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지난 11월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올바른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한편 불공정한 공정위를 규탄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행위를 규제하여…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 “소비자 위해정보를 수집분석평가하고 위해 다발 품목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 및 제품안전성 시험검사를 통하여 소비자 안전을 도모….” 이런 설립 목적과 기능을 갖는 국가기관은 어디일까?
홈페이지 자기관 소개란에 있는 내용을 보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은 그런 역할을 했어야 할 기관들이다. 한편, 1987년에 설립된 한국소비자원의 전 이름은 한국소비자보호원이었고 공정위 산하기관이다. 설립취지와 기능만으로 볼 때 공정위와 소비자원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해결과정에서 큰 책임이 있고 피해대책 수립과 시행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게 마땅한 국가기관이어야 했지만 현실은 그 정반대였다.
한국소비자원은 2011년 피해자들과 소비자단체가 소비자분쟁조정을 신청했으나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2012~2013년에 진행된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의 피해조사 때 그리고 자기관에 신고된 사례들을 넘겨버렸다.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의한 건강피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질본이 더 잘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유사한 제품이 더 있는지, 과장광고는 없었는지, 신고된 피해자 이외의 피해자는 없는지 등의 관련 사항들을 파악하는 일은 한국소비자원의 역할이다. 그러나 지난 12년 동안 그 역할을 방기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설립된 유일한 정부조직인 한국소비자원이, 단군 이래 최악의 소비자 사망사건인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아무 일도 안 했다는 사실은 ‘대체 왜 이런 기관이 존재해야 하나?’ 하는 의문을 불러온다.
소비자 보호 의무 방기 넘어 애초 기업 편이었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던 피해자들은 2011년 8월 말 정부의 역학조사 결과발표 이전인 그해 5월부터 소비자원과 더불어 또 다른 소비자 보호를 위해 존재하는 정부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를 여러 차례 찾아가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공정위는 문제 발생시, 소비자 신고를 받거나 스스로 직권인지를 통해 사건조사에 착수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에 대해 공정위는 피해자들의 거듭된 신고를 묵살하거나 엉성하게 처리했다. 놀랍게도 한 번도 직권인지를 통해 공정위 스스로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다룬 바 없다.
신고사건에 대해 조사권을 갖고 과징금부과 및 독점적 전속 고발권을 갖기 때문에 공정위는 경제검찰이라고도 불린다. 그런 공정위가 5번이나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 소비자 민원과 제품의 문제점을 조사할 기회를 가졌지만 소극적인 행정과 늑장조사로 일관해왔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2022년 11월 16일에 발표된 환경보건시민센터의 공정위 관련 보고서 제목은 「12년간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방해하고 가해기업 편들어 온 대한민국 공정거래위원회」였다. 공정위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저지른 10대 과오는 다음과 같다.
■ 과오1: 2011년 5월 1차 조사, 국민신문고 민원 폐기
■ 과오2: 2012년 2차 조사, 옥시·홈플러스·세퓨에 5281만 원 솜방망이 과징금, SK애경 이마트 ‘무혐의’ 처분
■ 과오3: 2011~2012년 하이지어와 엔위드 조사 미실시
■ 과오4: 2016년 8월 3차 조사, 심의절차종결. SK 250억4800만 원, 애경 81억7200만 원 등 322억2000만 원의 과징금 부과한도 적시된 심사관 보고서를 0원으로 바꿔치기!
■ 과오5: 2016년 공정위 출신 5명을 포함한 SK 애경, 이마트 관계자 14명과 무기록 면담 후 실무자의 처벌 의견 무시하고 상임위원이 심의절차종결 결정
■ 과오6: 2017년 공정위 과오 바로 잡겠다며 출범한 TF를 전현직 공정위 출신들로 채운 뒤 실질적으로는 ‘셀프재조사’해 맹탕 결과를 냄
■ 과오7: 2017-2018년 4차 조사, 공소시효 지났고 불기소 처분해 기업 면죄부 부여
■ 과오8: 엉터리 조사방법
■ 과오9: 공정위 실무조직의 내부고발 묵살
■ 과오10: 2016년의 공정위 ‘심의절차종결’은 잘못이라며 헌재 위헌 결정(2022.9), 그러나 공정위 5차 조사에서 애경과 SK에 1억1000만 원 또다시 솜방망이 과징금 처분

참담한 공정위의 2016년 3차 조사
공정위의 10대 과오 가운데 가장 어처구니가 없는 일은, 2016년의 3차 조사다. 2016년은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을 시기. 이때 세 번째로 공정위에 「표시광고법」 위반신고가 접수됐는데 공정위는 2016년 8월 19일 심의절차를 종결해버린다. 이는 판단중지의 의미, 즉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걸 선언한 것이다.
이상한 건, 정작 사건 담당 심사관은 애경 안용찬 대표이사, SK케미칼 홍지호 전 대표이사와 김창근, 이마트의 전 대표이사 최병렬과 이경상 등 3개 기업 5명에 대해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의 의견을 제출했다는 점이다. 심사관의 판단 근거는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며 주요성분이 독성물질이라는 점과 cmit/mit 성분명을 누락했고 △「품질경영및공산품안전관리법(이하 품공법)」상의 안전관리대상이 아님에도 「품공법」에 의한 품질표기라고 했으며 △‘산림욕 효과’, ‘아로마테라피 효과’ 등 마치 인체에 유익한 것처럼 표시했는데, 이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의합 법률’ 제3조 1항 제2호 기만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그 심사관의 보고서는 명백하게 ‘SK 과징금 한도를 250억4500만 원, 애경 과징금 한도를 81억7200만 원으로 제시’해 ‘합계 322억2000만 원까지 ‘최종부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심사관의 의견은 무시됐다. 그의 상급자인 책임자(김성하 상임위원)는 ‘시간의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이 곤란하여 법 위반 여부의 판단이 불가능’하다며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는 의미의 ‘심의절차종료’로 결론을 냈다. 322억2000만 원까지 부과할 수 있었던 상황을 공정위가 한푼도 안 내도 되는 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 이후 피해 신고자는 공정위의 판단이 소비자의 헌법적 권한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2022년 헌법재판소는 공정위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김성하 상임위원은 조사과정에서 기업 측에 일방적인 의견 진술 기회를 부여했다. 2016년 8월 12일에 열린 제3소회의 개최일 전후로 모두 4차에 걸쳐 14명의 cmit/mit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인 SK, 애경, 이마트의 변호인과 기업관계자들이 공정위를 방문한 바 있다. 그런데 그 방문부서가 사건 심사 책임자인 김성하 상임위원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김성하 상임위원을 찾아와 면담한 기업관계자 및 법률대리인 14명 가운데 5명이 과거 공정위에서 일했던 공정위 출신들이었다는 점이다. 8월 3일 방문한 SK하이닉스 고문, 8월 8일 방문한 SK케미칼 측 법률대리인과 재방문한 SK하이닉스 고문 그리고 8월 9일 방문한 애경산업의 법률대리인과 고문 등이 모두 공정위 출신들이었다.
이렇게 사건 담당 책임자인 상임위원이 5회에 걸쳐 14명이나 만나는 동안 이들과의 면담기록은 전혀 없다. 그러면서 김성하 상임위원은 정작 사건담당 실무자인 심사관에게 단 한번 기업관계자 면담기회를 주었다. 사건 신고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는 한 번도 면담하지 않았다. 결국, 기업관계자들의 집중적인 담당 상임위원 면담과 로비 끝에 이 사건은 담당 심사관이 ‘과징금부과 및 검찰고발’이라는 의견을 올렸음에도 철저히 무시되어 ‘심의절차종결’로 처리됐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는 이 일에 대해 아래와 같이 지적, 평가했다.
“김성하 주심은 공정위 위원이자 2002~2003년 민간근무휴직제를 통해 A법무법인에서 일한 바 있으므로, 조사대상 기업관계자로서의 A법무법인 관계자와의 만남은 사건 처리에 있어서 외압 혹은 유착으로 판단될 수 있는 소지가 있었다. 한편 2016년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의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 ‘심의절차종결’을 내림으로써 사실상 무혐의 처리를 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김성하 상임위원은 2018.1.22. 퇴직했고, 3년 3일째인 지난 2021.1.25. 법무법인 B법무법인의 고문으로 재취업했다. 법무법인 B법무법인은 2019년 SK케미칼의 업무상과실치사 사건을 변호해, 공정위에서 김성하의 활동, 특히 2016년 사건 심사와도 관련이 깊다. 김성하의 퇴직 후 행보는 비록 위법하지는 않으나, 참사의 원인을 조사하고 가해 기업을 적절히 처벌해야 할 역할을 수행했던 (퇴직했더라도) 공직자 윤리에 어긋난다고 판단된다.”
한마디로 ‘고양이 한테 생선을 맡긴 꼴’이었다.
2022년 9월 공개된 ‘사참위’의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소위원회 보고서」는 공정위에 대해서 이렇게 평가한다. “공정위는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기업들의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 매우 부적절하게 처리함으로써, 인체안전성을 확인하지 않고 가습기살균제가 안전하다고 광고하여 소비를 촉진시킨 기업들에에 면죄부를 주었다.”
진상 규명 책임자가 아니라 방해자였다
공정위가 지난 12년 동안 5차례 진행한 조사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발생한 후에 피해자와 시민단체가 제기한 제품의 과장허위광고 여부를 판단하는 일이었다. 신고한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은 공정위가 조사 과정에서 제품의 허위과장 광고의 실체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위해성과 피해 규모 등 문제의 실체를 확인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소비자를 위해 존재하는 유일한 중앙부처 정부기관이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기대를 배신했다. 공정위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 규명에 있어 허위과장광고라는 보조적인 부분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오히려 진상규명을 방해해왔다. 가습기살균제 문제는 단순한 과장광고, 허위광고의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 5명중 1명인 소비자 894만 명이 살인제품에 노출되고, 국민 50명 가운데 1명 꼴인 95만 명이 건강 피해를 경험하고, 이중 2만 명이 사망한 사회적 대참사다. 2020년 10월 말까지 정부에 신고된 피해자는 7795명 가운데 사망자는 1794명이나 된다.
글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지난 11월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올바른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한편 불공정한 공정위를 규탄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행위를 규제하여…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 “소비자 위해정보를 수집분석평가하고 위해 다발 품목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 및 제품안전성 시험검사를 통하여 소비자 안전을 도모….” 이런 설립 목적과 기능을 갖는 국가기관은 어디일까?
홈페이지 자기관 소개란에 있는 내용을 보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은 그런 역할을 했어야 할 기관들이다. 한편, 1987년에 설립된 한국소비자원의 전 이름은 한국소비자보호원이었고 공정위 산하기관이다. 설립취지와 기능만으로 볼 때 공정위와 소비자원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해결과정에서 큰 책임이 있고 피해대책 수립과 시행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게 마땅한 국가기관이어야 했지만 현실은 그 정반대였다.
한국소비자원은 2011년 피해자들과 소비자단체가 소비자분쟁조정을 신청했으나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2012~2013년에 진행된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의 피해조사 때 그리고 자기관에 신고된 사례들을 넘겨버렸다.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의한 건강피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질본이 더 잘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유사한 제품이 더 있는지, 과장광고는 없었는지, 신고된 피해자 이외의 피해자는 없는지 등의 관련 사항들을 파악하는 일은 한국소비자원의 역할이다. 그러나 지난 12년 동안 그 역할을 방기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설립된 유일한 정부조직인 한국소비자원이, 단군 이래 최악의 소비자 사망사건인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아무 일도 안 했다는 사실은 ‘대체 왜 이런 기관이 존재해야 하나?’ 하는 의문을 불러온다.
소비자 보호 의무 방기 넘어 애초 기업 편이었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던 피해자들은 2011년 8월 말 정부의 역학조사 결과발표 이전인 그해 5월부터 소비자원과 더불어 또 다른 소비자 보호를 위해 존재하는 정부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를 여러 차례 찾아가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공정위는 문제 발생시, 소비자 신고를 받거나 스스로 직권인지를 통해 사건조사에 착수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에 대해 공정위는 피해자들의 거듭된 신고를 묵살하거나 엉성하게 처리했다. 놀랍게도 한 번도 직권인지를 통해 공정위 스스로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다룬 바 없다.
신고사건에 대해 조사권을 갖고 과징금부과 및 독점적 전속 고발권을 갖기 때문에 공정위는 경제검찰이라고도 불린다. 그런 공정위가 5번이나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 소비자 민원과 제품의 문제점을 조사할 기회를 가졌지만 소극적인 행정과 늑장조사로 일관해왔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2022년 11월 16일에 발표된 환경보건시민센터의 공정위 관련 보고서 제목은 「12년간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방해하고 가해기업 편들어 온 대한민국 공정거래위원회」였다. 공정위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저지른 10대 과오는 다음과 같다.
■ 과오1: 2011년 5월 1차 조사, 국민신문고 민원 폐기
■ 과오2: 2012년 2차 조사, 옥시·홈플러스·세퓨에 5281만 원 솜방망이 과징금, SK애경 이마트 ‘무혐의’ 처분
■ 과오3: 2011~2012년 하이지어와 엔위드 조사 미실시
■ 과오4: 2016년 8월 3차 조사, 심의절차종결. SK 250억4800만 원, 애경 81억7200만 원 등 322억2000만 원의 과징금 부과한도 적시된 심사관 보고서를 0원으로 바꿔치기!
■ 과오5: 2016년 공정위 출신 5명을 포함한 SK 애경, 이마트 관계자 14명과 무기록 면담 후 실무자의 처벌 의견 무시하고 상임위원이 심의절차종결 결정
■ 과오6: 2017년 공정위 과오 바로 잡겠다며 출범한 TF를 전현직 공정위 출신들로 채운 뒤 실질적으로는 ‘셀프재조사’해 맹탕 결과를 냄
■ 과오7: 2017-2018년 4차 조사, 공소시효 지났고 불기소 처분해 기업 면죄부 부여
■ 과오8: 엉터리 조사방법
■ 과오9: 공정위 실무조직의 내부고발 묵살
■ 과오10: 2016년의 공정위 ‘심의절차종결’은 잘못이라며 헌재 위헌 결정(2022.9), 그러나 공정위 5차 조사에서 애경과 SK에 1억1000만 원 또다시 솜방망이 과징금 처분
참담한 공정위의 2016년 3차 조사
공정위의 10대 과오 가운데 가장 어처구니가 없는 일은, 2016년의 3차 조사다. 2016년은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을 시기. 이때 세 번째로 공정위에 「표시광고법」 위반신고가 접수됐는데 공정위는 2016년 8월 19일 심의절차를 종결해버린다. 이는 판단중지의 의미, 즉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걸 선언한 것이다.
이상한 건, 정작 사건 담당 심사관은 애경 안용찬 대표이사, SK케미칼 홍지호 전 대표이사와 김창근, 이마트의 전 대표이사 최병렬과 이경상 등 3개 기업 5명에 대해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의 의견을 제출했다는 점이다. 심사관의 판단 근거는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며 주요성분이 독성물질이라는 점과 cmit/mit 성분명을 누락했고 △「품질경영및공산품안전관리법(이하 품공법)」상의 안전관리대상이 아님에도 「품공법」에 의한 품질표기라고 했으며 △‘산림욕 효과’, ‘아로마테라피 효과’ 등 마치 인체에 유익한 것처럼 표시했는데, 이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의합 법률’ 제3조 1항 제2호 기만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그 심사관의 보고서는 명백하게 ‘SK 과징금 한도를 250억4500만 원, 애경 과징금 한도를 81억7200만 원으로 제시’해 ‘합계 322억2000만 원까지 ‘최종부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심사관의 의견은 무시됐다. 그의 상급자인 책임자(김성하 상임위원)는 ‘시간의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이 곤란하여 법 위반 여부의 판단이 불가능’하다며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는 의미의 ‘심의절차종료’로 결론을 냈다. 322억2000만 원까지 부과할 수 있었던 상황을 공정위가 한푼도 안 내도 되는 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 이후 피해 신고자는 공정위의 판단이 소비자의 헌법적 권한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2022년 헌법재판소는 공정위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김성하 상임위원은 조사과정에서 기업 측에 일방적인 의견 진술 기회를 부여했다. 2016년 8월 12일에 열린 제3소회의 개최일 전후로 모두 4차에 걸쳐 14명의 cmit/mit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인 SK, 애경, 이마트의 변호인과 기업관계자들이 공정위를 방문한 바 있다. 그런데 그 방문부서가 사건 심사 책임자인 김성하 상임위원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김성하 상임위원을 찾아와 면담한 기업관계자 및 법률대리인 14명 가운데 5명이 과거 공정위에서 일했던 공정위 출신들이었다는 점이다. 8월 3일 방문한 SK하이닉스 고문, 8월 8일 방문한 SK케미칼 측 법률대리인과 재방문한 SK하이닉스 고문 그리고 8월 9일 방문한 애경산업의 법률대리인과 고문 등이 모두 공정위 출신들이었다.
이렇게 사건 담당 책임자인 상임위원이 5회에 걸쳐 14명이나 만나는 동안 이들과의 면담기록은 전혀 없다. 그러면서 김성하 상임위원은 정작 사건담당 실무자인 심사관에게 단 한번 기업관계자 면담기회를 주었다. 사건 신고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는 한 번도 면담하지 않았다. 결국, 기업관계자들의 집중적인 담당 상임위원 면담과 로비 끝에 이 사건은 담당 심사관이 ‘과징금부과 및 검찰고발’이라는 의견을 올렸음에도 철저히 무시되어 ‘심의절차종결’로 처리됐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는 이 일에 대해 아래와 같이 지적, 평가했다.
“김성하 주심은 공정위 위원이자 2002~2003년 민간근무휴직제를 통해 A법무법인에서 일한 바 있으므로, 조사대상 기업관계자로서의 A법무법인 관계자와의 만남은 사건 처리에 있어서 외압 혹은 유착으로 판단될 수 있는 소지가 있었다. 한편 2016년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의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 ‘심의절차종결’을 내림으로써 사실상 무혐의 처리를 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김성하 상임위원은 2018.1.22. 퇴직했고, 3년 3일째인 지난 2021.1.25. 법무법인 B법무법인의 고문으로 재취업했다. 법무법인 B법무법인은 2019년 SK케미칼의 업무상과실치사 사건을 변호해, 공정위에서 김성하의 활동, 특히 2016년 사건 심사와도 관련이 깊다. 김성하의 퇴직 후 행보는 비록 위법하지는 않으나, 참사의 원인을 조사하고 가해 기업을 적절히 처벌해야 할 역할을 수행했던 (퇴직했더라도) 공직자 윤리에 어긋난다고 판단된다.”
한마디로 ‘고양이 한테 생선을 맡긴 꼴’이었다.
2022년 9월 공개된 ‘사참위’의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소위원회 보고서」는 공정위에 대해서 이렇게 평가한다. “공정위는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기업들의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 매우 부적절하게 처리함으로써, 인체안전성을 확인하지 않고 가습기살균제가 안전하다고 광고하여 소비를 촉진시킨 기업들에에 면죄부를 주었다.”
진상 규명 책임자가 아니라 방해자였다
공정위가 지난 12년 동안 5차례 진행한 조사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발생한 후에 피해자와 시민단체가 제기한 제품의 과장허위광고 여부를 판단하는 일이었다. 신고한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은 공정위가 조사 과정에서 제품의 허위과장 광고의 실체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위해성과 피해 규모 등 문제의 실체를 확인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소비자를 위해 존재하는 유일한 중앙부처 정부기관이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기대를 배신했다. 공정위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 규명에 있어 허위과장광고라는 보조적인 부분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오히려 진상규명을 방해해왔다. 가습기살균제 문제는 단순한 과장광고, 허위광고의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 5명중 1명인 소비자 894만 명이 살인제품에 노출되고, 국민 50명 가운데 1명 꼴인 95만 명이 건강 피해를 경험하고, 이중 2만 명이 사망한 사회적 대참사다. 2020년 10월 말까지 정부에 신고된 피해자는 7795명 가운데 사망자는 1794명이나 된다.
글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