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시사콕콕 25] 우리의 살림살이는 나아졌을까 나아질 수 있을까

통계로 본 살림살이…밥상에 반찬 좀 느셨습니까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통계청은 해마다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우리나라 가계의 살림살이를 수치로 보여주는 통계입니다.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드리고 싶지만 매번 눈에 띄는 것은 수치 속에 숨어있는 절박함과 아우성입니다. 

지난달 14일 발표된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부채는 5994만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웬만한 대기업 과장급 직원 연봉에 맞먹는 금액입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노년층의 부채 실태입니다. 자식들을 다 키워놓은 우리나라 노년층들에게 남아있는 것은 빚과 상대적 빈곤감뿐이라는 게 통계 조사로 나타납니다. 

우리사회의 허리층인 40~50대의 부채는 소폭 줄었지만 취업으로 고민하는 30대 전후와 60세 이상 노년층은 빚을 늘려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30세 미만 부채는 1401만 원에서 1558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11.2퍼센트 늘었습니다. 

부채 중 매달 이자를 내야하는 금융부채 비중은 68.3퍼센트나 됐습니다. 100만 원의 빚이 있다면 이 중 68만3000원에 대해 매달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빚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가구도 늘었습니다. 금융부채 보유 가구 중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가구는 71.8퍼센트로 1년 전보다 1.6퍼센트 더 늘었습니다. 6.9퍼센트는 아예 ‘상환 불가능’이라는 답을 내놨습니다. 

가구주 나이가 66세 이상인 은퇴연령층은 빚 증가와 함께 상대적 빈곤감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이들 가구의 빈곤율은 53.1퍼센트로 집계됐습니다. 빈곤율은 중위소득 50퍼센트 미만인 계층이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은퇴연령층 두 집 중 한 집은 소득이 평균 이하인 상대적 빈곤층에 속한 것입니다. 특히 취업자가 없는 은퇴연령층 가구의 빈곤율은 75.9퍼센트까지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가구당 평균소득은 4676만 원으로 1년 전에 비해 4.4퍼센트 늘었습니다. 그러나 소비지출은 2307만 원으로 0.2퍼센트 늘어나는데 그쳤습니다. 반면 세금, 국민연금 등 비(非)소비지출은 1.9퍼센트 늘었습니다. 가뜩이나 빚 부담에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 주머니에 직접 들어오지 않고 나가는 ‘무늬만 소득’이 늘어난 셈입니다. 비소비지출 중 세금(206만 원) 증가율이 7.1퍼센트로 가장 높았고,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사회 보험료가 5.7퍼센트로 뒤를 이었습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고착화됩니다. 소득 하위 20퍼센트인 1분위 가구의 소득은 1년 전 814만 원에서 825만 원으로 1.4퍼센트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소득 상위 20퍼센트인 5분위는 1억825만 원으로 3.9퍼센트 늘었습니다. 이에 따라 연간 소득이 1억 원 이상인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8.1퍼센트로 전년보다 0.8퍼센트포인트 늘었습니다. 그러나 연간 소득이 1000만 원 미만인 가구는 12.8퍼센트로 0.1퍼센트포인트 줄어드는데 그쳤습니다. 전체 자산 면에서도 5분위 가구의 평균 자산은 7억5599만 원으로 1분위 가구(1억722만 원)보다 7배나 많았습니다. 

 

FTA 봇물 살림살이 나아질까 

지난달은 유독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소식이 많았습니다.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G2로 떠오른 중국과 협상이 타결됐고 남반구 축산업의 강자인 뉴질랜드와도 협상을 마쳤습니다. 국회 비준 등의 절차가 남았지만 전례로 보면 이들 FTA가 발효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습니다. 

정부와 재계는 FTA 체결은 곧 경제영토 확장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재화와 용역을 수출입할 때 관세를 매기지 않게 되니 곧 경제영토가 늘어나는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FTA를 많이 맺어 자유무역의 비중이 높아지면 우리나라 수출 산업이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늘어나고 가계의 살림살이가 나아진다는 흐름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농·축산업은 관세 철폐에 따른 심각한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와 재계는 모자라거나 비싸면 값싼 외국 농산물을 수입해 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논리이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실제로 1980년 전 지구적인 냉해가 찾아와 우리나라는 물론 주요 농산물 생산국들이 대흉년을 겪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부랴부랴 국제 곡물시장을 통해 수입하려했지만 식량부족을 우려한 각국은 물량을 내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돈만 내면 얼마든지 농산물을 사올 수 있다는 생각은 이래서 위험합니다.

지난달 15일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한 뉴질랜드는 축산·낙농품 등이 발달된 축산 선진국입니다. 뉴질랜드산 키위도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제품입니다. 전체적으로 우리와 교역량이 많지 않음에도 국내 농업부문의 우려가 높았습니다. 정부는 이런 우려를 반영해 쌀, 돼지고기 삼겹살 등 주요 농축산물 상당부분을 개방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쇠고기·치즈·분유 등은 최대 15년 후에는 관세가 철폐될 예정이라 관련업계 피해가 불가피합니다.

지난달 10일에는 중국과의 FTA 협상이 타결됐습니다. 농산물을 포함한 상품의 경우 양국은 품목 수 기준 90퍼센트 이상을 개방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자동차는 양국 모두 개방 대상에서 제외키로 합의했고, LCD(액정표시장치)는 10년 뒤 관세를 철폐키로 합의했습니다. 농수산물 자유화율은 품목 수 기준 70퍼센트, 수입액 기준 40퍼센트에 이릅니다. 쌀은 물론 고추, 마늘, 양파 등 주요 양념채소류도 제외됐습니다. 그러나 이미 중국산의 저가공세에 눌린 참깨나 김치 등은 양허 대상에 포함돼 국산 피해가 더 커질 전망입니다. 농민들은 “숱한 FTA를 체결하며 수출산업이 혜택을 입는 동안 농업 분야는 피폐해졌다”며 “자동차·전자 산업이 수출 호황을 누릴 때 그들이 우리를 도와준 게 뭐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FTA 피해 품목에 대해 폐업 보상금 등 피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농민들을 농토에서 쫓아내는 식의 일회성 보상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글 | 선정수 국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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