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GM쌀을 개발해야 하나?

정부가 GM쌀 실험재배를 마치고 상업화를 위한 심사단계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GM작물, 우리가 세계기술 선도 가능합니다!” 지난해 9월 농촌진흥청 <GM작물개발사업단> 박수철 단장의 발표는 자신감이 넘쳤다. ‘1996년 상업적 재배가 시작되어 현재 27개국 1억8000만 헥타르에서 GM작물이 재배’되고 ‘백신이나 생물연료를 만드는 기능성 GM작물로 개발 트렌드가 변화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단장은 우리나라 기술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으며 이미 20개 작물 200여 품종의 GM작물이 연구되고 있다고 했다. 살충제나 제초제에도 죽지 않는 벼와 국화/잔디, 영양성분이 첨가된 황금쌀/컬러쌀, 출하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국화, 바이러스를 견디는 고추 등을 예로 들었다. 

 

"쌀 소비 주니까 GM쌀 개발" 뭔 소리야! 

박 단장이 특별히 강조한 GM작물은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을 생산하도록 유전자가 조작된 쌀이다. 레스베라트롤은  곰팡이나 해충의 피해를 받는 환경에서 식물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생산하는 물질의 한 종류다. 포도나 오디, 땅콩에 레스베라트롤이 많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만 억제와 미백효과가 있는 레스베라트롤 GM쌀을 만들어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쌀 소비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 농촌진흥청의 GM쌀 개발 이유라고 박 단장을 설명했다. 

GM쌀은 이미 실험재배를 마쳤고 상업화를 위한 심사단계를 앞두고 있다고 했다. 박수철 단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에 한국인 특유의 정신력, 창의력, 집중력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GM작물 개발기술을 선도할 수 있다는 점을 힘주어 말했다. 70년대 자동차, 80년대 반도체, 90~2000년대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GM작물 사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시민들 GMO완전표시제 요구할 때 국가는 GMO 개발 

GM쌀 상업화 계획을 발표한 농촌진흥청은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한살림연합,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등 농민, 소비자, 생협,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GMO반대생명운동연대’는 ‘명분도 실효성도 없고 혈세를 낭비하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GM작물 개발을 당장 중단하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생명운동연대는 특히 이번 일을 추진한 GM작물개발사업단을 해체하라고 주장했다.  

한국농정신문은 사설을 통해 ‘수입개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을 돕는 일은 진척이 없는데 GM작물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되묻고 ‘쌀이 남아돌아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에서 GM쌀 개발은 가당치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농민과 시민사회의 따가운 질타를 받은 농촌진흥청은 이번에 개발한 GM쌀은 식용이 아닌 화장품 원료를 만드는 산업용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개발계획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은 없었다.  

이명박 정부의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의 일환으로 2011년 2월 창단된 ‘GM작물실용화사업단’은 ‘연구비의 규모나 국민적 정서 등으로 민간기업 참여가 어려운 우리나라에서도 10~20년 후를 대비하여, 국가차원에서 농업 최상위 기술인 GM작물 개발 기술력을 확보하고 안전성 확인을 위한 위해성 평가 및 관리기술 개발, 올바른 정보제공 및 소통을 통한 대국민 인식 제고 추진’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2020년까지 국내용 GM작물 80종 개발, 안전성평가 20종 완료, 육종용 GM작물 5종 개발, 국제적 GM작물 1종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5년부터 ‘GM작물개발사업단’으로 이름을 바꾸고 2단계 사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었다. 그동안 시민들은 제대로 된 GMO표시제 하나 가져보자고 정부와 국회를 찾아가 설득하고 기업들을 만나서 표시제 강화를 요청하고 있는 동안 우리 행정부는 국민의 동의 없이 세금으로 GMO를 개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이 정보공개를 통해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농촌진흥청은 이미 2010년에도 GM쌀을 재배하고 있었으며, 이번에 상업화 논란이 된 레스베라트롤 GM쌀 역시 2011년부터 재배되고 있었다. 상업화를 위한 위해성평가 보고서와 심사 자료를 만들기 위한 예산만 2010년부터 60억 원을 책정했다. 개발비용이 아닌 보고서 작성비용만 60억 원이라는 것이다.

 

 

정부 장기 쌀 대책에 GM쌀 상업화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중장기쌀수급안전대책’을 살펴보면 GM쌀 상업화를 지속하겠다는 정부의 뜻을 읽을 수 있다. 발표내용의 주요골자는 쌀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서 쌀 재배면적을 3만 헥타르 정도 줄이겠다는 것이다. (2015년 79만 9천 헥타르 → 2016년 76만 9천 헥타르) 재배면적을 줄이고 식용 이외 사료용, 산업용으로 신규 수요를 늘이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대책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고품질, 기능성 쌀 생산을 위한 쌀 수출전문단지를 지정해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2016년 내에 7곳을 지정하는 것을 목표라고 했다. 정부가 지정하겠다는 쌀 수출전문단지에서 생산될 고품질, 기능성 쌀이 무엇을 말하는지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2015년 쌀 관세화라는 이름으로 쌀 수입이 전면 개방되었다. 쌀값은 전년 대비 10퍼센트 이상 떨어졌다. ‘밥쌀 수입을 중단하라!’고 외치던 백남기 농민은 아직도 사경을 헤매고 있다. 정부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80퍼센트가 넘는 시민들이 더 강하고 실효성 있는 GMO 표시를 요구하고 GMO 개발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농민의 아픔도 시민의 우려도 뒷전일 뿐이다. 기업과 기술 관료들의 눈에는 다른 것이 보이지 않는다. 오직 이익뿐이다. 생명이 아니라. 

 

 

글 | 최준호 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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