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연일 최고치 온도를 경신했다.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게 또 하나가 있다. 자외선 지수도 수십 분 내에 피부 화상을 입을 수 있는 최고치에 달했다.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자외선은 자외선 A와 자외선 B로 이에 노출되면 피부가 그을리거나 잔주름이 생기고 피부 노화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계절과 상관없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외선 차단제는 필수품이 되었고 화장품 업계에서도 선크림, 선스틱, 선스프레이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들을 경쟁하듯 시장에 내놓고 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사용한 자외선 차단제 때문에 해양생물이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면 어떨까.
세계 최초 ‘선크림 금지법’ 왜 ?
지난 5월 미국 하와이주 의회는 세계 최초로 특정 화학물질을 함유한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하와이주 의회가 금지한 물질은 옥시벤존(Oxybenzone, 벤조페논-3)과 옥티노세이트(Octinoxate) 성분으로 자외선 차단제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물질이다. 전 세계에 판매되는 자외선 차단제 제품의 약 3500종 이상에 함유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와이주 의회는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가 함유된 선크림이 하와이의 해안선을 보호하는 산호초를 포함해 하와이의 해양환경과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해양 생물과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특단의 조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rchives of Environmental Contamination and Toxicology’에 게재된 2015년 연구에 따르면 이 두 화학 물질은 산호의 사망률, 산호 표백 및 산호 및 기타 생물체에 대한 유전적 손상을 포함하여 산호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옥시벤존은 62ppt(1조분의 1)의 농도만으로도 산호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림픽 경기용 수영장 6.5개 분량에 물 한 방울의 농도만으로도 산호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산호뿐만 아니라 물고기, 성게, 해파리 등에 내분비장애를 일으켜 생식질병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연구팀은 2017년 하와이 마우이 해변에선 옥시벤존이 최대 4252ppt, 옥시노세이트는 최대 1516ppt까지 확인됐다며 매년 6000~1만4000톤의 자외선 차단제가 산호초 해역으로 배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하와이 주지사가 이 법안에 서명함에 따라 2021년부터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가 함유된 자외선 차단제는 하와이에서 사용이 금지된다. 단 의사처방전을 받은 제품은 제외된다.
하와이를 시작으로 두 물질이 함유된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금지한 법이 미국 전역으로 점차 확대될 조짐이다. 화장품 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미국 식약청이 안전성과 효과를 인정하고 오랜 기간 사용된 자외선 차단 성분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또한 옥시벤존의 경우 대다수 국가가 특정 농도 이하로 자외선 차단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국은 옥시벤존의 함량을 5퍼센트 규정하고 있고, 미국과 캐나다는 최고 농도 6퍼센트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 존슨앤드존슨사는 “해당 법안으로 수백만의 하와이 주민과 관광객의 건강, 안전, 복지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며 “자외선 차단제의 주요 성분인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를 금지함에 따라 안전하고 효과적인 자외선 차단제의 종류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 성분에 대한 환경 및 인체 유해성 논란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2008년 미국 환경단체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는 10단계의 위험도 중 옥시벤존을 위해성 등급 8(유해성 높음), 옥티녹세이트를 6(유해성 보통)으로 구분해 상당히 유해한 것으로 평가했다. EWG는 두 물질이 피부 흡수율이 높은데다, 비교적 많은 양이 피부에 침투되어 생체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거나 세포를 변화시키는 물질이라고 평가했다. 가볍게는 피부 자극으로 접촉성 피부염이나 여드름에 그치지만 심각하게는 호르몬 체계를 교란해 여성 불임, 정자 수 감소 등을 유발할 수 있고 세포 손상으로 DNA의 변형을 일으켜 피부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 유통되는 제품만 2만 종 넘어
환경연합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 판매 및 유통되는 자외선 차단제 중 두 성분이 함유된 제품은 2만2000종이 넘는다. 또한 자외선 차단제뿐만 아니라 립스틱, 마스카라 등 색조 화장품, 샴푸 등 개인위생 용품의 성분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개인 소비자 차원에서는 화장품 성분 표시를 꼼꼼히 따져서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거나, 화학적 차단제가 아닌 무기질 원료로 자외선을 차단하는 물리적 자외선 차단제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인간 건강은 물론 해양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는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를 위험한 물질로 규정하고 안전한 성분을 대체할 것을 판매 기업과 우리 정부에도 요구해야 한다.
글 | 정미란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조직정책국 부장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연일 최고치 온도를 경신했다.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게 또 하나가 있다. 자외선 지수도 수십 분 내에 피부 화상을 입을 수 있는 최고치에 달했다.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자외선은 자외선 A와 자외선 B로 이에 노출되면 피부가 그을리거나 잔주름이 생기고 피부 노화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계절과 상관없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외선 차단제는 필수품이 되었고 화장품 업계에서도 선크림, 선스틱, 선스프레이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들을 경쟁하듯 시장에 내놓고 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사용한 자외선 차단제 때문에 해양생물이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면 어떨까.
세계 최초 ‘선크림 금지법’ 왜 ?
지난 5월 미국 하와이주 의회는 세계 최초로 특정 화학물질을 함유한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하와이주 의회가 금지한 물질은 옥시벤존(Oxybenzone, 벤조페논-3)과 옥티노세이트(Octinoxate) 성분으로 자외선 차단제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물질이다. 전 세계에 판매되는 자외선 차단제 제품의 약 3500종 이상에 함유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와이주 의회는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가 함유된 선크림이 하와이의 해안선을 보호하는 산호초를 포함해 하와이의 해양환경과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해양 생물과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특단의 조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rchives of Environmental Contamination and Toxicology’에 게재된 2015년 연구에 따르면 이 두 화학 물질은 산호의 사망률, 산호 표백 및 산호 및 기타 생물체에 대한 유전적 손상을 포함하여 산호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옥시벤존은 62ppt(1조분의 1)의 농도만으로도 산호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림픽 경기용 수영장 6.5개 분량에 물 한 방울의 농도만으로도 산호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산호뿐만 아니라 물고기, 성게, 해파리 등에 내분비장애를 일으켜 생식질병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연구팀은 2017년 하와이 마우이 해변에선 옥시벤존이 최대 4252ppt, 옥시노세이트는 최대 1516ppt까지 확인됐다며 매년 6000~1만4000톤의 자외선 차단제가 산호초 해역으로 배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하와이 주지사가 이 법안에 서명함에 따라 2021년부터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가 함유된 자외선 차단제는 하와이에서 사용이 금지된다. 단 의사처방전을 받은 제품은 제외된다.
하와이를 시작으로 두 물질이 함유된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금지한 법이 미국 전역으로 점차 확대될 조짐이다. 화장품 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미국 식약청이 안전성과 효과를 인정하고 오랜 기간 사용된 자외선 차단 성분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또한 옥시벤존의 경우 대다수 국가가 특정 농도 이하로 자외선 차단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국은 옥시벤존의 함량을 5퍼센트 규정하고 있고, 미국과 캐나다는 최고 농도 6퍼센트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 존슨앤드존슨사는 “해당 법안으로 수백만의 하와이 주민과 관광객의 건강, 안전, 복지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며 “자외선 차단제의 주요 성분인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를 금지함에 따라 안전하고 효과적인 자외선 차단제의 종류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 성분에 대한 환경 및 인체 유해성 논란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2008년 미국 환경단체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는 10단계의 위험도 중 옥시벤존을 위해성 등급 8(유해성 높음), 옥티녹세이트를 6(유해성 보통)으로 구분해 상당히 유해한 것으로 평가했다. EWG는 두 물질이 피부 흡수율이 높은데다, 비교적 많은 양이 피부에 침투되어 생체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거나 세포를 변화시키는 물질이라고 평가했다. 가볍게는 피부 자극으로 접촉성 피부염이나 여드름에 그치지만 심각하게는 호르몬 체계를 교란해 여성 불임, 정자 수 감소 등을 유발할 수 있고 세포 손상으로 DNA의 변형을 일으켜 피부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 유통되는 제품만 2만 종 넘어
환경연합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 판매 및 유통되는 자외선 차단제 중 두 성분이 함유된 제품은 2만2000종이 넘는다. 또한 자외선 차단제뿐만 아니라 립스틱, 마스카라 등 색조 화장품, 샴푸 등 개인위생 용품의 성분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개인 소비자 차원에서는 화장품 성분 표시를 꼼꼼히 따져서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거나, 화학적 차단제가 아닌 무기질 원료로 자외선을 차단하는 물리적 자외선 차단제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인간 건강은 물론 해양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는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를 위험한 물질로 규정하고 안전한 성분을 대체할 것을 판매 기업과 우리 정부에도 요구해야 한다.
글 | 정미란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조직정책국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