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특집] 그레타 툰베리가 한국 청소년이었다면

2019-08-01

스웨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는 지난해 8월부터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인 ‘스쿨 스트라이크’를 외쳤다. 스웨덴 총선 기간이었던 당시부터 툰베리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을 마련하라!’고 외치며 금요일 수업을 거부하고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툰베리의 학교 파업은 스웨덴을 넘어 세계 청소년들의 기후행동을 이끌어냈다. 

 ‘만약 툰베리가 한국인이었다면 어땠을까?’ 아이가 학교에 오지 않고 사회적 참여를 하면 학교, 교육청, 교육부는 아이의 참여를 정치적 행동으로 분류할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2002년 효순이·미선이 사건 때와 2008년 광우병 사태 때 ‘청소년 촛불’이 일어나자 교육부는 각 학교에 참석을 자제시키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고 집회현장에는 교감과 학생부장을 보내 청소년 참가자를 확인하여 보고하도록 했다. 공문은 단위학교와 기관엔 사실상 조례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 공문 한 장이 청소년들의 참가를 급격히 떨어뜨릴 수도 있다. 촛불 시민들이 정권을 교체한 뒤 더 이상 청소년 집회 참여를 차단하라는 공문은 학교에 오지 않는다. 

 광우병 촛불로 시작된 한국 청소년들의 스쿨 스트라이크는 이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기후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3월 서울을 시작으로 5월에는 전국 곳곳에서 청소년 기후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3월 광화문 기후행동에 이어 5월에는 환경교육을 받을 권리를 요구하는 청소년 행진이 각 지역 교육청을 향했다. 그들의 정당한 참여 행동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없다. 툰베리의 경우, 금요일 행동을 위해 스웨덴의 학교는 수업을 조정해주고 있다. 한국의 경우엔 어떨까? 

 글로벌 스쿨 스트라이크의 공식 개시 시간은 오전 10시지만 한국은 오후 2시에 시작한다. 학교 측의 수업 배려가 없는 한국에선 오전 수업만 마치고 나오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다. 저녁이면 학원의 일상이 기다리고 있다. 때문에 합의된 시간이 오후 2시인 것이다. 오전 수업만 마치고 나가겠다는 청소년을 허락할 학교는 없다. 참여 청소년들은 미인정 조퇴를 하거나 체험학습으로 출석을 인정받거나 해야 한다. 자녀의 참여 행동을 학부모가 수용하고 협조해야 가능한 일인 것이다. 환경교사이자 동아리 교사인 나로서도 우리 학교 학생들이 청소년 기후행동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오후 수업이 끝나자마자 택시에 태워 광화문에 보내는 배려 밖에는 해줄 것이 없었다.

 한국의 청소년들은 ‘학교 다니랴. 학원 가랴’ 바쁜 일상을 보낸다. 기후행동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은 거기다 지구를 위한 참여행동까지 하느라 더 바쁘다. 그들에게 격려의 말밖에 전할 게 없어 아프다. “혼자 하는 실천은 외롭지만 함께 하는 실천은 즐겁고 뿌듯합니다. 실천의 과정 속에서 충분히 행복하길 바라요. 멸종위기라 불리는 환경교사들도 기후위기시대, 환경교육 입법화를 위해 청소년기후행동과 함께 달려갈게요. 우리 함께 힘내요.”

 

 글 / 신경준 한국환경교사모임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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