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사이에서 핫한 장난감이 있다. 액체처럼 잘 흘러내리지만 점성이 있어 자유자재로 늘어나 마치 괴물 같다고 하여 ‘액체 괴물’이라고 부르는 장난감이다. 흐느적거리고 독특한 촉감에 만지는 재미도 있고 알록달록한 색소나 반짝이를 넣고 각자 원하는 액체 괴물을 만들 수 있어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충격적인 발표가 나왔다. 지난해 말 국가기술표준원이 시중에 판매하는 190개 액체 괴물을 조사했더니 유해물질이 나온 제품이 40퍼센트(76개)에 달했다는 것이다. 프탈레이트가 기준치의 300배 이상 넘은 제품도 있었다. 프탈레이트 생산량의 60퍼센트 이상이 딱딱한 플라스틱 물질에 유연성 및 탄성을 부여하는 가소제로 사용되는데 대표적인 환경호르몬 물질이다. DEHP, DBP, DEHA 등 그 종류만도 약 39종에 이른다.
과연 액체 괴물만의 문제일까? 앞서 환경부는 ‘2017년 어린이용품 유해물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우개, 필통, 실내화 등 63개 제품에서 프탈레이트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프탈레이트를 어떻게 관리하나
프탈레이트는 비스페놀A와 함께 대표적인 환경호르몬 물질로 아이들의 성장에 유해하다고 알려져 있다. 아이들은 몸의 해독 기능이 부족해 화학물질에 쉽게 손상될 뿐만 아니라 전 생애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프탈레이트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어린이 제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어린이들이 프탈레이트가 함유된 장난감이나 다른 물건들을 입에 넣거나, 빨거나, 씹을 때 화학물질이 체내에 흡수될 수 있음을 확인했고 이에 미국과 캐나다는 국내에서 관리하는 프탈레이트 가소제 6종뿐만 아니라 4종(DIBP, DPENP, DHEXP, DCHP)을 추가해 규제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재질별성상별로 관리기준을 차등화해서 관리하고 있다. 일반 완제품의 경우 가소제에 4종의 프탈레이트가 0.1퍼센트 이상 포함된 경우 시장 출시를 금지하고 있다. 완구 및 육아용품은 더 강력하다. 모든 완구 및 육아용품에 사용하는 가소제에 프탈레이트 6종에 대해 0.1퍼센트 이상 사용할 수 없도록 했고 이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를 함유한 어린이 제품과 장난감의 생산 및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프탈레이트로부터 어린이들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우리나라는 어린이 제품 관리가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로 부처별로 분산되어 있다. 먼저 산업통상자원부는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에 따라 어린이 제품(13세 이하)을 관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입에 넣어 사용하는 용도가 아닌 제품의 경우 3종(DEHP, DBP, BBP) △입에 넣어 사용할 용도의 제품은 위의 3종에 DINP, DIDP, DnOP 추가해 6종의 프탈레이트를 관리하고 있다. 법에 따라 입에 넣어 사용하는 용도의 제품에 대해선 6종의 프탈레이트의 총합이 0.1 퍼센트를 넘으면 안 된다. 하지만 입에 넣어 사용하는 용도도 아닌 어린이용 제품은 프탈레이트 가소제(6종)의 총합이 0.1퍼센트 초과하더라도 경고 표시만 넣으면 얼마든지 시중에 판매할 수 있다.
환경부는 ‘환경보건법’에 따라 플라스틱 재질의 어린이 용품(환경부의 ‘어린이 용품’이란 어린이가 주로 사용하거나 접촉하는 장난감, 문구용품 등)을 관리하고 있는데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DNOP, DINP 2종에 한해서만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매우 아쉽다. 프탈레이트는 특성상 비닐 또는 플라스틱 제품에 단단히 결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쉽게 용출될 수 있다. 특히나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손가락을 자주 빨고, 입에 넣어선 안 될 물건을 입에 넣고 씹기도 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어린이 몸속에 노출될 수 있음에도 법에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문제는 또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 가지의 프탈레이트 농도가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도 다수의 프탈레이트에 동시에 노출된다면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진짜 괴물을 잡아야
지난해 말 국립환경과학원은 ‘제3기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국민 몸속의 환경유해물질 노출 수준을 조사한 결과 아이들 몸에서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A 등이 성인보다 2~3배 이상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2의 액체 괴물 같은 유사한 제품들이 언제 또다시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지 몰라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조사와 발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행동과 규제를 통해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 언제까지 아이들 손에 괴물을 쥐어줄 수는 없지 않은가.
글 | 정미란 환경운동연합 정책팀 팀장
아이들 사이에서 핫한 장난감이 있다. 액체처럼 잘 흘러내리지만 점성이 있어 자유자재로 늘어나 마치 괴물 같다고 하여 ‘액체 괴물’이라고 부르는 장난감이다. 흐느적거리고 독특한 촉감에 만지는 재미도 있고 알록달록한 색소나 반짝이를 넣고 각자 원하는 액체 괴물을 만들 수 있어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충격적인 발표가 나왔다. 지난해 말 국가기술표준원이 시중에 판매하는 190개 액체 괴물을 조사했더니 유해물질이 나온 제품이 40퍼센트(76개)에 달했다는 것이다. 프탈레이트가 기준치의 300배 이상 넘은 제품도 있었다. 프탈레이트 생산량의 60퍼센트 이상이 딱딱한 플라스틱 물질에 유연성 및 탄성을 부여하는 가소제로 사용되는데 대표적인 환경호르몬 물질이다. DEHP, DBP, DEHA 등 그 종류만도 약 39종에 이른다.
과연 액체 괴물만의 문제일까? 앞서 환경부는 ‘2017년 어린이용품 유해물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우개, 필통, 실내화 등 63개 제품에서 프탈레이트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프탈레이트를 어떻게 관리하나
프탈레이트는 비스페놀A와 함께 대표적인 환경호르몬 물질로 아이들의 성장에 유해하다고 알려져 있다. 아이들은 몸의 해독 기능이 부족해 화학물질에 쉽게 손상될 뿐만 아니라 전 생애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프탈레이트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어린이 제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어린이들이 프탈레이트가 함유된 장난감이나 다른 물건들을 입에 넣거나, 빨거나, 씹을 때 화학물질이 체내에 흡수될 수 있음을 확인했고 이에 미국과 캐나다는 국내에서 관리하는 프탈레이트 가소제 6종뿐만 아니라 4종(DIBP, DPENP, DHEXP, DCHP)을 추가해 규제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재질별성상별로 관리기준을 차등화해서 관리하고 있다. 일반 완제품의 경우 가소제에 4종의 프탈레이트가 0.1퍼센트 이상 포함된 경우 시장 출시를 금지하고 있다. 완구 및 육아용품은 더 강력하다. 모든 완구 및 육아용품에 사용하는 가소제에 프탈레이트 6종에 대해 0.1퍼센트 이상 사용할 수 없도록 했고 이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를 함유한 어린이 제품과 장난감의 생산 및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프탈레이트로부터 어린이들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우리나라는 어린이 제품 관리가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로 부처별로 분산되어 있다. 먼저 산업통상자원부는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에 따라 어린이 제품(13세 이하)을 관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입에 넣어 사용하는 용도가 아닌 제품의 경우 3종(DEHP, DBP, BBP) △입에 넣어 사용할 용도의 제품은 위의 3종에 DINP, DIDP, DnOP 추가해 6종의 프탈레이트를 관리하고 있다. 법에 따라 입에 넣어 사용하는 용도의 제품에 대해선 6종의 프탈레이트의 총합이 0.1 퍼센트를 넘으면 안 된다. 하지만 입에 넣어 사용하는 용도도 아닌 어린이용 제품은 프탈레이트 가소제(6종)의 총합이 0.1퍼센트 초과하더라도 경고 표시만 넣으면 얼마든지 시중에 판매할 수 있다.
환경부는 ‘환경보건법’에 따라 플라스틱 재질의 어린이 용품(환경부의 ‘어린이 용품’이란 어린이가 주로 사용하거나 접촉하는 장난감, 문구용품 등)을 관리하고 있는데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DNOP, DINP 2종에 한해서만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매우 아쉽다. 프탈레이트는 특성상 비닐 또는 플라스틱 제품에 단단히 결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쉽게 용출될 수 있다. 특히나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손가락을 자주 빨고, 입에 넣어선 안 될 물건을 입에 넣고 씹기도 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어린이 몸속에 노출될 수 있음에도 법에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문제는 또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 가지의 프탈레이트 농도가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도 다수의 프탈레이트에 동시에 노출된다면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진짜 괴물을 잡아야
지난해 말 국립환경과학원은 ‘제3기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국민 몸속의 환경유해물질 노출 수준을 조사한 결과 아이들 몸에서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A 등이 성인보다 2~3배 이상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2의 액체 괴물 같은 유사한 제품들이 언제 또다시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지 몰라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조사와 발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행동과 규제를 통해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 언제까지 아이들 손에 괴물을 쥐어줄 수는 없지 않은가.
글 | 정미란 환경운동연합 정책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