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특집] 기후위기시대 청소년의 목소리

2019-08-01


영국 청소년들의 2019.03.15. 기후를 위한 스쿨 스트라이크 ⓒGarry Knight


16세의 스웨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생활’에 대한 수업을 처음 들었을 때 그의 나이는 8살이었다. “물을 아껴라! 종이를 아껴라! 쓰레기를 많이 만들지 마라! 놀러 갈 때 비행기를 타지 마라!” 선생님의 말에 툰베리가 물었다. “왜 그래야 하죠?” 선생님은 녹아내리는 빙하 위에서 방황하는 북극곰을 보여주었다. 생활 속에서 환경을, 기후를 학대한 대가는 북극곰의 생존으로부터 지구 생태계 전체의 위기를 불러오는 거대하고 복잡한 연쇄적 피해였다.

 


그레타 툰베리, 기후위기시대에 울린 경종

툰베리는 기후변화와 그것이 불러오는 위기의 미래, 지구의 생태적 파산에 대해 공부했다. 지식만 쌓은 것이 아니라 공감했고 절실한 공포에 휩싸였다. 11살에는 그 무서운 공감에 압도돼 말을 잃었고 식사를 거부했다. 의사들은 툰베리가 선택적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진단했다.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알고 대처법을 찾기 위한 열정의 크기만큼 ‘특별한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툰베리의 절망은 컸다. 툰베리는 언어를 잃고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체중이 10킬로그램이나 빠지는 혹독한 고민에 빠졌다. 

 

노르웨이 2019.03.15. 기후를 위한 스쿨스트라이크. 청소년들뿐 아니라 노조, 교사연대 등 청소년들의 스크라이크에 다양한 사회단체에서 지원에 나섰다 ⓒEducation International



 툰베리는 격렬한 내면의 투쟁 속에서 침묵 속에서 침몰을 기다리기보다 미래를 바뀌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2018년 여름 스웨덴은 역사상 초유의 혹서에 시달렸다. 그리고 8월 말에서 9월 초까지는 총선 기간이었다. 툰베리는 8월 20일부터 9월 9일까지 학교에 가는 대신 국회의사당 앞으로 갔다.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School Strike for Climate)’ 피켓을 세우고 1인시위를 벌였다. SNS에는 자신의 활동을 올렸다. 총선 이후에도 금요일마다 학교 대신 국회로, 거리로 나갔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툰베리의 활동은 세계 청소년들의 공감과 연대행동을 불러왔다. 세계 곳곳의 청소년 환경운동단체들이 모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연대기구(www.fridaysforfuture.org)도 설립됐다. 갈수록 더 많은 청소년들이, 더 많은 지역에서 ‘미래를 위한, 기후를 구하기 위한 스쿨 스트라이크’에 동참했다.

 

 

2019년 3월 15일 전 세계에서 벌어진 ‘미래를 위한 스쿨 스트라이크’에는 135국 2378개 지역에서 205만6000여 명의 청소년들이 참여했고 5월 24일에는 131개국 1851개 지역에서 10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올해 3번째 집중일인 9월 20일 스트라이크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힌 국가와 지역은 현재까지 103개국 826개 지역으로 매일 참여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래를 위한 스쿨 스트라이크’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됐고 올해 2월부터는 매달 특정 금요일에 각국 각지의 청소년들이 등교하는 대신 거리로 나아가 기후행동을 벌이고 있다. 

 2018년 툰베리는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청소년’에 선정됐다. 2019년 국제엠네스티 양심대사상을 수상했으며 올해의 노벨 평화상 후보이다. 툰베리는 스웨덴 국회, 유럽연회 의회, 다보스 경제포럼,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기후변화의 위기에서 지구를 구하자’고 연설했다. 툰베리는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될 청소년 환경영웅이어서 주목받아야 할 존재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아무도 자신의 일상을 희생하며 해결을 위해 나서지 않는 문제에 대해 ‘지금, 전력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행동하는 메신저이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제가 학교에서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면 기후과학자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기후위기의 해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모든 기후변화의 진실과 그 해결책도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모든 것은 정신을 차리고 변화하는 것입니다. …… 어떤 이들은 스웨덴은 작은 나라에 불과해서 별다른 영향력이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이들 몇몇이 단지 학교를 몇 주 안 나오는 것만으로 전 세계 미디어 뉴스의 헤드라인에 올라갈 수 있었다면 우리 모두가 다 같이 행동하다면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세요.

- 2018.12.12. 그레타 툰베리 TEDxStockholm  연설문 중에서

 

기후위기 벗어날 정책을 실천하라

 2018년 6.13지방선거 전 국사봉중학교 특별수업 시간, 강사로 참여한 김소영 <성대골사람들>대표는 참여 학생들과 지방선거공약 중 환경 관련 공약을 찾아보는 수업을 한 뒤 함께 미국 청소년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기후소송운동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 다큐에 공감한 학생들은 ‘우리도 소송을 내자’고 뜻을 모으고 청소년기후캠프를 준비해 그해 8월에 캠프를 열었다. 이 캠프에 모인 50여 명의 학생들이 기후소송단에 참여하게 됐다. 청소년기후소송단은 올해 말까지 기후변화소송포럼을 통해 모의기후소송을 준비하고 2020년 상반기 중 소송단의 뜻에 공감하는 전문가 지원단의 도움을 얻어 국가를 상대로 소송(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3일 송도 IPCC 회의장 앞에서 청소년 기후소송단은 청소년기후캠프를 열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청소년 기후소송단


청소년기후소송은 2015년 미국에서 시작됐다. 미국 오리건 주 청소년들이 연방정부와 화석연료를 남용한 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한 이 소송은 원고 적격에서부터 시비가 걸렸으나 법원은 청소년들이 이해 당사자라며 원고 자격을 인정했다. 소송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청소년의 생명과 사유재산권을 지키려면 21세기 동안 1.5℃ 이내로 기후변화를 막아야 하며 이를 위해 탄소감축을 위한 정책계획을 이행하라는 것이 원고들의 요구다. 이 소송은 플로리다, 워싱턴, 콜로라도, 메사추세츠, 펜실베이니아 등 미국 내 각 주는 물론 호주, 필리핀, 노르웨이, 인도 등 세계 각국으로 퍼졌다. 특히 플로리다 주의 청소년들이 연방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기후소송은 법원으로부터 ‘현세대가 소비하는 자연자원이 미래세대로부터 신탁받은 재산이므로 공공신탁 법리 위반행위에 해당’한다는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한국의 청소년기후소송단은 2018년 10월 인도 송도에서 열린 48차 정부 간 기후변화패널(IPCC) 총회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핵·탈석탄 정책을 통한 에너지 전환 가속화’ 등 기후위기시대 탈출을 위한 국가사회적 행동을 촉구했다. 소송단은 그동안 다양한 현장행동과 학습모임을 진행하면서 기후소송을 준비해왔다. 지난 3월과 5월에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 세계 동맹휴교에도 참여했다. 

 

기후악당 탈출 외치는 청소년기후소송단의 목소리

 소송단은 ‘한국은 기후악당국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2018년 12월 10일 폴란드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공개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2019 보고서』에서 한국은 100점 만점에 28.53점으로 조사 대상 60개국 가운데 57위에 불과해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국가라는 판정을 받았다. 기후악당국가에서 살아야 할 청소년에게는 미래를 현세대에게 약탈당하는 일이다. 

 

 

소송단은 올 여름  밀양 송전탑 투쟁 현장, 영덕, 울진, 월성, 삼척 등 기존 핵발전소 위치 지역과 핵발전소 후보지로 지정돼 고통을 받는 지역 청소년들과 만나 ‘기후변화 연설대전’ 행사를 열 계획이다. 이들 지역이 기후변화 피해의 최전선이라 보기 때문이며 그곳에도 소송단과 뜻을 함께 하는 동시대 청소년들이 있는 까닭이다. 

 우리가 기후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기후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기후정책을 만드는 정치인들이 없어서가 아니다. 기후위기 해결에 필요한 재원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절실한 공감, 미래에 대한 진실한 두려움과 그것을 직면할 용기가, 실천의지가 부족할 뿐이다. 기후위기에 대해 발언하고 해결을 호소하는 세계 청소년들의 목소리와 그들의 기후행동은 기후위기의 진실에 반응하는 절실함이다. 당대는 미래를 따라야 한다. 우리는 변화해야 한다.


 왜 교육청은 기후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교육하지 않습니까? 기후변화가 지금 당장 닥치고 있는데, 우리의 미래는 멸종되어 버릴지도 모르는데, 그 위기 속에서 왜 우리는 입시만을 위한 교육을 받고 있는 겁니까?

- 2018.5.24. 청소년기후행동의 ‘기후악당국가탈출을 위한 교육개혁 공동 성명문’ 중에서

 

우리는 정치에 말합니다.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기후정의가 지켜지도록 힘써주세요. 앞으로의 공약에 기후변화 관련 공약을 필수적으로 늘리고 치열하게 고민해주시기 바랍니다. 당장 우리가 투표권이 없다고 해서 간과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1년 뒤, 5년 뒤,10년 뒤의 일상을 인기싸움으로 망쳐버린다면, 여러분에게 우리는 투표도 지지도 보낼 수 없을 겁니다. 

- 2019.05.09. 서울시 온실가스 대토론회에서 청소년기후소송단 발표문 중에서

 

글 / 박현철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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