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Friends of the Earth 60] 동물실험 화장품 없어질까

2017-01-01

동물 생체실험 금지를 촉구하는 시민들 ⓒNelson Montalvan


시중에서 판매되는 화장품과 의약품, 기타 공산품에 쓰이는 각종 화학물질의 안전성은 어떻게 평가될까? 대부분은 동물실험이다. 새로운 샴푸가 출시되기 전 이른바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비글견의 눈에 샴푸를 붓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이러한 과정은 개의 눈이 실명되거나 안구가 적출되는 지경에 이를 때까지 반복된다.

 

실험으로 희생되는 동물들 1억5000마리

실험으로 희생되는 동물들은 해마다 세계적으로 약 1억5000만 마리로 추산된다. 동물의 생명을 해치는 잔인한 실험 자체를 최소화하고 동물의 고통을 줄여주며, 실험 방법 역시 비록 동물이 실험에 이용되고 있을지언정 살아있는 생명을 배려하는 방법으로 바뀌어야 하건만, 비슷한 실험은 자꾸자꾸 반복되어 이뤄지기 일쑤다. 

기업은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이미 이뤄졌던 실험과 내용이 비슷해도 그를 찾는 노력보다는 동물실험을 새롭게 하는 편을 택한다. 기존 실험 정보가 있다 해도 동물실험 결과는 원체 차이가 큰 편이라 같은 실험이 반복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기업은 타사와 경쟁하기 위해 신제품을 개발하는데 신제품 출시는 곧 새로운 동물실험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샴푸에 들어가는 성분으로 이미 검증된 화학물질이 시중에 있지만 기업은 신상품 샴푸에 포함시키려 하는 성분을 또다시 동물실험을 통해 검증하려 든다. 동물의 생명보다는 신상품 개발이 먼저인 것.

하지만 이러한 산 생명의 희생이 무색하게 동물실험은 해당 화학물질이 인간에 미치는 위험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해 주지 못한다. 서로 다른 종인 인간과 각 동물들의 테스트 화학물질에 대한 신체 반응이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눈에 미치는 자극을 시험하는 경우, 미국 식약처에 따르면 14개 생활용품에 실시된 281가지 동물실험 사례 가운데 사람 눈에 대한 반응과 일치한 경우는 절반 이하다. 다시 말해 실험실 동물에게 무해했던 물질이 인간에게는 위험할 수 있고, 거꾸로 동물에게 유해했던 물질이 인간에겐 괜찮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부정확성에도 실험실과 기업에서는 여전히 동물실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반수치사량(LD50)은 물질이 투여된 뒤 동물의 50퍼센트가 사망하는 양을 치사량으로 정하는 방법이다. 인간에게 주는 함의가 크지 않건만, 동물들은 끊임없이 이용당하며 실험이 끝난 뒤에는 살처분 된다. 화학물질에 대한 민감성은 사람과 동물 사이에 2000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알려져 있는데도 말이다! 실험을 당하는 동물들은 출혈, 마비, 경련 등 고통 속에서 무조건 죽어갈 수밖에 없다. 

감소(Reduction), 개선(Refinement), 대체(Replacement)를 의미하는 ‘3R’은 동물실험의 윤리적 원칙이다. 감소는 실험에 희생되는 동물의 숫자를 최소화한다는 것으로 실험기술 향상 및 다른 연구자들과 정보 공유로 가능하다. 한편 개선은 실험을 개선한다는 것으로, 동물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덜 침투적인 기술을 사용하고 의료적 돌봄을 제공하며 실험동물에게 더  나은 삶의 조건을 고려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체는 대안적 기술로 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만큼, 동물 이용을 대체하는 실험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실험은 갈수록 각광 받고 있다. 예를 들어 동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개체적 접근 대신 세포를 대상으로 실험하거나 컴퓨터 모델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한편 인간에 대한 영향도 측면에서는 동물실험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만큼 인간을 대상으로 적절한 방법을 찾거나 역학조사를 통하는 방법도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3R은 자발적으로 지켜야 하는 윤리적 준칙으로서 그 자체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확산

그나마 화장품 산업은 법적 강제력이 있는 동물실험 금지에 대한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 편이다. 국제 동물보호 시민단체인 <HSI>의 ‘Be Cruelty Free’(동물실험 없이 개발하라) 캠페인이 세계적으로 확산된 성과이기도 하다. 미용산업의 추악한 진실을 알리는 Be Cruelty Free 캠페인은 화장품은 물론 화장품 원료에 대한 동물실험 금지와 새로운 동물실험을 거친 미용제품의 판매를 전 세계에서 종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화장품 실험으로 희생되는 동물들은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10만~20만 마리. 주로 토끼, 기니피그, 햄스터, 쥐 등이 실험에 이용되곤 한다. 개와 원숭이는 화장품 실험보다 다른 화학실험에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형적으로 알려져 있는 화장품 동물실험은 피부 자극실험과 눈 자극실험이다. 화학물질을 털을 제거한 동물의 맨 피부에 바르거나 토끼의 눈에 직접 접촉시키는 것이다. 한편 화학물질이 반복적으로 동물의 구강을 통해 강제 급여되기도 한다. 이는 죽음을 유발하는 양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동물들은 엄청난 양의 화학물질을 삼키는 고통을 참아야 할 뿐만 아니라 강급의 반복으로 정상적인 신체를 유지하지 못하다 병을 앓다 결국 죽음에 이른다.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는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나가는 추세다. 2009년 이래 유럽연합의 28개국에서 화장품 동물실험이 금지된 데 이어 유럽연합은 2013년 3월 이후 새로운 동물실험을 거쳐야 하는 화장품 및 화장품 원료에 대한 판매를 금지함으로써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지난 2016년 9월부터는 중국, 일본 등 제3국에서 동물실험을 거친 성분을 포함한 화장품도 유럽연합 역내에서는 유통도, 판매도 할 수 없게 했다. 

이 밖에도 여러 나라에서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움직임이 관찰된다. 이스라엘은 2007년 화장품 동물실험을 금지했으며 2013년에는 동물실험을 한 화장품의 판매를 금지했다. 인도는 2013년 화장품 동물실험을 금지했고 브라질은 2014년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를 도입했다. 뉴질랜드와 호주, 대만과 한국 등지에서도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로 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국가들에서 화장품 동물실험이 합법으로 되어 있거나 아직 전면금지는 아닌 상태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착한 회사들이 많아져야

화장품 동물실험의 대안으로 대두되는 것은 대체실험이다. 수술 후 남는 세포나 조직, 장기 등을 활용하거나 인공 피부 모델을 통해 화장품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대체실험의 장점은 미지의 화학물질에 대해 인간에게 동물실험의 결과보다 훨씬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 

예를 들어 눈에 대한 자극을 시험하는 에피아큐라(EpiOcular) 같은 각막모델은 토끼를 학대하는 동물실험보다 더 정확한 결과를 제공한다. 에피아큐라란 연구실에서 배양된 인간의 각막 세포를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피부에 대한 자극을 시험할 수 있는 에피덤(EpiDerm) 같은 피부 모델도 있다.

화장품 동물실험 대안으로만 이미 40개 이상의 대체실험이 유효하다. HSI에 따르면 600개 넘는 착한 회사들에 의해 이러한 대체실험의 신뢰성이 검증되고 있다. 한편 기업은 동물실험 없이 이미 안전성 데이터가 존재하는 수천 가지 요소를 활용하여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기업이 착한 회사가 되고자 하는 노력이 동물실험의 희생을 줄여갈 수 있다는 얘기다.

각종 화학물질의 안전성 평가는 이제 윤리적 토대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화장품 산업뿐만 아니라 의약계, 과학계 등 동물실험을 당연히 여기는 분야에도 변화의 압력이 가세되고 있다. 애먼 동물희생에 더 이상 무감각해서는 안 된다.

 

글 | 김현지 환경운동연합 회원


주간 인기글





03039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23
TEL.02-735-7088 | FAX.02-730-1240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03915 | 발행일자 1993.07.01
발행·편집인 박현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현철


월간 함께사는길 × 
서울환경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