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동물원

2020-06-01


 

‘창경궁 동물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원으로, 1907년 만들어져 1909년 11월부터 일반에 공개됐습니다. 1911년 창경궁은 창경원으로 개칭됐고 그 뒤 66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1977년 창경궁 복원 계획이 세워졌습니다. 그해 동물원이 포함된 ‘서울대공원’을 과천에 건립한다는 계획도 수립됐습니다. 12년의 공원 조성 과정을 거쳐 1983년 ‘창경원’의 동물들은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고 1984년 5월 1일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개장했습니다. 2009년, 우리나라에서 동물원이 개원한 지 100주년이 되었습니다. 한국 동물원 개원 100주년을 맞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지나온 100년, 다가올 100년’을 캐치프라이즈로 삼았습니다. 

2009년 8월 어느 날, 미국 사진작가 게리 위노그랜드(1928~1984)가 뉴욕 동물원을 촬영한 작품들을 담은 사진집 『The Animals』를 접하게 됐습니다. ‘나도 한국의 동물원을 찍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 땅에서 동물원의 역사가 시작된 지 100주년을 맞이한 2009년의 여름, 저의 ‘동물원 연작’이 시작됐습니다.

 

 

당초 ‘10회 촬영’을 예정한 작업은 어느 사이 ‘100회 촬영’과 ‘전국 모든 동물원 촬영’으로 작업 기간과 공간이 확대됐습니다. 작업을 시작하고 5년 동안 서울, 경기, 부산, 광주, 울산, 전주, 김해, 진주, 대구, 원주, 춘천, 고령 등 전국에 있는 모든 동물원을 찾아갔습니다. 저는 ‘동물원 연작(The Zoo)’을 ‘평생의 작업’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를 의미하는 ‘평생’(平生)은 평평할 평 자에, 날 생 자를 씁니다. 평생에는 한 생을 평평하게 정리한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350번 넘게 다녀온 동물원은 장소는 늘 같았지만 그 안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조금씩 달랐습니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은 평생을 동물원에서 보냅니다. 동물원에서 평생 살아가는 동물들, 그런 동물들이 있는 동물원을 평생 사진으로 담고자 하는 제 모습은 그들과 어딘가 닮아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항상 면회하는 심정으로 동물원에 가고, 동물들을 만납니다. 만약 누군가 동물원에 살고 있는 동물의 삶이 평온하다고 하면, 그것으로 동물원은 평화로운 곳이 되는 것일까요? 반대로 누군가 동물들의 삶이 불행하다고 하면, 동물원은 불행한 곳이 되는 것일까요? 저에게 동물원은 아직 정의를 내리지 못한 동물원 그 자체입니다. 저의 정의는 지금 진행중입니다.

 

 

저의 ‘동물원 연작’은 한국에서 동물원이 만들어진 뒤 한 세기가 지나고, 또 새로운 한 세기를 맞이한 뒤 10년 이상의 ‘동물원의 삶’에 대한 기록입니다. 사람이 만든 동물원이라는 공간에서 살아가고 죽어가는 동물들의 삶을 통해 한국의 동물원을 재정의하고자 합니다. 제 작업이 행복과 불행의 잣대마저 인간의 시각으로 재단되는 삶을 사는 동물원의 생명들에게, 그리고 그들을 보러 가는 우리들에게 ‘동물원은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 하나를 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  더 많은 사진은 월간 함께사는길 6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사진 / 박창환 포토그래퍼


2009년 ‘동물원’, ‘일하는 부모님’ 등의 연작을 시작하여 ‘꽃Ⅰ~Ⅳ’ 등의 연작에 이르기까지 사람과 자연의 내밀한 색과 형상을 담은 작품을 통해 우리 시대의 풍경을 사진언어로 풀어내고 있는 포토 다큐멘터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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