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Friends of the Earth 27] 세계은행 향한 문드라 주민의 목소리

“나는 여성 어민입니다. 우리 마을 주민들은 생계를 바다에 의존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생명이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세계은행이 재정을 지원하고 있는 타타 문드라 프로젝트 때문입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어온 해안 마을의 삶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바닷가재와 거북이가 알을 낳던 곳은 발전소 때문에 납작하게 밀려 버렸고, 발전소에서 나오는 폐수로 어획량은 확 줄었습니다. 볕이 잘 드는 곳에서 말린 물고기를 시장에 내다 팔던 일도 석탄가루 때문에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컨베이어 벨트의 분진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우리를 구할 수 있습니다. 그가 우리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말이죠.” 해외 청원 사이트에 인도 여인 아미나벤(Aminaben) 씨가 올린 글이다. 인도 문드라(Mundra) 지역의 석탄화력발전소는 그녀를 포함해 1만여 명의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지역 주민과의 사전협의 없이 들어선 문드라 화력발전소는 그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Joe Athialy

지역 주민과의 사전협의 없이 들어선 문드라 화력발전소는 그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Joe Athialy

 

초대형 발전 프로젝트 

쿠치 만(Gulf of Kutch)에서 가까운 인도 문드라 지역은 구자라트(Gujarat) 주에 위치해 있다. 인도의 전력회사 타타파워(Tata Power)는 이곳에 4000메가와트급 석탄화력발전소를 세워  구자라트 주를 비롯해 하리아나(Haryana), 라자스탄(Rajasthan), 펀자브(Punjab) 주 등 인도 북서부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문드라 석탄화력발전소는 인도 정부가 야심차게 계획한 대규모 전력 공급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인도 정부는 만성적인 전력 결핍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모두에게 전기를(power for all)’이란 방침을 내걸고 2012년까지 10만 메가와트의 전기를 추가로 공급하겠다는 UMPP(Ultra Mega Power Projects)계획을 세웠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16개 지역에 각각 4000메가와트 혹은 4000메가와트 이상의 발전소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12개 지역에서 각각 4000메가와트 발전소가 추진되고 있으며 2개 지역이 발전을 시작했다.  

문드라 지역은 타타 문드라 프로젝트에 따라 800메가와트짜리 발전소 5기가 세워졌고 2012년 3월 첫가동을 시작했다. 문드라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은 국제금융공사(IFC), 아시아개발은행(ADB) 그리고 한국수출입은행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세계은행 그룹’이라 하면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국제개발협회(IDA), 국제금융공사(IFC), 다자간투자보증기구(MIGA),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를 모두를 일컫고, ‘세계은행’이라고 하면 국제부흥개발은행과 국제개발협회를 의미한다. 문드라 발전소는 국제금융공사의 지원을 받고 있으니 정확하게는 ‘세계은행 그룹’의 대출을 받고 있는 셈이다. 

 

진실 외면하는 세계은행

국제금융공사는 개도국 민간 부문의 발전과 민간 자본의 국제적 이동을 촉진해 세계은행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다. 카오는 (CAO; Compliance Advisor Ombudsman)는 국제금융공사 지원 사업에 대한 감찰 성격을 갖는 기관으로, 환경적•사회적 규범에 대한 위반을 감사한다. 문드라 석탄화력발전소 지역 주민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CAO는 지난해 조사에 착수했고, 지역사회의 항의가 합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CAO는 조사 보고서를 통해 “(국제금융공사가 지원하는) 타타파워가 위험에 대해 적절한 보고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국제금융공사가 추가적인 환경적•사회적 평가를 부여했었어야 했다. 지역사회와 사전 협의 부족, 해양 영향에 대한 검토 부족 등 국제금융공사는 타타파워가 화력발전 가이드라인 요건을 준수하게 하는 데 실패했다.”라고 밝혔다.

 

이미 합당하다고 드러난 지역사회의 항의에 책임을 져야 한다 ⓒJoe Athialy

이미 합당하다고 드러난 지역사회의  항의에 책임을 져야 한다 ⓒJoe Athialy

 

CAO 조사가 있은 지 석 달 뒤, 주민 반발이 계속되자 아시아개발은행도 자체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우리는 타타파워가 아시아개발은행의 정책과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일단의 증거(prima facie evidence: 특정의 사실을 증명하는 데 있어서 일단 충분하고 정당하다는 증거. 상대방의 반증으로 번복되지 않는 한 진실이라고 추정되는 증거)’를 찾았다.”라며 “해당 사업의 규정 불이행 정도가 규정 준수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할 정도로 아주 심각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세계은행 김용 총재는 국제금융공사를 향한 CAO의 지적을 묻어두려는 눈치다. 국제금융공사 국장들은 전문가 집단인 CAO의 보고서를 부정하는 답변 보고서를 작성해 타타파워를 옹호하는 한편, 어떠한 개선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한 달여간 침묵하던 김용 총재 역시 국제금융공사의 답변을 그대로 승인했다. 

<어민의 권리 투쟁을 위한 협회>(MASS) 바랏 파텔(Bharat Patel) 사무총장은 “김용 총재는 전문가의 발견을 부정하면서까지 국제금융공사 답변을 승인했다. 이는 앞으로도 책무를 계속 회피해 갈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평했다. 

 

주민 피해 책임져야 

문제는 문드라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에 대한 평가가 악화되고 있는데도 사업이 계속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타타파워는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석탄 확보에 따른 비용 상승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려고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타타파워의 석탄 수입처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정부가 석탄 가격을 올리자 타타파워는 2011년 중앙전기규제위원회에 가격 보상을 요청했다. 이에 인도 국가 산하 중앙전기규제위원회(CERC)는 지난 2월 25일 타타파워의 석탄수입 비용 증가분을 메워주기 위해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내용의 보상 방침을 결정한 것이다. 그러자 다른 지역 발전소 사업자도 루피 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차손을 들먹이며 요금을 재협상하자며 중앙전기규제위원회에 접근하고 있다. 인도 정부가 원래 UMPP 사업을 벌였던 목적이 인도에 값싼 전기를 공급하려 했던 것임을 상기할 때 개탄스러운 일이다. 

문제 있는 사업에 대한 단호한 중단과 책임감 있는 조처야말로 위정자들의 기본자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문제 있는 사업에 자금을 지원해 주는 자 역시 문제에 대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세계은행과 김용 총재는 문드라 석탄화력발전소 문제에 자유로울 수 없다. 스스로 마련한 책무 체계조차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금융기관의 신뢰성은 나락으로 떨어질 게 뻔하다. 이제 외면한 진실을 다시 직시할 때다.

 

 

글 | 김현지 환경운동연합 국제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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