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화학물질 팩트체크 08] 일상 속에 퍼진 나노, 안전관리는?

탄력 있고 주름 없는 피부를 마다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일까. 시중에 판매하는 화장품들은 저마다 발라만 주면 세월을 거슬러 새로운 피부를 보게 될 것이라며 꼬드긴다. 주름개선이나 미백에 효과 있는 성분이 피부 깊숙이 침투돼 속부터 차오른다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인다. 물질이 피부 깊숙이 침투되려면 입자 크기가 매우 작아야 하는데 가늠할 수 없는 그 크기를 우리는 흔히 나노입자라고 부른다. 초미세먼지보다도 작은 크기다. 화장품뿐만이 아니다. ‘은나노’가 붙은 의약품, 젖병, 식품용기, 세탁기, 공기청정기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나노 물질에 대한 세계적 우려

 사실 나노 물질을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직 국제적 정의도 통일되지 않았다. 보통 ‘나노물질’이란 일반 물질을 1~100나노미터 수준으로 작게 쪼갠 물질을 말한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로, 머리카락 굵기의 약 5만~10만분의 1에 해당한다. 이처럼 1나노미터 단위의 원자나 분자 및 초분자 물질을 합성하고, 조작하는 기술을 ‘나노기술’이라 부른다. 

 나노기술을 통해 기존 물질에서 볼 수 없었던 항균력, 흡착력 등 우수한 성질을 이용해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상용화되고 있지만, 우려의 소리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나노물질에 대한 경각심을 가진 계기는 2000년 초반으로 올라간다. 2006년 7월 미국 정부가 국가 보고서를 통해 ‘나노 기술이 가전, 컴퓨터, 화장품, 의류, 스포츠용품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퍼지고 있음에도 그에 대한 안전 검증을 위한 과학적 근거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발표 이후 나노 기술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고, 미 의회와 환경단체 중심으로 나노 기술의 안전성을 검증할 것과 그에 따라 과학적 사용 기준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까지 발표된 나노물질의 환경, 인체 위해성에 대한 연구 보고들에 따르면 나노물질이 중금속처럼 몸의 각 기관에 쌓일 수 있고 너무 미세해 인체 내 침투와 이동이 쉬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크기가 너무 작아 인체의 면역 세포에서 제거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폐에 치명적인 염증을 일으키거나 기관을 손상한다는 보고가 나온 바 있다. 미세플라스틱 같이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가게 되면서 해양생물 체내에 축적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해 EU(유럽연합)에서 나노기술과 관련해 생태계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과학적 근거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을 뿐, 나노물질의 특성 및 시험방법 등에 관한 국제 표준화는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캐나다, 덴마크 등 일부 국가에서는 ‘나노기술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국가적 의제로 떠오르면서 제품에 포함된 모든 나노물질 목록에 대한 신고제를 도입하거나, ‘Nano Labelling’ 부착을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나노 물질 및 나노물질 함유제품 등록제를 시행해 사용금지물질(탄소나노튜브, 실리카, 은 나노 등)을 지정하는 등 나노물질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나노강대국 대한민국, 안전관리는?

 한국은 나노물질 산업의 규모와 기술에서 보면 세계 5위의 ‘나노 강대국’이다. 국내에서 제조하는 나노 제품 수는 120종으로 미국(540종) 다음으로 나노 제품을 다양하게 생산하고 있다. 또한 나노물질의 유통량도 2011년 32.2천 톤에서 2015년 587.8천 톤으로 4년 만에 약 18배 이상으로 급성장했다. 업종별로는 화학물질, 제품 제조업(39.2%), 도매상품중개업(31.3%), 고무 플라스틱제품 제조업(13.6%) 등에 ‘나노물질’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나노 산업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관련 정부 규제는 변화의 흐름을 못 따라가고 있다. 정부는 2012년 1차에 이어 2017년 ‘제2차 나노안전 관련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정부 차원에서 안전관리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나노 측정, 분석 등 기초연구와 모니터링 단계에만 머물러 있다. 

 2006년, 삼성전자가 은 나노의 항균 기능을 내세워, 세탁 과정에서 은 이온을 빨래에 방출하는 ‘은 나노 항균 세탁기(미국 등 해외에서는 Silver Care라는 상표명으로 시판됨)’를 국외에 수출하려 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해 유럽 일부 나라에서는 은 나노의 환경 유해성을 지적하며 논란이 커졌고 결국 수출은 중단됐다. 이후 미국 환경보호청은 나노기술을 적용한 세탁기와 식품보관용기, 공기청정기 등을 수입규제 대상 품목으로 지정했고, 소비자 제품에 살균을 위해 사용하는 은 함유량을 제한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99.9% 살균’ 표시 광고 문제점만 지적했을 뿐이다. 

 2016년 환경부 용역보고서 ‘생활화학제품 나노물질 함유 실태 조사 및 관리 방안‘에 따르면“나노입자의 경우 노출 가능성이 크고 독성 영향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흡입 노출 경로 우선으로, 스프레이형 제품, 자동분사기 등 에어로졸을 발생시킬 수 있는 제품들이 우선 대상 제품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앞서 밝혔다시피, 국내 나노 산업 발전으로 생활환경 내 나노물질의 사용 증가가 되고 있으나, 우리는 현재 얼마나 많은 나노물질을 사용하고 있는지, 어떤 형태로 제품이 만들어지고 함유되어 있는지, 사용된 나노물질의 안전성은 물론 기본적인 특성조차 알지 못한다.

 글 | 정미란 환경운동연합 정책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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