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비밀 풀린 장점마을의 비극

2019-08-01

전북 익산시 함라면 신등리에 위치한 장점마을은 예로부터 쌀을 주로 생산하는 농업중심지역이며 농토가 비옥한 곳이다. 등성이가 깊게 뻗은 곳에서 유래된 ‘장등’과 도자기를 만들던 곳에서 유래된 ‘점촌’에서 한 자씩 따와 ‘장점(長店)’마을로 불리게 된 이 마을은 금강 남쪽 함라산 너머에 위치하고 있어 함라산 줄기에서 솟아나는 맑고 깨끗한 물을 농업용 및 일상생활용수로 이용해왔다. 


 

집단 암 발병한 장점마을의 비극


장점마을을 비극으로 몰고 간 비료공장 ⓒ함께사는길 이성수

하지만 몇 년 사이 장점마을의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은 급격하게 변했고 급기야 주민들 사이에서 집단 암이 발병됐다. 주민들은 그 원인으로 마을 인근에 자리한 비료공장을 지목했다. 폐업한 벽돌공장에 들어온 (유)금강농산은 2001년 10월경부터 비료를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심각한 악취와 매연이 마을을 뒤덮고 지하수가 오염되었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유)금강농산은 익산시에 폐수가 발생되지 않는 것으로 신고를 하였으나 주민들은 비가 올 때마다 공장 아래에 있는 소류지로 검거나 기름띠가 있는 물들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소류지 물고기 떼죽음 사건도 2010년 9월 30일, 2016년 9월 22일 두 차례 발생한 적이 있었다. 더군다나 (유)금강농산은 마을 상류에 위치하고 있어 주민들의 근심이 더 컸다. 주민들은 전에는 문제가 없었던 지하수에서 갑자기 기름이 뜨거나 냄새, 녹조 등이 발생하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하기도 했으며 식수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정수기를 설치하거나 약수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늘었다고 한다. 

 악취도 주민들을 괴롭혔다. 주민들은 (유)금강농산에서 24시간 뿜어내는 악취와 매연 때문에 “매일 담배를 피운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심야 혹은 새벽녘에 악취가 특히 심하게 발생하였으며, 비 오기 전 대기가 안정화되어 있을 때 심각하게 나타났다고 했다. 악취와 매연 등으로 두통이나 매스꺼움, 쓰러짐, 피부 가려움증 등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어났고 급기야 암으로 사망하는 주민들도 생겨났다. 2013년에 4명, 2014년에 3명이 사망하게 되면서 마을 전체가 충격을 받게 되었다. 주민들은 병원 진찰과정에서 “혹시 공단 사세요?”, “주변에 연기 나오는 굴뚝 있어요?”, “주변 사람들이 담배 피우세요?” 등의 질문들을 듣게 됐고 반신반의하던 주민들은 주변 환경적인 요소들에 대하여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참다못한 장점마을 주민들은 2017년 4월 환경부에 주민건강영향조사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고 이에 환경안전건강연구소는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의뢰받아 장점마을 주민건강영향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6월 20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장점마을의 집단 암 발병에 (유)금강농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비료공장에서 발생한 발암물질 마을로 퍼져

 (유)금강농산은 원료투입-배합-성형-분쇄-조립-건조-냉각-선별-저장-포장 공정을 거쳐 비료를 생산해왔다. 건조 과정에서 사용한 연료는 2001년 벙커-C유를 시작으로 2002년에는 폐타이어도 사용했으며 2005년부터 정제유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건조시설은 2001년 1개에서 2005년 2개 규모로 증설되었으며, 2011년에는 1개로 규모를 줄여 변경신고를 하였다. 익산시는 (유)금강농산이 건조시설에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있는 공기조절장치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불법행위를 적발하였으며 저장시설과 포장시설에서 특정대기유해물질인 니켈이 적용기준(0.01mg/S㎡)의 4배나 초과한 0.0470mg/S㎡이 검출되어 2017년 4월 24일 사업장을 폐쇄 조치하였으며, 2017년 11월 8일 (유)금강농산은 폐업 처리되었다.   

 폐업 전까지 (유)금강농산은 유기질비료를 생산해왔다. 비료관리법에 따르면 비료는 크게 보통비료와 부산물비료로 나뉜다. 부산물비료는 유기질비료, 부숙유기질비료, 미생물비료 등으로 구분이 되는데 이 중 유기질비료는 어박, 골분, 유박류, 가공계분, 깻묵, 혼합 유기질, 증제피혁분, 맥주오니, 유기 복합 등 18종을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환경부 올바로 시스템을 통하여 (유)금강농산이 연초박을 반입한 내역을 확인하였다. 담뱃잎 찌꺼기인 연초박은 유기질비료 원료로 허용되지 않으며 사용할 경우 불법행위에 해당된다. 조사 결과 (유)금강농산 사업장 침적먼지와 비료 원료, 공장에서 발생한 폐수, 인근 지하수 등에서 담배특이니트로사민(Tobacco specific nitrosamines: TSNAs)이 검출됐다. 장점마을 주민에 대한 사회문화 조사와 초점집단 면접조사 결과를 토대로 잠재적 위해우려물질을 찾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성과였다.  

 


금강농산에서 사용한 원심집진기. 내부에서 발암물질인 NNK와 NNN이 검출됐다 ⓒ김정수


TSNAs는 담뱃잎의 건조와 숙성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로 (유)금강농산이 연초박을 유기질 비료 생산 원료로 사용했다는 증거다. TSNAs는 현재까지 7종류의 물질이 알려져 있는데 이중 NNK와 NNN은 WHO에서 규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사업장 침적먼지를 분석한 결과 원심집진기 내부에서 132.6㎍/kg, 백필터 뒤 26.0㎍/kg, 펠렛 제조기 뒤 4.0㎍/kg의 NNN이 검출되었다. NNK도 원심집진기 내부 19.6㎍/kg, 백필터 뒤 6.2㎍/kg, 펠렛 제조기 뒤 4.0㎍/kg이 검출됐다. 

 (유)금강농산에서 발생한 이들 발암물질은 장점마을로 확산됐다. 대기 확산 모델링인 칼퍼프(CALPUFF)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유)금강농산에서 발생한 TSNAs이 장점마을로 확산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장점마을의 옥상 침적먼지에서 NNN, NNK 등이 검출되기도 했다. (유)금강농산의 2009년 사용량을 기준으로 주변지역 농도를 추정한 결과를 토대로 위해성평가를 한 결과 NNK 같은 경우 흡입노출에 의한 초과발암위해도가 발암 위해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점마을 주민들의 암 발생비도 다른 지역에 비해 높았다. 장점마을 주민들에 대한 암표준화 발생비를 분석한 결과 모든 암에서 전국대비 2.0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금강농산 근로자의 암표준화발생비 역시 모든 암에서 여자에서 전국대비 14.56배 높았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또한 장점마을에 거주하였을 때의 암 발생위험비 역시 최소 거주기간 7년으로 가정했을 경우 모든 암에서 1.99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점마을 주민들은 (유)금강농산이 들어선 후 주민 99명(2017년 12월 31일 기준) 중 22명에게 암이 발생했고 이 중 14명은 사망했다. 주민들은 악취 때문에 두통, 집중력 저하, 수면장애 등을 호소하기도 했는데 인지기능 장애 설문지(KDSQ-C) 설문조사 결과 인지기능 저하가 대조지역에 비하여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함께 사는 길 모색할 때

 (유)금강농산에서 불법적으로 연초박을 유기질비료 원료로 사용한 결과 건조공정에서 1군 발암물질인 NNN, NNK 등이 장점마을로 확산되어 장점마을 주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 것을 확인하였다. 

 익산시는 원광대병원과 함께 장점마을 주민에 대한 건강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유)금강농산 부지를 매입하여 공원화하겠다고 선언하였다. 환경부의 역학조사 결과 발생원이 확인되었고, 환경에서 노출 경로가 확인되었고, 건강영향 범위가 모델링을 통하여 특정되었으며, 특히 건강에 영향을 미친 원인물질이 확인되었다는 것은 환경역학조사에서 매우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장점마을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소송을 하는 과정을 겪는 것보다는 장점마을 단위로 문제해결을 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송 등과 같은 과정은 개별적인 단위가 되어 공동체가 갈등에 휩싸이는 또 다른 피해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익산시가 공원을 조성한다면 ‘금연 공원’을 주제로 선정해 장점마을 주민들처럼 흡연을 하지 않았음에도 피해를 당한 사례를 알리고 금연의 필요성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주제 관광의 시발점이 되어 장점마을 사람들의 농산물도 판매가 되고 지역이 입은 경제적 손실도 회복될 수 있는 비전도 함께 제시되어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된다면 더 의미가 클 것이다.

 

글 / 김정수 환경안전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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