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특집] 장마 가고 녹조 오는데 진단부터 틀렸다

2023-09-04

지난 5월 24일은 올해 낙동강에서 녹조 띠를 처음 발견한 날이다. 보통 녹조 띠는 6월 중순을 넘어가서 발견되곤 했다. 지난해엔 6월 19일 첫 녹조 띠가 발견되었으니 올해는 한 달가량 녹조 발생 시기가 빨라진 셈이다. 시기도 빨라졌지만 그 양상도 심각해졌다. 6월 중순경이 되자 녹조는 예년 8월 수준으로 폭발적으로 발생했다. 녹조가 절정을 이루었던 예년 8월 수준의 녹조가 올해는 벌써 6월에 발생한 것이다. 걸쭉한 곤죽 형태의 녹조가 곳곳에서 목격됐다. 활동가들 사이에선 아마도 올해 녹조는 녹조 대발생 직전까지 간 2018년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녹조가 축산농가 탓? 잘못된 진단과 처방

경남 김해 대동면 대동선착장 앞 녹조 Ⓒ함께사는길 이성수


환경 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펄스 방류를 시작으로 인위적인 물 흐름을 만드는 수류장치 가동은 말할 것도 없고 다양한 녹조 저감 방안들을 동원했다. 그러면서 심각한 녹조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 축산 분뇨였다. 무분별하게 방치된 축산 분뇨가 결국 비가 오면 빗물과 함께 강으로 유입돼 녹조를 심화시킨다는 진단이었다. 그때부터 축산농가에 대한 대대적 단속이 시작됐다. 

그럼에도 녹조는 점점 심화됐다.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녹조 발생의 주요 원인은 총인과 같은 영양염류(오염원), 수온, 유속 등 세 가지다. 총인의 농도(기준 농도로 0.03ppm)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녹조는 발생하게 되어 있다. 아무리 축산농가를 단속한다 하더라 1300만 명이 살아가는 낙동강에서 총인 농도를 산간 계속 수준으로 낮출 수 없다. 때문에 총인 농도를 낮추는 것을 녹도 저감 처방으로 내리는 것은 난센스다. 수온도 마찬가지다. 수온은 햇볕 때문에 올라가는 것으로 이는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남은 한 가지는 유속이다. 강의 흐름! 낙동강에 8개 보가 들어서면서 평균 유속이 과거에 비해 10배나 줄어들었다. 육안으로 확인해보면 강의 흐름이 없다. 강이 거의 흐르지 않는 정체된 수역으로 바뀐 것이다. 결국 유속을 변화시키는 것이 녹조의 심각한 창궐을 막을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처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엉뚱하게 애먼 축산농가 탓을 하는 것이다.

정부의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입증됐다. 6월 중순의 심각한 녹조를 잠재운 것은 바로 하늘이었다. 6월 말부터 폭우에 가까운 비가 내리면서 낙동강 보의 수문이 일제히 열렸고 그에 따라 강의 유속이 빨라졌다. 그로 인해 녹조는 사라졌다. 그러던 것이 장마 이후 다시 낙동강 보의 수문을 닫으면서 지난 7월 말 녹조 띠가 다시 목격됐다. 이번 태풍 카눈이 뿌린 비로 녹조는 다시 사라졌지만 태풍 이후 다시 수문이 닫히기 때문에 녹조는 곧 다시 발현될 것이다. 8월 중하순으로 넘어가면서 녹조는 창궐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늦가을까지 녹조가 지속되는 것이 그간 보아온 낙동강 녹조 발생 패턴이다. 올해는 이상 고온 현상까지 겹쳤으니 녹조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기후에 따라서 녹조 발생 기간은 겨울까지 더 길게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강을 넘은 녹조 독

낙동강에서 녹조가 이렇게 사회 문제가 된 것은 정확히 2012년 여름부터다. 당시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녹조는 심각했고 4대강사업의 대표적 부작용으로 언론에 연일 오르내리면서 대서특필됐다. 그 이전까지는 낙동강에서 녹조가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 물론 낙동강 하구나 일부 정체된 수역에서 녹조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낙동강 본류 전체가 녹조로 물들지 않았기 때문에 큰 사회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녹조라떼’란 신조어가 만들어진 2012년부터 매년 여름만 되면 녹조는 주요 기사로 등극해 널리 회자됐고 ‘낙동강’ 하면 ‘녹조라떼’란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낙동강은 심각한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낙동강에 창궐한 녹조는 단순히 강물을 녹색으로 만드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강 생태계는 물론 국민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독이 낙동강에서 만들 어지고 있고, 그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이란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낙동강 원수는 말할 것도 없고, 그 물을 정수한 수돗물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되고, 그 물로 농사지은 농작물에서도 녹조 독이 나오고, 심지어 낙동강 공기 중에서도 녹조 독이 검출되고 있다.

사실 4대강사업 직후 창궐한 ‘녹조라떼’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해외의 숱한 연구 사례에도 그 많은 국내 조류학자(녹조 연구자)는 침묵했다.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바른말을 하는 학자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2년 전 미국에서 10년 이상 녹조 연구를 해온 젊은 학자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낙동강 녹조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부경대 이승준 교수는 미국에서 공인된 방법으로 낙동강 녹조의 독소를 정확히 분석하고 그 데이터를 그대로 공개하며 낙동강네트워크와 환경운동연합 등과 함께 녹조 독소의 실체에 대해서 낱낱이 알려 나갔고 녹조 문제는 강을 넘어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명백한 사회 문제로 재등극하게 된 것이다.

이를 우려하며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진단과 처방도 틀렸다. 독소가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는 잘못된 연구 방법 때문이라며 민간 학자를 공격할 뿐 녹조 독에 대한 그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심각한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심각한 녹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낙동강 수질 문제의 핵심이다. 낙동강은 영남인의 식수원이자 농업용수의 원천이다. 그런 용수가 녹조 독으로 오염돼 있는 이 현실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잘못된 진단과 그에 따른 엉뚱한 처방으로 일관할 뿐 녹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자세도 의지도 없다.


보로 인해 낙동강 수질 악화

합천보 상류 녹조 Ⓒ정수근


낙동강 녹조의 근본 원인이 바로 보로 인한 강의 정체 때문이라는 것이 지난 10년간 입증된 사실이다. 4대강사업 이전에는 낙동강 녹조가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없다는 사실과 낙동강보다 수질이 더 나쁜 지천에서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니 낙동강에서 흐름을 되찾아 낙동강의 자연성을 되살려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는 낙동강 녹조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낙동강 보의 수문을 상시 개방하거나 낙동강 보를 철거하는 것 이외에 낙동강 녹조 문제를 해결할 길은 없다. 보의 해체가 당장 어렵다면 낙동강 보의 수문이라도 열자는 것이다. 그래야 강의 흐름이 돌아오고, 수위가 낮아지면서 모래톱이 드러나고, 습지가 생겨나면서 즉 강의 자정작용에 의해서 자연히 녹조는 사라지게 된다.

먼저 수문을 연 금강과 영산강에서 증명이 된 진실이다. 수문을 연 금강에서 남조류 세포수가 0에 가깝게 기록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금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애먼 축산농가를 때려잡을 일이 아니라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당장 취·양수장의 구조를 빨리 개선해야 한다. 수문을 열어 낙동강의 수위가 내려가더라도 수돗물 원수 취수와 농업용수 양수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다. 취·양수장 구조가 개선이 되면 언제라도 수문을 열어둘 수가 있고 그로 인해서 낙동강의 자연성이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남인의 식수원 녹조 문제도 해결하라

태풍 카눈이 물러간 지 5일이 지났다. 태풍 때문에 열렸던 낙동강 보의 수문은 다시 닫혔다. 이제 낙동강은 다시 흐르지 않는 강으로 변했다.

흙탕물로 변한 낙동강은 보에 갇히고 부유물들은 서서히 가라앉을 것이다. 그 시간만 지나면 다시 녹조는 시작될 것이다. 그래서 또다시 영남인들을 위협할 것이다. 도대체 영남인들은 언제까지 이런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하는가.

이번 여름 소양호에서 녹조가 발생했다. 온 언론이 연일 소양호 녹조 소식을 보도했다. 수많은 인부들이 동원돼 녹조를 걷어내기까지 할 정도로 모든 수단을 동원한 야단법석의 장이 펼쳐졌다. 왜 그런가? 소양호가 바로 수도권의 식수원이기 때문이다.

낙동강에서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가. 영남인은 2등 국민인가? 영남인들이 2등 국민이 아니라면 정부는 하루빨리 낙동강 녹조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 그것은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여는 것에서 시작된다. 하루빨리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여는 것이 낙동강의 녹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첩경이다. “윤석열 정부는 낙동강 보의 수문을 즉각 열어라!” 2등 국민인 낙동강 유역민의 성난 외침이다.


글 |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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