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이상’ 밥상의 물발자국

음식물쓰레기 ⓒ함께사는길 이성수

인간은 먹고, 입고, 생활하면서 끊임없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부분의 영향은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인간의 활동은 필연적으로 나무, 암석, 물과 같은 재생가능한 자원과 화석연료 등 재생불가능한 자원의 소비와 함께 다양한 배출물들을 발생시킨다. 배출물들로 인한 환경영향은 기후변화, 오존층 고갈, 광화학산화물 생성(광화학스모그), 산성화, 부영양화, 인간독성, 생태독성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사는 동안 발자국을 남긴다! 여기서 ‘발자국(Footprint)’은 흔적, 영향이란 비유적 맥락에 속한다. 생태 발자국(Ecological Footprint)이란 인간의 활동이 생태계에 남기는 영향을 수치로 환산한 것을 일컫는 용어다. 

 인간 활동의 영향을 나타내는 여러 종류의 ‘발자국’들이 개발돼 있다. 그 중 비교적 많이 알려진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은 인간의 활동에서 발생한 온실가스의 총량을 이산화탄소환산량으로 나타낸 것으로, 주로 제품의 전과정(Life Cycle)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량을 제품에 표기하는 제품 탄소라벨링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인간의 활동에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의 환경성 정보를 생산, 소비 및 폐기 전 과정에 걸쳐 정량화하는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 방법론은 ISO 14044 국제규격으로 수행방법과 절차가 규격화되어 있다. 

 탄소발자국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정량화한 것이라면, 물발자국은 인간의 활동에 필요한 물의 필요량을 정량화한 것이다. 물발자국은 크게 녹색(Green)·청색(Blue)·회색(Grey) 물발자국으로 구분하는데, 녹색은 강우를 통해 별도의 에너지 투입없이 자연적으로 공급된 물을, 청색은 에너지를 투입해서 사용하는 지하수, 지표수, 상수 등을 의미한다. 회색은 인간활동에 따른 오염된 물을 수질 기준에 적합하도록 정화하는데 필요한 물의 양을 뜻한다. 물발자국 중 약 85퍼센트가 농축산물의 생산·소비와 관련되어 있다. 대부분의 물발자국이 농업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당신의 아침 식사는 잡곡밥에 쇠고기무 국? 빵과 우유 한잔? 또 다른 그 무엇을 먹든 간에 당신은 물발자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운송, 조리 및 폐기 과정에서 물이 사용되고 또 오염된 하폐수가 배출되었을 것이다. 식생활에서 물발자국은 그 족적을 뚜렷이 남긴다. 

 쇠고기의 물발자국은 중량 대비 무려 1만7137배에 이른다. 쇠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물의 양이 17톤하고도 137킬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쇠고기 1킬로그램을 먹으면서 우리는 물 17톤도 함께 먹는다고 다소 과장되게 표현할 수도 있겠다. 쇠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10킬로그램의 사료! 사료재배에 투입되는 ‘직접수’는 물론, 농약, 비료, 농기계 연료 등 투입농자재의 생산과 폐수처리에 소요되는 ‘간접수’를 더한 값이다. 쇠고기 1킬로그램을 안 먹는다면 약 17톤의 물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돼지고기는 중량 대비 4441배, 닭고기는 2549배의 물을 필요로 한다. 쌀 1476배, 콩 3347배, 옥수수 1040배, 고추 1133배 등 다른 농산물의 물발자국도 만만치 않다(농림축산식품부, 2014, 「지속가능한 수자원을 이용한 물발자국 산정 및 적용」 참조).

 당신이 오늘 아침에 쌀밥, 불고기, 배추김치, 멸치조림, 콩조림, 시금치나물을 먹었다면, 표준조리법에 의한 이 음식물들의 열량은 약 900킬로칼로리(kcal), 무게는 560그램 정도 된다. 하지만 이 음식물들의 원료가 되는 각종 농축산물을 재배하고, 수송하고 또 조리하는 과정에서의 물 소비량 즉, 물발자국은 2톤을 훌쩍 넘어선다.  

 음식물의 물발자국에서 식재료(농축산물)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이는 우리가 어떤 농산물을 식재료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물발자국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오늘 점심 메뉴를 정하는데 있어서 가격이나 영양, 맛보다 음식물의 물발자국이 우선순위에 놓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음식물로 인한 물발자국을 줄이면서 건강도 챙기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몇 가지 멋진 실천방법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것이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음식물의 전과정 즉, 식재료 생산단계, 수송단계, 조리단계 및 폐기단계에서 발생하는 물 소비량을 원천적으로 감소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우리나라의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은 전체 음식의 약 1/7수준으로, 음식물쓰레기만 남기지 않아도 식생활로 인한 물발자국의 15퍼센트 정도를 줄일 수 있다. 

둘째,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이다. 건강한 식사란 결국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되 과식하지 말아야 한다. 지구를 위해 우리 모두가 채식주의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비만과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과다한 육식은 지구와 우리 몸 모두를 병들게 한다. 환경과 경제 그리고 건강, 세 가지 측면에서 채식은 육식을 압도한다. 단백질로 무장한 육식의 장점은 콩 앞에서 무너진다. 특히 쇠고기는 평점이 가장 그리고 너무 안 좋다.

셋째,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제철 농산물을 먹는 것이다. 수송거리와 저장기간이 짧을수록 농산물의 물발자국은 줄어든다. 햇빛과 바람, 비를 맞으며 대지에서 자란 제철 농산물은 비닐하우스 작물보다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하며 가격도 싸다.

 과식하지 말고 음식물 남기지 않기, 제철 농산물을 중심으로 한 채식위주의 고른 식사, 자기 몸의 건강을 챙기는 개인적 웰빙과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사회적 웰빙 그리고 합리적 소비는 생각보다 쉽게 일치한다.

 

 글 / 임송택 에코네트워크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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