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마셔도 될까요?” 이렇게 묻는 시민들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수돗물은 설거지, 빨래 등에 쓰이는 생활용수이지, 식수는 아니라는 인식이 더 늘어나고 있다. 음식을 만들 때조차 정수기 물을 쓴다는 가정이 많고, 마트에서 생수를 사는 소비자들을 흔하게 목격할 수 있다.
이는 다양한 음용수 선택 문화로의 자연스런 변화라기보다는 수돗물 불신의 결과다. 1990년대 초반부터 불거진 상수원 오염사고, 수돗물 수질논란 등으로 형성된 불신이다. 2012년 한해 생수판매량은 300만 톤을 넘어섰다. 한 정수기 회사는 동년 6월 판매량이 7만 대 이상이라고 광고한다. 시민들이 수돗물 수질을 믿지 못해 추가로 음용수에 지출하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2012년을 기준으로 국내 생수시장규모가 4000억 원에 이른다. 대한민국 국민 1인당 약 8000원을 생수 구입에 쓴 셈이다.

주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정수기 수질검사 진행했다. 조사 세대수의 34퍼센트가 식수로 부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주민들 직접 수질 검사해보니 ‘못 믿을 정수기’
수돗물은 정말로 마시기에 형편없는 물인가? 시민환경연구소는 주민들과 직접 수돗물 사랑마을 사업을 통해서 확인해 보았다. ‘수돗물 사랑마을 사업’은 시민환경연구소가 환경부, 대한상하수도협회와 함께 아파트 주민들이 직접 수돗물 수질을 검사•확인하고, 주민들에게 수돗물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주민들과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수돗물 신뢰를 다시 쌓아가는 캠페인이다.
현재 서울, 경기 시흥, 원주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와 협력 협약을 맺고 ‘수돗물 다시보기’를 진행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에서 80세대의 수돗물 수도꼭지 수질을 검사하고, 수돗물 생산과 공급에 대한 정보를 시민의 눈높이에서 제공함으로써 주민들의 인식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캠페인 초 주민들이 평소에 음용수를 어떻게 생각하고,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각 아파트단지 주민 약 100명이 참여하여 실시한 설문은 수돗물 불신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설문에 응답한 주민 중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는 비율은 10.4퍼센트인 반면에 정수기를 설치해 마시는 비율은 49.5퍼센트, 생수이용 비율은 18.1퍼센트였다. 음식을 할 때도 수돗물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10.5퍼센트나 됐다.
하지만 주민들이 직접 실시한 수질검사 결과는 주민들의 인식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먼저 수돗물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다. 아파트 단지 저수조 및 가정집 수도를 채수하여 수질분석전문기관에 탁도, 색도, 철, 동, 납, 알루미늄, 일반세균, 잔류염소 등 최대 58개 항목에 대해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는 적합이었다.
그렇다면 주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정수기 수질은 어떨까. 정수기 수질 검사 결과 총 226가구 중 71세대의 정수기에서 일반세균이 식수로 부적합한 정도로 검출됐다. 6세대는 총대장균군까지 검출되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정수기 조사 세대수의 34퍼센트가 식수로 부적한 결과였다.
주민들이 안전할 것이라고 믿고 마시는 정수기의 이러한 수질검사 결과는 사실 어제와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직접 자신의 집에서 사용하는 정수기 수질결과를 확인한 주민들의 놀라움은 컸다.


첫발 내딘 시민들의 수돗물 신뢰 쌓기
2000년대를 들어서면서 안전한 물 공급은 지구적인 목표이기도 했다. 정부는 세계에서 우수한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은 수돗물을 외면하고 오히려 안전하지 못한 물에 노출되고 있다. 특히 정수기는 먹는물 기준에 적합한 수돗물을 원수로 하기 때문에 각 가정에 들어온 정수기의 통과수에 대한 국가의 관리는 특별히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이 꼼꼼한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우리사회에는 관리의 사각지대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환경단체가 수돗물캠페인에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 수돗물을 마셔도 되기 때문이다. 특히 대도시는 자체적으로 더 철저하게 모니터링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인력과 재정을 투여하고 있다. 두 번째는 마셔도 되는 수돗물을 외면한 결과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환경부하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정수기 한 대는 역삼투압방식의 경우 선풍기 5대의 전력을 소모하고, 낭비되는 물의 양이 많고, 또한 폐기물로 버려지는 필터가 많다. 생수는 지하수 고갈이라는 당장의 문제 외에도 플라스틱 병 생산으로 폐기물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전 세계적으로 1분에 약 3000개의 병이 버려지며 1년에 1조 개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
시민의 건강, 환경보호를 위해서 우리는 균형 잡힌 판단을 해야 하고, 이에 근거한 행동을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시민들이 수돗물을 외면하는 것은 결코 시민의 탓이 아니다. 정부가 그동안 신뢰를 잃어온 결과다. 정부는 이제 시민의 입장에서 시민이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민과 더불어 호흡하며 그 눈높이에서 식수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특히 수돗물 불신의 문제는 문화로 정착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돗물 사랑마을 사업은 이렇게 오랫동안 형성되어온 수돗물 불신의 고리를 끊는, 신뢰를 향한 첫걸음이다. 주민들이 수질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먹는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대할 때 식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시민환경연구소는 주민들이 사용하는 음용수 수질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현명하게 음용수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수돗물 신뢰는 하나씩 차근차근 나가야 한다고 본다. 수돗물 사랑이라는 말이 국민 모두 공감할 수 있어야 수돗물의 공공성을 지켜나갈 수 있다.
글•사진 | 백명수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위원
“수돗물 마셔도 될까요?” 이렇게 묻는 시민들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수돗물은 설거지, 빨래 등에 쓰이는 생활용수이지, 식수는 아니라는 인식이 더 늘어나고 있다. 음식을 만들 때조차 정수기 물을 쓴다는 가정이 많고, 마트에서 생수를 사는 소비자들을 흔하게 목격할 수 있다.
이는 다양한 음용수 선택 문화로의 자연스런 변화라기보다는 수돗물 불신의 결과다. 1990년대 초반부터 불거진 상수원 오염사고, 수돗물 수질논란 등으로 형성된 불신이다. 2012년 한해 생수판매량은 300만 톤을 넘어섰다. 한 정수기 회사는 동년 6월 판매량이 7만 대 이상이라고 광고한다. 시민들이 수돗물 수질을 믿지 못해 추가로 음용수에 지출하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2012년을 기준으로 국내 생수시장규모가 4000억 원에 이른다. 대한민국 국민 1인당 약 8000원을 생수 구입에 쓴 셈이다.
주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정수기 수질검사 진행했다. 조사 세대수의 34퍼센트가 식수로 부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주민들 직접 수질 검사해보니 ‘못 믿을 정수기’
수돗물은 정말로 마시기에 형편없는 물인가? 시민환경연구소는 주민들과 직접 수돗물 사랑마을 사업을 통해서 확인해 보았다. ‘수돗물 사랑마을 사업’은 시민환경연구소가 환경부, 대한상하수도협회와 함께 아파트 주민들이 직접 수돗물 수질을 검사•확인하고, 주민들에게 수돗물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주민들과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수돗물 신뢰를 다시 쌓아가는 캠페인이다.
현재 서울, 경기 시흥, 원주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와 협력 협약을 맺고 ‘수돗물 다시보기’를 진행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에서 80세대의 수돗물 수도꼭지 수질을 검사하고, 수돗물 생산과 공급에 대한 정보를 시민의 눈높이에서 제공함으로써 주민들의 인식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캠페인 초 주민들이 평소에 음용수를 어떻게 생각하고,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각 아파트단지 주민 약 100명이 참여하여 실시한 설문은 수돗물 불신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설문에 응답한 주민 중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는 비율은 10.4퍼센트인 반면에 정수기를 설치해 마시는 비율은 49.5퍼센트, 생수이용 비율은 18.1퍼센트였다. 음식을 할 때도 수돗물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10.5퍼센트나 됐다.
하지만 주민들이 직접 실시한 수질검사 결과는 주민들의 인식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먼저 수돗물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다. 아파트 단지 저수조 및 가정집 수도를 채수하여 수질분석전문기관에 탁도, 색도, 철, 동, 납, 알루미늄, 일반세균, 잔류염소 등 최대 58개 항목에 대해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는 적합이었다.
그렇다면 주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정수기 수질은 어떨까. 정수기 수질 검사 결과 총 226가구 중 71세대의 정수기에서 일반세균이 식수로 부적합한 정도로 검출됐다. 6세대는 총대장균군까지 검출되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정수기 조사 세대수의 34퍼센트가 식수로 부적한 결과였다.
주민들이 안전할 것이라고 믿고 마시는 정수기의 이러한 수질검사 결과는 사실 어제와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직접 자신의 집에서 사용하는 정수기 수질결과를 확인한 주민들의 놀라움은 컸다.
첫발 내딘 시민들의 수돗물 신뢰 쌓기
2000년대를 들어서면서 안전한 물 공급은 지구적인 목표이기도 했다. 정부는 세계에서 우수한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은 수돗물을 외면하고 오히려 안전하지 못한 물에 노출되고 있다. 특히 정수기는 먹는물 기준에 적합한 수돗물을 원수로 하기 때문에 각 가정에 들어온 정수기의 통과수에 대한 국가의 관리는 특별히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이 꼼꼼한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우리사회에는 관리의 사각지대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환경단체가 수돗물캠페인에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 수돗물을 마셔도 되기 때문이다. 특히 대도시는 자체적으로 더 철저하게 모니터링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인력과 재정을 투여하고 있다. 두 번째는 마셔도 되는 수돗물을 외면한 결과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환경부하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정수기 한 대는 역삼투압방식의 경우 선풍기 5대의 전력을 소모하고, 낭비되는 물의 양이 많고, 또한 폐기물로 버려지는 필터가 많다. 생수는 지하수 고갈이라는 당장의 문제 외에도 플라스틱 병 생산으로 폐기물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전 세계적으로 1분에 약 3000개의 병이 버려지며 1년에 1조 개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
시민의 건강, 환경보호를 위해서 우리는 균형 잡힌 판단을 해야 하고, 이에 근거한 행동을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시민들이 수돗물을 외면하는 것은 결코 시민의 탓이 아니다. 정부가 그동안 신뢰를 잃어온 결과다. 정부는 이제 시민의 입장에서 시민이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민과 더불어 호흡하며 그 눈높이에서 식수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특히 수돗물 불신의 문제는 문화로 정착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돗물 사랑마을 사업은 이렇게 오랫동안 형성되어온 수돗물 불신의 고리를 끊는, 신뢰를 향한 첫걸음이다. 주민들이 수질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먹는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대할 때 식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시민환경연구소는 주민들이 사용하는 음용수 수질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현명하게 음용수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수돗물 신뢰는 하나씩 차근차근 나가야 한다고 본다. 수돗물 사랑이라는 말이 국민 모두 공감할 수 있어야 수돗물의 공공성을 지켜나갈 수 있다.
글•사진 | 백명수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