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모두의 집을 위하여

2023-07-04

- 30년 시민환경운동의 지지자 그리고 운동가

지구가 불타는 듯하다. 30년 전에만 해도 먼 미래의 일처럼 여겨졌던 일들이 눈앞에 일어나 우리의 몸을 지배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위기를 온몸과 마음으로 느낀 환경운동가들이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환경오염을 어느 정도 줄이는 데 성공했을 뿐 큰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새로운 기후운동가와 지지자들이 모두의 삶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오고 있다. 기존의 구조와 인식틀이 흔들리는 이 시대에 지난 30여 년간 환경운동가들과 그 지지자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왔는지, 모두가 살아가는 지구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된다.


반공해운동에서 환경운동으로

8204bf1661aec.jpg

2003년 2월 4일 정부가 핵폐기장 후보지 발표를 강행하기로 하자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입구를 막고 쇠사슬로 몸을 묶고 규탄행동에 돌입한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함께사는길 이성수


1980년대 열혈 청년들 가운데에는 공해문제의 원인은 자본주의 체제이므로 혁명을 통해 이 체제를 부수고 민중이 주인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보는 이들이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공해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반공해운동에 뛰어든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반공해운동 단체를 만들었고 새로운 환경단체들이 생기면서 시민환경운동이 발전했다. 시민환경운동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반대운동, 반핵운동, 자연보호운동뿐만 아니라 쓰레기 줄이기, 에너지전환 등 시민들의 생활과 의식을 변화시키고 정책을 전환하는 일들도 꾸준히 해왔다. 

다른 한편으로 2000년 총선시민연대,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2016~2017년 박근혜 탄핵 촛불시위 등에도 시민환경운동가들과 그 지지자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생명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에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지배구조에 저항하며 개혁하기

국가와 기업이 ‘환경’을 사치품이라고 생각하던 시대에 시민들은 환경운동가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열광했고 이들을 지지했다.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국가와 기업에 저항하는 환경운동조직들은 시민들의 지지를 받고 그 영향력을 확대해 갔다. 그러나 민주화가 진전되었지만 생태전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주류 환경운동조직은 정책과 제도를 개혁하는 데 많은 자원을 집중하게 되었다. 지배구조에 저항하면서 제도를 개혁하는 이중 전략을 추구했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환경운동의 영향력은 점차 약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사회의 구조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시장’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가 지배적인 구조로 자리 잡았고, 다른 한편 정부, 정당, 기업의 갈등관리 능력도 높아졌다. 자본의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 지배력이 강화되는 동안 ‘민주 정부’는 ‘민주’와 ‘안전’을 주창했지만 ‘국가 경제’의 성장 패러다임을 벗어날 수 없었다.


시민환경운동의 지지자들

이런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환경운동가들은 좌절하지 않고 환경과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해왔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환경운동의 지지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민환경운동의 중요한 주체는 환경단체의 회원과 지지자들이다. 특히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회비를 내며 대의원 등의 자격으로 운동단체의 의사결정에도 참여한다. 이들은 단체의 활동이 자신들의 가치와 맞지 않을 때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전달하거나, 지지를 철회하기도 한다. 

그러면 시민환경운동의 지지자들은 누구일까? 환경운동의 지지자들은 정치적으로는 진보, 보수의 다양한 스펙트럼 가운데 어딘가에 있으면서 ‘환경’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보면서 모두의 생명을 살리기를 바라는 사람들일 것이다. 나와 아이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려는 이들, 재밌고 의미 있게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운동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 전문성을 갖고 정책과 제도의 개혁에 집중하기를 바라는 이들, 환경오염의 피해자들을 더 많이 지원하기를 바라는 이들, 비인간 생명을 중시하는 이들, 탈핵에 집중하는 이들, 기후위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 등 매우 다양한 지지자들이 있다. 


기후운동의 등장

b58667b03454e.jpg

시민환경운동 30년, 기후정의운동이 새로운 지지자와 운동가들을 동반하고 등장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가진 시민들이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운동을 하는 단체들을 지지하는 동안, 환경운동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기후운동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2019년, 2022년, 2023년에 걸쳐 일어난 기후위기, 기후정의 집회는 한국의 시민들이 느끼는 기후위기에 대한 절박함을 잘 보여준다. 환경운동단체의 회원은 물론, 노조, 협동조합, 지역주민, 농민, 동물단체 회원, 인권운동가, 평화운동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기후정의를 외치고 함께 행진했다. 참여자들은 체제전환, 반자본, 탈성장, 종차별 반대, 반군사주의 등 ‘환경’을 넘어서는 이야기들을 ‘기후정의’와 연결시켰다. 이제 시민들은 물, 대기, 폐기물, 강, 자연 같은 이야기를 넘어서서 생명을 억압하는 체제를 어떻게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 그것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하며 거리를 행진하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기후정의 담론을 매개로 모두가 살 수 있는 지구를 만들기 위해 좌우를 넘어선 새로운 정치의 균열선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새로운 기후 정치, 전환의 정치 현장에서는 다양한 경합이 일어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을 외치며 좋은 일자리를 주창하는 노동자, 에너지전환을 강조하며 시장경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환경운동가, 자본주의를 철폐해야만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생태사회주의자, 기후정의를 위해서 공장식 축산을 중지해야 한다는 동물운동가, 돌고래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해상풍력발전 확대에 반대하는 운동가들이 한데 모여,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며 시민들을 그들의 지지자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차이 나는 목소리들을 모아 하나 또는 여러 개의 목소리를 만들고, 모이고 또 흩어지며 구조를 바꾸어나가는 생태전환 정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지배구조를 넘어서는 생태전환

이렇게 다양한 이들이 다양한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21세기 지구라는 시공간 속에서 시민환경운동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지지자들과 함께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나는 모든 생명이 좀 더 평등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을 억누르는 사회구조를 해체하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구조를 재구성하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생태전환을 이루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본, 산업, 인류, 국가 등이 중심이 되어 차별과 배제를 구조화하고 있는 현재의 지배구조 너머를 상상하며 새로운 세상을 설계하고 실험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생태전환이다. 생태전환은 생태민주, 생태발전, 생태평화의 세 기둥으로 헌 집을 고치며 새 집을 지어가는 과정이다. 권위주의와 독재의 그림자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약한 자, 억압받는 이들의 정치, 즉 민주주의를 되살릴 뿐만 아니라 이들 모두를 위한 생태민주주의로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본의 성장에만 의존하는 경제에서 모두의 성숙과 자유를 이루어가는 생태발전 모델을 실험하고 확장하는 것도 미룰 수 없다.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에서 국가 이익의 이름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과 지구에 빨대를 꽂아 자신들만의 이익을 얻고 피해를 약한 자들에게 떠넘기는 구조를 넘어 모두를 위한 생태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절실하다.


생태전환 전략

생태전환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어떤 이들은 긴박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빠른 시간 안에 자본주의 성장체제를 혁명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이들은 위기가 긴박할수록 지역에서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어떤 이들은 생명을 지키기 위해 지배구조에 저항하는 일이 급하다고 말한다. 급진적인 주장은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도를 하나씩 개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제도 안에서의 개혁은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어렵고, 급진적인 혁명은 심각한 권위주의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지배구조를 해체하고 새롭게 구성하는 전환정치의 힘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이들도 있다. 어찌 보면 환경운동의 지지자들은 이런 전략 가운데 하나 또는 여러 개를 지지하면서 나와 우리, 모두의 삶을 지키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차이 속에서 만들어 가는 느슨하고 튼튼한 녹색 연대

기후, 생명, 환경, 동물, 지구, 정의, 체제전환, 에너지전환, 탈핵 등 많은 담론과 이슈를 둘러싸고 운동가들이 지지자들의 도움을 얻어 세상을 바꾸기 위해 경합하고 있다. 시민들은 자신들과 모두의 삶을 살릴 수 있는 지혜와 진지함을 가진 운동가들과 운동조직에 자신의 소중한 자원을 기꺼이 지원할 것이다. 더 많은 지지와 공감을 얻는 사람들이 그 힘으로 지배구조를 급진적으로 또는 점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모든 지배구조와 인식틀이 흔들리는 기후위기시대에 『함께사는길』 독자들은 누구와 함께, 어떻게, 나와 모두를 살릴 수 있을까? 차이 속에서도 지구 생명을 위한 느슨하고 튼튼한 연대를 만들 수 있다면 모든 생명이 살 수 있는 공동의 집은 이곳저곳에서 만들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글 | 구도완 환경사회연구소 소장


주간 인기글





03039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23
TEL.02-735-7088 | FAX.02-730-1240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03915 | 발행일자 1993.07.01
발행·편집인 박현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현철


월간 함께사는길 × 
서울환경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