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때문에 엄마들은 피곤해요

신문을 보다가 어처구니가 없는 기사를 읽었어요. 식약처가 몸무게 50킬로그램 이하인 청소년들은 에너지 음료 한 캔만 마셔도 카페인 하루 최대 섭취 권고량이 초과되어 건강에 좋지 않으니 졸리면 고카페인 음료를 마시지 말고, 물을 마시라고 친절히 권한 기사였어요. 아니, 정부가 국민 건강을 생각해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왜 어처구니가 없냐고요? 지금도 아이들은 돈만 내면 힘이 불끈 솟을 것 같은 에너지 음료를 하루에도 몇 캔이나 사 마실 수 있는데 ‘그러면 안돼요. 건강 해쳐요. 알아서 조심해야지~!’라고 발표한다고 즐겨 마시던 음료를 안 마실 아이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식약처의 ‘친절한’ 권고를 듣기는 했을까요? 차라리 음료를 만드는 회사나 판매 업체에 권고할 순 없었을까요? 아니면 제품 광고에 청소년들의 건강을 해치니 먹지 말라고 대문짝만하게 표기할 순 없었을까요? 

 

 

 식약처의 “식품첨가물 안심하세요” 과연? 

지난 2006년에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당시 햄, 소시지 등에 사용되는 첨가물 아질산나트륨의 안전성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어요. 식약처는 육가공품 섭취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제품은 안전하나, 몸무게 1킬로그램당 2.7그램 이상 먹으면 좋지 않으니 어린 아이들에게 자주 먹이지 말 것’을 권했죠.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역산해 보면 제품 1킬로그램당 20ppm 정도 되는 양이었어요. 법적 기준치인 70ppm은 그대로 두면서 엄마들에게는 아이가 좋아한다고 햄 소시지만 자꾸 주면 위험하니, 편식 하지 않게 식사 관리 잘 하라는 이 메시지를 듣고 엄마들의 속마음은 과연 어땠을까요? 

정부는 늘 국민들이 잘 알고 선택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또 첨가물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이를 풀기 위해 노력해 왔어요. 얼마 전에도 ‘식품첨가물 안심하세요!’ 소책자를 제작·배포했죠. 특별히 엄마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을 재미있는 만화와 사례로 제작했다니, 한번 읽어봤어요.   

우선 식품첨가물은 제조방법에 따라 화학합성품과 천연첨가물로 나누고는 있지만, 이는 단순히 제조방법의 차이일 뿐 모두 국제적으로 안전성이 확인된 것이므로 안심해도 된대요. 그런데 ‘L-글루타민산나트륨(MSG)은 사탕수수의 원당을 주원료로 만든 천연물질이니 안심’하래요. 화학이나 천연이나 다 똑같다면서 왜 MSG는 굳이 천연이라고 강조할까요?  

둘째, 소비자들은 기업의 광고 등에 현혹되지 말고,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식품첨가물의 주 용도와 기능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정보를 확인한 후 제품을 선택해야 한대요. 법적으로 허용된 첨가물은 총 600여 종. 주요한 기능에 따라 몇 가지만 보면 MSG는 화학조미료가 아니라 향미증진제, 방부제가 아니라 보존료, 설탕 대체제는 감미료, 갈변을 막는 아황산나트륨은 표백제, ‘카제인나트륨’은 유화제 등이 있어요. 네, 엄마들도 당연히 알아야죠. 그런데요,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깨알 같은 표기들을 읽다보면 대부분 같은 식품류에는 비슷한 첨가물이 들어간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엄마들은 광고에 혹해서 사는 게 아니라 그중 하나라도 적게 들어갔다는 ‘보존료 무첨가’, ‘무 MSG’, ‘7가지 무첨가’ 이런 제품을 선택하게 되는 거예요. 엄마들의 이러한 마음을 이해한 기업들이 많은 노력을 들여 개발한 제품까지 ‘현혹’시키는 제품이라고 할 필요가 있을까요? 어쨌든 첨가물 덜 들어가고 그만큼 자연의 원재료로 맛을 낸 식품이 더 좋은 건 사실이잖아요. 식약처조차 ‘법적으로 안전한 첨가물’로 만든 가공식품이라 하더라도 자주 먹으면 영양불균형이 올 수 있고, 첨가물의 하루섭취허용량을 넘길 수도 있으니, 신선한 자연 재료로 만든 건강한 식단으로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라고 설명하고 있잖아요.   

홍보책자의 마무리 멘트는 우리 국민들은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 선진 국민보다 과도하게 식품첨가물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며 식중독이나 바이러스 같이 본질적인 것에 더 신경 쓰라는 말과 시민단체도 불안감 조성하지 말고 올바른 식품교육을 위해 노력하라는 당부였어요.    

 

2004년 서울환경연합은 시판중인 육가공품의 아질산염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시민들과 함께 업체에 안전한 먹을거리를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에 업체들은 아질산염 무첨가 제품을 출시하는 등 식품첨가물을 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2004년 서울환경연합은 시판중인 육가공품의 아질산염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시민들과 함께 업체에 안전한 먹을거리를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에 업체들은 아질산염 무첨가 제품을 출시하는 등  식품첨가물을 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그런데요, 정부가 이런 자료를 발표한 지 일주일도 안 되어 미국의 한 저명한 시민단체는 빵, 피자, 과자 등에 ‘아조디카르본아미드(ADA)’라는 첨가물을 사용한 약 500종의 식품과 제조회사 명단을 공개했어요. 아조디카르본아미드는 발암성 논란, 호흡계 질환인 천식이나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물질로 유럽 일부 국가, 호주,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지에서는  사용을 금지하고 있대요. 공개된 명단에는 서브웨이, 세라리(Sarari) 등 유명 식품회사도 포함되어 있었죠. 그 발표 몇 일 후 지난 2011년 큰 난리가 났던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가능성 여부가 장기간의 연구와 검토 끝에 일부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결과가 발표되었어요. 합법적으로 판매되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던 엄마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엄마들이 진짜 원하는 정책은? 

정부가 식품첨가물 안전하다는 책자 만들어 배포하는 일보다는 가공식품을 적게 먹고 건강한 자연 재료로 만들어진 식품을 먹자는 좀 더 근본적인 노력을 하면 어떨까요. 가공식품 많이 먹으면 열량, 나트륨, 당, 첨가물 등 건강에 좋지 않은 것들에 노출되는 게 사실인데, 이를 각각 나누어 식품첨가물 안전 자료 만들어 배포하고, 나트륨 저감 운동하고, 비만 정책 개발하고, 고카페인 음료 주의시키고…… 이 얼마나 번거롭고 복잡한 일인가요? 

더 나아가 ‘국민들은 왜 첨가물에 대해 불안해할까?’ ‘비만, 아토피, 소아암 등 아픈 아이들은 왜 늘어나고 있을까?’ ‘불임 증가 원인은 무엇일까?’ ‘선천적 기형 증가 이유를 유전적 요인으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세계보건기구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질병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는데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화학물질 오염 사고가 늘어나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 등 엄마들이 걱정하는 건강에 대한 문제가 무엇인지 본질을 파악하고, 이의 원인을 찾아 줄이고, 예방하는 연구와 정책에 더 많은 힘을 모아 주시면 좋겠어요.    

아이 키우랴, 돈 벌랴, 요즘 엄마들 무지 바쁘고 힘들거든요. 안전한데 왜 믿지 않느냐며 불평하지 마시고, 함께 공감하고 이야기 나누고 뜻을 모을 수 있는 정책으로 엄마들이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해 주시면 좋겠어요. 네~! 

 

글 | 이지현 환경재단 사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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