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무치한 금융권 신 관치 논란
금융권 인사에 당국이 개입하는 관치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만 이번 정권에선 당국에 사조직까지 개입한 ‘신(新) 관치 시대’가 열렸습니다. 정식 인선 과정을 거치기도 전에 당국 내정설이 파다하게 떠돌고 대통령이 졸업한 학교 출신 인사들의 사조직이 인사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이야기가 나돕니다.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 전근대적 관행이 우리나라 금융의 경쟁력을 크게 갉아먹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는 지난달 2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회의를 열어 이광구 부행장과 이동건 수석부행장, 정화영 중국법인장 등 3명을 차기 우리은행장 선정을 위한 면접 대상자로 선정했습니다. 당초 연임이 유력했던 이순우 행장은 전날 돌연 연임을 포기했습니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의 부실자산을 대거 정리하고 수익성을 크게 높였습니다. 은행권에 대규모 손실을 초래한 모뉴엘 수출사기 사태 관련 부실 대출이 우리은행에는 1원도 없을 정도로 이 행장의 꼼꼼함은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금융권은 이 행장의 느닷없는 사퇴를 두고 ‘이광구 내정설’에서 원인을 찾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가 이 부행장을 차기 행장에 내정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우증권 사장으로 내정된 홍성국 대우증권 부사장도 서금회 멤버입니다. 서금회가 금융권 인사를 좌우하고 있다는 분석이 금융권에 팽배합니다. 서금회는 정권 초기 잠시 자중하는 듯했지만 정권 중반기에 접어들며 본격적으로 세 불리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서금회는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박지우 국민은행 부행장, 김윤태 전 산업은행 부행장, 이경로 한화생명 부사장 등 화려한 멤버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결국 이광구 부행장은 ‘설’대로 차기 행장에 낙점됐습니다.
정상적인 인선 시스템을 무시하는 모습은 지난 11월 28일 마무리된 차기 은행연합회장의 인선 과정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이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측됐지만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 내정설’이 불거지며 판세가 출렁였습니다. 결국 이사회에서 하 전 행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됨으로써 내정설은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KB금융지주 회장으로 하영구 전 행장을 낙점했다가 이사회에서 통과되지 못하자 제대로 몽니를 부리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금융당국은 KB금융지주의 LIG손보 인수를 승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있지만 속내는 KB금융지주 사외이사진의 전원퇴진을 요구한 것입니다. 결국 KB지주와 KB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은 모두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만 경영에 참여한 뒤 물러나기로 결의했습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금융사들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산하기관 정도로 여기는 것이 신(新)관치 시대의 본질”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고꾸라진 국제유가 국내 경제엔 어떤 영향?
지난달엔 국제유가가 빠르게 하락했습니다. 러시아 푸틴 정권 축출을 노린 미국 오바마 정부의 계책이라는 분석에서부터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 사이의 헤게모니 싸움 또는 좌파 성향의 남미 산유국을 고사시키기 위한 전술이라는 분석까지 배경에 대한 분석이 분분합니다. 일각에선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셰일오일(원유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점토층에 물을 고압으로 주입해 석유를 추출하는 채굴 방법)의 생산 단가가 낮아지면서 기존 석유 채굴 방식을 밀어내는 ‘공급의 변화’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동해 해저에서 천연가스를 캐내고 있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이라는 표현은 잘 어울리지 않지만 어찌됐건 석유 수요량의 거의 전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국제 유가가 떨어진다는 것은 분명히 싫은 일은 아닐 겁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국제 유가가 10퍼센트 떨어질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0.27퍼센트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소비(0.68퍼센트), 기업 투자(0.02퍼센트), 수출(1.19퍼센트)이 동시에 늘면서 경제 사정이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골드만삭스도 유가 하락이 당분간 지속돼 20퍼센트까지 인하될 경우 한국과 같은 신흥국들의 GDP가 1퍼센트 오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습니다.
다만 1퍼센트대 저물가가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하락이 저물가 우려를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현대경제연구원 정민 선임연구원은 “유가하락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를 기업의 연구개발(R&D)이나 인적자원개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국내 산업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정유 업계는 몸살을 앓습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의 지난 3분기 총영업이익은 340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전체 매출 38조7262억 원의 0.1퍼센트에도 못 미치는 실적입니다. 정유사들이 도입한 원유 가격은 비쌌는데 유가가 내려가면서 재고 가치가 그만큼 하락해 손실이 발생한 겁니다.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산업에도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석유 가격이 비싸야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온실가스 감축 이슈 등으로 각 정부가 대체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있어 아직까지 피해가 본격화되지는 않았습니다. 자동차 업계는 통상 기름값이 싸질 경우 차 수요가 늘면서 이익을 얻지만 최근 경기 위축으로 인해 유가하락이 차 구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항공·해운업계는 유가하락이 반갑다고 합니다. 운영 원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유류비를 아끼면 수익성이 개선되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10달러 떨어질 때마다 연간 3254억 원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오너 3세가 ‘땅콩 회항’ 사건을 저지르지만 않았다면 콧노래를 부르고도 남을 상황입니다.
후안무치한 금융권 신 관치 논란
금융권 인사에 당국이 개입하는 관치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만 이번 정권에선 당국에 사조직까지 개입한 ‘신(新) 관치 시대’가 열렸습니다. 정식 인선 과정을 거치기도 전에 당국 내정설이 파다하게 떠돌고 대통령이 졸업한 학교 출신 인사들의 사조직이 인사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이야기가 나돕니다.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 전근대적 관행이 우리나라 금융의 경쟁력을 크게 갉아먹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는 지난달 2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회의를 열어 이광구 부행장과 이동건 수석부행장, 정화영 중국법인장 등 3명을 차기 우리은행장 선정을 위한 면접 대상자로 선정했습니다. 당초 연임이 유력했던 이순우 행장은 전날 돌연 연임을 포기했습니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의 부실자산을 대거 정리하고 수익성을 크게 높였습니다. 은행권에 대규모 손실을 초래한 모뉴엘 수출사기 사태 관련 부실 대출이 우리은행에는 1원도 없을 정도로 이 행장의 꼼꼼함은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금융권은 이 행장의 느닷없는 사퇴를 두고 ‘이광구 내정설’에서 원인을 찾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가 이 부행장을 차기 행장에 내정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우증권 사장으로 내정된 홍성국 대우증권 부사장도 서금회 멤버입니다. 서금회가 금융권 인사를 좌우하고 있다는 분석이 금융권에 팽배합니다. 서금회는 정권 초기 잠시 자중하는 듯했지만 정권 중반기에 접어들며 본격적으로 세 불리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서금회는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박지우 국민은행 부행장, 김윤태 전 산업은행 부행장, 이경로 한화생명 부사장 등 화려한 멤버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결국 이광구 부행장은 ‘설’대로 차기 행장에 낙점됐습니다.
정상적인 인선 시스템을 무시하는 모습은 지난 11월 28일 마무리된 차기 은행연합회장의 인선 과정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이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측됐지만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 내정설’이 불거지며 판세가 출렁였습니다. 결국 이사회에서 하 전 행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됨으로써 내정설은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KB금융지주 회장으로 하영구 전 행장을 낙점했다가 이사회에서 통과되지 못하자 제대로 몽니를 부리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금융당국은 KB금융지주의 LIG손보 인수를 승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있지만 속내는 KB금융지주 사외이사진의 전원퇴진을 요구한 것입니다. 결국 KB지주와 KB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은 모두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만 경영에 참여한 뒤 물러나기로 결의했습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금융사들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산하기관 정도로 여기는 것이 신(新)관치 시대의 본질”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고꾸라진 국제유가 국내 경제엔 어떤 영향?
지난달엔 국제유가가 빠르게 하락했습니다. 러시아 푸틴 정권 축출을 노린 미국 오바마 정부의 계책이라는 분석에서부터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 사이의 헤게모니 싸움 또는 좌파 성향의 남미 산유국을 고사시키기 위한 전술이라는 분석까지 배경에 대한 분석이 분분합니다. 일각에선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셰일오일(원유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점토층에 물을 고압으로 주입해 석유를 추출하는 채굴 방법)의 생산 단가가 낮아지면서 기존 석유 채굴 방식을 밀어내는 ‘공급의 변화’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동해 해저에서 천연가스를 캐내고 있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이라는 표현은 잘 어울리지 않지만 어찌됐건 석유 수요량의 거의 전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국제 유가가 떨어진다는 것은 분명히 싫은 일은 아닐 겁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국제 유가가 10퍼센트 떨어질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0.27퍼센트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소비(0.68퍼센트), 기업 투자(0.02퍼센트), 수출(1.19퍼센트)이 동시에 늘면서 경제 사정이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골드만삭스도 유가 하락이 당분간 지속돼 20퍼센트까지 인하될 경우 한국과 같은 신흥국들의 GDP가 1퍼센트 오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습니다.
다만 1퍼센트대 저물가가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하락이 저물가 우려를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현대경제연구원 정민 선임연구원은 “유가하락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를 기업의 연구개발(R&D)이나 인적자원개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국내 산업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정유 업계는 몸살을 앓습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의 지난 3분기 총영업이익은 340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전체 매출 38조7262억 원의 0.1퍼센트에도 못 미치는 실적입니다. 정유사들이 도입한 원유 가격은 비쌌는데 유가가 내려가면서 재고 가치가 그만큼 하락해 손실이 발생한 겁니다.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산업에도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석유 가격이 비싸야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온실가스 감축 이슈 등으로 각 정부가 대체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있어 아직까지 피해가 본격화되지는 않았습니다. 자동차 업계는 통상 기름값이 싸질 경우 차 수요가 늘면서 이익을 얻지만 최근 경기 위축으로 인해 유가하락이 차 구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항공·해운업계는 유가하락이 반갑다고 합니다. 운영 원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유류비를 아끼면 수익성이 개선되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10달러 떨어질 때마다 연간 3254억 원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오너 3세가 ‘땅콩 회항’ 사건을 저지르지만 않았다면 콧노래를 부르고도 남을 상황입니다.
글 | 선정수 국민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