에 결합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태. 하지만 GCF 이사회는 재원 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만큼 민간부분을 주시해 왔다. GCF 이사회의의 옵저버 의석 배분 및 발언권으로 볼 때 ‘민간부분’ 대표는 다른 모든 영역을 하나로 뭉뚱그린 이른바 ‘시민사회’ 대표와 동등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GCF 이사회의가 ‘시민사회’ 하나로 뭉뚱그리고 있는 부분이 유엔 회의에서는 9개 영역으로 나뉘어 각각의 대표성을 가지는 것을 감안하면 GCF에서 민간부분의 중요도를 그만큼 크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9월 미국에서 열린 대규모 기후행진 ⓒ지구의벗 미국
녹색채권, 이름만 녹색?
지구의벗 미국은 지난 9월 23일 뉴욕에서 소집된 기후정상회의를 앞두고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민간 투자와 ‘녹색채권(green bond)’의 위험성을 알리며 GCF 기금에 녹색채권의 돈이 섞여서는 안 될 것이라는 요지의 서한을 전달했다.
녹색채권이란 채권 발행자가 돈을 빌릴 수 있는, 거래 가능한 금융수단으로 보통 이자와 함께 돈을 언제까지 갚겠다는 시한이 정해진다. 정부, 금융기구, 기업이 발행하는 여느 채권과 기능적으로 비슷하지만 환경적으로 바람직한 목적으로만 돈을 모을 수 있다는 데에 녹색채권의 차별점이 있다. 한편, ‘기후채권(climate bonds)’은 녹색채권의 한 유형으로 기후변화 대응 목적을 드러내 줘야 한다. 하지만 둘은 종종 혼용되어 왔다.
세계은행이 2008년 첫 번째 녹색채권을 발행한 이래 녹색채권은 다른 개발은행, 기업, 정부 및 지자체 등에 의해 발행돼 왔다. 오늘날 기업은 녹색채권의 가장 큰 발행자이며 이로 인한 세계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183억5000만 달러가 스스로 녹색채권이라 이름 붙인 채 발행된 상태인데, 2013년 한 해 발행 액수만 110억 달러였다. 한편 기후변화 채권 기관인 ‘기후채권 이니셔티브(Climate Bonds Initiative)’의 추산에 따르면 기후라는 이름표가 붙지 않은 것까지 포함할 경우 모두 5026억 달러가 채권 발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녹색채권의 ‘녹색’을 결정하는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공통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녹색채권은 자체적으로 녹색으로 분류되고 있다. 게다가 녹색채권은 실제로는 환경을 파괴함에도 녹색으로 이름 붙은 사업들을 펀딩할 수 있다.
2014년 ‘녹색채권 원칙(The Green Bonds Principles)’이라는 자발적 가이드라인이 생겼다. 그러나 미국 금융기업이 초안을 잡은 이 원칙은 투명성을 권고하고 있을 뿐 무엇이 녹색이며 화석연료 사업은 제외한다든지 하는 뚜렷한 기준이 없다. ‘기후채권 이니셔티브’는 에너지, 교통, 폐기물 등 여덟 가지 항목에 대한 정의를 확립하기 위해 기후채권 분류를 개발중이다.
한편 세계은행의 경우 녹색채권이 지원할 사업을 선택하는 자체적인 근거가 있긴 하나 자회사격인 국제금융공사(IFC)의 녹색채권은 화석연료나 파괴적인 댐 사업과 같은 더러운 에너지를 보조해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투자은행(EIB)의 경우 녹색채권이 핵이나 석탄 에너지를 지원할 수는 없으나 그 외 다른 화석연료와 파괴적인 댐 사업은 지원할 수 있다. 올해 초 사상 최대의 기업 녹색채권을 발행한 프랑스 에너지 생산업체 GDF Suez는 화석연료에 대한 지원은 배제하고 있지만, 대규모 댐과 핵에너지에 대한 지원은 허가하고 있다.
진짜 녹색 기금 조성해야
녹색채권은 시민사회가 민간부분의 GCF 개입을 우려하고 있는 이유의 단면을 보여준다. 녹색을 가장한 녹색채권이 부족한 재원을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GCF에 포함된다고 가정했을 경우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민간부분의 개입을 줄이려면 GCF 재원을 그만큼 공적 자금으로 조성해야 한다. 즉 각국 정부가 GCF 공여액을 높여야 한다.
미국 시민사회는 지난 9월 기후정상회의를 앞두고 GCF에 공여될 수 있는 수천억 달러의 재원을 금융거래세를 통해 투명하게 마련하자며 ‘로빈후드세 랠리(Robin Hood Tax Rally)’를 벌였다. 오는 11월 GCF 공약회의에서 각국 정부가 얼마를 공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천 송도에 사무국이 설치된 녹색기후기금은 현재 기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출처 기획재정부
인천 송도에 사무국을 둔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 이하 GCF)의 여덟 번째 이사회의가 지난 10월 14일 바베이도스(Barbados)의 수도 브리지타운(Bridgetown)에서 열려 18일 새벽, 공여금 수령에 관한 방침을 승인하면서 마무리됐다. 이사회는 이로써 GCF 작동을 위한 준비에 큰 진전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난항에 빠진 기후 기금
개도국의 기후변화 적응과 완화를 돕기 위해 선진국들의 공여로 조성될 GCF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논의 가운데 탄생한 국제기금으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의 재원 조성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정작 기금이 모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이와 관련 UNFCCC 크리스티나 피구에레스(Christiana Figueres) 사무총장은 “기금이 운용되려면 각국 정부가 말에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며 “올해 페루 리마에서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GCF의 초기 자본화가 꼭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데 이어 “초기 100억 달러 기금은 좋은 시작점으로 2015년 새로운 기후협약을 바라보고 있는 세계에 청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00억 달러의 GCF 기금 초기 자본화를 올해 안으로 시작해 보자는 것이다.
지난 7월 14일 독일은 10억 달러에 상당하는 7억5000만 유로를 GCF에 내놓겠다며 앞장섰다.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이 소집하여 9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기후정상회의에서는 프랑스 10억 달러, 스위스 1억 달러 등의 추가 공약이 잇따랐다. 한국도 기존 5000만 달러 공약을 1억 달러로 높였다. 그래도 초기 자본화를 위한 100억 달러에는 여전히 모자란다. 공여국들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첫 번째 GCF 공약회의에서 그들의 초기 공여 액수를 발표해야 한다.
하지만 재원조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식이다. 어떤 돈을 GCF 기금으로 보느냐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 재원의 실질적인 양과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간 시민사회는 GCF 재원이 기존의 ODA(공적개발원조)나 환경을 위할 목적으로 쓰였거나 GCF 탄생 이전에 약속된 돈과는 별개로 조성되어야 한다는 점, 민간부분(private sector)의 투자가 아니라 공적 자금으로 채워져야 한다는 점 등을 주장해 왔다.
민간부분의 돈이 어떤 식으로 얼마만큼 GCF에 결합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태. 하지만 GCF 이사회는 재원 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만큼 민간부분을 주시해 왔다. GCF 이사회의의 옵저버 의석 배분 및 발언권으로 볼 때 ‘민간부분’ 대표는 다른 모든 영역을 하나로 뭉뚱그린 이른바 ‘시민사회’ 대표와 동등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GCF 이사회의가 ‘시민사회’ 하나로 뭉뚱그리고 있는 부분이 유엔 회의에서는 9개 영역으로 나뉘어 각각의 대표성을 가지는 것을 감안하면 GCF에서 민간부분의 중요도를 그만큼 크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9월 미국에서 열린 대규모 기후행진 ⓒ지구의벗 미국
녹색채권, 이름만 녹색?
지구의벗 미국은 지난 9월 23일 뉴욕에서 소집된 기후정상회의를 앞두고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민간 투자와 ‘녹색채권(green bond)’의 위험성을 알리며 GCF 기금에 녹색채권의 돈이 섞여서는 안 될 것이라는 요지의 서한을 전달했다.
녹색채권이란 채권 발행자가 돈을 빌릴 수 있는, 거래 가능한 금융수단으로 보통 이자와 함께 돈을 언제까지 갚겠다는 시한이 정해진다. 정부, 금융기구, 기업이 발행하는 여느 채권과 기능적으로 비슷하지만 환경적으로 바람직한 목적으로만 돈을 모을 수 있다는 데에 녹색채권의 차별점이 있다. 한편, ‘기후채권(climate bonds)’은 녹색채권의 한 유형으로 기후변화 대응 목적을 드러내 줘야 한다. 하지만 둘은 종종 혼용되어 왔다.
세계은행이 2008년 첫 번째 녹색채권을 발행한 이래 녹색채권은 다른 개발은행, 기업, 정부 및 지자체 등에 의해 발행돼 왔다. 오늘날 기업은 녹색채권의 가장 큰 발행자이며 이로 인한 세계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183억5000만 달러가 스스로 녹색채권이라 이름 붙인 채 발행된 상태인데, 2013년 한 해 발행 액수만 110억 달러였다. 한편 기후변화 채권 기관인 ‘기후채권 이니셔티브(Climate Bonds Initiative)’의 추산에 따르면 기후라는 이름표가 붙지 않은 것까지 포함할 경우 모두 5026억 달러가 채권 발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녹색채권의 ‘녹색’을 결정하는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공통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녹색채권은 자체적으로 녹색으로 분류되고 있다. 게다가 녹색채권은 실제로는 환경을 파괴함에도 녹색으로 이름 붙은 사업들을 펀딩할 수 있다.
2014년 ‘녹색채권 원칙(The Green Bonds Principles)’이라는 자발적 가이드라인이 생겼다. 그러나 미국 금융기업이 초안을 잡은 이 원칙은 투명성을 권고하고 있을 뿐 무엇이 녹색이며 화석연료 사업은 제외한다든지 하는 뚜렷한 기준이 없다. ‘기후채권 이니셔티브’는 에너지, 교통, 폐기물 등 여덟 가지 항목에 대한 정의를 확립하기 위해 기후채권 분류를 개발중이다.
한편 세계은행의 경우 녹색채권이 지원할 사업을 선택하는 자체적인 근거가 있긴 하나 자회사격인 국제금융공사(IFC)의 녹색채권은 화석연료나 파괴적인 댐 사업과 같은 더러운 에너지를 보조해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투자은행(EIB)의 경우 녹색채권이 핵이나 석탄 에너지를 지원할 수는 없으나 그 외 다른 화석연료와 파괴적인 댐 사업은 지원할 수 있다. 올해 초 사상 최대의 기업 녹색채권을 발행한 프랑스 에너지 생산업체 GDF Suez는 화석연료에 대한 지원은 배제하고 있지만, 대규모 댐과 핵에너지에 대한 지원은 허가하고 있다.
진짜 녹색 기금 조성해야
녹색채권은 시민사회가 민간부분의 GCF 개입을 우려하고 있는 이유의 단면을 보여준다. 녹색을 가장한 녹색채권이 부족한 재원을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GCF에 포함된다고 가정했을 경우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민간부분의 개입을 줄이려면 GCF 재원을 그만큼 공적 자금으로 조성해야 한다. 즉 각국 정부가 GCF 공여액을 높여야 한다.
미국 시민사회는 지난 9월 기후정상회의를 앞두고 GCF에 공여될 수 있는 수천억 달러의 재원을 금융거래세를 통해 투명하게 마련하자며 ‘로빈후드세 랠리(Robin Hood Tax Rally)’를 벌였다. 오는 11월 GCF 공약회의에서 각국 정부가 얼마를 공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김현지 환경운동연합 국제연대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