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Friends of the Earth 54] "영국이 먼저다" 브렉시트 선택한 51퍼센트

2016-08-01

브렉시트(Brexit)는 영국(Britain)과 탈퇴(Exit)의 합성어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의미한다. 지난 6월 23일 영국은 국민투표로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했다. 설마 했던 브렉시트가 현실화된 것이다.

6월 23일(현지시간) 진행된 브렉시트 찬반 투표에는 전체 유권자 약 4650만 명의 72.2퍼센트에 해당하는 3358만 명이 참여했다. 결과는 찬성 51.9퍼센트(1741만742명), 반대 48.1퍼센트(1614만1241명)로 브렉시트 찬성 쪽이 이겼다. 비록 퍼센트로는 3.8퍼센트 포인트 차, 유권자 수로는 126만9501명 차이이긴 하지만 결과를 되돌릴 수는 없는 일. 영국은 1973년 EU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지 43년 만에 EU 탈퇴로 가닥을 잡았다.   


“영국이 먼저다” EU 탈퇴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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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3일 영국은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EU 탈퇴 찬성이 51.9퍼센트로 높았다 ⓒWillam Murphy


리스본 조약은 EU를 탈퇴하려는 회원국이 EU 이사회에 탈퇴 의사를 정식 통보한 시점으로부터 2년간 회원국과 EU가 맺어온 것들을 새로 협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국과 EU는 관세·무역국경이민 등 EU 제반 규정에 대해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만약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도 2년이 지나면 해당 회원국은 자동 탈퇴 처리된다.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EU 잔류파로서 이번 찬반 투표를 추진한 영국 보수당 대표이자 영국 총리인 데이비드 캐머런은 투표 결과를 수용하겠다며 사임의사를 밝혔다. 당장 2년으로 예정된 탈퇴 협상을 잔류를 주장했던 캐머런 총리가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캐머런 총리는 2015년 5월 총선 국면에서 보수당이 승리해 집권하면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으며, 6월23일에 있을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를 공식 발표하면서도 ‘영국의 미래를 위해 EU 잔류에 투표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영국은 2016년 2월 EU 회원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EU 잔류를 위해 제시했던 요구사항 대부분을 관철시켰다. 여기엔 이민자 복지 혜택을 제한하고, 영국 의회의 자주권을 강화하며, EU 규제에 대해 영국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 등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보수당은 당내에서도 브렉시트 지지가 엇갈려 당론을 내놓지 못했다. 노동당은 브렉시트 반대, 즉 EU 잔류로 당론을 내놓긴 했으나 브렉시트 찬반의 정치지형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브렉시트 찬성과 반대에는 각각 나름의 이유에 따라 좌우파가 섞여있다.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극우파가 이민자 혜택 축소 중심이라면 브렉시트 찬성 좌파는 EU 체제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EU는 이민정책뿐만 아니라 산업정책, 환경규제 등 여러 영역에서 회원국들에게 동일한 규범을 부과하고 강제한다. 한편 EU 체계상 가장 강력한 기구인 EU집행위원회는 회원국 정부에 의해 지명되는 임명직이고, 시민이 뽑는 선출직인 유럽의회에는 입법권이 없고 집행위원회를 견제할 권한도 없다. 

사전조사는 브렉시트 반대파의 승리를 점쳐왔다. 게다가 찬반 투표 1주 전이었던 6월 16일에는 영국 노동당 현역 국회의원인 조 콕스 의원이 총격과 함께 수차례 칼에 찔려 숨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콕스 의원은 EU 잔류파였고 집회를 준비하던 중 괴한의 남성에게 변을 당했다. 남성은 범행 당시 EU 탈퇴 지지 슬로건인 “영국이 먼저다(Britain First).”라고 외쳤다. 사건 이후 추모 열기가 일어나고 투표 전날에도 ‘조처럼 사랑하자(#LoveLikeJo)’는 호소가 울려 퍼지는 등 전세는 브렉시트 반대파로 기우는 듯했다. 


“이주민이 일자리 빼앗고 범죄 저지른다”

브렉시트 찬성이라는 예기치 못한 투표 결과에 파운드화 가치 폭락을 감내하는 등 영국은 한동안 술렁였지만 곧장 EU 탈퇴를 준비하는 태세다. 영국으로선 시간을 벌기 위해 공식 절차가 시작되는 EU 탈퇴 통보 시점을 최대한 미루려 하고 있다.

지난 7월 13일에는 내무장관으로 오랫동안 역임했던 테레사 메이가 영국 총리로 공식 취임해 새로운 내각을 구성했다. 메이 총리는 취임 전 연설에서 성공적인 EU 탈퇴 협상을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EU 협상을 직접 주관할 외무부와 브렉시트부에는 각각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과 데이비드 데이비스 의원 등 EU 탈퇴파를 기용했다. 브렉시트 찬성파이자 보수당 의원이었던 보리스 존슨은 독설과 차별 발언으로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는 등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선후보와 자주 비견되는 인물이다. 

이민자 문제는 이번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다. 이주민이 증가하는 가운데 ‘외국인 혐오’ 정서가 조성되었던 것. 이른바 외국인들이 영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의 실업률은 5퍼센트로 EU 평균인 8.9퍼센트보다 낮은 편인데다 외국인 노동자야말로 영국 경제성장을 뒷받침해왔으며 영국 서비스 산업의 수준을 높였다는 시각도 있다.

EU는 회원국 시민이 다른 회원국으로 이주하는 것을 해당 국가의 정부가 막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국으로 이민 오는 사람은 한 해 37만 명. 1993년 380만 명 정도였던 외국 출신 영국 거주자는 2014년 830만 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여기엔 EU의 회원국 확장이 한 몫 했다.

폴란드인은 영국에서 이민자의 상징처럼 인식된다. 2014년 기준 약 85만 명으로 외국 출신 영국 시민권자 가운데 최대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 그 다음으로 높은 비중은 인도 출신으로 약 36만 명이다. 2004년 5월 EU는 폴란드를 포함해 중부 유럽 및 동유럽 국가들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였고 이때부터 폴란드에서 많은 사람들이 영국으로 이동했다. 그 뒤 2008년 세계 경제위기로 타격을 입은 남유럽 국가에서도 다수가 영국으로 이동했다. 

폴란드인들은 저임금과 근면함, 게다가 고학력으로 영국사회에 어필하며 빠르게 정착했다. 영국에서 이들이 종사하는 직종은 주로 세차, 배관공, 식당 점원 등으로 남다른 서비스 정신이 호평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브렉시트 결정으로 폴란드인을 비롯 영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는 매우 불안정하게 됐다. 새롭게 들어서는 정부가 브렉시트 결정의 배경이 된 외국인 혐오 정서에 부응하여 강도 높은 반이민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선택한 영국의 과제

이번 투표의 진정한 승리자는 브렉시트에 찬성했던 극우파, 영국독립당(UKIP)이다. 영국독립당은 잉글랜드 지역의 극우 민족주의 분파 성격이 강한 정당이다. 영국독립당은 외국인 혐오 프레임을 통해 영국 시민들의 소득 저하가 마치 EU의 개방적인 이민 정책 때문인 것처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노동, 상품,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단일시장을 목표로 하는 EU의 꿈은 영국의 이번 브렉시트 결정으로 큰 난관에 봉착했다. 회원국은 28개국에서 27개로 줄어들게 됐고, 영국처럼 탈퇴를 결정하는 제2, 제3의 회원국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영국 또한 지역별 의견 편차가 극명했던 브렉시트를 수행하며 지역을 통합하고 외국인 혐오 정서를 극복해 가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브렉시트 반대파가 대다수였던 스코틀랜드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다시 독립투표 추진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반이민 정서를 등에 업고 활개 칠 극우파의 행보도 주시해야 한다. 브렉시트가 고삐 풀린 외국인 혐오의 발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만큼은 자명해 보인다. 


글 | 김현지 환경운동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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