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눈을 달리해 보면 국민 혈세로 국가가 하는 일 가운데 도무지 이해 못할 사업들이 많다. 멀쩡한 4대강을 ‘살리겠다!’며 강을 호수로 만들어 녹조라떼가 걸쭉하게 피도록 만들거나 하루 종일 차량 몇 대 지나지 않는 고속도로를 매년 늘리고도 모자라 손해 보는 공사업체에 운영 손실보상금을 내주는 일이 그러하다. 같은 주제 이름만 다른 사업을 몇 개씩 진행하는 것도 그렇고 작게는 연말이면 흔한 동네 풍경의 하나인 멀쩡한 보도블럭을 파내고 새로 까는 일까지 그런 것들이다. 환경과 관련된 예산낭비성 국가사업들은 사업 그 자체로 혈세 낭비지만, 그전에 환경성이 없거나 환경파괴사업들이라 더욱 문제다.
이제까지의 환경운동은 환경성 없는 환경파괴사업이 예산을 배정 받고 실시되는 단계에서 뒤늦게 사회의제로 부각되면 이를 급급히 막으러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순서를 바꿔보자!’ 올해 처음으로 시민환경단체들은 다른 부문의 사회단체들과 힘을 합쳐 예산 배정 단계에서부터 ‘혈세를 낭비하는 사업들을 걸러내자’는 운동을 시작했다. 2014년 정부 예산안은 예산결산위원회와 각 상임위의 예산 소위를 거쳐, 최종적으로 올 12월 다시 예산결산위원회를 통해 조정된 뒤 합의해 집행된다.
2014년 정부예산안을 심의하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심사에 반영하라고 시민사회단체들이 삭감을 요구한 사업들은 어떤 것들일까? 지난 11월 13일 예산감시운동에 참여한 단체들이 구성한 <2014년 정부예산안 만민공동회>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2014년 예산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보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논의된 삭감 예산안은 국회 각 상임위와 국회 원내대표들에게 제안됐다. 만민공동회는 삭감돼야 할 예산을 꼭 삭감시킬 수 있도록 향후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예산대응운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환경연합과 녹색연합이 분석을 맡은 환경예산, 환경 관련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에너지 예산 가운데 ‘삭감이 마땅한 사업들’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토건 예산 꼬리표 못 뗀 새 정부 첫 예산안
수입 370조 원, 지출 357조 원의 2014 예산의 큰 특징은 우선 여전히 토목건설 위주의 SOC 예산 규모가 크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과정에서 임기 내 11조 원 대의 SOC예산 감축을 호언했지만, 첫 예산에서 SOC 규모는 23조 원으로 2013년에 비해 겨우 1조 원 정도 줄었다. 게다가 직접 SOC로 제시되지 않은 다른 부문에 예산으로 책정된 공공부문 SOC 예산을 다 합치면 60조 원 대에 이르러 사실상 토건예산안이다. 특히 SOC 예산에서 교통·물류 비중은 80퍼센트에 달해 예산정책처가 이 부문에 몰린 재원을 재분배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다른 특징의 하나는 4대악 척결을 내세운 대선 공약에 따라 공공질서와 안전예산이 15조7200억 원으로 4퍼센트 이상 증액됐다는 것이다. 이 예산에는 1000억 원이 넘는 경찰인력 증원비용이 포함돼 있다.
2014 예산의 또 다른 특징은 전 정권이 벌인 4대강사업을 유지하는 비용이 크게 들어간다는 것이다. 환경부 예산에는 2014년 하수처리장 총인처리시설 확충에 소요되는 3235억 원이 포함돼 있다. 이미 4대강사업 실시기간에만 2조 원을 투입했지만, 11월에도 낙동강에서 녹조가 번성할 정도로 수질은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4대강사업을 맡아 추진하면서 8조 원의 빚을 졌고 그 이자부담은 국가가 혈세로 대주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 예산안까지 5년간의 4대강사업 부채이자 지원내역을 합치면 1조3000억 원이다. 앞으로도 매년 3000억 원이 넘는 혈세가 수자원공사의 4대강사업 부채이자로 지불될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자원공사의 도덕적 해이는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 2009년 9월 25일 국가정책조정회는 4대강사업과 관련해 수자원공사에 금융지원을 결정하면서 ‘사업 종료시점까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수자원공사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기는커녕 2009년 이후 자사 직원 676명을 증원하고 성과급을 225퍼센트나 확대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일삼고 있다. 이는 결코 4대강사업 실패와 이로 인한 경영 실패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
수자원공사는 이번 예산안에서 ‘경인아라뱃길사업’에 대해 900억 원의 지원을 요청해 예산에 반영토록 했다. 경인아라뱃길사업은 수공이 100퍼센트 출자한 사업으로 총 2조6759억 원을 투자했으나 투자비 회수율은 2012년 9월까지 32.6퍼센트에 불과한 불량사업이다. 운영비도 못 건지는 사업에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900억 원씩 지원됐고 내년 예산에도 동일 액수 지원이 계상돼 있는 것이다. 경제성 없는 수공의 사업에 정부가 계속 혈세를 지원할 이유가 없다.
환경부의 4대강사업 뒷설거지 예산
수자원공사만 4대강사업 뒷설거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환경부 예산안을 보면 환경부 또한 전 정권 내내 국토교통부의 2중대로서 4대강사업을 도왔던 후과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백미는 하수처리장 확충사업에 배정된 3235억 원이다. 이 사업은 4대강 등 주요 하천, 상수원의 수질을 개선하고 도시하수를 처리하겠다는 것으로 이를 위해 총인처리시설을 보강하겠다는 것이다. 이 예산은 2012년에도 4385억 원이 책정된 바 있지만, 들인 돈에 비해 수질 개선 효과는 전무했다. 오히려 4대강 수질은 악화됐다.
4대강의 주요 하천과 호소, 본류에조차 녹조가 창궐해 녹조라떼를 양산했다. 흐르던 강물이 막혀 호가 되어 물결이 정체되니 당연히 수질 저하가 뒤따른다. 4대강사업 이후 4대강의 COD(화학적 산소요구량)는 더욱 악화됐다. 김경협 의원은 지난 10월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2010년부터 3년간의 4대강 보 구간의 오염농도를 지적하며 수질오염이 4대강사업 이후 오히려 높아졌다고 밝혔다. 낙동강 수계의 보들에서 클로로필-A 농도는 2010년 19.3mg/m3에서 22.4mg/m3로,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7mg/l에서 2.2mg/l로,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5.5mg/l에서 5.6mg/l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영산강 수계 역시 전 수질항목에서 수질 악화가 확인됐고 한강만 수질 수치가 미소하게 개선되거나 대부분 정체했다. 2009~2011년 사이 4대강 수질 개선에 투자된 예산만 9조3000여억 원인데 이는 2006~2008년 사이에 투자된 비용보다 2조6000여억 원이 더 투자된 것이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4대강 수질은 더 나빠졌다. 4대강사업의 영향이 아니라면 설명할 길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가 내년 예산으로 3235억 원을 들여 하수처리를 강화해 수질을 개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같은 항목의 2012년 예산 중 쓰지 않은 돈만 400여억 원이나 되고 올해 7월 말까지 통계를 보아도 이런 예산 불용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가 예산을 받아 지역에 내려보낸 하수처리장 예산으로 진행되어야 할 사업의 2013년도 실제 집행률이 0퍼센트(2013년 9월 말 기준)인 지역이 37곳이나 되기 때문이다. 하수처리장 건설보다 더 좋은 돈 한 푼 안 드는 방법이 있다. 4대강 16개 보 수문을 열어 4대강 호수를 다시 강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그보다 더 좋은 최선의 한 수도 있다. 보를 헐고 4대강을 재자연화하는 일이다. 예산을 어떻게 쓰면 환경을 파괴하고 혈세를 낭비하는가에 대한 가장 완벽한 표본을 4대강사업과 그 뒷설거지 예산들에서 보게 된다.
환경부의 또 다른 허당 예산 중 더 기막히는 것은 하수관거정비 사업비로 책정된 7040억 원이다. 환경부 예산 6조3940억 원 중 하수관거정비사업의 몫이 가장 크다. 이 사업예산은 지자체에 분배되어 하수관거사업에 쓰인다. 그러나 사업 집행이 주먹구구여서 부패와 부실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2005~2008년 거제시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정비사업을 도급받아 진행했으나 공사비를 부당 수령한 사실이 드러났고 강릉시도 2007~2010년 GS건설을 사업자로 지목해 시행한 사업에서 정화조 불법매립이 드러났다. 하수관거정비도 하수처리장의 경우처럼 예산 불용액이 크다. 집행액은 중앙부처가 지자체에 교부한 금액이고, 실제 집행액은 지자체가 실제로 집행한 금액이다. 올해 환경부가 하수관거정비로 지자체에 집행한 예산은 5692억 원인데 지자체가 실제 집행한 금액은 4423억 원(2013년 7월 말 기준)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7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요구한 것이다. 하수관거는 하수처리장과 연결되거나 샛강과 큰 강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수질 개선에 관계된 비용이다. 돈으로 4대강사업의 후폭풍인 수질 악화를 감해 보려 하나 비용 대비 효과는 작거나 없는 상황이다.
환경부의 2013년 하수관거사업에는 성격이 다른 사업 하나가 섞여 있었다. 기후변화로 강우 주기가 변하고 그 빈도와 강도가 세지면서 일반화된 도심 침수사태에 대해 토목공학적인 대책으로 나온 것이 도심 대심도 터널이다. 말 그대로 도심 지하에 거대한 규모의 수로를 만들어 한꺼번에 많은 양의 물을 도심 밖으로 빼내겠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신월 빗물저류 배수시설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있다. 2014년 환경부 예산은 이 사업의 예산을 하수관거사업에서 분리해 단독사업으로 만들고 35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터널이 설치될 곳은 서울시다. 그런데 서울시는 지난 9월에 이 사업이 아직 설계를 위한 수리모형실험 단계이며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설계 개념도 안 잡힌 사업에 미리 돈을 배정한 뜻이야 물을 것도 없다. ‘꼭 진행한다’는 정책의지의 표현이다. 문제는 대심도 터널의 유효성에 대한 논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2월 이 문제에 관한 시민공청회에서 환경연합은 대심도 터널 건설은 ‘도심 불투수층이 계속 늘어나는 서울시가 그 반작용인 도심침수에 대해 인공적인 토건 방식의 해법 도모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원인 치료 없는 말단 치료’라며 비판한 바 있다.
환경부 사업 가운데 사업효과와 현실성이 떨어져 실패한 제주도 물산업 클러스터를 대구에 세우겠다는 것이 있다. 초기 용역비용으로 2014년 예산에 오른 것이 3억 원이다. 시작은 약소하지만 초기에 이 사업을 말리지 않으면 2017년까지 3617억 원의 총사업비가 줄줄이 집행된다. 지금 말려야 할 일이다.
평화생태사업으로 둔갑한 관광개발사업, DMZ 사업예산
2014 예산에는 DMZ 관련 예산 사업이 4개나 포함돼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한반도 생태평화벨트 조성사업(올해부터 10년간 4610억 원 투자, 2014년 85억 원 배정), △통일부 소관의 DMZ세계평화공원 조성사업(총 2501억 원 투자 예정, 2014년 402억 원 배정), △안전행정부 소관의 접경평화누리길 조성사업(2011부터 10년간 접경지역 관광개발사업, 2012년 101억6000억 원, 2013년 91억4400만 원을 지자체에 교부했으나 42퍼센트, 38퍼센트의 예산만 사용됐다. 2014년에도 77억9400만 원이 배정. 대부분의 사업이 경제성 없는 케이블카, 전망대 등 기반 시설 중심으로, 특히 백암산 남북물길 조망지구의 경우 케이블카 예정지에 멸종위기종인 사향노루 서식지가 포함됨), △환경부 소관의 생물자원보전종합대책(2013년 36억5300만 원 배정, 2014년 49억9800만 원 배정. 서식처 보호가 필요한 산양 등 멸종위기종에 대해 복원사업비를 책정하는 등 앞뒤 안 맞는 사업들이 중복됨) 등 서로 겹치거나 케이블카 건설과 같은 관광지 개발사업이 평화와 생태보전의 이름으로 기획돼 있어 문제다.
부처별로 서로 겹치는 ‘걷는 길 사업’
제주 올레길의 성공 이후 각 지자체에 걷는 길 조성사업 열풍이 불었다. 정부 부처 또한 소관별로 이들을 지원해왔다. 지원의 원칙과 특성화가 절실한 데 부처별 중복에 과다 예산 책정까지 걷는 길 사업의 예산 낭비 백태가 문제다. 국토교통부는 관동팔경 녹색경관길에 48억여 원과 한도 외 예산으로 10억여 원을 책정했고 이미 조성된 해안누리길 활성화 사업에 3억 원을 책정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미 독자적으로 조성한 해파랑길 외에 동해안 문화생태탐방로를 조성하겠다며 29억3000만 원을 책정했다. 환경부는 국가생태탐방로를 2017년까지 2500킬로미터 조성하겠다며 총 1630억 원의 투자계획을 세우고 2014년 예산에 55억 원을 배정했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안전행정부의 DMZ지역 걷는 길 사업인 ‘접경권평화누리길 조성사업’도 있다. 이들 걷는 길 사업은 노선의 중복과 혼재도 문제이고, 길 조성에 과다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도 문제다. 1킬로미터의 걷는 길 조성에 안전행정부는 8200만 원, 산림청은 1400만 원, 환경부는 3000만 원, 국토교통부는 5500만 원의 예산을 소요하고 있다.
사업타당성 낮은 도로와 철도 건설사업
국토교통부가 2014 예산에 올린 첨단도로교통체계보조사업은 ITS 이른바 지능형교통체계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사업이다. 총 539억1000만 원의 사업비로 5가지 사업을 하게 된다. 이 가운데 차세대 ITS구축사업은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이 구축하고 있는 도시교통정보시스템(UTIS)사업의 성능을 개선하면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어 불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수년 동안 실시되는 여러 건의 고속도로 및 국도, 철도교통 건설사업 예산을 짜고 있다. 올해 고속도로와 관련해 책정된 예산 중 ‘함양-울산 간 고속도로 사업’은 이 구간의 24번 국도와 중복 투자돼 예산 낭비가 예상된다. 총사업비 1100억 원 가운데 올해에는 실시설계비로 1억 원이 잡혀 있다. 한편 계속사업의 하나인 포항-영덕 간 고속도로 사업은 총사업비 266여억 원에 2014년 예산이 98억 원 책정돼 있다. 이 사업은 2009년 광역발전 30대 선도 프로젝트의 하나로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됐으나 사업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다. 먼저 타당성조사를 하는 것이 맞다.
국토교통부는 2014년 7개의 신규 국도 건설에 35억 원을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이들 모두 비용편익 분석 상 1 미만의 경제성 낮은 사업들이거나 아예 비용편익분석 자체를 받지 않은 것들이다. 1 미만의 비용편익이 나온 사업은 삭제하고 타당성 조사를 받지 않은 사업들은 타당성 조사를 먼저 받는 게 맞을 것이다.
광주광역시 도시철도 1호선은 건설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 예측에 따르면 1일 이용객 수가 25만7100명이었으나 실제 건설 후 이용자 수는 그 12퍼센트인 3만573명에 불과해 매년 500억 원의 운영적자와 1800억 원의 건설부채를 남겼다. 광주광역시는 그 2호선 사업에 총 1조4394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고 그중 국고에서만 1조437억 원이 지원돼 2022년 완공할 계획인데 2014년 예산으로 52억 원이 책정됐다. 비용편익은 0.997로 1이 채 안 되고 정책분석평가(AHP) 상에서도 0.502가 나온 정도다. 이 사업의 계속 추진 여부와 추진 시기를 재판단할 필요가 있다.
춘천-속초 간 구간을 고속화철도로 잇는 사업의 총사업비는 3조6743억 원인데 2014년 예산에 사업재기획조사비 명목으로 50억 원이 편성됐다. 춘천-속초 고속철도사업은 KDI에 의해 2010년과 2012년 2차례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았는데 비용편익이 각각 0.73과 0.67으로 낮게 나왔다. 타당성이 낮아도 예산이 편성된 것은 대선 공약사업이기 때문이다. 지켜야 할 복지 공약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삭제하고 타당성이 낮은 사업은 추진하는 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삼성-동탄 간 복선전철 신설사업은 총사업비 1조6965억 원이 국고 75퍼센트, 지방비 25퍼센트 비율로 2012년까지 투자되는 사업이다. 구체적인 재원 분담은 LH공사 8800억 원, 정부 6124억 원, 경기도 1080억 원, 서울시 961억 원을 분담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LH공사가 기본계획 미수립을 이유로 사업비 지급 불가 방침을 세웠다.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인 것이다. 부채에 허덕이는 LH공사의 재정상태로 보았을 때 이 사업의 미래는 더욱 어둡다. 2014년에 배정된 120억 원의 예산은 따라서 집행을 중단하고 이 사업의 적정성을 재판단하는 것이 순서다.
원전수출 지원비, 원전홍보비? 스마트하지 않아!
한국원전을 해외수출하는 기반을 구축하겠다면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2011~2013년 사이 지출한 사업비는 119억 원이다. 사실상 원전수출 지원활동비인 이 사업비는 근거 상위사업인 원전수출사업 자체의 당위성과 사업타당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무의미한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먼저 정부는 그간 세계적으로 2030년까지 430기의 원전이 신규 건설될 예정으로 1400조 원 규모의 시장이 열린다고 주장하면서 한국형 원전 80기 수출사업에 힘을 실어왔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 「세계에너지전망 2006~2007」가 예측하는 신규 원전의 세계시장 규모는 40~50기 사이여서 그 차가 매우 크다. 원전 80기는 세계시장 규모보다 큰 목표인 셈으로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더구나 유일한 수출계약을 맺은 UAE에 수출하기로 한 원전의 참조모델인 신고리3호기는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가 들통나 결국 미국 제품을 수입해 교체하기로 하는 등 한국형 원전과 한국 정부의 원전수출사업에 대한 국제적 신뢰는 금 간 마당이다. 원전의 해외수출사업을 접고 사업비를 전액 삭감하는 것이 현명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4 예산에 전력산업홍보비로 93억여 원을 책정했다. 이 예산 중 전력시장 선진화, 전기요금,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등의 전력정책, 일상적 전기절약 실천 및 수요관리제도 참여 홍보비로 26억 원이 배정된 반면, 원자력 홍보 단일 사업에는 67억 원을 배정했다. 다른 에너지원과의 홍보지원 형평에도 맞지 않고 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은 홍보가 아닌 사회적 논의로 냉철하게 점검할 문제다. 원전 홍보비는 전액 삭감하는 것이 옳다. 또한 전력시장 홍보비로 상기 예산에서 배분된 2억7000만 원도 전력거래소가 자기 예산으로 해결할 사안이지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지원할 부분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와 관련해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지원하는 또다른 사업으로 스마트그리드 보급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총사업비 243억여원 중 정부가 172억 원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스마트계량기(AMI)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보급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단순히 스마트그리드 기기만 보급한다고 전력 피크에서 에너지 소비 분산이 이루어지고 에너지효율 최적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기기들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분산형 전원체제가 들어서야 하고 이 과정에서 전기요금가격체계 또한 현재의 단일체계가 아닌 시간대별 차등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정책적 전제들이 실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기보급만 한다면,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화 단지처럼 예산만 소모하고 실적 없이 끝날 가능성이 크다. 2014년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지역중심 에너지원 개발과 요금체계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주관하는 융자사업인 ‘에너지절약시설설치사업’의 융자조건은 최대 3년 거치 7년 분할 상환조건에, 이자율이 민간금융기관의 이자율보다 최소 2퍼센트 이상 낮은 좋은 조건이다. 2012년 지원 대상 자격 제한을 없애 대기업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가 국회의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올해는 중소기업만 융자했다. 그렇지만 법인세법으로는 여전히 에너지절약시설 투자금액의 10퍼센트는 세액을 공제해 주는 제도가 운영중이다. 이 제도는 대기업도 포함된다. 근거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로 인한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기업은 97퍼센트가 대기업이다. 또 에너지절약 전문기업육성 민간융자금 이차보전사업도 실시되고 있다. 이 사업은 기업이 에너지절약시설자금을 은행 등으로부터 융자를 받은 경우, 정책자금과 은행자금과의 이자 차이를 보전해주는 것이다. 대기업은 1.5퍼센트, 중소기업은 약 3.0퍼센트의 이자를 지원해 주고 있다. 이 사업은 원래 대기업만 지원 대상으로 하고 있었는데 올해 중소기업에도 확대했다. 그러나 이 사업 예산의 2012년과 2013년의 집행률은 매우 낮았다. 2014년 사업계획에 의하면 2013년에 융자하지도 않는 액수에 대해 2014년에 이자를 무는 것까지 포함해 예산을 책정했다. 예산액의 40퍼센트(52억 원)가 대기업에 대한 지원이다. 전반적으로 에너지관리공단의 에너지절약시설 지원 관련 두 사업은 대부분의 혜택이 대기업에 몰려 있어 문제이고 지원 또한 자금과 세제 양쪽에서 이중지원되고 있어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대기업이 1억 원의 에너지절약시설 투자를 하면 그 중 2200만 원을 정부가 다시 물어주는 셈이다. 과도하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조금만 눈을 달리해 보면 국민 혈세로 국가가 하는 일 가운데 도무지 이해 못할 사업들이 많다. 멀쩡한 4대강을 ‘살리겠다!’며 강을 호수로 만들어 녹조라떼가 걸쭉하게 피도록 만들거나 하루 종일 차량 몇 대 지나지 않는 고속도로를 매년 늘리고도 모자라 손해 보는 공사업체에 운영 손실보상금을 내주는 일이 그러하다. 같은 주제 이름만 다른 사업을 몇 개씩 진행하는 것도 그렇고 작게는 연말이면 흔한 동네 풍경의 하나인 멀쩡한 보도블럭을 파내고 새로 까는 일까지 그런 것들이다. 환경과 관련된 예산낭비성 국가사업들은 사업 그 자체로 혈세 낭비지만, 그전에 환경성이 없거나 환경파괴사업들이라 더욱 문제다.
이제까지의 환경운동은 환경성 없는 환경파괴사업이 예산을 배정 받고 실시되는 단계에서 뒤늦게 사회의제로 부각되면 이를 급급히 막으러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순서를 바꿔보자!’ 올해 처음으로 시민환경단체들은 다른 부문의 사회단체들과 힘을 합쳐 예산 배정 단계에서부터 ‘혈세를 낭비하는 사업들을 걸러내자’는 운동을 시작했다. 2014년 정부 예산안은 예산결산위원회와 각 상임위의 예산 소위를 거쳐, 최종적으로 올 12월 다시 예산결산위원회를 통해 조정된 뒤 합의해 집행된다.
2014년 정부예산안을 심의하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심사에 반영하라고 시민사회단체들이 삭감을 요구한 사업들은 어떤 것들일까? 지난 11월 13일 예산감시운동에 참여한 단체들이 구성한 <2014년 정부예산안 만민공동회>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2014년 예산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보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논의된 삭감 예산안은 국회 각 상임위와 국회 원내대표들에게 제안됐다. 만민공동회는 삭감돼야 할 예산을 꼭 삭감시킬 수 있도록 향후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예산대응운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환경연합과 녹색연합이 분석을 맡은 환경예산, 환경 관련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에너지 예산 가운데 ‘삭감이 마땅한 사업들’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토건 예산 꼬리표 못 뗀 새 정부 첫 예산안
수입 370조 원, 지출 357조 원의 2014 예산의 큰 특징은 우선 여전히 토목건설 위주의 SOC 예산 규모가 크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과정에서 임기 내 11조 원 대의 SOC예산 감축을 호언했지만, 첫 예산에서 SOC 규모는 23조 원으로 2013년에 비해 겨우 1조 원 정도 줄었다. 게다가 직접 SOC로 제시되지 않은 다른 부문에 예산으로 책정된 공공부문 SOC 예산을 다 합치면 60조 원 대에 이르러 사실상 토건예산안이다. 특히 SOC 예산에서 교통·물류 비중은 80퍼센트에 달해 예산정책처가 이 부문에 몰린 재원을 재분배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다른 특징의 하나는 4대악 척결을 내세운 대선 공약에 따라 공공질서와 안전예산이 15조7200억 원으로 4퍼센트 이상 증액됐다는 것이다. 이 예산에는 1000억 원이 넘는 경찰인력 증원비용이 포함돼 있다.
2014 예산의 또 다른 특징은 전 정권이 벌인 4대강사업을 유지하는 비용이 크게 들어간다는 것이다. 환경부 예산에는 2014년 하수처리장 총인처리시설 확충에 소요되는 3235억 원이 포함돼 있다. 이미 4대강사업 실시기간에만 2조 원을 투입했지만, 11월에도 낙동강에서 녹조가 번성할 정도로 수질은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4대강사업을 맡아 추진하면서 8조 원의 빚을 졌고 그 이자부담은 국가가 혈세로 대주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 예산안까지 5년간의 4대강사업 부채이자 지원내역을 합치면 1조3000억 원이다. 앞으로도 매년 3000억 원이 넘는 혈세가 수자원공사의 4대강사업 부채이자로 지불될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자원공사의 도덕적 해이는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 2009년 9월 25일 국가정책조정회는 4대강사업과 관련해 수자원공사에 금융지원을 결정하면서 ‘사업 종료시점까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수자원공사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기는커녕 2009년 이후 자사 직원 676명을 증원하고 성과급을 225퍼센트나 확대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일삼고 있다. 이는 결코 4대강사업 실패와 이로 인한 경영 실패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
수자원공사는 이번 예산안에서 ‘경인아라뱃길사업’에 대해 900억 원의 지원을 요청해 예산에 반영토록 했다. 경인아라뱃길사업은 수공이 100퍼센트 출자한 사업으로 총 2조6759억 원을 투자했으나 투자비 회수율은 2012년 9월까지 32.6퍼센트에 불과한 불량사업이다. 운영비도 못 건지는 사업에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900억 원씩 지원됐고 내년 예산에도 동일 액수 지원이 계상돼 있는 것이다. 경제성 없는 수공의 사업에 정부가 계속 혈세를 지원할 이유가 없다.
환경부의 4대강사업 뒷설거지 예산
수자원공사만 4대강사업 뒷설거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환경부 예산안을 보면 환경부 또한 전 정권 내내 국토교통부의 2중대로서 4대강사업을 도왔던 후과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백미는 하수처리장 확충사업에 배정된 3235억 원이다. 이 사업은 4대강 등 주요 하천, 상수원의 수질을 개선하고 도시하수를 처리하겠다는 것으로 이를 위해 총인처리시설을 보강하겠다는 것이다. 이 예산은 2012년에도 4385억 원이 책정된 바 있지만, 들인 돈에 비해 수질 개선 효과는 전무했다. 오히려 4대강 수질은 악화됐다.
4대강의 주요 하천과 호소, 본류에조차 녹조가 창궐해 녹조라떼를 양산했다. 흐르던 강물이 막혀 호가 되어 물결이 정체되니 당연히 수질 저하가 뒤따른다. 4대강사업 이후 4대강의 COD(화학적 산소요구량)는 더욱 악화됐다. 김경협 의원은 지난 10월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2010년부터 3년간의 4대강 보 구간의 오염농도를 지적하며 수질오염이 4대강사업 이후 오히려 높아졌다고 밝혔다. 낙동강 수계의 보들에서 클로로필-A 농도는 2010년 19.3mg/m3에서 22.4mg/m3로,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7mg/l에서 2.2mg/l로,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5.5mg/l에서 5.6mg/l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영산강 수계 역시 전 수질항목에서 수질 악화가 확인됐고 한강만 수질 수치가 미소하게 개선되거나 대부분 정체했다. 2009~2011년 사이 4대강 수질 개선에 투자된 예산만 9조3000여억 원인데 이는 2006~2008년 사이에 투자된 비용보다 2조6000여억 원이 더 투자된 것이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4대강 수질은 더 나빠졌다. 4대강사업의 영향이 아니라면 설명할 길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가 내년 예산으로 3235억 원을 들여 하수처리를 강화해 수질을 개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같은 항목의 2012년 예산 중 쓰지 않은 돈만 400여억 원이나 되고 올해 7월 말까지 통계를 보아도 이런 예산 불용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가 예산을 받아 지역에 내려보낸 하수처리장 예산으로 진행되어야 할 사업의 2013년도 실제 집행률이 0퍼센트(2013년 9월 말 기준)인 지역이 37곳이나 되기 때문이다. 하수처리장 건설보다 더 좋은 돈 한 푼 안 드는 방법이 있다. 4대강 16개 보 수문을 열어 4대강 호수를 다시 강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그보다 더 좋은 최선의 한 수도 있다. 보를 헐고 4대강을 재자연화하는 일이다. 예산을 어떻게 쓰면 환경을 파괴하고 혈세를 낭비하는가에 대한 가장 완벽한 표본을 4대강사업과 그 뒷설거지 예산들에서 보게 된다.
환경부의 또 다른 허당 예산 중 더 기막히는 것은 하수관거정비 사업비로 책정된 7040억 원이다. 환경부 예산 6조3940억 원 중 하수관거정비사업의 몫이 가장 크다. 이 사업예산은 지자체에 분배되어 하수관거사업에 쓰인다. 그러나 사업 집행이 주먹구구여서 부패와 부실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2005~2008년 거제시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정비사업을 도급받아 진행했으나 공사비를 부당 수령한 사실이 드러났고 강릉시도 2007~2010년 GS건설을 사업자로 지목해 시행한 사업에서 정화조 불법매립이 드러났다. 하수관거정비도 하수처리장의 경우처럼 예산 불용액이 크다. 집행액은 중앙부처가 지자체에 교부한 금액이고, 실제 집행액은 지자체가 실제로 집행한 금액이다. 올해 환경부가 하수관거정비로 지자체에 집행한 예산은 5692억 원인데 지자체가 실제 집행한 금액은 4423억 원(2013년 7월 말 기준)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7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요구한 것이다. 하수관거는 하수처리장과 연결되거나 샛강과 큰 강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수질 개선에 관계된 비용이다. 돈으로 4대강사업의 후폭풍인 수질 악화를 감해 보려 하나 비용 대비 효과는 작거나 없는 상황이다.
환경부의 2013년 하수관거사업에는 성격이 다른 사업 하나가 섞여 있었다. 기후변화로 강우 주기가 변하고 그 빈도와 강도가 세지면서 일반화된 도심 침수사태에 대해 토목공학적인 대책으로 나온 것이 도심 대심도 터널이다. 말 그대로 도심 지하에 거대한 규모의 수로를 만들어 한꺼번에 많은 양의 물을 도심 밖으로 빼내겠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신월 빗물저류 배수시설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있다. 2014년 환경부 예산은 이 사업의 예산을 하수관거사업에서 분리해 단독사업으로 만들고 35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터널이 설치될 곳은 서울시다. 그런데 서울시는 지난 9월에 이 사업이 아직 설계를 위한 수리모형실험 단계이며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설계 개념도 안 잡힌 사업에 미리 돈을 배정한 뜻이야 물을 것도 없다. ‘꼭 진행한다’는 정책의지의 표현이다. 문제는 대심도 터널의 유효성에 대한 논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2월 이 문제에 관한 시민공청회에서 환경연합은 대심도 터널 건설은 ‘도심 불투수층이 계속 늘어나는 서울시가 그 반작용인 도심침수에 대해 인공적인 토건 방식의 해법 도모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원인 치료 없는 말단 치료’라며 비판한 바 있다.
환경부 사업 가운데 사업효과와 현실성이 떨어져 실패한 제주도 물산업 클러스터를 대구에 세우겠다는 것이 있다. 초기 용역비용으로 2014년 예산에 오른 것이 3억 원이다. 시작은 약소하지만 초기에 이 사업을 말리지 않으면 2017년까지 3617억 원의 총사업비가 줄줄이 집행된다. 지금 말려야 할 일이다.
평화생태사업으로 둔갑한 관광개발사업, DMZ 사업예산
2014 예산에는 DMZ 관련 예산 사업이 4개나 포함돼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한반도 생태평화벨트 조성사업(올해부터 10년간 4610억 원 투자, 2014년 85억 원 배정), △통일부 소관의 DMZ세계평화공원 조성사업(총 2501억 원 투자 예정, 2014년 402억 원 배정), △안전행정부 소관의 접경평화누리길 조성사업(2011부터 10년간 접경지역 관광개발사업, 2012년 101억6000억 원, 2013년 91억4400만 원을 지자체에 교부했으나 42퍼센트, 38퍼센트의 예산만 사용됐다. 2014년에도 77억9400만 원이 배정. 대부분의 사업이 경제성 없는 케이블카, 전망대 등 기반 시설 중심으로, 특히 백암산 남북물길 조망지구의 경우 케이블카 예정지에 멸종위기종인 사향노루 서식지가 포함됨), △환경부 소관의 생물자원보전종합대책(2013년 36억5300만 원 배정, 2014년 49억9800만 원 배정. 서식처 보호가 필요한 산양 등 멸종위기종에 대해 복원사업비를 책정하는 등 앞뒤 안 맞는 사업들이 중복됨) 등 서로 겹치거나 케이블카 건설과 같은 관광지 개발사업이 평화와 생태보전의 이름으로 기획돼 있어 문제다.
부처별로 서로 겹치는 ‘걷는 길 사업’
제주 올레길의 성공 이후 각 지자체에 걷는 길 조성사업 열풍이 불었다. 정부 부처 또한 소관별로 이들을 지원해왔다. 지원의 원칙과 특성화가 절실한 데 부처별 중복에 과다 예산 책정까지 걷는 길 사업의 예산 낭비 백태가 문제다. 국토교통부는 관동팔경 녹색경관길에 48억여 원과 한도 외 예산으로 10억여 원을 책정했고 이미 조성된 해안누리길 활성화 사업에 3억 원을 책정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미 독자적으로 조성한 해파랑길 외에 동해안 문화생태탐방로를 조성하겠다며 29억3000만 원을 책정했다. 환경부는 국가생태탐방로를 2017년까지 2500킬로미터 조성하겠다며 총 1630억 원의 투자계획을 세우고 2014년 예산에 55억 원을 배정했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안전행정부의 DMZ지역 걷는 길 사업인 ‘접경권평화누리길 조성사업’도 있다. 이들 걷는 길 사업은 노선의 중복과 혼재도 문제이고, 길 조성에 과다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도 문제다. 1킬로미터의 걷는 길 조성에 안전행정부는 8200만 원, 산림청은 1400만 원, 환경부는 3000만 원, 국토교통부는 5500만 원의 예산을 소요하고 있다.
사업타당성 낮은 도로와 철도 건설사업
국토교통부가 2014 예산에 올린 첨단도로교통체계보조사업은 ITS 이른바 지능형교통체계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사업이다. 총 539억1000만 원의 사업비로 5가지 사업을 하게 된다. 이 가운데 차세대 ITS구축사업은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이 구축하고 있는 도시교통정보시스템(UTIS)사업의 성능을 개선하면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어 불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수년 동안 실시되는 여러 건의 고속도로 및 국도, 철도교통 건설사업 예산을 짜고 있다. 올해 고속도로와 관련해 책정된 예산 중 ‘함양-울산 간 고속도로 사업’은 이 구간의 24번 국도와 중복 투자돼 예산 낭비가 예상된다. 총사업비 1100억 원 가운데 올해에는 실시설계비로 1억 원이 잡혀 있다. 한편 계속사업의 하나인 포항-영덕 간 고속도로 사업은 총사업비 266여억 원에 2014년 예산이 98억 원 책정돼 있다. 이 사업은 2009년 광역발전 30대 선도 프로젝트의 하나로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됐으나 사업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다. 먼저 타당성조사를 하는 것이 맞다.
국토교통부는 2014년 7개의 신규 국도 건설에 35억 원을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이들 모두 비용편익 분석 상 1 미만의 경제성 낮은 사업들이거나 아예 비용편익분석 자체를 받지 않은 것들이다. 1 미만의 비용편익이 나온 사업은 삭제하고 타당성 조사를 받지 않은 사업들은 타당성 조사를 먼저 받는 게 맞을 것이다.
광주광역시 도시철도 1호선은 건설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 예측에 따르면 1일 이용객 수가 25만7100명이었으나 실제 건설 후 이용자 수는 그 12퍼센트인 3만573명에 불과해 매년 500억 원의 운영적자와 1800억 원의 건설부채를 남겼다. 광주광역시는 그 2호선 사업에 총 1조4394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고 그중 국고에서만 1조437억 원이 지원돼 2022년 완공할 계획인데 2014년 예산으로 52억 원이 책정됐다. 비용편익은 0.997로 1이 채 안 되고 정책분석평가(AHP) 상에서도 0.502가 나온 정도다. 이 사업의 계속 추진 여부와 추진 시기를 재판단할 필요가 있다.
춘천-속초 간 구간을 고속화철도로 잇는 사업의 총사업비는 3조6743억 원인데 2014년 예산에 사업재기획조사비 명목으로 50억 원이 편성됐다. 춘천-속초 고속철도사업은 KDI에 의해 2010년과 2012년 2차례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았는데 비용편익이 각각 0.73과 0.67으로 낮게 나왔다. 타당성이 낮아도 예산이 편성된 것은 대선 공약사업이기 때문이다. 지켜야 할 복지 공약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삭제하고 타당성이 낮은 사업은 추진하는 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삼성-동탄 간 복선전철 신설사업은 총사업비 1조6965억 원이 국고 75퍼센트, 지방비 25퍼센트 비율로 2012년까지 투자되는 사업이다. 구체적인 재원 분담은 LH공사 8800억 원, 정부 6124억 원, 경기도 1080억 원, 서울시 961억 원을 분담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LH공사가 기본계획 미수립을 이유로 사업비 지급 불가 방침을 세웠다.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인 것이다. 부채에 허덕이는 LH공사의 재정상태로 보았을 때 이 사업의 미래는 더욱 어둡다. 2014년에 배정된 120억 원의 예산은 따라서 집행을 중단하고 이 사업의 적정성을 재판단하는 것이 순서다.
원전수출 지원비, 원전홍보비? 스마트하지 않아!
한국원전을 해외수출하는 기반을 구축하겠다면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2011~2013년 사이 지출한 사업비는 119억 원이다. 사실상 원전수출 지원활동비인 이 사업비는 근거 상위사업인 원전수출사업 자체의 당위성과 사업타당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무의미한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먼저 정부는 그간 세계적으로 2030년까지 430기의 원전이 신규 건설될 예정으로 1400조 원 규모의 시장이 열린다고 주장하면서 한국형 원전 80기 수출사업에 힘을 실어왔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 「세계에너지전망 2006~2007」가 예측하는 신규 원전의 세계시장 규모는 40~50기 사이여서 그 차가 매우 크다. 원전 80기는 세계시장 규모보다 큰 목표인 셈으로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더구나 유일한 수출계약을 맺은 UAE에 수출하기로 한 원전의 참조모델인 신고리3호기는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가 들통나 결국 미국 제품을 수입해 교체하기로 하는 등 한국형 원전과 한국 정부의 원전수출사업에 대한 국제적 신뢰는 금 간 마당이다. 원전의 해외수출사업을 접고 사업비를 전액 삭감하는 것이 현명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4 예산에 전력산업홍보비로 93억여 원을 책정했다. 이 예산 중 전력시장 선진화, 전기요금,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등의 전력정책, 일상적 전기절약 실천 및 수요관리제도 참여 홍보비로 26억 원이 배정된 반면, 원자력 홍보 단일 사업에는 67억 원을 배정했다. 다른 에너지원과의 홍보지원 형평에도 맞지 않고 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은 홍보가 아닌 사회적 논의로 냉철하게 점검할 문제다. 원전 홍보비는 전액 삭감하는 것이 옳다. 또한 전력시장 홍보비로 상기 예산에서 배분된 2억7000만 원도 전력거래소가 자기 예산으로 해결할 사안이지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지원할 부분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와 관련해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지원하는 또다른 사업으로 스마트그리드 보급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총사업비 243억여원 중 정부가 172억 원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스마트계량기(AMI)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보급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단순히 스마트그리드 기기만 보급한다고 전력 피크에서 에너지 소비 분산이 이루어지고 에너지효율 최적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기기들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분산형 전원체제가 들어서야 하고 이 과정에서 전기요금가격체계 또한 현재의 단일체계가 아닌 시간대별 차등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정책적 전제들이 실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기보급만 한다면,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화 단지처럼 예산만 소모하고 실적 없이 끝날 가능성이 크다. 2014년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지역중심 에너지원 개발과 요금체계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주관하는 융자사업인 ‘에너지절약시설설치사업’의 융자조건은 최대 3년 거치 7년 분할 상환조건에, 이자율이 민간금융기관의 이자율보다 최소 2퍼센트 이상 낮은 좋은 조건이다. 2012년 지원 대상 자격 제한을 없애 대기업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가 국회의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올해는 중소기업만 융자했다. 그렇지만 법인세법으로는 여전히 에너지절약시설 투자금액의 10퍼센트는 세액을 공제해 주는 제도가 운영중이다. 이 제도는 대기업도 포함된다. 근거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로 인한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기업은 97퍼센트가 대기업이다. 또 에너지절약 전문기업육성 민간융자금 이차보전사업도 실시되고 있다. 이 사업은 기업이 에너지절약시설자금을 은행 등으로부터 융자를 받은 경우, 정책자금과 은행자금과의 이자 차이를 보전해주는 것이다. 대기업은 1.5퍼센트, 중소기업은 약 3.0퍼센트의 이자를 지원해 주고 있다. 이 사업은 원래 대기업만 지원 대상으로 하고 있었는데 올해 중소기업에도 확대했다. 그러나 이 사업 예산의 2012년과 2013년의 집행률은 매우 낮았다. 2014년 사업계획에 의하면 2013년에 융자하지도 않는 액수에 대해 2014년에 이자를 무는 것까지 포함해 예산을 책정했다. 예산액의 40퍼센트(52억 원)가 대기업에 대한 지원이다. 전반적으로 에너지관리공단의 에너지절약시설 지원 관련 두 사업은 대부분의 혜택이 대기업에 몰려 있어 문제이고 지원 또한 자금과 세제 양쪽에서 이중지원되고 있어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대기업이 1억 원의 에너지절약시설 투자를 하면 그 중 2200만 원을 정부가 다시 물어주는 셈이다. 과도하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