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의동 녀석들의 별난 여름나기

지난해 이사를 오고 처음 맞는 여름이다. 말이 4층이지 실제론 옥탑방이나 다름없는 공간에서 여름을 맞을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사무실 온도는 30도를 가볍게 넘는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는 게 이런 것이던가. 이 여름, 살아남아야 한다. 지구를 지키는 사람들답게! 함께사는길이 우리뿐만 아니라 지구도 시원하도록 별난 여름 나기에 도전했다. 

 

1. 반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다!

“여성들은 치마를 입는데 왜 남성들은 반바지를 못 입나!”

남자로서 여름마다 들었던 생각이다. 무더위에도 고집해야 하는 긴바지는 덥기도 하거니와 무언가 불공평해 보였다. 그래서 나는 두어 해 전부터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반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우려와는 달리 대부분 ‘입든지 말든지’ 정도의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왜 진작 입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아직 많은 조직에서 반바지는 금기의 영역일 것이다. 

하지만 상상해보라! 불과 한 세기 전 세간의 시선은 상투를 벗어던진 사람들을 얼마나 경망스럽게 보았을까? 배꼽이 보이는 옷을 입었다고 경찰서에 잡혀가던 시절은 불과 20년 전이다. 지금 돌이켜 본다면 모두 하나의 우스갯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소위 ‘예의’나 ‘예절’을 만드는 건 사장도 아니요, 국가의 원수도 아닌, 바로 우리들 자신이다. 

다행히 시원차림도 해를 거듭할수록 개방적이 되고 있다. 초기에는 재킷을 벗고 넥타이를 매지 않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캐주얼한 바지와 반소매 셔츠를 입는 회사가 늘어났다. 지금은 무려 ‘슈퍼 쿨비즈’ 시대! 이제 반바지와 샌들 차림으로 출근하는 사람도 생겨나 관련 제품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시원차림의 효과는 대단해 체감온도를 무려 1~2도씨나 내릴 수 있다. 여름철 국민들이 실내 냉방 온도를 1도만 높여도 약 100만 킬로와트의 전기를 절감할 수 있다 하니, 옷만 바꿔 입어도 3조 원짜리 핵발전소 1개를 덜 지어도 된다. 운영에 따르는 비용이나 위험비용, 폐로비용 따위는 제외해도 그렇다. 

지구를 생각한다면 시원차림, 경제를 생각한다면 시원차림, 직원들의 업무 능력 향상과 삶의 질 향상을 생각한다 해도 시원차림! 자, 오늘부터는 허울도 더위도 벗어볼까?

 

2. 낮잠을 허하노라. 사람도 컴퓨터도! 

점심만 먹고 나면 병든 병아리처럼 꾸벅꾸벅 졸린 분들 없으신가. 사무실 온도까지 올라가면 나도 열이 올라가 짜증만 나고 일도 손에 안 잡힌다. 본인 혹은 주변에 그런 분들 목격하시걸랑 성질 탓으로만 돌리지 마시길.       

날이 더운 남아메리카에는 ‘시에스타’라는 문화가 있다. 점심을 먹은 뒤 잠깐 자는 낮잠을 일컫는 말이다. 몇몇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이런 낮잠 문화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일부 있다. 군대에서는 오침이라며 한 여름 가장 더운 시간에 1시간 또는 2시간 달콤한 낮잠을 허한다. 억지로 졸음을 참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느니 차라리 30분 정도 낮잠은 기억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일의 효율도 높인다는 연구결과와 사례들이 있다. 구글엔 직원들을 위한 수면캡슐도 있다는 풍문도 들린다.  

일은 언제 할 거냐며 에어컨 돌려서라도 일하라는 말은 접어두시라. 우리나라 여름철 피크시간대, 그러니깐 가장 전력 사용량이 많은 시간대는 2시부터 5시 사이. 이때가 가장 더위를 참기 힘들고 냉방기기들로 인해 전력사용량이 가장 많은 시간대란다. 헌데 그거 아시는가. 최대전력소비량에 따라 발전소 개수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평소에는 발전소 10개로도 전력공급이 가능하더라도 이런 전력피크 때 전력을 소비하기 위해 예비로 발전소를 3개 더 지어야 한다. 전력피크 때 절전이 중요한 이유다.  

그렇다고 오해는 마시라. 3시간 내내 낮잠을 자겠다는 것은 아니니. 낮잠은 30분 정도면 족할 것이다. 이후 맑은 정신으로 일을 할 것이다. 대신 이 시간만큼은 컴퓨터 전원도 조명기기는 아웃이다. 컴퓨터 없이도 할 일은 많고 한낮은 조명보다 밝다. 일도 잘 풀리고 전기도 절약하고 조명과 컴퓨터에서 내뿜는 열기도 사라지니 어찌 낮잠을 마다하리오. 

 

* 컴퓨터에게 한 시간 휴식을 주면

컴퓨터 1대당 160W 절약(컴퓨터 120W, 모니터 40W 기준)

 6대가 3시간을 쉬면 2880W 절약

 프린터까지 더하면 2955W

 

* 조명 스위치를 한 시간 끄면

형광등 1개당 36W 절약(일반 형광등 기준)

10개의 스위치를 3시간 끄면 1080W 절약 

 

3. 이것이야말로 쿨 아이템!

아이스팩을 냉동실에 얼렸다가 목덜미에 살짝 올려보시라. 정신 번쩍 날 정도로 더위가 날아갈 것이다. 혹 없다면 패트병에 물을 넣고 얼린 후 수건으로 감싸 책상 밑에 두고 그 위에 발을 올려보시라.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터지만 이만한 쿨 아이템, 또 없으리.  

여기에 더해 올해는 메밀방석을 준비했다. 메밀껍질은 찬 성질 때문에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어 주로 베개에 이용한다. 인터넷에서 메밀껍질 구해 속통에 넣고, 방석커버는 안 입는 여름옷이나 집에 돌아다니는 자투리 천을 이용하면 된다. 만능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낮 열기를 참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4. 갈증과 열 날리는 차 한잔!

목은 타고 몸은 끈적끈적. 무더위에 멍하다고 아이스커피만 주구장창 마시지 마시길. 아이스커피보다 더 시원하고 갈증을 날리는 차들이 있다. 메밀은 찬 성질을 가지고 있는 음식으로 메밀국수도 있지만 메밀차도 더위 잡는 데 효과적이다. 시중에 티백으로 나와 있지만 직접 만들어도 된다. 메밀을 흐르는 물에 잘 씻은 다음 말린후 달군 프라이팬에 기름 없이 볶아주는데 메밀의 색깔이 살짝 변할 정도로만 볶아준다. 그리고 그것을 보리차 끓이듯 물에 넣고 끓이면 끝! 찬 성질 차로는 녹차, 보리차, 둥글레차 등이 있다.  

오미자차는 비타민이 풍부해 피로회복과 수분 보충에 효과적이다. 또한 땀과 설사를 그치게 하는 효과도 있어 탈수증이나 냉방병이 생기는 것도 막아준다니 얼음 둥둥 띄워 마시길 권한다.



글 | 함께사는길

그림 | 김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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