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책이 도입될 때 손익집단은 갈린다. 의무가 강제되는 규제 분야의 정책 도입시 그 손익집단의 충돌은 격화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나 노동조합처럼 약자들만 저항하고 투쟁하는 건 아니다. 기업도 투쟁한다. 매우 강력하고 끈끈하게! 우리사회의 강력한 이익집단 중 하나인 기업의 이익투쟁이 겨누는 지점은 뻔하고 뻔뻔하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산업현장의 인명사고를 야기한 책임은 벗어버리고, 바뀐 정부의 규제개혁 바람을 타고 ‘규제완화를 얻어 내겠다.’는 입장이다. 주인공을 빙자한 악당 주연극을 보는 듯 불편하다.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막고 싶은 활동가로서는 요즘 개혁이라고 쓰고 완화라고 읽는 정책 현실에 무력감을 느끼게 될 때가 잦다. 영화 『독전』(2018)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그 왜 뭔가를 계속 열심히 쫓을 때는 가끔 내가 뭘 쫓는 건가, 이걸 왜 쫓나 생각이 들때가 있거든. 그럴 땐 가서 씻고 자는 게 답이야. 니들은 최소한 지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대사를 말하던 영화 속 인물에게 빙의한 듯한 심정이다. 비슷한 규제완화 주장을 반복하는 기업들과, 그들의 끈적한 요구가 기어이 정책에 반영되는 현실을 마주할 때 ‘무엇을 쫓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얼굴 두꺼운 규제완화 청구서
‘제도의 합리성’은 기업이 늘 요구하던 클리세 같은 말이다. 요즘에는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더해 이행가능성까지 고려해 기업이 따라갈 수 있는 제도를 만들라고까지 주장한다. 수출경쟁력이라는 기준도 언급했다. 친기업 정책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가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말들이다. 윤 대통령부터 스스로를 영업사원이라 칭했다. 정부 대표부터 이처럼 기업에 기울어 있으니 균형을 잡으려는 사람이 보이지 않고 그 기울어진 운동장의 부작용이 집권 1년 만에 쏟아진다.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기업이 따를 수 있고 수출에 도움이 되도록 규제를 만들라니 그걸 더 이상 규제라 할 수 있을까, 산업지원책이라면 모를까.
한화진 환경부 장관도 취임시부터 ‘규제개선’을 공언해왔다. 인사청문회 자리에서부터 나온 그의 발언은 하나둘씩 현실화되고 있다. 유독물질 지정관리체계를 합리화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규제완화의 성과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었다. 일부 언론들은 (「화학물질관리법」등에 대한) ‘7년 만의 손질’이라는 타이틀까지 달았다.
거버넌스 채널을 규제완화를 위한 들러리로 여기는 것일까.
화학안전정책포럼의 쟁론

지난 2022년 11월 시민사회와 산업계 그리고 환경부가 화학안전정책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화학안전 분야에서 정부가 거버넌스 채널로 운용중인 <화학안전정책포럼>은 윤석열 정부 집권 전인 2021년 태동했다. 내실 있는 안전제도를 만들어가기 위해 시민사회와 산업계, 정부가 참여하는 일종의 소통 테이블이었다. 그 당시에도 기업들은 주요 국면마다 어깃장을 놓았고 규제완화를 요구했다. 일본의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 시에도, 코로나19 확산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포럼자리에서 만큼은 화학안전제도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일부나마 사회적 공감대를 마련하기 위한 제스처를 취하는 듯했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되자 경총을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규제완화 요구안과 청구서를 내밀었다.
유해물질 차등관리는 기업들의 숙원이었다. 기존의 유독물질 지정체계를 차등화해서 관리하는 게 핵심인데 결국 비용 문제다. 과거 「유해물질관리법」시행 당시에는 금지/제한/허가/유독/사고대비물질이 각각 존재했고, 별도로 묶어서 관리하지는 않았다. 2015년 이후 화학물질관리법이 시행되며 통합관리를 시작한 셈인데 이런 획일적인 관리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였다.
앞으로는 유독물질을 급성, 만성, 생태독성 등으로 나누는 골자로 개편하고 따라오는 의무도 차등 배분하게 될 예정이다. 유독물질 지정관리체계 차등화는 지난해 <화학안전포럼>의 주제로 채택됐고 후속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2023년 3월에 유독물질과 유해화학물질 정의, 금지/제한/허가물질 관리방안 논의부터, 4월에는 유해화학물질 취급기준, 취급시설 및 시설 검사주기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다. 5월에는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 혼합물 차등관리 방안을 다룰 예정이다. 이런 흐름을 바탕으로 2023년 여름에 개정안을 내놓겠다는 스케줄이 이미 나왔다.
올해 <화학안전정책포럼>은 위와 같은 네 가지 주제를 논의한다. 1주제-화학물질안전관리 중장기계획 수립, 2주제-유해화학물질 지정관리체계 제도 개선, 3주제-화학물질 유해성정보생산·전달·활용 실효성 제고, 4주제-만성유해성물질 관리 로드맵 마련이 그것이다. 본격적인 논의는 이제부터다. 차등관리로 전환함에 따라 파생되는 문제들이 있고, 시민사회와 산업계의 입장 차이도 크다.
2주제의 경우, 당장 급성독성의 개념을 정의할 때 피부부식 독성을 포함할지가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기업들이 예민하게 나오는 이유는 결과에 따라 신규지정 물질에 대한 시설투자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 50여종의 물질이 추가될 수 있는데 기업들은 ‘추가규제’라며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은 ‘포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4주제로 분리된 만성 유해물질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도 눈여겨봐야 한다. 3주제의 경우도 당초 기업들의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 완화요구로 시작되었지만, 시민사회의 문제제기로 사각지대 해소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유해성정보신고제도(CLP) 도입 관련 논의를 비롯해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지 과제가 많다. 환경부의 바람과 달리 아직까지 모든 것이 동상이몽의 연속이다.
위험의 차등관리와 규제완화 그 사이의 혼란

지난 2022년 8월 31일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공론화 1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환경운동연합
“위험에 따른 차등관리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일률적인 관리는 실익이 없다.” 기존 제도를 차등화 관리로 이끈 이 명분은 강력했다.
그렇다면 더 나은 관리와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게 상식이라고 필자는 생각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후속 과제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자율관리에 맡기자는 정도로 얼버무린다. 획일적인 규제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이 많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겪었고 시간은 흘렀지만, 기업과 정부의 인식은 그다지 바뀐 게 없음을 느끼게 된다.
시민사회, 업계, 정부의 논의에서 공통전제는 위해성 중심의 관리체계를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유럽연합이 채택한 위해성 중심의 관리는 아직 우리는 가보지 못했던 미지의 땅이다. ‘위해성 중심의 방향성’이라는 총론이야 누구나 동의한다. 그러나 그에 관한 구체적인 상은 제각각이다. 현재 수준에서는 유해성평가 자료도 부족한 마당이다. 인체에 대한 위험관리 및 평가기반이 충분히 확보되지도 못한 상황인 것이다. 과도기적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뫼비우스의 띠라고 해야 할까? 일련의 흐름들을 보면 악순환에 빠져있음을 알게 된다. ‘사각지대를 타고 참사가 벌어진다-참사 초기에는 충격이 사회를 압도한다-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목소리가 커진다-안전제도 강화여론이 탄력을 받는다-국회가 법안들을 내놓고 제도가 강화된다-시간이 흐르면서 기업들이 목소리(제도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다/기업경쟁력이 떨어진다/이행이 불가능하다)가 정책의 발목이 잡는다-경기가 안 좋다는 말들이 쏟아진다-기업들의 목소리에 밀려 제도에서 상대적으로 경미하고 기술적인 부분부터 시작해 근간을 이루는 핵심내용까지 후퇴가 거듭된다-그리고 새로운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다시 제도 개혁이 논의되지만 “누구 입장을 대변할 것인가?”를 둘러싼 끝없는 줄다리가 펼쳐지게 된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다.
화학물질 규제 관련 토론회에 나온 기업 측 인사는 반기업 정서를 탓하며 ‘합리성이 결여된 제도를 비난’했다. 다시 ‘합리성’을 생각한다. 산업계가 ‘비용절감’과 동일시하는 이 말의 쓰임새를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까? 화학물질안전을 외면한 사회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불렀음을 기억하고 안전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시민의 행동에서 진짜 규제의 합리화가 시작돼야 할 것이다.
글 | 강홍구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새 정책이 도입될 때 손익집단은 갈린다. 의무가 강제되는 규제 분야의 정책 도입시 그 손익집단의 충돌은 격화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나 노동조합처럼 약자들만 저항하고 투쟁하는 건 아니다. 기업도 투쟁한다. 매우 강력하고 끈끈하게! 우리사회의 강력한 이익집단 중 하나인 기업의 이익투쟁이 겨누는 지점은 뻔하고 뻔뻔하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산업현장의 인명사고를 야기한 책임은 벗어버리고, 바뀐 정부의 규제개혁 바람을 타고 ‘규제완화를 얻어 내겠다.’는 입장이다. 주인공을 빙자한 악당 주연극을 보는 듯 불편하다.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막고 싶은 활동가로서는 요즘 개혁이라고 쓰고 완화라고 읽는 정책 현실에 무력감을 느끼게 될 때가 잦다. 영화 『독전』(2018)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그 왜 뭔가를 계속 열심히 쫓을 때는 가끔 내가 뭘 쫓는 건가, 이걸 왜 쫓나 생각이 들때가 있거든. 그럴 땐 가서 씻고 자는 게 답이야. 니들은 최소한 지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대사를 말하던 영화 속 인물에게 빙의한 듯한 심정이다. 비슷한 규제완화 주장을 반복하는 기업들과, 그들의 끈적한 요구가 기어이 정책에 반영되는 현실을 마주할 때 ‘무엇을 쫓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얼굴 두꺼운 규제완화 청구서
‘제도의 합리성’은 기업이 늘 요구하던 클리세 같은 말이다. 요즘에는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더해 이행가능성까지 고려해 기업이 따라갈 수 있는 제도를 만들라고까지 주장한다. 수출경쟁력이라는 기준도 언급했다. 친기업 정책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가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말들이다. 윤 대통령부터 스스로를 영업사원이라 칭했다. 정부 대표부터 이처럼 기업에 기울어 있으니 균형을 잡으려는 사람이 보이지 않고 그 기울어진 운동장의 부작용이 집권 1년 만에 쏟아진다.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기업이 따를 수 있고 수출에 도움이 되도록 규제를 만들라니 그걸 더 이상 규제라 할 수 있을까, 산업지원책이라면 모를까.
한화진 환경부 장관도 취임시부터 ‘규제개선’을 공언해왔다. 인사청문회 자리에서부터 나온 그의 발언은 하나둘씩 현실화되고 있다. 유독물질 지정관리체계를 합리화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규제완화의 성과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었다. 일부 언론들은 (「화학물질관리법」등에 대한) ‘7년 만의 손질’이라는 타이틀까지 달았다.
거버넌스 채널을 규제완화를 위한 들러리로 여기는 것일까.
화학안전정책포럼의 쟁론
지난 2022년 11월 시민사회와 산업계 그리고 환경부가 화학안전정책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화학안전 분야에서 정부가 거버넌스 채널로 운용중인 <화학안전정책포럼>은 윤석열 정부 집권 전인 2021년 태동했다. 내실 있는 안전제도를 만들어가기 위해 시민사회와 산업계, 정부가 참여하는 일종의 소통 테이블이었다. 그 당시에도 기업들은 주요 국면마다 어깃장을 놓았고 규제완화를 요구했다. 일본의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 시에도, 코로나19 확산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포럼자리에서 만큼은 화학안전제도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일부나마 사회적 공감대를 마련하기 위한 제스처를 취하는 듯했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되자 경총을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규제완화 요구안과 청구서를 내밀었다.
유해물질 차등관리는 기업들의 숙원이었다. 기존의 유독물질 지정체계를 차등화해서 관리하는 게 핵심인데 결국 비용 문제다. 과거 「유해물질관리법」시행 당시에는 금지/제한/허가/유독/사고대비물질이 각각 존재했고, 별도로 묶어서 관리하지는 않았다. 2015년 이후 화학물질관리법이 시행되며 통합관리를 시작한 셈인데 이런 획일적인 관리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였다.
앞으로는 유독물질을 급성, 만성, 생태독성 등으로 나누는 골자로 개편하고 따라오는 의무도 차등 배분하게 될 예정이다. 유독물질 지정관리체계 차등화는 지난해 <화학안전포럼>의 주제로 채택됐고 후속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2023년 3월에 유독물질과 유해화학물질 정의, 금지/제한/허가물질 관리방안 논의부터, 4월에는 유해화학물질 취급기준, 취급시설 및 시설 검사주기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다. 5월에는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 혼합물 차등관리 방안을 다룰 예정이다. 이런 흐름을 바탕으로 2023년 여름에 개정안을 내놓겠다는 스케줄이 이미 나왔다.
올해 <화학안전정책포럼>은 위와 같은 네 가지 주제를 논의한다. 1주제-화학물질안전관리 중장기계획 수립, 2주제-유해화학물질 지정관리체계 제도 개선, 3주제-화학물질 유해성정보생산·전달·활용 실효성 제고, 4주제-만성유해성물질 관리 로드맵 마련이 그것이다. 본격적인 논의는 이제부터다. 차등관리로 전환함에 따라 파생되는 문제들이 있고, 시민사회와 산업계의 입장 차이도 크다.
2주제의 경우, 당장 급성독성의 개념을 정의할 때 피부부식 독성을 포함할지가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기업들이 예민하게 나오는 이유는 결과에 따라 신규지정 물질에 대한 시설투자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 50여종의 물질이 추가될 수 있는데 기업들은 ‘추가규제’라며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은 ‘포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4주제로 분리된 만성 유해물질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도 눈여겨봐야 한다. 3주제의 경우도 당초 기업들의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 완화요구로 시작되었지만, 시민사회의 문제제기로 사각지대 해소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유해성정보신고제도(CLP) 도입 관련 논의를 비롯해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지 과제가 많다. 환경부의 바람과 달리 아직까지 모든 것이 동상이몽의 연속이다.
위험의 차등관리와 규제완화 그 사이의 혼란
지난 2022년 8월 31일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공론화 1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환경운동연합
“위험에 따른 차등관리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일률적인 관리는 실익이 없다.” 기존 제도를 차등화 관리로 이끈 이 명분은 강력했다.
그렇다면 더 나은 관리와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게 상식이라고 필자는 생각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후속 과제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자율관리에 맡기자는 정도로 얼버무린다. 획일적인 규제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이 많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겪었고 시간은 흘렀지만, 기업과 정부의 인식은 그다지 바뀐 게 없음을 느끼게 된다.
시민사회, 업계, 정부의 논의에서 공통전제는 위해성 중심의 관리체계를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유럽연합이 채택한 위해성 중심의 관리는 아직 우리는 가보지 못했던 미지의 땅이다. ‘위해성 중심의 방향성’이라는 총론이야 누구나 동의한다. 그러나 그에 관한 구체적인 상은 제각각이다. 현재 수준에서는 유해성평가 자료도 부족한 마당이다. 인체에 대한 위험관리 및 평가기반이 충분히 확보되지도 못한 상황인 것이다. 과도기적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뫼비우스의 띠라고 해야 할까? 일련의 흐름들을 보면 악순환에 빠져있음을 알게 된다. ‘사각지대를 타고 참사가 벌어진다-참사 초기에는 충격이 사회를 압도한다-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목소리가 커진다-안전제도 강화여론이 탄력을 받는다-국회가 법안들을 내놓고 제도가 강화된다-시간이 흐르면서 기업들이 목소리(제도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다/기업경쟁력이 떨어진다/이행이 불가능하다)가 정책의 발목이 잡는다-경기가 안 좋다는 말들이 쏟아진다-기업들의 목소리에 밀려 제도에서 상대적으로 경미하고 기술적인 부분부터 시작해 근간을 이루는 핵심내용까지 후퇴가 거듭된다-그리고 새로운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다시 제도 개혁이 논의되지만 “누구 입장을 대변할 것인가?”를 둘러싼 끝없는 줄다리가 펼쳐지게 된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다.
화학물질 규제 관련 토론회에 나온 기업 측 인사는 반기업 정서를 탓하며 ‘합리성이 결여된 제도를 비난’했다. 다시 ‘합리성’을 생각한다. 산업계가 ‘비용절감’과 동일시하는 이 말의 쓰임새를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까? 화학물질안전을 외면한 사회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불렀음을 기억하고 안전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시민의 행동에서 진짜 규제의 합리화가 시작돼야 할 것이다.
글 | 강홍구 환경운동연합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