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을 기다렸다

“누가 우리 며느리를 죽였나” 

5년 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모임에서 만난 70대 노인은 떨리는 손으로 피켓과 펜을 건네며 대신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며느리는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다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당시 며느리의 배 안에 있던 손주도 빛을 보지 못하고 함께 세상을 떠났다. 노인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가 판매를 허가하고 기업은 안전하다며 제품을 팔아 돈을 벌었다. 그 제품 때문에 사람이 죽었는데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실 규명과 사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거리로 섰다. 이들의 절박한 외침에도 정부와 검찰, 기업들은 묵묵부답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하나둘 지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일까. 하지만 피해자들은 그들의 침묵 속에서도 1인 시위, 전국 순회, 옥시 본사 방문 등 끈질기게 피해 대책 마련,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하며 거리에서 보냈다.

5월 2일 아타올라시드 사프달 옥시코리아 대표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고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4월 25일 검찰에 출두하는 옥시 전 신현우 사장 ⓒ김은숙

 

옥시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시민들의 인증샷 모음

 

긴 세월 작은 물방울이 단단한 바위에 구멍을 내듯 피해자들의 끈질긴 외침은 꿈쩍하지 않던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새 국면을 이끌어냈다. 검찰 수사 재개, 기업들의 사과, 그리고 드러나는 진실들. 참사가 밝혀진 지 5년 만에 다시 대한민국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들썩이고 있다. 분노한 시민들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책임이 제조판매사와 정부에 있다며 불매운동을 진행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로 피해자들도 힘을 내고 있다. 이들의 바람은 5년간 한결같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실 규명과 제조판매사의 사법처리, 관련자들 처벌, 제2의 가습기살균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등이다. 

 

글 | 함께사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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