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미술 게릴라, 도시에 말을 걸다

2014-01-01

불통의 시대를 야유하는 소통의 미술언어를 조형과 회화를 넘나드는 공공미술의 형식으로 천착해온 이구영 화백(서울 민족미술인협회 회장, M조형연구소 소장)의 전시회 ‘공공미술-게릴라미술展(전)’이 지난해 11월 27일~12월 3일 서울 광화문 광화랑에서 열렸다. 그는 지난 20여 년간 끈질기게 거리를 캔버스로 삼아 공공미술의 형식과 내용을 채우고 진전시켜왔다. 이 화백이 지금껏 거리에 내건 ‘소통의 언어畵(화)’는 모두 200여 점에 달한다.    

“본래 미술은 사람들이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생겨난 시각언어다. 자본과 권력이 미술을 소유의 수단이나 이데올로기 표현의 도구로 삼으면서 미술과 사회구성원 간의 괴리가 넓어졌다. 개발이익에 사로잡혀 불통의 언어만이 득세하는 이 시대에 미술은  우리가 잃어버린 소통의 기억을 일깨우는 통로로 다시 복권되어야 한다.” 이구영 화백이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모든 궁리가 이 말 속에 담겨있다.  

공공미술-게릴라미술展에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우리 사회의 구체적 삶의 자리에 놓인 현장성을 가진다. 아파트 입구, 고가도로의 교각, 고지대의 옹벽, 도심의 벽과 도로 등 시민들의 눈길이 머무는 곳에 그려지고 지어지고 조각되었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사이즈의 작품들이 많기도 하고 집단참여창작의 특성을 가진 작품들도 많아 전시회장의 좁은 시공간에 가둘 수가 없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모두 작품사진에 담겨 전시됐다. 스케일이 큰 작품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전시회에 또 하나의 주조음으로 선택된 것은 그가 ‘도시에 농담 걸기’라고 명명한 유쾌하고 미니멀한 상상력의 소품들, 그러니까 게릴라 미술작품들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도시의 검댕이 덕지덕지 묻은 담벽에 매달린 빗물홈통이 있다면 이 화백은 그 홈통 끝이 이어지는 벽면 검댕을 벗겨 물길을 그리고, 홈통 끝에 붉은 물감을 잔뜩 묻혀 둔다. 헌데 한 사람이, 손발에 그 붉은 물감을 칠갑한 사람이 물길 위를 맹렬하게 달려 도망치고 있다. 무엇이 연상되시는가? 의미심장한 시사적 풍자만 있는 게 아니다. 종로구 북촌 길의 옹벽 어딘가에 맞닿은 크고 작은 사석 두 개는 각각 남녀로 분했다. 두 남녀, 눈을 감고 달콤하게 키스하고 있다. 달밤, 그리고 비오는 어스름에 전봇대는 무대조명처럼 그들을 비추는 가로등을 켤 것이다. 

서울 시내 곳곳에 그의 이런 작품들이 보석처럼 숨어있다. 바쁜 걸음 속에서 그것들을 발견하고 ‘억!’하고 허를 찔린 듯이 한참을 들여다보게 되리라. 그리고 도시라는 정글 속에서 우리를 삼키며 포식자연하며 살아가는 불의한 존재들, 우리의 삶을 뒤쫓아 오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듣게 되리라. 이 쫓김의 생애를 위로하고 ‘맞서 싸워라, 살아라!’ 응원하는 ‘우리들의 사랑과 그 목소리’를. 

이구영 화백은 게릴라미술의 작품목록을 더욱 풍부하게 써내려갈 계획이다. 길 가다 그의 작품을 만나면 아는 체 할 일이다. 우리 삶의 자리 구석구석에 ‘그것들’은 숨어 있을 것이다. 그러다 우리 눈길이 머무는 한순간, 별안간 튀어나와 농담처럼 말을 걸어올 것이다. 

‘놀랐지? 우리 얘기 좀 하고 살자!’

 

글 | 박현철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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