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청소년 기후 행동의 집회가 열렸다 ⓒ연합
일본제국주의에 나라를 빼앗기기 10년 전 조선 최고 교육기관인 성균관에서는 무엇을 가르치고 배웠을까? 어처구니없게도 국난이 닥쳐오는 시점에도 여전히 사서삼경이 가장 중요한 교육내용이었고, 기득권 세력은 자기 자식이 관직을 차지할 수 있도록 입학과 평가에 온갖 수단을 동원하였다.
미세먼지, 폭염, 플라스틱 오염 등 환경재난이 이미 현실이 된 이 시점에서도 지역인재 양성을 내세운 일부 자립형 사립고는 고등학교 3년 동안 106단위, 그러니까 1주일에 약 17시간을 국어, 영어, 수학에 쏟아 붓고 있다. 그 고등학교를 졸업한 다수의 학생이 SKY대학의 의대나 한의대에 진학했다. 그 학교는 3년 동안 환경을 단 1시간도 가르치지 않는다. 가문의 영광과 개인의 출세를 위해 구한말에는 삼경을, 오늘날에는 국·영·수를 배우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조선의 아이들은 일본의 식민지 노예가 되었다. 지구적 기후위기의 시대, 환경재난이 일상이 된 시대, 우리의 학교에서는 무엇을 가르치고 배울 것인가?
학교환경교육 현실 그리고 과제
학교에서의 환경교육은 유치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급마다 길러주어야 할 환경역량이 있다. 어릴 때는 생태적 감수성, 친환경 생활습관, 생명윤리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면 성인에 가까워질수록 자기 삶을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하도록 설계하고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입시 부담이 적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는 나름대로 자연체험과 생활환경 중심의 환경교육이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학교 전체적으로 보면, 여전히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 국·영·수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 학교와 학교 밖의 단절, 전문 환경교사의 절대적 부족, 환경교육에 대한 교사 인식과 준비의 부족 등으로 소수의 학생만이 환경학습의 기회를 갖고 있다.
2017년에 새로운 국가 환경교육 추진체계 설계하기 위해 학교 환경교육 현황에 대해 조사하고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파악된 중요한 문제점과 한계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유치원에서의 환경교육은 주로 일상적인 자연체험과 친환경행동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최근에 미세먼지와 폭염이 심해지면서 야외활동이 위축되고 있어서 내실 있는 유아대상 환경교육을 위해서는 유치원 교사 양성 과정과 연수 과정의 보완이 요구된다.
초등학교의 경우 창의적 체험활동을 중심으로 관심 있는 교사의 주도 하에 환경교육이 실행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성남시와 경남도교육청의 사례에서 보듯이 관내 일정 학년의 모든 학생들이 현장체험 중심의 환경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중등 환경교육의 경우 1992년 제6차 교육과정에서 환경 과목을 신설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였으나 최근 10년간 독립 과목으로서의 환경교육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등학교에서 환경 과목의 선택률이 10퍼센트 이하로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환경 전공교사의 임용은 11년째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환경 과목의 정체성을 통합성으로 규정하고, 생태계와 사회체계를 함께 묶어서 다루면서 사건탐구, 쟁점탐구, 프로젝트 접근법 등 다양한 융합적 교수학습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교육대학과 사범대학 등 교원양성대학에 아직 환경교육이나 지속가능발전교육이 필수 과정으로 포함되지 않고 있다. 이 부분은 앞으로 환경부와 교육부가 협력하여 추진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과제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현장교사와의 인터뷰 결과, 중학교에서 자유학년제와 고등학교에서의 학점제가 본격 도입되고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 활동이나 융합적 접근이 강조되면서 환경을 주제로 설정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학교 현장의 요구에 부응할 경우, 순회교사를 포함하여 환경교사의 임용이나 배치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교육진흥법의 개정
지난 7월 11일, 환경부와 신보라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국가환경교육센터가 주관하는 「환경교육진흥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가 있었다. 2008년 이 법이 제정된 이후 환경적, 교육적 여건이 변화해서 전면적인 수정과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사회환경교육지도사 자격 제도, 우수 환경교육 프로그램 지정 제도, 환경교육센터 지정 제도 등 사회환경교육 부분의 제도화가 꾸준히 추진되어 왔다.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체 상태에 있었던 학교 환경교육 부분을 강화하기 위한 과감한 법 개정이 요구되어 왔다.
또한 부처 간, 부서 간, 영역 간 단절을 극복하고 통합성과 연계성이 높은 환경교육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국가환경교육체계의 고도화도 절실한 상황이다. 환경부와 교육부의 협력, 환경부 내 부서 간(대기, 기후변화, 폐기물, 생태보전 등) 협력, 교육부와 교육청, 교육지원청 간의 연계성 있는 정책 추진, 국가환경교육센터와 광역환경교육센터, 기초환경교육센터 간 협력 방안 등을 담아내려고 한다.
환경재난, 환경위기의 시대를 맞아 지금 발의된 것보다 조금 더 강력하고 과감한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며 아래와 같이 몇 가지 추가적인 법 개정 사항을 제안한다.
먼저, 헌법 개정시 시민의 기본권으로서 환경학습권을 포함하고, 그에 대응하여 국가는 환경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책무를 규정하도록 해야 한다. 브라질에서는 이미 헌법에 환경교육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누구든지, 언제라도, 어디서든지 환경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환경교육의 세 번째 영역으로 환경재난안전교육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환경교육은 자연생태체험과 생활환경교육에 중점을 두었다. 여기에 사회재난이나 자연재난과 구분되는 구조적 재난으로서 환경재난(미세먼지,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는 환경안전교육 영역을 내실화하고, 학교안전교육에서도 환경안전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셋째, 그동안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해 온 환경부와 교육부의 역할 분담 및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제3차 환경교육종합계획(2021년~2025년)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교육부는 ‘학교환경교육종합계획’을 수립하고, 환경부는 ‘사회환경교육종합계획’을 수립한 다음 이를 통합하여 국가환경교육기본계획을 완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 교육청, 교육지원청으로 이어지는 추진 체계를 정립하고 환경교육 전담부서를 설치해야 한다.
넷째, 환경교육이 내실화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예산이 확보되어야 한다. 우선 환경 분담금, 부담금, 범칙금 등의 5퍼센트를 환경교육 기금이나 특별회계(약 1000억 원 규모)로 자동 적립되도록 해야 한다. 이 예산은 크게 국가환경교육진흥원 운영, 사회환경교육 부문 일자리 창출, 시도교육청의 환경교육 활성화 사업비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국가 환경교육 컨트롤타워로서 별도의 국가환경교육센터 또는 환경교육진흥원을 반드시 신설해야 한다. 이를 중심으로 환경부내 교육·커뮤니케이션 관련 정책과 사업을 통합하는 추진체계를 구축하고, 환경부 및 산하기관(국립생태원,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인력개발원) 전체의 환경교육 및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전문화하면서 동시에 네트워크로 연결해야 한다.
여섯째, 환경교육 관련 시설의 등록과 신고제를 도입하고 환경교육 수요자와 공급자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까지 관련 제도 미비로 어떤 환경교육 시설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환경교육 기관·단체·시설을 등록하거나 신고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하자. 전국에 약 3천 개의 환경교육 시설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과학관처럼 이 시설들에 환경교육 전문가 배치를 의무화하고, 전국의 1만 개 학교, 10만 개 유치원과 연결하여 일상적인 환경교육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일곱째,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자연체험교육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환경부가 중심이 되어서 해양수산부(해양, 갯벌), 농림축산식품부(산림청이 숲)를 아우르는 협력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교육전문가 양성과정의 이수과목을 상호 인정하고, 프로그램을 공동 인증하며, 권역별 체험교육시설을 연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세대가 먼저 시작, 이제 어른들이 참여할 때
환경재난이 심화되면 우리 아이들은 어떤 처참한 현실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우리 아이들이 자신이 처한 환경을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환경학습권을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 10년 후 환경재난에 고통 받게 된 아이들이 ‘왜 환경에 대해 배울 기회를 주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와 우리나라의 청소년기후소송단이 펼치는 활동을 보라. 미래세대가 이미 먼저 행동을 시작했다. 자기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에 대해서 배우고, 이웃이나 자연의 고통에 공감하고, 자신의 삶을 지속가능하게 설계하고, 개인적 실천을 넘어 사회적 참여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모든 학교급에서 1주일 1시간의 환경수업을 필수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무리한 요구일까? 미래 세대의 환경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제 어른들이 행동을 시작할 때다.
글 / 이재영 환경부 산하 국가환경교육센터장,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
지난 5월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청소년 기후 행동의 집회가 열렸다 ⓒ연합
일본제국주의에 나라를 빼앗기기 10년 전 조선 최고 교육기관인 성균관에서는 무엇을 가르치고 배웠을까? 어처구니없게도 국난이 닥쳐오는 시점에도 여전히 사서삼경이 가장 중요한 교육내용이었고, 기득권 세력은 자기 자식이 관직을 차지할 수 있도록 입학과 평가에 온갖 수단을 동원하였다.
미세먼지, 폭염, 플라스틱 오염 등 환경재난이 이미 현실이 된 이 시점에서도 지역인재 양성을 내세운 일부 자립형 사립고는 고등학교 3년 동안 106단위, 그러니까 1주일에 약 17시간을 국어, 영어, 수학에 쏟아 붓고 있다. 그 고등학교를 졸업한 다수의 학생이 SKY대학의 의대나 한의대에 진학했다. 그 학교는 3년 동안 환경을 단 1시간도 가르치지 않는다. 가문의 영광과 개인의 출세를 위해 구한말에는 삼경을, 오늘날에는 국·영·수를 배우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조선의 아이들은 일본의 식민지 노예가 되었다. 지구적 기후위기의 시대, 환경재난이 일상이 된 시대, 우리의 학교에서는 무엇을 가르치고 배울 것인가?
학교환경교육 현실 그리고 과제
학교에서의 환경교육은 유치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급마다 길러주어야 할 환경역량이 있다. 어릴 때는 생태적 감수성, 친환경 생활습관, 생명윤리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면 성인에 가까워질수록 자기 삶을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하도록 설계하고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입시 부담이 적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는 나름대로 자연체험과 생활환경 중심의 환경교육이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학교 전체적으로 보면, 여전히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 국·영·수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 학교와 학교 밖의 단절, 전문 환경교사의 절대적 부족, 환경교육에 대한 교사 인식과 준비의 부족 등으로 소수의 학생만이 환경학습의 기회를 갖고 있다.
2017년에 새로운 국가 환경교육 추진체계 설계하기 위해 학교 환경교육 현황에 대해 조사하고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파악된 중요한 문제점과 한계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유치원에서의 환경교육은 주로 일상적인 자연체험과 친환경행동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최근에 미세먼지와 폭염이 심해지면서 야외활동이 위축되고 있어서 내실 있는 유아대상 환경교육을 위해서는 유치원 교사 양성 과정과 연수 과정의 보완이 요구된다.
초등학교의 경우 창의적 체험활동을 중심으로 관심 있는 교사의 주도 하에 환경교육이 실행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성남시와 경남도교육청의 사례에서 보듯이 관내 일정 학년의 모든 학생들이 현장체험 중심의 환경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중등 환경교육의 경우 1992년 제6차 교육과정에서 환경 과목을 신설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였으나 최근 10년간 독립 과목으로서의 환경교육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등학교에서 환경 과목의 선택률이 10퍼센트 이하로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환경 전공교사의 임용은 11년째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환경 과목의 정체성을 통합성으로 규정하고, 생태계와 사회체계를 함께 묶어서 다루면서 사건탐구, 쟁점탐구, 프로젝트 접근법 등 다양한 융합적 교수학습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교육대학과 사범대학 등 교원양성대학에 아직 환경교육이나 지속가능발전교육이 필수 과정으로 포함되지 않고 있다. 이 부분은 앞으로 환경부와 교육부가 협력하여 추진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과제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현장교사와의 인터뷰 결과, 중학교에서 자유학년제와 고등학교에서의 학점제가 본격 도입되고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 활동이나 융합적 접근이 강조되면서 환경을 주제로 설정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학교 현장의 요구에 부응할 경우, 순회교사를 포함하여 환경교사의 임용이나 배치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교육진흥법의 개정
지난 7월 11일, 환경부와 신보라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국가환경교육센터가 주관하는 「환경교육진흥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가 있었다. 2008년 이 법이 제정된 이후 환경적, 교육적 여건이 변화해서 전면적인 수정과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사회환경교육지도사 자격 제도, 우수 환경교육 프로그램 지정 제도, 환경교육센터 지정 제도 등 사회환경교육 부분의 제도화가 꾸준히 추진되어 왔다.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체 상태에 있었던 학교 환경교육 부분을 강화하기 위한 과감한 법 개정이 요구되어 왔다.
또한 부처 간, 부서 간, 영역 간 단절을 극복하고 통합성과 연계성이 높은 환경교육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국가환경교육체계의 고도화도 절실한 상황이다. 환경부와 교육부의 협력, 환경부 내 부서 간(대기, 기후변화, 폐기물, 생태보전 등) 협력, 교육부와 교육청, 교육지원청 간의 연계성 있는 정책 추진, 국가환경교육센터와 광역환경교육센터, 기초환경교육센터 간 협력 방안 등을 담아내려고 한다.
미래세대가 먼저 시작, 이제 어른들이 참여할 때
환경재난이 심화되면 우리 아이들은 어떤 처참한 현실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우리 아이들이 자신이 처한 환경을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환경학습권을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 10년 후 환경재난에 고통 받게 된 아이들이 ‘왜 환경에 대해 배울 기회를 주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와 우리나라의 청소년기후소송단이 펼치는 활동을 보라. 미래세대가 이미 먼저 행동을 시작했다. 자기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에 대해서 배우고, 이웃이나 자연의 고통에 공감하고, 자신의 삶을 지속가능하게 설계하고, 개인적 실천을 넘어 사회적 참여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모든 학교급에서 1주일 1시간의 환경수업을 필수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무리한 요구일까? 미래 세대의 환경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제 어른들이 행동을 시작할 때다.
글 / 이재영 환경부 산하 국가환경교육센터장,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