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Friends of the Earth 30] 야생 코끼리를 지켜주세요

상아를 위한 불법적인 밀렵 등으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한 아프리카코끼리


지난 5월 4일 태국 남부에 위치한 쁘라추압키리칸(Prachuap Khiri Khan) 주의 코끼리 보호시설에서 코끼리 두 마리가 도둑들에게 신체 일부를 절단당한 뒤 감염으로 사망했다. 이들이 노린 것은 65살 된 수컷 코끼리의 송곳니 2개와 24살 된 암컷 코끼리의 꼬리털이었다. 도난 된 상아의 가치는 수십만 바트(10만 바트는 한화로 약 3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존하는 육상동물 가운데 몸집이 가장 육중하다는 신비의 동물, 코끼리. 코끼리는 크게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 분포하는 아프리카코끼리와 동남아시아 등지에 퍼져 있는 아시아코끼리로 분류된다. 오늘날 코끼리는 밀렵꾼들의 표적이 되거나 서식지에서 내몰려 극심한 수난을 겪고 있다. 모두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일이다.

 

상아를 위한 코끼리 사냥 

상아의 국제거래는 1989년에 이미 금지되었음에도 밀렵은 줄어드는 기미가 없다. 지난 6월 13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단체 <아프리카 공원(African Parks group)>은 콩고의 가람바(Garamba) 국립공원에서 지난 두 달여간 코끼리 68마리가 무참히 도살됐다고 밝혔다. 일부 코끼리는 헬리콥터에서 발사된 총탄에 맞아 사망했고 죽은 코끼리의 상아가 뇌, 생식기와 함께 톱에 잘려나갔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밀렵된 상아는 높은 가격에 거래되어 중국과 태국 등지로 밀수되고 있다. 상아는 장신구, 약재 등에 쓰이며 1킬로그램당 200달러 정도에 불법 거래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상아 밀거래 시장 규모는 연간 70억〜10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 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르면, 지난해 밀렵으로 희생된 아프리카코끼리의 숫자는 2만 마리를 웃돈다. 밀렵된 코끼리의 수는 지난 2011년 2만5000마리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12년 2만2000마리로 다소 감소했으나 2013년에도 2만 마리를 넘는 등 여전히 높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케냐에서 활동하는 코끼리 보호단체 <Save the Elephant>에 따르면, 2013년 40톤이 넘는 대규모 상아 몰수가 18건이 보고되었는데 이는 지난 25년간 압수된 상아의 양 중에서 제일 많은 것이라고 한다. 

 

멸종위기 야생 코끼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지난해 12월 향후 10년 안에 아프리카코끼리의 20퍼센트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프리카코끼리는 멸종위기종을 명시하고 있는 IUCN 적색 목록상 ‘멸종위기종(endangered)’ 바로 전 단계인 ‘취약종(vulnerable)’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2013년 기준 약 50만 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IUCN 적색 목록은 멸종위기 등급을 절멸종(extinct)부터 평가불가종(not evaluated)까지 총 9단계로 나누고 있다. 절멸종(extinct)은 개체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을 때, 자생지 절멸종(extinct in the wild)은 보호시설에서만 생존하고 있거나 원래의 서식 지역이 아닌 곳에서만 인위적으로 유입되어 생존하고 있을 때, 심각한 위기종(critically endangered)은 야생에서 멸종할 가능성이 아주 높을 때, 멸종위기종(endangered)은 야생에서 멸종할 가능성이 높을 때, 취약종(vulnerable)은 야생에서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을 때, 위기 근접종(near threatened)은 머지않은 미래에 야생에서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을 때, 관심 필요종(least concern)은 위험이 낮고 위험 범주에 도달하지 않았을 때, 자료부족종(data deficient)은 멸종위험에 관한 평가 자료가 부족할 때, 평가불가종(not evaluated)은 아직 평가 작업을 거치지 않았을 때를 의미한다. 

한편 아시아 코끼리는 IUCN 적색목록상 이미 ‘멸종위기종(endangered)’으로 분류되어 있다. 야생에서 멸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상아가 절단된 코끼리 유골상아가 절단된 코끼리 유골

 

돈 앞에 내몰리는 생명 

스리랑카 사람들에게 코끼리는 본디 행운과 복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스리랑카에서도 코끼리 밀렵이 횡행하는가 하면 고무 플랜테이션, 골프장 등을 위한 인간의 야욕으로 코끼리들이 서식지에서 내몰리고 있다. 전기 펜스에 의해 한쪽으로 밀려난 사람들과 한편에서 살아야 하는 코끼리들은 인간들과 원치 않는 갈등을 빚게 될지 모른다. 

스리랑카 남부 할두물라(Haldummulla) 지역의 위-엘리야(We-Eliya) 숲은 사바나 숲으로 코끼리들에게 이상적인 거주지였다. 그러나 이 땅이 몇몇 기업에 팔리면서 1000헥타르가 넘던 숲이 2주도 안 되어 원래 자연의 모습을 잃고 헐벗게 되었다. 원래 1헥타르 이상의 숲이 제거되어 이용 목적이 변경될 시에는 환경영향평가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위-엘리야 숲에서는 어떤 환경영향평가도 수행되지 않았으며 중앙 환경 당국은 침묵했다. 대신 이곳에선 소수의 배를 불리기 위한 고무 플랜테이션이 이뤄지고 있다. 

위-엘리야 숲은 웰리 오야(Weli Oya) 강의 저수지이며, 웰리 오야 강은 하류 쪽 7000가구에 관개용수를 공급해 왔다. 그런데 고무 경작에 의해 산등성이에서 침식된 흙이 웰리 오야 강을 따라 흘러와 저수지를 채워버리면 사람들은 물을 공급 받을 수 없게 된다. 한편 골프장과 호텔 사업을 위해 알파 앤 오메가(Alpha and Omega)라는 회사에 판 소라군(Soragune) 숲은 콘크리트 기둥으로 사업장 경계를 표시하고 있는데 위-엘리야에 인접하여 남아있는 숲도 얼마간 포함한다. 

위-엘리야 숲 바로 옆에 위치한 보하가파티야(Bohagapatiya)에서 경작을 하며 살고 있는 락스만(Laksman) 씨는 “예전엔 건기에만 코끼리들이 마을까지 왔는데 요새는 매일 오후 5시경 찾아온다.”라고 증언했다. 은신처를 찾지 못한 코끼리들이 마을에 더 자주 나타나게 되었다는 뜻이다. 한편 지붕 위 오두막에서 마을 보초를 서고 있는 주민은 “소라군 숲에 사는 40여 마리의 코끼리들이 매일 우리 곁을 지나다닌다. 만약 소라군 숲이 파괴된다면 코끼리들은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직접 가게 될 것이다.”라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5월 28일 국제 청원 사이트인 아바즈에 야생 코끼리 밀렵을 금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보호를 제공해 달라고 스리랑카 대통령에게 호소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탐욕에 눈 먼 인간들로부터 코끼리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까? 생명 대우는커녕 지하시장의 고가 상품으로 전락하여 멸종위기종, 취약종이 되어버린 코끼리의 사연이 안타깝다.

 

글 | 김현지 환경운동연합 국제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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