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로 만들어진 나무에 새겨진 ‘미싱’은 이 마을의 상징이었다. 이제 그 나무 뒤로 생활창작예술가들의 거점공간인 창신소통공작소가 세워져 있다
경제가치에 매몰되어 공간의 효율만 극단으로 추구하는 도시는 도시 구성원의 삶의 질을 억압하는 공간으로 전락한다. 그 끝에 활력과 위상을 잃어버린 도시의 죽음이 있다. 도시가 천공을 향해 질주하거나 자본과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끝없이 경계를 확장하는 괴물이 되지 않으려면 도시 구성원들이 적절한 때에 멈추어서서 ‘삶의 공간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과 숭인동 일원은 그러한 시간을 가졌고 지금 도시 효율과 삶의 질의 균형을 위한 새로운 시도 속에 있다. 그 시도가 도시재생 프로젝트이다. 거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수용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서울 지자체의 일개 행정사업을 넘어서는 도시문명에 대한 도시민의 성찰을 담는 사업으로 진화했다. 이 성찰과 성찰에 따른 시민의 실천은 그들의 삶의 공간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변화하는 공간, 창신숭의를 찾아갔다.

회오리길, 길의 경사가 높고 회전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져 붙인 이름이다
서울시 제1호 도시재생사업지역인 창신·숭인지구. 마을 어귀부터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의 생가에 자리한 ‘백남준 기념관’, 창신동 주민들의 공용공간이자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 사무실이 입주한 ‘토월’ 등이 그려낸 도시 풍경이다. 그 풍경 속에 실핏줄처럼 좁은 길들이 이어지고 원단과 최신 트랜드로 디자인된 의류들이 오토바이에 실려 그 길 위로 이동한다. 좁은 길보다 더 좁은 골목과 그 골목을 위아래로 이어주는 계단 위를 사람들은 바삐, 더러는 명상하는 요기처럼 천천히 걸어간다. 본래 그곳에 살던 이들이 개발의 이름 아래 외부로 쫓겨나지 않은 공간만이 가진 산업경제의 시간과 정주의 시간이 중첩된, 생산성의 활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삶의 균형이 유지되는 그런 풍경을 갖는다. 획일적인 공간 개발을 넘어서는 도시의 재생은 최고의 목적을 공간효율의 혁신이 아닌 사람을 내쫓지 않고 품으려는 데 두어야 한다. 그러함을 증명하는 풍경이 창신숭의 좁고 활기찬, 빠르고 또 느린 골목과 계단길에 있다. 삶이 그 길들을 흘러간다.
-최영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서울 도심권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채석장 전망대
마을과 도시를 살리는 핵심은 도시재생기술의 개발과 보급이 아니다.
사람, 마을과 도시에 사는 사람의 변화가 우선이고 그것이 핵심이다.
- 손경주 창신숭인도시재생협동조합 상임이사

미싱골목 거리에는 원단을 실은 오토바이들이 시도때도 없이 달린다
재생과 재개발은 다르다, 기술로 언표되는 모든 효율의 가치보다 그것이 사람을 위한 가치여야 한다. 걱정도 든다. 창신숭인의 사람들은 그들의 변화로 일궈낸 마을의 재생, 도시재생의 가치를 잃지 않고 계속 지켜갈 수 있을까? 어쩌면 한 도시가 활력을 잃지 않고 살아남게 만드는 일이란 그 공간에 깃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공동체를 계속 공공의 가치를 우선하도록 갱신하는 일이 아닐까…. 창신숭의마을에 놀이 지고 빛과 어둠이 섞이는 그 공간 속에서 나는 기술보다 인간의 가치란 무엇인지 새삼스런 생각에 빠져들었다.
-정란능 서울환경연합 인턴쉽 활동가
예전에 사용된 채석장 위 아래로 집들이 빼곡하다
글/ 함께사는길
사진 / 이성수 기자
철로 만들어진 나무에 새겨진 ‘미싱’은 이 마을의 상징이었다. 이제 그 나무 뒤로 생활창작예술가들의 거점공간인 창신소통공작소가 세워져 있다
경제가치에 매몰되어 공간의 효율만 극단으로 추구하는 도시는 도시 구성원의 삶의 질을 억압하는 공간으로 전락한다. 그 끝에 활력과 위상을 잃어버린 도시의 죽음이 있다. 도시가 천공을 향해 질주하거나 자본과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끝없이 경계를 확장하는 괴물이 되지 않으려면 도시 구성원들이 적절한 때에 멈추어서서 ‘삶의 공간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과 숭인동 일원은 그러한 시간을 가졌고 지금 도시 효율과 삶의 질의 균형을 위한 새로운 시도 속에 있다. 그 시도가 도시재생 프로젝트이다. 거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수용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서울 지자체의 일개 행정사업을 넘어서는 도시문명에 대한 도시민의 성찰을 담는 사업으로 진화했다. 이 성찰과 성찰에 따른 시민의 실천은 그들의 삶의 공간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변화하는 공간, 창신숭의를 찾아갔다.
회오리길, 길의 경사가 높고 회전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져 붙인 이름이다
서울시 제1호 도시재생사업지역인 창신·숭인지구. 마을 어귀부터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의 생가에 자리한 ‘백남준 기념관’, 창신동 주민들의 공용공간이자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 사무실이 입주한 ‘토월’ 등이 그려낸 도시 풍경이다. 그 풍경 속에 실핏줄처럼 좁은 길들이 이어지고 원단과 최신 트랜드로 디자인된 의류들이 오토바이에 실려 그 길 위로 이동한다. 좁은 길보다 더 좁은 골목과 그 골목을 위아래로 이어주는 계단 위를 사람들은 바삐, 더러는 명상하는 요기처럼 천천히 걸어간다. 본래 그곳에 살던 이들이 개발의 이름 아래 외부로 쫓겨나지 않은 공간만이 가진 산업경제의 시간과 정주의 시간이 중첩된, 생산성의 활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삶의 균형이 유지되는 그런 풍경을 갖는다. 획일적인 공간 개발을 넘어서는 도시의 재생은 최고의 목적을 공간효율의 혁신이 아닌 사람을 내쫓지 않고 품으려는 데 두어야 한다. 그러함을 증명하는 풍경이 창신숭의 좁고 활기찬, 빠르고 또 느린 골목과 계단길에 있다. 삶이 그 길들을 흘러간다.
-최영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서울 도심권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채석장 전망대
마을과 도시를 살리는 핵심은 도시재생기술의 개발과 보급이 아니다.
사람, 마을과 도시에 사는 사람의 변화가 우선이고 그것이 핵심이다.
- 손경주 창신숭인도시재생협동조합 상임이사
미싱골목 거리에는 원단을 실은 오토바이들이 시도때도 없이 달린다
글/ 함께사는길
사진 / 이성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