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외치는 “GMO 완전표시제를 허하라!”

 

생협·소비자·농민·환경·시민단체가 망라된 전국 57개 단체가 시민청원단(이하 시민청원단)을 구성하고 지난 3월 12일부터 4월 11일까지 GMO 완전표시제 국민청원을 진행했다. 

 

외면 받은 GMO 완전표시제 시민청원

시민청원단의 GMO 완전표시제 국민청원의 요구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GMO를 원료로 사용한 식품에는 예외 없이 표시를 하자는 것이다. 그것은 소비자 주권의 문제이다. 소비자의 알 권리,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요구인 것이다. 소비자가 자신이 먹는 식품이 GMO로 만든 것인지 여부를 알 수 있도록 원재료로 GMO를 사용한 식품에는 예외 없이 표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GMO 없는 학교급식을 실시하라는 것이다. 자라나는 미래세대인 아이들의 식생활 교육의 중요한 과정인 학교급식은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되어야 한다.  

이러한 요구로 청원기간 동안 총 21만6886명의 국민이 서명했다. 청와대 청원서명이 특정사이트에 로그인해야 하는 특성상 20만 명을 넘는다는 것은 전국민적 요구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청와대가 20만 명이 넘는 청원서명에는 답변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청와대는 답을 했다. 그런데 그 답이란 게 해괴하다.  

지난 5월 8일 청와대는 GMO 완전표시제의 전국민적 요구에 대해 ‘GMO 완전표시제는 물가인상, 통상마찰 등을 이유로 어렵다’고 하면서 ‘학교급식에는 현행 GMO 표시제가 단백질이 검출이 안 되면 표시를 하지 않고 있으니 학교급식에서는 GMO를 쓰고 있지 않다.’는 해괴한 주석이 달린 답변을 내놓았다. 여기다가 ‘사회적협의체를 구성해서 다양한 의견수렴을 하겠다’며 비판을 피해 갈등을 시민사회에 다시 되돌리는 안이하고 영리한(?) 답변을 추가했다.

 

물가인상, 통상마찰이 국민 건강보다 중요한가? 

우리나라는 식용 GMO 세계 1위 수입국가다. 2016년 7월 기준, 수입허가된 식용 GMO는 148건에 달하는데 그 중 대부분이 콩과 옥수수이고, 카놀라, 사탕무, 알팔파, 면화 등 작물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매우 낮다. 따라서 시중 가공식품 원재료의 70퍼센트는 수입산인데, 이중 80퍼센트가 GMO이다. 수입한 GMO 콩과 옥수수는 대부분 식용유나 간장, 액상과당 등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된다. 그러니까 시중 마트에 있는 대부분의 식용유와 간장 등이 GMO를 원료로 하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전 국민이 사먹을 수밖에 없는 GMO 원료 식용류를 ‘GMO로 만든 식용유’라 부르지 못하고 나아가 GMO인지 알지도 못하도록 허락하고 있는 표시제를 고치자는데 ‘물가인상과 통상마찰 우려’를 답변으로 내놓는 정부가 과연 국민의 정부인지 의심스럽다. 그 전에 이 정부와 청와대가 수반인 대통령의 약속을 지키려는 의지를 가진 곳인지부터 의심스럽다.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GMO표시제 강화를 약속했다. 이번 청와대 비서관의 답변은 식약처, 식품협회의 낡은 주장을 그대로 따라하는 ‘전형적인 공약 뒤집기’에 해당한다. GMO인지 아닌지 알고자 하는 국민들의 기본적인 요구를 물가인상, 통상마찰이라는 거짓 근거로 또다시 외면한다면 이는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식품표시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GMO 표시제 강화를 거부하는 답변을 해놓고 식품산업협회와 시민단체 간의 논쟁을 통해 개선방안을 만들겠다는 것은 결국 공약을 못 지키는 책임을 시민들에게 떠넘기려는 행태다.

 

촛불정부의 정체성에 자문해 보라 

지난 한달간 생협 매장에서,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GMO가 무엇인지 알리며 청원서명을 받으면서 ‘GMO 완전표시제가 전 국민적 동의 수준에 있다!’는 걸 확인한 두레생협 조합원들은 청와대 답변에 실망을 넘어 경악한다. 국민의 뜻과 요구가 몇 개의 식품기업의 이해만도 못한 것인가? 스스로 약속한 공약을 이행을 못하겠다고 하는 이유로 그것이 가당키나 한 답변이라 생각하는지 것일까? 자타공인 촛불정부라는 문재인정부는 스스로의 정치적 양심과 정책의지에 자문해보기 바란다. 

촛불로 탄생한 정부가 촛불과 약속한 정책을 ‘일부 식품기업과 그 이해를 대변하는 식약처가 주관하는 사회적협의체에게 책임을 미루는 행태’는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명백한 국민의 요구를 시민청원만으로 알 수 없고 기어이 재삼 확인하려 한다면, 그것도 좋다. 다만 기업과 기업이익을 우선하는 입장을 가진 부처가 만든 협의체가 아니라 ‘청와대가 직접 국민의 요구를 확인하는 기구’를 설치해 제대로 확인하기 바란다. 그것이 촛불시민들에 대한 예의이자 바른 정책행동일 것이다.

 

농업과 국민건강을 지키라  

5월 셋째주 토요일은 몬산토반대시민행진의 날이다. 2013년 캘리포니아 정부의 GMO표시제 주민투표를 몬산토 등 거대 기업이 각종 로비를 통해 막아낸 것에 분노한 미국의 한 주부가 제안해 시작한 것이 세계적 GMO 반대 시민행동으로 확대된 것이다. 세계 종자시장을 독점하면서 GMO 종자로 씨앗에서부터 비료와 농약시장까지 지배하고, 나아가 식품산업과 세계농업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는 것이 몬산토(바이엘에 합병됐지만 그들의 사업내용과 구조는 전과 동일하다)를 비롯한 GMO 기업들이다. 지금 정부가 통상마찰을 우려한다는 핑계를 대는 것은 그들의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높이도록 방조하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농업과 농민을 구하고 소비자들의 건강을 지키는 맨 첫 걸음에 GMO 완전표시제가 있다. 국민들이 자신들의 먹거리에 대한 선택권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경제적 고려가 국민의 건강과 농업의 미래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정치적으로 현명한 결정이 아니다. 문재인정부는 시민청원 답변을 재고하고 바른 해법 찾기에 나서야 한다. 건강할 권리,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가장 기초적인 의무다.

  

글 | 유경순 두레교육활동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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