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다는 식약처 발표에도 불안한 생리대, 왜?

일회용 생리대 전수조사가 아직 진행중인 가운데 시민사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생리대 안전과 여성 건강을 위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여성환경연대


식약처가 일회용 생리대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생리대 안전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월 28일 식약처는 국내 소비자들이 사용하는(해외 직구 포함) 일회용 생리대와 팬티라이너 총 666개 품목에 대해 VOCs 검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생리대를 하루 7.5개씩 한 달에 7일간 평생, 팬티라이너를 하루 3개씩 매일 평생 동안 사용해도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식약처의 발표를 기다렸다는 듯이 일회용 생리대 제조업체들은 식약처 조사 결과 자사 생리대는 안전성을 인정받았다며 홍보하고 나섰다. 하지만 식약처의 발표를 환영하는 것은 기업들뿐, 여성환경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무엇이 문제일까.


잘못된 조사방법 섣부른 발표

여성환경연대가 진행한 일회용 생리대의 방출물질 검출 시험 결과가 지난 8월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일회용 생리대 안전성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식약처는 일회용 생리대 전수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1차로 국내에서 제조해 판매한 제품뿐만 아니라 해외 직구로 들여온 일회용 생리대와 팬티라이너 총 666개 품목에 대해 10종의 VOCs 검출 조사를 진행한 것이다. 

문제는 이번에 검사한 단 10종의 VOCs 검사 결과만으로 일회용생리대가 안전하다고 결론 내렸다는 것이다. 일회용 생리대에는 흡수체, 펄프, 플라스틱, 접착제, 향료, 색소 등 다양한 성분이 사용된다. 여성환경연대는 “해외 보고서에 따르면 일회용 생리대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 뿐 아니라 발암물질인 다이옥신과 퓨란, 잔류 농약, 내분비계 교란물질인 프탈레이트, 향료의 유해물질 등이 검출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2017년 중국에서는 생리대에서 내분비계 교란물질이자 발암물질인 프탈레이트(DEHP)가 검출됐다는 논문이 나왔다.”며 휘발성 유기화합물 외에도 생식독성물질, 내분비계 교란물질을 중심으로 생리대 관련 유해화학물질 전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식약처 역시 “모든 성분에 대한 위해평가 결과를 종합해서 발표해야 하겠지만 이 경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우선 위해성이 높은 성분부터 평가 결과를 발표하게 되었다”며 12월 말까지 나머지 74종의 VOCs에 대한 2차 전수조사 및 위해평가를, 농약 등 기타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내년 5월까지 검사를 완료하여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식약처는 추가 검사가 진행중이며 그에 따른 최종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음에도 안전하다고 발표한 것이다. 

검사 방법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식약처는 VOCs 함량과 피부흡수율 등을 고려해 전신노출량을 산출했으며 그 위해평가는 경구 섭취, 즉 먹었을 때 위해 기준을 삼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와 여성환경연대는 생리대와 직접적으로 닿는 질 조직 혹은 질 점막은 다른 피부조직과 달리 흡수율이 높고 무엇보다 ‘생리대는 먹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9년 석면 탈크 화장품 사태 당시 식약처는 여아의 생식기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간 탈크는 석면이 섞여 있지 않더라도 난소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국제암연구기구의 연구 결과를 전하면서도 석면이 든 탈크가 몸에 들어올 경우 산도가 강한 위액이 대부분 석면을 분해시키고 배변을 통해서도 많이 배출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즉 같은 물질이라도 어디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가습기살균제를 통해서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생리대 안전성과 여성 건강을 위한 기반 마련해야

여성환경연대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 만에 생리대 피해 제보자가 3000명을 넘었고, 법적 소송에 직접 참여한 여성도 5000명에 이른다. 생리는 국민 절반이 피할 수 없는 문제이며 생리대 역시 없어서는 안 될 생필품이자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물품이지만 그에 대한 부작용이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 일부 시민들과 시민단체가 지속적으로 일회용 생리대의 안전성과 부작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크게 관심 받지 못했다. 정부가 나서서 생리대 전수 조사를 진행한 것도 일회용 생리대가 국내에 선보인 지 47년 만에 처음이다. 

아직 생리대 안전성에 대한 정부 조사는 끝나지 않았다. 74종의 VOCs에 대한 2차 전수조사 및 위해평가, 농약 등 기타 화학물질 검사가 진행중이다. 또한 식약처는 생리대 안전검증위원회를 통해 생리대 부작용 사례 등을 논의하고, 환경부·질병관리본부 등과 협력하여 역학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섣부른 발표와 잘못된 조사로 이미 신뢰를 잃은 정부가 그외 성분들에 대한 조사와 역학 조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식약처의 발표가 있던 날, 여성환경연대를 비롯해 환경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책임 있고 신속한 생리대 문제 해결을 위해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네트워크’를 출범했다. 이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정부의 장기적인 로드맵이 만들어지고, 생활 속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점검과 화학물질 관리 체계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 후 국회는 일회용 생리대에 포함된 모든 성분을 용기나 포장에 표시해야 하는 내용을 포함한 약사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내년 10월부터 일회용 생리대의 모든 성분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이제 소비자도 생리대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하고 더 안전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조금이나마 열린 것이다. 제조사 역시 안전한 원료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온 것이다.


불안한 일회용 생리대 어떻게 해야 하나

•부작용이 있거나 몸에 잘 맞지 않는 생리대의 경우 다른 제품으로 바꾸고, 경험상 편안하고 잘 맞는 듯한 생리대를 사용할 것

•생리대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있다면 기업과 식약처에 신고할 것

•월경 기간이 아닐 경우 일회용 팬티라이너 사용을 줄일 것

•써야 한다면 향료가 들어있지 않은 팬티라이너를 선택할 것

•여건이 된다면 면 생리대, 생리컵, 해면 등 대안생리대를 사용해 볼 것(월경 기간 중 일부 동안, 혹은 집에 있을 때라도)

 

제공 여성환경연대


글 | 박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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