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논란 속에 감춰진 하이닉스의 본질 _ 지찬혁

▒ 하이닉스공장에서 외부로 뻗은 냉각수 관. 트럭이 지나기에는 위태로운 높이의 관이 아무런 경고문 없이 인근 공장으로 뻗어 있다 ⓒ지찬혁


지난 1월 25일 정부는 ‘하이닉스반도체 이천공장증설 신청’ 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불허 결정을 내렸다. 팔당상수원보호구역이자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된 이천시에 특정수질유해물질을 사용하는 대규모 공장증설을 허가할 수 없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그런데 정부의 최종결정에 즈음하여 경기도지사와 일부 경기도의 국회의원들은 집단행동과 함께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하이닉스가 반도체제조공정에 구리를 사용하겠다는 것이 과도한 규제여서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하여 경기도지사는 몇몇 국회의원들과 함께 하이닉스 이천본사를 방문해 공장에서 배출되는 폐수에 손을 씻었고, 그들 중 일부는 그 물을 시음하는 퍼포먼스까지 했다. 경기도지사는 언론을 통해 반도체산업이 공해산업이 아닌데도 하이닉스공장이 이천에 증설되지 못하게 막으면 결국 하이닉스가 중국으로 공장을 옮길 것이라고 국민을 협박하기까지 했다. 한술 더 떠 그간 사회적 합의로 마련된 법률들이 기업의 발목을 잡기 때문에 개정해야 한다는 억지까지 부렸다. 이토록 과장된 기업이미지 선전의 소요 속에서 정작 마실 물의 권리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목소리는 ‘구리물’에 가릴 뻔했다. 그러나 무분별할 집단시위와 정치적 쇼로 얼룩진 과장된 ‘구리 논란’은 오히려 그간 가려졌던 하이닉스의 참모습을 바로 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독성물질을 먹고 성장하는 첨단산업
첨단산업의 대표주자격인 반도체산업은 복잡한 공정과정에 다양한 화학물질을 액체 혹은 가스 형태로 다량 사용하고 있으며, 이 중 다수는 인체 및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독성물질이다. 이 사실을 증명하듯이 정보의 지구화를 이끌었던 “미국의 실리콘벨리는 컴퓨터산업의 탄생지이면서, 또한 미국 내 유해폐기물의 최대 집적지이기도 하다(World Watch Report 1993)”는 보고가 있다.
경기환경보건연구원은 하이닉스공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에 휘발성(VOC), 가스, 산·알칼리 약품 등 53종 정도라고 축소 보고하기도 하지만, 환경부의 조사에 따르면 100여 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사용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업의 활동이 자유롭다는 미국에서조차 상수원과 무관한 장소에 반도체공장을 허가하는 경우, 클로로포름을 포함한 102개 독성물질을 비롯한 120여 개 우선독성물질 모두에 대한 배출허용기준을 엄격하게 실험한 후 허가하고 있다. 반도체산업에 대한 미국의 환경규제와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공개된 유독물 정보시스템과 달리 우리가 반도체산업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수출효자종목이라는 한 가지 사실밖에 없다. 그리고 수출효자종목이 된 것도 최근 몇 년의 일이다.

독성물질에 면죄부를 주려는 사람들
일반적으로 구리는 살균효과가 있고 인체를 구성하는 필수 미네랄로 알려져 있어 전연 해가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구리 및 그 화합물의 독성은 주어진 조건에 따라 변하며, 급성·만성적으로 인체에 장애를 유발하는 물질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구리를 우선관리독성물질, 위험유해물질로 관리하는 이유도 환경여건을 감안하여 정한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WHO와 미국에서 실험을 통해 구리가 급성 소화기계 장애를 유발하며, 특정단백질과 결합할 경우 알츠하이머 질환의 주요 인자가 될 수 있으며, 간, 신장에 축적되어 독성을 유발하기도 하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그 결과 어린이 등 민감계층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감안해 섭취기준과 최대허용량이 더욱 낮추어지는 추세에 있다.
그리고 구리가 인체독성보다 생태독성이 강한 물질이라는 것에는 어느 전문가나 동의하고 있다. 특히 같은 구리화합물이라도 바닷물에서는 강물에서보다 5배 가량 강한 독성반응을 일으키며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된다. 그만큼 주어진 조건에 따라 독성에 차이가 있는 것이 구리다. 하이닉스에서 배출되는 폐수는 남한강 수계에서 팔당호로 이어지는 하천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며, 그 영향은 언젠가 다시 인간에게 ‘살생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런데도 하이닉스가 상수원보호구역에 반도체공장을 증설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데 일부 국회의원들이 서명했고, 경기도지사는 이참에 기업의 활동을 가로막는 환경규제를 없애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정부가 법률에 따라 구리를 배출하는 공장의 신·증설을 상수원보호구역에 허가하지 않기 때문에 법을 고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현행 공장허가제도를 보면, 법적으로 관리되는 40종의 물질 중 기업이 스스로 배출한다고 서류에 작성하는 물질에 대해서만 허용기준을 적용하여 허가하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하이닉스의 구리배출공정 공장증설 계획을 불허한 것이다.
사실 하이닉스는 구리 이외에도 특정수질유해물질로 분류되는 납, 비소, 니켈, 등 독성물질을 자연으로 배출하는 첨단공해산업의 선두그룹에 속한다. 그런데도 하이닉스의 증설계획서를 보았을 경기도에서 몇 달째 엄청난 투자액과 구리의 안전성 이야기만 반복한 것은 구리논란을 근거로 다른 모든 독성물질에 면죄부를 주려는 넌센스에 다름 아니다. 심지어는 공장폐수가 하천을 깨끗하게 만든다고 주장하며, 전국 상수원보호구역의 16퍼센트를 차지하는 경기도의 일부지역을 개발해야 한다니 도를 넘어서도 너무 넘어섰다.



공공의 자산, 상수원을 위한 변명
정부와 국민이 오랜 시간에 걸쳐 함께 마련한 상수원시스템은 공공의 자산이다. 팔당상수원은 서울, 인천뿐만 아니라 경기도의 수많은 신도시들에 지금처럼 앞으로도 계속 먹는 물을 공급하는 생명선이다. 그렇기에 일부 경기도의 정치인들이 상수원 상류의 땅을 영원히 특정기업을 위한 사유지로 만들기 위해 법까지 고치겠다는 발상을 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하이닉스는 수출주력기업이지만, 현재 공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80여만 평의 땅 일부를 다른 기업들에게 임대하여 별도의 수입까지 챙기는 기업이기도 하다. 규제가 느슨하던 시기 공장을 세운 덕분에 하루 3만 톤의 여주 남한강 물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폐수로 방류하는 권리마저 누리고 있다.
그리고 지금 경기도는 대규모 공장으로부터 상수원을 지켰던 그때와 정반대로 공장부지로 땅장사를 하는 기업에게 공공의 자산인 상수원지역의 토지와 깨끗한 물을 추가로 선물하려 하고 있다. 한때 경기도는 외국기업인 레고랜드가 이천시에 대규모 투자를 빌미로 토지소유권까지 요구했었던 것을 거절했을 정도의 이성은 있었다. 그런데 이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근 일부 정치인들이 2300만 시민의 생명수를 한 기업의 손에 맡기는 데 앞장서고 있으니 마지막 이성을 잃은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분명한 사실은 시민들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먹는 물의 안전과 건강을 지켜야 할 권리를 허락도 없이 기업에게 팔 권리를 그들에게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찬혁 simplezi@kfem.or.kr
환경운동연합 국토정책담당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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