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라 1회용 컵 보증금제

20대 이상의 성인이면 1회용 컵 보증금제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2002년 환경부가 주요 커피전문점 등과의 자발적 협약을 통해 1회용 컵을 판매할 때 보증금을 붙이고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였다. 당시 보증금은 50~100원 수준이었다. 회수율은 37퍼센트 정도였는데 회수율이 낮고 보증금의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2008년 폐지되었다. 

이후 자발적 협약을 맺은 업계는 텀블러 사용 시 판매액의 일부를 할인해주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1회용 컵 보증금제가 폐지되며 자발적 협약에 의존한 채 10여 년을 지나면서 1회용 컵 사용량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환경부가 스타벅스, 커피빈 등 주요 커피전문점 12곳과 패스트푸드점 5곳 등 국내 17개 프랜차이즈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회용 컵 연간 사용량은 2015년 기준 7억 2000만 개에 달했다. 1회용 컵 보증금제 폐지 직후인 2009년 4억3246만 개였던 사용량이 6년 사이 66.3퍼센트(2억 8754만개)나 증가한 것이다.  

 


국회에서 잠든 1회용 컵 보증금제

지난해 일명 폐기물 대란을 겪으며 1회용품부터 줄여나가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1회용 컵 보증금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사실 1회용 컵을 판매할 때 보증금을 붙이고 다시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내용의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환경부가 업계와 시민단체 등과 협의를 통해 보증금 액수나 보증금 관리, 위반시 제재방안 등 구체적 내용을 정하게 된다. 하지만 발의된 지 2년 7개월이 되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내에서 1회용컵 보증금제에 대한 의견은 첨예하다. 지난해 9월 제364회 환경노동소위에서 이상돈 국회의원은 “종이컵을 제재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1회용 컵의 환경 부하가 적고 소비자에게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설훈 국회의원도 “순환이 어렵기에 1회용품 사용은 불가피하며 법적 장치는 효과가 적기에 캠페인으로 만족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2018년 8월부터 1회용 플라스틱컵에 대한 매장 내 섭취 규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1회용 종이컵은 규제에 해당되지 않아 매장 내에서 제공되어도 아직까지도 별달리 손쓸 방법이 없다. 매장 내 섭취를 넘어 테이크아웃되는 1회용 컵에 대해 전면적인 보증금제가 도입되면 컵 회수율이 높아지고 일반 쓰레기로 마구 버려지는 테이크아웃 컵들의 재활용도 증가되며 개인 텀블러 사용의 증가로 근본적으로 1회용 컵 사용을 줄일 수 있다. 2017년 환경부가 성인 남녀 200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 결과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에 71.4퍼센트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또 61.8퍼센트의 응답자가 ‘제도가 도입되면 텀블러 등을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1회용 컵 보증금제 부활해야

영국에서는 2018년 8월부터 스타벅스가 1회용 컵 보증금제도와 비슷한 라떼 부담금(Latte Levy)을 도입했다. 라떼 부담금은 음료를 1회용 용기에 담아서 가져갈 경우 5펜스씩 부과되고 머그컵이나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는 고객은 부담금 없이 25펜스를 할인 받을 수 있다. 행동 경제학과 심리학에서 할인 정책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손실 혐오(Loss Aversion)와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 이론이 그 바탕이 되었다. 

1회용 종이컵의 사용은 230억 개에 육박한다. 이름은 종이컵이지만 내부에 음식물이 새는 것을 방지하고자 폴리에틸렌으로 코팅을 하여 재활용률이 낮고 대부분 폐기되어 소각된다. 1회용 컵의 사용량을 줄이고 테이크아웃된 컵의 회수를 통한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1회용 컵 보증금제의 시행이 시급한 상황이다. 다양한 구성원 간의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보증금을 책정하고 반환되어지지 않는 보증금은 테이크아웃 용기 재사용을 위한 기금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영국의 컵클럽, 미국의 베셀웍스, 독일의 프라이부르크컵처럼 테이크아웃 컵에 부과되는 보증금으로 재사용을 확산시킬 수 있는 사례는 이미 검증되었다. 1회용 컵의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불가피하게 테이크아웃되는 1회용 컵들은 판매점을 통해 회수하는 판매자책임수거재활용 시스템도 고려해볼 만하다. 

환경부는 올 상반기 중 종이컵과 빨대 등의 사용을 억제하여 1회용 컵 사용을 40억 개 이하로 줄이는 목표를 담은 1회용품 감축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2015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소비된 1회용 컵 61억 개 중 30퍼센트를 감축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이 유명무실해지지 않기 위해서 국회는 1회용 컵 보증금제 부활의 발목을 더 이상 잡지 말아야 한다.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통해 1회용품 사용 억제와 재사용을 위한 물꼬가 틔어주길 바란다.

 

 글 | 김현경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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