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서울을 강남과 강북으로 나뉩니다. 한강이 흐르는 서울과 인근 시에 총 31개의 다리가 강의 남북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그 중 1976년 준공된 한강 잠수교는 국내 최초의 2층 교량인 반포대교 아래층에 있는 교량입니다. 많은 사람이 찾는 반포한강공원과도 연결되고, 서울시 구간 22개 한강다리 중 765m로 길이로 가장 짧아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들이 많이 찾는 다리입니다. 잠수교는 홍수 때에는 수면 아래에 잠기도록 낮게 설계하여 한강 수위를 파악하는 지표로도 사용됩니다.
서울시가 2022년 8~10월 매주 일요일 12~ 21시 동안 ‘2022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를 개최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뚜벅뚜벅 축제에는 97만 명의 시민이 다녀가는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서울시는 80% 시민들이 잠수교 보행교 전환에 찬성했다는 ‘시민 의견 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2026년부터 잠수교를 한강 최초의 보행전용 교량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잠수교에서 열린 ‘지구를 구하장(場)’
지난 9월 17일 잠수교에서 열린 ‘2023 지구를 구하장(場)’ ⓒ함께사는길 이성수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9월 17일 일요일, 잠수교에서 ‘2023 지구를 구하장(場)’을 개최했습니다. 차가 다니던 도로는 보행로로 바뀌었고,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에 교통, 환경을 주제로 한 다양한 부스 및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크게 ‘새롭게 살장’, ‘다채롭게 살장’, ‘전시’까지 세 가지 테마로 운영되었습니다. 특별히, ‘다채롭게 살장’은 올해 3월부터 서울 안에서 차 없는 거리를 직접 도입하는 활동을 진행해 왔던 ‘우리동네 차 없는 거리 만들자!’ 팀으로 꾸려졌습니다. 공공공간 그리기를 통해 아스팔트를 알록달록 그림으로 꾸며보는 공심이, 훌라 공연과 원데이 클래스를 여는 모두의 훌라, 도봉구에 위치한 방학천의 공방들이 모인 방학천문화예술거리, 자전거 타기 편한 서울을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싸이클러블코리아, 고장난 물건을 직접 고쳐보는 워크숍을 진행했던 수리수리다수리까지 다섯 팀이 차 없는 거리에서 진행했던 활동을 재연했습니다.
지난 9월 17일 잠수교에서 열린 ‘2023 지구를 구하장(場)’ ⓒ함께사는길 이성수
지난 9월 17일 잠수교에서 열린 ‘2023 지구를 구하장(場)’ ⓒ함께사는길 이성수
자원순환과 제로웨이스트를 주제로도 많은 팀이 참여했습니다. 비닐 업사이클을 하는 비닐비백, 환경책을 읽어보는 환경정의와 비건책방, 쓰레기를 생활용품과 예술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이티씨블랭크, 안 입는 옷을 교환하는 다시입다연구소, 수상한 비누가게를 여는 모레상점, 고장난 가전제품을 수리할 수 있는 뭐든지 수리소, 명상을 통해 자연과 연결되는 시간을 가져보는 백투더네이처까지! 물건을 오래 쓰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며, 쓰레기는 업사이클을 통해 다시 재탄생 시키는 방법을 알아보았습니다.
찾아가는 ‘플라스틱 방앗간’이 잠수교를 찾아왔습니다. 다양한 업사이클 제품 전시와 병뚜껑 수거를 진행했습니다. ‘무엇이든 쓰레기어택’에서는 만들어서 전하는 전시, 작전장을 통해 쓰레기로 만든 것을 보며 소비를 생각해보는 전시장터를 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시의 [주차장]’이라는 주제로 전시도 열렸습니다. 주차장 공간의 크기를 인식하고, 자동차가 아닌 사람을 위한 공간이 늘어나야 한다는 취지의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잠수교와 연세로 엇갈리는 운명?
서울시는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해제하기 위한 정책 모니터링을 2023.10.~2024.3. 사이 진행할 계획이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잠수교에서 차 없는 거리 행사를 한창 진행하는 가운데 그만, 연세로 생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연세로는 연세대학교에서 신촌로터리 쪽으로 난 길로 2014년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되어 버스 같은 대중교통의 진입만 허용되고, 일반 차량의 통행은 제한된 곳이었습니다. 대중교통전용지구가 되면서 연세로에는 보행로가 확대됐고, 주말에는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어 물총축제, 맥주축제 등 많은 축제가 열리며 문화의 장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10년 동안 잘 운영되어왔던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올해 1월부터 ‘임시 운영중단’이 되고 말았습니다. 차량이 다니지 못해 ‘상권이 침체’된다는 의견을 바뀐 구청장이 수용해 주도적으로 정책 변경을 진행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서울시는 6개월간의 모니터링을 통해 10월 중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짧은 기간 동안 얻은 데이터로는 분석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 서자, 올해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다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운영해본 후 데이터를 비교해 운영방침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안타까운 결정입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와 보행정책을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서울시의 교통정책은 자동차 중심입니다.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자동차 유류세 감면, 전기차 보조금 등 넘쳐나는 자동차 지원 정책 사이, 몇 안 되는 대중교통 이용자를 위한 곳이기도 합니다. 대중교통전용지구가 도입된 지 10년째지만, 아직까지 추가 지정 논의도 없습니다. 차가 다니는 잠수교는 보행로로 전환하겠다면서, 이미 차가 다니지 않는 대중교통전용지구는 해제하려는 논의를 하는 서울시 교통정책의 아이러니를 생각하니 쓴웃음이 납니다.
기후위기 시대 교통정책의 방향은 어떠해야 할까요? 자동차 이용은 불편하게 보행이 편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자가용보다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시키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잠수교와 연세로의 엇갈린 운명에 대해 ‘지구를 구하는 장터’에서 생각합니다. 잠수교를 온전히 보행자들에게 돌려주듯 연세로를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글 | 최화영 서울환경연합 활동가
한강은 서울을 강남과 강북으로 나뉩니다. 한강이 흐르는 서울과 인근 시에 총 31개의 다리가 강의 남북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그 중 1976년 준공된 한강 잠수교는 국내 최초의 2층 교량인 반포대교 아래층에 있는 교량입니다. 많은 사람이 찾는 반포한강공원과도 연결되고, 서울시 구간 22개 한강다리 중 765m로 길이로 가장 짧아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들이 많이 찾는 다리입니다. 잠수교는 홍수 때에는 수면 아래에 잠기도록 낮게 설계하여 한강 수위를 파악하는 지표로도 사용됩니다.
서울시가 2022년 8~10월 매주 일요일 12~ 21시 동안 ‘2022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를 개최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뚜벅뚜벅 축제에는 97만 명의 시민이 다녀가는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서울시는 80% 시민들이 잠수교 보행교 전환에 찬성했다는 ‘시민 의견 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2026년부터 잠수교를 한강 최초의 보행전용 교량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잠수교에서 열린 ‘지구를 구하장(場)’
지난 9월 17일 잠수교에서 열린 ‘2023 지구를 구하장(場)’ ⓒ함께사는길 이성수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9월 17일 일요일, 잠수교에서 ‘2023 지구를 구하장(場)’을 개최했습니다. 차가 다니던 도로는 보행로로 바뀌었고,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에 교통, 환경을 주제로 한 다양한 부스 및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크게 ‘새롭게 살장’, ‘다채롭게 살장’, ‘전시’까지 세 가지 테마로 운영되었습니다. 특별히, ‘다채롭게 살장’은 올해 3월부터 서울 안에서 차 없는 거리를 직접 도입하는 활동을 진행해 왔던 ‘우리동네 차 없는 거리 만들자!’ 팀으로 꾸려졌습니다. 공공공간 그리기를 통해 아스팔트를 알록달록 그림으로 꾸며보는 공심이, 훌라 공연과 원데이 클래스를 여는 모두의 훌라, 도봉구에 위치한 방학천의 공방들이 모인 방학천문화예술거리, 자전거 타기 편한 서울을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싸이클러블코리아, 고장난 물건을 직접 고쳐보는 워크숍을 진행했던 수리수리다수리까지 다섯 팀이 차 없는 거리에서 진행했던 활동을 재연했습니다.
지난 9월 17일 잠수교에서 열린 ‘2023 지구를 구하장(場)’ ⓒ함께사는길 이성수
지난 9월 17일 잠수교에서 열린 ‘2023 지구를 구하장(場)’ ⓒ함께사는길 이성수
자원순환과 제로웨이스트를 주제로도 많은 팀이 참여했습니다. 비닐 업사이클을 하는 비닐비백, 환경책을 읽어보는 환경정의와 비건책방, 쓰레기를 생활용품과 예술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이티씨블랭크, 안 입는 옷을 교환하는 다시입다연구소, 수상한 비누가게를 여는 모레상점, 고장난 가전제품을 수리할 수 있는 뭐든지 수리소, 명상을 통해 자연과 연결되는 시간을 가져보는 백투더네이처까지! 물건을 오래 쓰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며, 쓰레기는 업사이클을 통해 다시 재탄생 시키는 방법을 알아보았습니다.
찾아가는 ‘플라스틱 방앗간’이 잠수교를 찾아왔습니다. 다양한 업사이클 제품 전시와 병뚜껑 수거를 진행했습니다. ‘무엇이든 쓰레기어택’에서는 만들어서 전하는 전시, 작전장을 통해 쓰레기로 만든 것을 보며 소비를 생각해보는 전시장터를 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시의 [주차장]’이라는 주제로 전시도 열렸습니다. 주차장 공간의 크기를 인식하고, 자동차가 아닌 사람을 위한 공간이 늘어나야 한다는 취지의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잠수교와 연세로 엇갈리는 운명?
서울시는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해제하기 위한 정책 모니터링을 2023.10.~2024.3. 사이 진행할 계획이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잠수교에서 차 없는 거리 행사를 한창 진행하는 가운데 그만, 연세로 생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연세로는 연세대학교에서 신촌로터리 쪽으로 난 길로 2014년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되어 버스 같은 대중교통의 진입만 허용되고, 일반 차량의 통행은 제한된 곳이었습니다. 대중교통전용지구가 되면서 연세로에는 보행로가 확대됐고, 주말에는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어 물총축제, 맥주축제 등 많은 축제가 열리며 문화의 장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10년 동안 잘 운영되어왔던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올해 1월부터 ‘임시 운영중단’이 되고 말았습니다. 차량이 다니지 못해 ‘상권이 침체’된다는 의견을 바뀐 구청장이 수용해 주도적으로 정책 변경을 진행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서울시는 6개월간의 모니터링을 통해 10월 중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짧은 기간 동안 얻은 데이터로는 분석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 서자, 올해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다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운영해본 후 데이터를 비교해 운영방침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안타까운 결정입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와 보행정책을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서울시의 교통정책은 자동차 중심입니다.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자동차 유류세 감면, 전기차 보조금 등 넘쳐나는 자동차 지원 정책 사이, 몇 안 되는 대중교통 이용자를 위한 곳이기도 합니다. 대중교통전용지구가 도입된 지 10년째지만, 아직까지 추가 지정 논의도 없습니다. 차가 다니는 잠수교는 보행로로 전환하겠다면서, 이미 차가 다니지 않는 대중교통전용지구는 해제하려는 논의를 하는 서울시 교통정책의 아이러니를 생각하니 쓴웃음이 납니다.
기후위기 시대 교통정책의 방향은 어떠해야 할까요? 자동차 이용은 불편하게 보행이 편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자가용보다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시키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잠수교와 연세로의 엇갈린 운명에 대해 ‘지구를 구하는 장터’에서 생각합니다. 잠수교를 온전히 보행자들에게 돌려주듯 연세로를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글 | 최화영 서울환경연합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