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주도 동쪽마을 구좌읍 김녕리에서 22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강순희입니다. 남편과 함께 유기재배로 깻잎 등 하우스농사 조금 짓고 당근, 브로콜리 등 월동채소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국여성농민총연합 제주도연합 식량주권위원장을 맡아 여성농민들과 함께 토종종자를 찾고 보존하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여성농민이 토종종자에 주목한 이유
토종콩 타작하는 농민들
여성농민회는 농업, 농민, 여성농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적, 정책적으로 많은 활동을 해왔습니다. 농산물 수입개방 반대투쟁, 신자유주의 파고를 타고 온 FTA, TTP 반대투쟁 등 ‘아스팔트 농사’도 많이 지었습니다. 여성농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급식, 농가도우미에 요즘은 행복바우처 등 정책을 마련하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무엇보다 여성농민들은 농사꾼으로써 대안을 갖고 미래를 이야기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선 식량주권을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식량주권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외국 초국적 기업에 넘어간 종자를 찾아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일은 예전부터 씨를 파종하고, 가꾸고 수확해서 갈무리하고 잘 보관해두었다가 다음해에 다시 파종하는, 즉 손에서 손으로 종자를 전수하는 여성농민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여성농민들은 토종종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주도 여성농민들은 토종종자를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 2007년부터 제주도 전 지역에 걸쳐 토종종자 실태조사를 실시했습니다. 토종종자를 지키기 위해선 먼저 토종종자부터 찾아야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실태조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 번은 2011년 한창 더운 여름에 제주도 전역을 돌아다녔습니다. 종자를 갖고 계신 분들이 거의 대부분 80세가 넘은 어르신들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은 가을에 수확하면 종자를 가지러 오라 했지만 다시 방문해 보면 돌아가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우리 회원들은 마음 아파하며 젊은 우리가 토종씨앗을 꼭 지켜야 되겠구나 하는 다짐도 했습니다.
‘푸른독새기콩’ ‘8월배’를 아세요?
제주도 푸른독새기콩
2011년 실태조사에서 250여 종의 씨앗을 찾아냈습니다. 그중에 반 이상은 콩, 팥, 녹두, 동부 등 콩과였습니다. 색깔, 모양, 맛 등 매우 다양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콩 종주국이란 사실이 실감 났습니다. 콩 종류는 밥에 넣어먹거나 떡을 해 먹고 대부분은 된장을 담거나 콩나물로 키워 먹습니다. 아, 맛있는 두부가 빠졌네요.
제주도에는 푸른독새기콩이란 콩이 있습니다. 독새기 모양에 푸른 빛을 띈 콩입니다. 독새기는 제주어로 계란입니다. 즉 푸른 계란 모양에 알이 굶은 콩입니다. 된장을 만들어 먹거나 두부를 만들어 먹지요. 다행히 푸른독새기콩은 어르신들이 많이 갖고 계셨습니다. 집에서 된장을 만드는 어르신들은 이 종자를 갖고 있다가 당신이 쓰다 남은 것은 오일장에 내다팔거나 나눠먹고 있었습니다. 푸른독새기콩은 여름에는 콩잎으로 입맛 없는 밥상을 책임져주고 겨울에는 된장과 두부로 구수한 밥상을 차려줍니다. 그리고 제주에서는 콩가루로 콩국을 끓여먹습니다.
전국여성농민총연합 제주 여성농민들이 제주 전역을 돌며 토종씨앗을 채집했다. 얼룩이콩도 그중 하나다
여성농민들과 토종과 제철체소로 꾸러미 사업을 하면서 직접 두부를 만들기도 하는데 푸른독새기콩으로 두부를 만들면 다른 콩으로 만든 두부보다 부드럽고 더 고소합니다.
푸른독새기콩 말고도 ‘8월배’라는 콩이 있습니다. 조천 와흘에서 만난 할머니의 우영밭에서 발견한 콩입니다. 할머니가 시집와서부터 50년 이상 지켜온 종자라고 하십니다. 10년 전만해도 8월배 농사를 크게 지었는데 농협에서 수매를 하지 않자 우엉밭에 자식들과 나누어 먹을 만큼만 농사를 짓는다고 하셨습니다. 할머니는 ‘8월배’가 무엇을 만들어도 그 어떤 콩보다 맛이 있다고 자랑을 많이 하셨습니다. 제주사람들은 8월배를 열매가 음력 8월에 맺기 시작해서 음력 10월이 넘어야 수확하는 만생종이라고도 했습니다.
토종콩 토종씨앗 함께 지켜주세요
"함께 지켜요 식량주권" 전국여성농민총연합 제주 여성농민들은 지난해 11월 추수 한마당을 열고 토종씨앗과 농산물을 전시했다
실태조사와 함께 회원들과 1회원 1종자 지키기를 하고, 5개 정도의 증식포를 운영해 제주도민들에게 토종종자를 보급하고 있습니다.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해서 「제주도 토종농작물 보존 육성을 위한 조례」도 만들어 냈습니다. 연말이면 제주도민들과 토종음식, 토종농산물을 갖고 여성농민 추수한마당을 벌입니다.
토종콩을 비롯해 토종종자를 지키는 것은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종종 그 종자가 진짜 토종이냐 아니냐하며 문제제기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농민들은 나름의 근거에 따라 토종이라고 자부하고 있는데 그럴 때면 참 곤란합니다. 그 부분을 책임져주는 연구자나 기관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방행정이나 중앙정부에서 유전자조작 종자 개발이나 상용화에만 투자하지 말고 종 다양성과 토종종자에 대한 관심을 좀 더 가졌으면 합니다.
여성농민들은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또 우리 농업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대형마트에서 파는 콩을 이용한 가공품은 수입콩이고 GM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된장, 간장, 두부 하나, 콩나물 한 봉지 고를 때 주머니가 조금 걱정은 되더라도 국산콩으로 만든 것을 선택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전국여성농민회는 1구좌 1만 원의 토종씨앗 종자돈을 모금하는 토종씨앗으로 먹을거리 주권지키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함께 하신다면 자투리땅이나 화분에서 키울 수 있는 종자를 보급 받고 토종종자를 지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글 | 강순희 전국여성농민총연합 제주도연합 식량주권위원장이자 농민
사진제공 | 전국여성농민총연합 제주도연합
저는 제주도 동쪽마을 구좌읍 김녕리에서 22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강순희입니다. 남편과 함께 유기재배로 깻잎 등 하우스농사 조금 짓고 당근, 브로콜리 등 월동채소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국여성농민총연합 제주도연합 식량주권위원장을 맡아 여성농민들과 함께 토종종자를 찾고 보존하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여성농민이 토종종자에 주목한 이유
토종콩 타작하는 농민들
여성농민회는 농업, 농민, 여성농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적, 정책적으로 많은 활동을 해왔습니다. 농산물 수입개방 반대투쟁, 신자유주의 파고를 타고 온 FTA, TTP 반대투쟁 등 ‘아스팔트 농사’도 많이 지었습니다. 여성농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급식, 농가도우미에 요즘은 행복바우처 등 정책을 마련하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무엇보다 여성농민들은 농사꾼으로써 대안을 갖고 미래를 이야기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선 식량주권을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식량주권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외국 초국적 기업에 넘어간 종자를 찾아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일은 예전부터 씨를 파종하고, 가꾸고 수확해서 갈무리하고 잘 보관해두었다가 다음해에 다시 파종하는, 즉 손에서 손으로 종자를 전수하는 여성농민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여성농민들은 토종종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주도 여성농민들은 토종종자를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 2007년부터 제주도 전 지역에 걸쳐 토종종자 실태조사를 실시했습니다. 토종종자를 지키기 위해선 먼저 토종종자부터 찾아야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실태조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 번은 2011년 한창 더운 여름에 제주도 전역을 돌아다녔습니다. 종자를 갖고 계신 분들이 거의 대부분 80세가 넘은 어르신들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은 가을에 수확하면 종자를 가지러 오라 했지만 다시 방문해 보면 돌아가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우리 회원들은 마음 아파하며 젊은 우리가 토종씨앗을 꼭 지켜야 되겠구나 하는 다짐도 했습니다.
‘푸른독새기콩’ ‘8월배’를 아세요?
제주도 푸른독새기콩
2011년 실태조사에서 250여 종의 씨앗을 찾아냈습니다. 그중에 반 이상은 콩, 팥, 녹두, 동부 등 콩과였습니다. 색깔, 모양, 맛 등 매우 다양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콩 종주국이란 사실이 실감 났습니다. 콩 종류는 밥에 넣어먹거나 떡을 해 먹고 대부분은 된장을 담거나 콩나물로 키워 먹습니다. 아, 맛있는 두부가 빠졌네요.
제주도에는 푸른독새기콩이란 콩이 있습니다. 독새기 모양에 푸른 빛을 띈 콩입니다. 독새기는 제주어로 계란입니다. 즉 푸른 계란 모양에 알이 굶은 콩입니다. 된장을 만들어 먹거나 두부를 만들어 먹지요. 다행히 푸른독새기콩은 어르신들이 많이 갖고 계셨습니다. 집에서 된장을 만드는 어르신들은 이 종자를 갖고 있다가 당신이 쓰다 남은 것은 오일장에 내다팔거나 나눠먹고 있었습니다. 푸른독새기콩은 여름에는 콩잎으로 입맛 없는 밥상을 책임져주고 겨울에는 된장과 두부로 구수한 밥상을 차려줍니다. 그리고 제주에서는 콩가루로 콩국을 끓여먹습니다.
전국여성농민총연합 제주 여성농민들이 제주 전역을 돌며 토종씨앗을 채집했다. 얼룩이콩도 그중 하나다
여성농민들과 토종과 제철체소로 꾸러미 사업을 하면서 직접 두부를 만들기도 하는데 푸른독새기콩으로 두부를 만들면 다른 콩으로 만든 두부보다 부드럽고 더 고소합니다.
푸른독새기콩 말고도 ‘8월배’라는 콩이 있습니다. 조천 와흘에서 만난 할머니의 우영밭에서 발견한 콩입니다. 할머니가 시집와서부터 50년 이상 지켜온 종자라고 하십니다. 10년 전만해도 8월배 농사를 크게 지었는데 농협에서 수매를 하지 않자 우엉밭에 자식들과 나누어 먹을 만큼만 농사를 짓는다고 하셨습니다. 할머니는 ‘8월배’가 무엇을 만들어도 그 어떤 콩보다 맛이 있다고 자랑을 많이 하셨습니다. 제주사람들은 8월배를 열매가 음력 8월에 맺기 시작해서 음력 10월이 넘어야 수확하는 만생종이라고도 했습니다.
토종콩 토종씨앗 함께 지켜주세요
"함께 지켜요 식량주권" 전국여성농민총연합 제주 여성농민들은 지난해 11월 추수 한마당을 열고 토종씨앗과 농산물을 전시했다
실태조사와 함께 회원들과 1회원 1종자 지키기를 하고, 5개 정도의 증식포를 운영해 제주도민들에게 토종종자를 보급하고 있습니다.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해서 「제주도 토종농작물 보존 육성을 위한 조례」도 만들어 냈습니다. 연말이면 제주도민들과 토종음식, 토종농산물을 갖고 여성농민 추수한마당을 벌입니다.
토종콩을 비롯해 토종종자를 지키는 것은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종종 그 종자가 진짜 토종이냐 아니냐하며 문제제기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농민들은 나름의 근거에 따라 토종이라고 자부하고 있는데 그럴 때면 참 곤란합니다. 그 부분을 책임져주는 연구자나 기관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방행정이나 중앙정부에서 유전자조작 종자 개발이나 상용화에만 투자하지 말고 종 다양성과 토종종자에 대한 관심을 좀 더 가졌으면 합니다.
여성농민들은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또 우리 농업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대형마트에서 파는 콩을 이용한 가공품은 수입콩이고 GM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된장, 간장, 두부 하나, 콩나물 한 봉지 고를 때 주머니가 조금 걱정은 되더라도 국산콩으로 만든 것을 선택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전국여성농민회는 1구좌 1만 원의 토종씨앗 종자돈을 모금하는 토종씨앗으로 먹을거리 주권지키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함께 하신다면 자투리땅이나 화분에서 키울 수 있는 종자를 보급 받고 토종종자를 지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글 | 강순희 전국여성농민총연합 제주도연합 식량주권위원장이자 농민
사진제공 | 전국여성농민총연합 제주도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