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구할 수 있는 인간의 조건!

몇 년 전 『No Impact Man』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이 작품은 실제 뉴욕의 평범한 한 가정이 1년 동안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살려는 노력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이다. 사람이 살면서 환경에 영향을 안 준다?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처음에는 의심 가득했지만 다큐멘터리가 끝날 때 즈음엔 ‘나도 꼭 실천해야겠다!’라는 생각을 마음 깊이 새기게 되었다. 그러나 실천으로 옮기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모두가 그렇듯이 시간에 쫓겨 다니다 어느새 몇 년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KBS에서 『인간의 조건』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울산환경연합 활동가가 된 지 5개월째. 나는 활동가로서 나부터 모범이 되고 싶었다. 지구를 살리는 것이 내 생활 자체에 녹아 있어, 많은 분에게 실천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때마침 2014년 회원님들과 같이할 수 있는 좋은 프로젝트를 고민하던 터라 나는 미루어왔던 도전을 시작했다. 

 

일회용품 안 쓰기부터 채식하기까지, 회원님들과 함께하는 작은 실천 사진제공 울산환경운동연합 


체험 주제와 함께한 일주일 

매주 회원 한 분과 함께 하나의 주제를 같이 실천하고 그 결과를 공유했다. 체험 주제는 현재 5주차까지 진행됐다. 일회용품 안 쓰기, 음식물 남기지 않기, 쓰레기 만들지 않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채식하기 순서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철저히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처음부터 너무 무리한 목표를 둔다면 중도 포기할 확률도 높고 또 회원들의 참여도 저조할 것 같아 일단은 참여에 의의를 두고 최대한 지키도록 해달라고 회원들에게 부탁드렸다. 그럼에도 막상 체험에 들어가니 꽤 실천하기 어려운 부분도 나타났다. 

물론 어렵지 않게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일회용품 안 쓰기와 대중교통 이용하기가 그랬다. 항상 가지고 다니던 컵이 꼭 필요할 때는 없어져 아예 음료를 먹지 않기도 했지만, 평소 일회용품 사용을 잘 하지 않아 이 주제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대중교통 이용하기도 원래 차가 없고 항상 이용해 왔기에 쉬웠다. 그리고 음식물의 경우 나가서 사 먹지만 않는다면 남길 필요가 없었고, 외식한다 해도 국물까지 싹싹 깨끗이 비우기 위해 노력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역시 쓰레기 만들지 않기였다. 지금의 우리 생활 패턴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쓰레기를 만들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무엇을 사든 포장은 반드시 되어있고, 우편물은 또 얼마나 많이 날라 오는지! 종이가 아까워 몸서리가 날 지경이었다. 심지어 차를 한 잔 마시더라도 꼭 포장이 되어있었다. ‘앞으로 인간은 플라스틱 없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줄이고 줄여도 배출되는 쓰레기를 돌아보니, 새삼 우리가 얼마나 지구를 괴롭히고 자원을 낭비하는지 실감이 들었다. 

채식하기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대처했다. 원래 육식을 하지 않지만, 우리나라 음식의 특성상 멸치는 모든 국물을 만들 때 쓰이므로 피할 수 없었다. 나도 예전에는 치즈나 달걀, 우유나 아이스크림, 꿀 등을 무척 좋아했다.(내 기준의 채식은 직접적으로 생명을 해치지만 않는다면 먹어도 좋다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음식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채취되는지 알고 난 후부터는 절대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치즈와 우유, 아이스크림은 항생제와 성장호르몬 덩어리일 뿐만 아니라, 우유를 위해서는 수컷으로 태어난 새끼 젖소를 송치 가죽으로 도살하거나, 그냥 수컷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이게 되어 있었다. 꿀도 꿀벌들이 열심히 일한 것을 인간들이 마구 빼앗고 있었고, 애벌레들과 꿀벌들이 이 과정에서 많이 목숨을 잃고 또 집도 잃고 있었다. 이처럼 인간들은 직접적인 죽음에 가담은 하지 않았지만,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미 소비를 통해 이런 것들을 돕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큰 변화의 시작은 작은 실천 

다양한 실천 주제들을 경험하고 생각하다 보니 때때로 ‘인간은 얼마나 이기적인가’하는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슬퍼만하고 있으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이런 기본적인 것들만이라도 조금씩 변화하기 위해 의식화하고 습관화해야 한다. 혼자서 큰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힘들어도 많은 사람이 함께 한다면 기적은 일어날 수 있다. 그렇기에 지구를 구하는 일은 특별한 누군가가 하는 일이 아니라 나부터 할 수 있고, 엄청난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는 점을 늘 떠올려야 한다. 

아직 미숙한 점도 많지만, 점점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는 덕분에 보람도 생기고, 함께 해주시는 회원분들께서도 진지하게 임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도 이런 주제들이 뼛속 깊이 뿌리박힐 수 있도록, 더 세세하고 엄격하게 시도를 해 볼 생각이다. 함께할 분들은 언제든 환영이다.

 

글 | 장김미나 울산환경운동연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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