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물 정책엔 방향이 없다. 선거 공약에서는 “사전예방 정책으로 걱정 없는 물 서비스 제공”이라고 했고, 정부 국정과제에는 “기후위기에 강한 물환경과 자연생태계 조성”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내용이란 게 기껏 ‘국가하천의 제방정비율 제고(80% → 90%)’, ‘AI 적극 활용’, ‘물산업 육성’ 정도라서 국가의 목표라고 하기는 옹색하다. 선거와 정부 출범 과정에서 물 정책이 이슈화되지 못하다 보니 상황이 이렇게 됐다.
대통령의 말에 좌지우지되는 물 정책

지난 3월 광주·전남지역 가뭄 현장에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화진 환경부 장관 ⓒ대통령실
윤석열 정부의 물 정책이라만 한 게 드러난 것은 물 관련 사고가 발생한 후다. 2022년 강남역 침수 사고 후에 ‘대심도 터널 건설’과 ‘AI 예측 설비 확충’을 내세웠으며, 2023년 봄 서남부 가뭄 시에 ‘4대강 보 활용’을 발표했고, 이번 여름 홍수에 ‘준설과 제방 증축’을 들고나왔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발표들에 무슨 합리적인 검토나 절차가 있을 리 없으니, 부족함은 전 정부에 대한 핑계나 환경단체를 공격하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안타까운 것은 윤 대통령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한 주장에 이어 곧바로 환경부가 사업을 발표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윤 대통령이 7월 18일 공주시 수해복구 현장에 가서 ‘준설이 중요하다’고 주장하자, 20일 환경부는 미호강 준설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사고가 난 미호강 오송과는 상관이 없고 피해도 없는 곳이다. 충북도와 진천군에는 상의도 하지 않았다.
올 3월에는 순천 정원박람회에 가는 길에 주암호에 들러 ‘4대강 보 활용’을 말했고, 환경부 장관은 당일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 강남역 침수 사고 때 기상예보의 문제가 제기되자 윤 대통령은 ‘AI 이용한 홍수 예보’를 지시했고 곧바로 주요 정책으로 발표했다. 그리고 올 홍수가 나기 전 6월 29일 환경부 장관은 AI 예보 시설 준비 현황을 답사하고 보도자료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올 홍수 시에 AI 예보가 활용됐다는 기사는 없다.
이렇게 윤석열 정부의 물 정책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브리핑 자료와 언론 보도 내용 등을 모두 분석해 본 결과 대통령이 사용하는 단어와 개념은 전혀 체계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2022년 8월 10일 강남 침수 대책 회의에서는 “오세훈 시장님께서 과거에 준비를 하셨다가 시의 행정권이 바뀌면서 그동안 추진을 못했던 이런 침수조, 배수조와 물을 잡아주는 지하 터널이라든지”라는 발언을 했다. 엉뚱하게 전 시장을 탓하고 있는데, 그가 말한 침수조, 배수조는 하수처리장이나 수도시설의 부분이고, 지하터널은 홍수의 저장이 아닌 방류시설이다. 말씀 자료를 봤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조차 제대로 기억하거나 사용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허수아비된 환경부 장관과 국가물관리위원회 물 정책에 정통하지 않은 윤 대통령의 즉흥적인 발언이 정부의 물 정책이 되면서 한국의 물 관리는 점차 코미디가 되고 있다. “4대강 보를 활용해라”, “AI를 이용해라”, “대심도 터널을 만들어라”, “환경부도 돈 벌어라(2023년 환경부 업무 보고 시 지시사항)” 등 대통령의 지시는 전혀 숙성되지 않은 채 던져진다. 그리고 환경부가 이를 집행하느라 재해 때마다 대형 사고를 치고 있는데, 정작 윤 대통령은 “환경부가 물 관리를 잘못한다”며 경고를 하고, “물 관리를 국토부로 보내겠다”는 등의 협박까지 들고 나왔다(7월 20일). 그런데 자신이 과학자 출신이라며 “정치적 논의를 배제하고 과학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던 환경부 장관은 이런 대통령의 발언만 맹목으로 좇으며 억지를 쓴다.
국가 물 정책의 최고 기구로 물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각 부처와 지자체 등의 물 관리를 통합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가물관리위원회의 행태도 기이하다. 윤석열 정부에 의해 임명된 2기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출범한 이후 두 번의 회의를 했다. 첫 번째 회의(23년 4월)에서는 영산강·섬진강 유역 중장기 가뭄 대책 의결이었고(23. 4. 영산강 승천보 죽산보 용수 공급 활용 내용 등), 이번에 2차 회의(8월 4일)에서는 1기 위원회가 의결한 4대강 보 처리 결정을 뒤집었다.
최고기구로서 권위를 지켜야 하고, 산하의 정책위원회나 계획위원회 또는 유역별 위원회의 논의를 거치고 공청회도 거쳤어야 했다. 하지만 아무런 절차도 밟지 않았고, 자기들 사이의 토론도 없었다. 허수아비도 이런 허수아비가 없고, 최소한의 자존감도 팽개쳤다.
다시 흔들리는 한국의 물 정책
그동안 한국의 물 정책은 수자원 개발의 단계, 수질 개선의 단계, 자연성 회복의 단계를 거쳐 발전해 왔다. 수많은 갈등과 논의의 결과이며, 세계의 흐름이기도 하다.
우선, 수자원 개발의 시기는 한국전쟁 이후부터 1990년까지 이어지는 인프라 건설 시기다. 농업생산, 산업개발, 도시화 등을 떠받치기 위해 국가적인 역량을 결집했으며 수자원공사가 그 역할을 맡았다. 환경의 가치는 아직 고려되지 못했던 시기다.
다음으로 수질 개선의 시기는 1991년의 두산 페놀사고 전후다. 공무원 7명과 두산전자 관계자 6명이 구속될 정도로 수질오염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컸다. 환경청이 환경부로 승격하고, 상하수도 업무가 건교부로부터 환경부로 이관됐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며 수질 개선을 위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고, 강별로 특별법 등이 제정됐다.
이어지는 단계는 생태계의 보호 또는 자연성 회복의 단계다.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이 동강댐 계획 백지화를 선언한 것은 ‘생물들, 경관과 지질 등을 위해 국가 계획이 철회’한 첫 번째 사례였다. 하천의 생태를 회복시키겠다는 것은 생물종의 다양성을 증진하는 것뿐만 아니라 강의 자정 능력이 향상되고 경관이 좋아지는 등 생태계 서비스를 늘리기 위해서다. 나아가 상수원에 대한 불신을 줄여 수돗물 이용을 제고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물 정책은 대혼란이 겪었다. 식수원인 강을 운하로 만들겠다는 한반도대운하 공약, 이를 변형한 4대강사업으로 인해 물 정책은 1970년대 수자원개발 시대로 후퇴했다. 그렇다고 물공급 능력을 키운 것도 아니고, 치수 능력을 강화하지도 못했다. 4대강을 운하로 만들려는 이들의 시도는 하천의 기능을 훼손하고 녹조를 만연시켰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자연성 회복이 다시 정책 방향이 됐으며, 물관리기본법이 제정되고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이 수립되는 등 진전이 있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다시 이명박 정부의 정책들을 꺼내 들었다. 강 생태계의 회복은커녕 수질 개선조차 거부하면서 제방을 쌓고 준설을 하겠다는 주장을 들고 나온 것이다. 환경단체들에겐 이권 카르텔이니 공산전체주의니 하며 딱지를 붙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폭정에 맞서 피해를 줄이자

지난 4월 25일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등 생명의강 3천인선언대회 서명인들은 윤석열 정부의 4대강 정책을 규탄하는 선언대회를 개최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이번 홍수 사태에서 보듯이 사고의 원인은 현장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밝힐 수 있다.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원인을 분석해 그에 맞는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면 될 일이다. 사고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관리의 부실이 결정적이었고, 특히 인명피해(미호강 사고, 산사태, 계곡 휩쓸림 등)와 관련해서는 그 영향이 더 컸다.
4대강 보 운용, 댐이나 제방의 부족이라고 규정할 만한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4대강사업은 대체로 2008년에서 2011년에 이루어진 16개 보 건설과 4.6억㎥의 준설에 대한 것이다. 한국의 물 정책에 미친 영향은 컸으나 그렇다고 한국 물정책의 전부는 아니다. 또한 이후 10년간 여러 정책들이 덧대지면서 4대강사업의 영향을 따로 골라내기도 쉽지 않다. 그러니 환경부 장관이 제안한 바 있는 별도 위원회에 맡겨두고 지금의 문제들에 대해 집중해 보는 게 좋겠다.
대통령이 물 정책에 정통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문제라고 보지는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여러 결정들을 남발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겸손하게 책임감을 갖고 실사구시의 태도를 가진다면 이들 문제는 대부분 정리될 수 있다. 또한 환경부 장관과 국가물관리위원장 등도 소명의식을 갖고 기본에 충실한다면 물 정책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가 비현실적인 상황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환경부 장관 등은 물 정책을 정략의 도구로 쓰기로 결정했다. 윤 대통령은 무대포로 주장할 것이고, 환경부는 무책임하게 실행할 것이며, 국가물관리위원회 등은 꼭두각시로 작동할 것이다. 조선일보 등은 모든 것을 정치화하고 환경단체를 이권 카르텔이라며 공격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잘못을 더 강력히 지적하고, 오도되는 주장들을 비판할 수밖에 없다. 당장은 감사원의 요구(과학적 조사를 통한 4대강 보 처리 결정)를 충족하지 않은 환경부, 법적 절차를 건너뛴 국가물관리위원회에 대한 법적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물 관리의 현장에서 사고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책임을 밝히는 활동은 더욱 중요해졌다. 조선일보 등이 악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상황에서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시민들과 함께 손잡기 위해 시민 프로그램들이 필요하다. 우리의 강을 알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도록 느리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물 정책의 후퇴에 맞서, 권력의 무도한 폭주에 맞서 더욱 가열 차게 저항하고 투쟁하자.
글 |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공동대표
윤석열 정부 물 정책엔 방향이 없다. 선거 공약에서는 “사전예방 정책으로 걱정 없는 물 서비스 제공”이라고 했고, 정부 국정과제에는 “기후위기에 강한 물환경과 자연생태계 조성”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내용이란 게 기껏 ‘국가하천의 제방정비율 제고(80% → 90%)’, ‘AI 적극 활용’, ‘물산업 육성’ 정도라서 국가의 목표라고 하기는 옹색하다. 선거와 정부 출범 과정에서 물 정책이 이슈화되지 못하다 보니 상황이 이렇게 됐다.
대통령의 말에 좌지우지되는 물 정책
지난 3월 광주·전남지역 가뭄 현장에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화진 환경부 장관 ⓒ대통령실
윤석열 정부의 물 정책이라만 한 게 드러난 것은 물 관련 사고가 발생한 후다. 2022년 강남역 침수 사고 후에 ‘대심도 터널 건설’과 ‘AI 예측 설비 확충’을 내세웠으며, 2023년 봄 서남부 가뭄 시에 ‘4대강 보 활용’을 발표했고, 이번 여름 홍수에 ‘준설과 제방 증축’을 들고나왔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발표들에 무슨 합리적인 검토나 절차가 있을 리 없으니, 부족함은 전 정부에 대한 핑계나 환경단체를 공격하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안타까운 것은 윤 대통령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한 주장에 이어 곧바로 환경부가 사업을 발표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윤 대통령이 7월 18일 공주시 수해복구 현장에 가서 ‘준설이 중요하다’고 주장하자, 20일 환경부는 미호강 준설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사고가 난 미호강 오송과는 상관이 없고 피해도 없는 곳이다. 충북도와 진천군에는 상의도 하지 않았다.
올 3월에는 순천 정원박람회에 가는 길에 주암호에 들러 ‘4대강 보 활용’을 말했고, 환경부 장관은 당일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 강남역 침수 사고 때 기상예보의 문제가 제기되자 윤 대통령은 ‘AI 이용한 홍수 예보’를 지시했고 곧바로 주요 정책으로 발표했다. 그리고 올 홍수가 나기 전 6월 29일 환경부 장관은 AI 예보 시설 준비 현황을 답사하고 보도자료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올 홍수 시에 AI 예보가 활용됐다는 기사는 없다.
이렇게 윤석열 정부의 물 정책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브리핑 자료와 언론 보도 내용 등을 모두 분석해 본 결과 대통령이 사용하는 단어와 개념은 전혀 체계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2022년 8월 10일 강남 침수 대책 회의에서는 “오세훈 시장님께서 과거에 준비를 하셨다가 시의 행정권이 바뀌면서 그동안 추진을 못했던 이런 침수조, 배수조와 물을 잡아주는 지하 터널이라든지”라는 발언을 했다. 엉뚱하게 전 시장을 탓하고 있는데, 그가 말한 침수조, 배수조는 하수처리장이나 수도시설의 부분이고, 지하터널은 홍수의 저장이 아닌 방류시설이다. 말씀 자료를 봤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조차 제대로 기억하거나 사용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허수아비된 환경부 장관과 국가물관리위원회 물 정책에 정통하지 않은 윤 대통령의 즉흥적인 발언이 정부의 물 정책이 되면서 한국의 물 관리는 점차 코미디가 되고 있다. “4대강 보를 활용해라”, “AI를 이용해라”, “대심도 터널을 만들어라”, “환경부도 돈 벌어라(2023년 환경부 업무 보고 시 지시사항)” 등 대통령의 지시는 전혀 숙성되지 않은 채 던져진다. 그리고 환경부가 이를 집행하느라 재해 때마다 대형 사고를 치고 있는데, 정작 윤 대통령은 “환경부가 물 관리를 잘못한다”며 경고를 하고, “물 관리를 국토부로 보내겠다”는 등의 협박까지 들고 나왔다(7월 20일). 그런데 자신이 과학자 출신이라며 “정치적 논의를 배제하고 과학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던 환경부 장관은 이런 대통령의 발언만 맹목으로 좇으며 억지를 쓴다.
국가 물 정책의 최고 기구로 물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각 부처와 지자체 등의 물 관리를 통합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가물관리위원회의 행태도 기이하다. 윤석열 정부에 의해 임명된 2기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출범한 이후 두 번의 회의를 했다. 첫 번째 회의(23년 4월)에서는 영산강·섬진강 유역 중장기 가뭄 대책 의결이었고(23. 4. 영산강 승천보 죽산보 용수 공급 활용 내용 등), 이번에 2차 회의(8월 4일)에서는 1기 위원회가 의결한 4대강 보 처리 결정을 뒤집었다.
최고기구로서 권위를 지켜야 하고, 산하의 정책위원회나 계획위원회 또는 유역별 위원회의 논의를 거치고 공청회도 거쳤어야 했다. 하지만 아무런 절차도 밟지 않았고, 자기들 사이의 토론도 없었다. 허수아비도 이런 허수아비가 없고, 최소한의 자존감도 팽개쳤다.
다시 흔들리는 한국의 물 정책
그동안 한국의 물 정책은 수자원 개발의 단계, 수질 개선의 단계, 자연성 회복의 단계를 거쳐 발전해 왔다. 수많은 갈등과 논의의 결과이며, 세계의 흐름이기도 하다.
우선, 수자원 개발의 시기는 한국전쟁 이후부터 1990년까지 이어지는 인프라 건설 시기다. 농업생산, 산업개발, 도시화 등을 떠받치기 위해 국가적인 역량을 결집했으며 수자원공사가 그 역할을 맡았다. 환경의 가치는 아직 고려되지 못했던 시기다.
다음으로 수질 개선의 시기는 1991년의 두산 페놀사고 전후다. 공무원 7명과 두산전자 관계자 6명이 구속될 정도로 수질오염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컸다. 환경청이 환경부로 승격하고, 상하수도 업무가 건교부로부터 환경부로 이관됐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며 수질 개선을 위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고, 강별로 특별법 등이 제정됐다.
이어지는 단계는 생태계의 보호 또는 자연성 회복의 단계다.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이 동강댐 계획 백지화를 선언한 것은 ‘생물들, 경관과 지질 등을 위해 국가 계획이 철회’한 첫 번째 사례였다. 하천의 생태를 회복시키겠다는 것은 생물종의 다양성을 증진하는 것뿐만 아니라 강의 자정 능력이 향상되고 경관이 좋아지는 등 생태계 서비스를 늘리기 위해서다. 나아가 상수원에 대한 불신을 줄여 수돗물 이용을 제고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물 정책은 대혼란이 겪었다. 식수원인 강을 운하로 만들겠다는 한반도대운하 공약, 이를 변형한 4대강사업으로 인해 물 정책은 1970년대 수자원개발 시대로 후퇴했다. 그렇다고 물공급 능력을 키운 것도 아니고, 치수 능력을 강화하지도 못했다. 4대강을 운하로 만들려는 이들의 시도는 하천의 기능을 훼손하고 녹조를 만연시켰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자연성 회복이 다시 정책 방향이 됐으며, 물관리기본법이 제정되고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이 수립되는 등 진전이 있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다시 이명박 정부의 정책들을 꺼내 들었다. 강 생태계의 회복은커녕 수질 개선조차 거부하면서 제방을 쌓고 준설을 하겠다는 주장을 들고 나온 것이다. 환경단체들에겐 이권 카르텔이니 공산전체주의니 하며 딱지를 붙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폭정에 맞서 피해를 줄이자
지난 4월 25일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등 생명의강 3천인선언대회 서명인들은 윤석열 정부의 4대강 정책을 규탄하는 선언대회를 개최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이번 홍수 사태에서 보듯이 사고의 원인은 현장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밝힐 수 있다.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원인을 분석해 그에 맞는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면 될 일이다. 사고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관리의 부실이 결정적이었고, 특히 인명피해(미호강 사고, 산사태, 계곡 휩쓸림 등)와 관련해서는 그 영향이 더 컸다.
4대강 보 운용, 댐이나 제방의 부족이라고 규정할 만한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4대강사업은 대체로 2008년에서 2011년에 이루어진 16개 보 건설과 4.6억㎥의 준설에 대한 것이다. 한국의 물 정책에 미친 영향은 컸으나 그렇다고 한국 물정책의 전부는 아니다. 또한 이후 10년간 여러 정책들이 덧대지면서 4대강사업의 영향을 따로 골라내기도 쉽지 않다. 그러니 환경부 장관이 제안한 바 있는 별도 위원회에 맡겨두고 지금의 문제들에 대해 집중해 보는 게 좋겠다.
대통령이 물 정책에 정통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문제라고 보지는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여러 결정들을 남발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겸손하게 책임감을 갖고 실사구시의 태도를 가진다면 이들 문제는 대부분 정리될 수 있다. 또한 환경부 장관과 국가물관리위원장 등도 소명의식을 갖고 기본에 충실한다면 물 정책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가 비현실적인 상황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환경부 장관 등은 물 정책을 정략의 도구로 쓰기로 결정했다. 윤 대통령은 무대포로 주장할 것이고, 환경부는 무책임하게 실행할 것이며, 국가물관리위원회 등은 꼭두각시로 작동할 것이다. 조선일보 등은 모든 것을 정치화하고 환경단체를 이권 카르텔이라며 공격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잘못을 더 강력히 지적하고, 오도되는 주장들을 비판할 수밖에 없다. 당장은 감사원의 요구(과학적 조사를 통한 4대강 보 처리 결정)를 충족하지 않은 환경부, 법적 절차를 건너뛴 국가물관리위원회에 대한 법적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물 관리의 현장에서 사고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책임을 밝히는 활동은 더욱 중요해졌다. 조선일보 등이 악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상황에서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시민들과 함께 손잡기 위해 시민 프로그램들이 필요하다. 우리의 강을 알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도록 느리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물 정책의 후퇴에 맞서, 권력의 무도한 폭주에 맞서 더욱 가열 차게 저항하고 투쟁하자.
글 |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