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해안을 발전시키겠다고 나서자 동해안도 개발하겠다고 나서 마침내 둘이 만나 남동해안 연안광역권을 특별히 개발하자는 법안을 함께 만들어 상정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독일은 1995년부터 능률적인 국가를 목표로 행정개혁을 추진한 적이 있다. 입법개혁과 관련하여 이른바 ‘규범의 홍수’로부터 발생한 많은 법들의 집행불능이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우선 법률의 수는 줄이고 질은 향상시키기 위하여 입법자에게 입법의 정당성 및 필요성에 대해 설명할 책임을 부과하고, 재정 및 사회경제적 비용을 추계하도록 하여 비용 대 효과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요구하였다. 또한 이 과정에서 입법평가제도를 도입, 시행하였다.
너도 나도 특별법 제정요구 경남과 전남 그리고 부산은 남해안을 발전시켜 수도권에 대응하는 ‘2극 체제’를 통해 국가균형발전을 꾀하고 동서화합을 촉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남해안발전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왔다. 그리고 강원도와 경북 그리고 울산은 거의 동일한 취지로 지역 간 균형발전의 이유를 들며 ‘동해안광역권개발 지원특별법’ 제정을 준비해 왔다. 남해안이 먼저 특별히 개발하겠다고 주장하니 동해안도 개발하겠다고 나섰고 이에 양 지역 출신 정치인들은 통합법안을 급조하여 국회에 상정한 것이다. 그 뒤 국회 건설교통위 법안소위는 2007년 3월 6일, 위 두 법안을 묶은 통합법안인 ‘남동해안 연안광역권 발전지원법안’ 상정을 의결하였다. 남해안에는 해상국립공원 면적의 86퍼센트가, 수자원보호구역 면적의 94퍼센트가 존재한다. 남동해안을 접한 시군에는 한려해상, 다도해, 설악산, 오대산 등의 국립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위 통합법안에 의하면 국립공원을 연안광역권 개발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고, 시·도지사로부터 실시계획의 승인을 얻으면 공원구역 안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을 실시할 수 있게 된다. 이 통합법안에 대해 시민단체는 물론 국립공원관리공단도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새만금특별법의 문제 한편 전북은 새만금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또 어떠한가. 간척에 의하여 조성되는 토지는 한국농촌공사 및 국가의 소유가 된다. 그런데 특별법에서는 제3자인 전북도지사에게 그 조성토지의 이용계획을, 그것도 유일하게 입안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토지소유권에 관한 헌법규정에 반하는 것이다. 또 새만금종합개발계획에는 영농개발계획뿐만 아니라 막대한 정부예산이 수반될 관광개발계획, 복합산업단지개발계획, 기반시설설치계획 따위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농림부 소관 범위를 뛰어넘는 계획들이다. 그런데도 특별법은 새만금종합개발계획의 승인권자를 농림부 장관으로 정하고 있다. 또 특별법에 의하면 재정경제부 장관은 새만금지역 일부를 전북도지사의 요청에 따라 새만금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현행법상 경제자유구역의 지정은 「경제자유구역법」이 정한 지정요건이 구비되어야 한다. 그런데 특별법에 의하면 새만금지역은 경제자유구역 지정요건의 존재여부를 따지지 않고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으며, 「경제자유구역법」에 의하여 지정된 경제자유구역보다 더 파격적인 특혜를 보장받을 수 있다. 이는 현행 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운영 체계에서 일탈하는 것이다. 새만금간척사업은 사회적·경제적·환경적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사전검토 없이 추진된 사업이다. 그런데 또 다시 법으로써 경제자유구역으로서의 적합성 여부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하지 않고서도 새만금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새만금경제자유구역에 일반경제자유구역보다 더 많은 특혜를 부여하는 것은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경제자유구역을 가지고 있는 다른 지자체장이 자신들도 새만금특별법과 같은 특별법을 만들어달라고 한다면 어떤 논리로 안 된다고 하겠는가.
입법영향을 평가하라 “낙후한 지역을 효율적으로 개발하자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시골에 가보아라. 아이들 울음소리가 끊어진 지 오래이고 60~70대 노인들이 마을사람들 중 젊은 축에 든다.” 법제정 토론회나 공청회에 가면 반드시 듣게 되는 말이다. 이로 미루어보아도 우리는 그 법안들이 입법필요성이나 정당성에 대한 종합적 검토 없이 단지 지자체의 개발정서에 기대어 성안되었음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위 개발특별법안들은 입법원칙상 수긍될 수 없다. 규범홍수를 예방하기 위하여 제시되는 입법원칙 중에 ‘체계조화성’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신설되는 법이 상위법을 침해하여서는 안 되며 전체 법규범 체계에 부합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앞서 본 통합법안은 「자연공원법」을, 새만금특별법은 「경제자유구역법」을 부정하고 배제한다. 현행 ‘법제업무운영규정(대통령령)’에 의하면 법령안은 △입법의 필요성, 즉 입법은 시행의 효과와 시행에 따른 문제점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검토를 기초로 해야 하고 △입법내용의 통일성 및 조화성, 즉 다른 법령과의 조화와 균형이 유지되도록 하고 법령상호 간에 중복·상충되는 내용이 없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위 개발특별법안들이 이러한 요건을 갖추고 있지 않음은 자명하다. 문제는 위 규정이 의원입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17대 국회에서는 특별법이 남발되고 있는데 의원발의 건수가 206건으로 16대 국회(90건)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우리나라도 이제 규범홍수를 통제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에 대한 방안은 ‘입법영향평가제’의 도입이다. 이 제도가 발달된 스위스는 입법과정에서 사전, 병행, 사후평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사전평가는 특정 사회문제를 규율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단계에서 진행된다. 병행평가 단계에서는 법률안의 효과, 비용추계 및 실용성을 분석한다. 사후평가는 법령이 공표된 이후 일정 시점에서 법령의 목표 달성 여부를 분석하고 수정 또는 폐지를 결정한다(『서울신문』, 법체계 실태와 개선방안). 우리나라가 지금 당장 모든 입법안을 대상으로 영향평가를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사회적·경제적·환경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는 입법안에 대해서 사전영향평가 정도는 실시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입법원칙과 사회적·경제적·환경적 합리성을 일탈한 법안이 발의되지 않도록 제어해야 한다. 억지 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무익한 사회적 논란을 더 이상 허용해서는 안 된다. 독일은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시속 100킬로미터에서 120킬로미터로 바꿀 때 3년 동안의 평가기간을 두고 물류비용과 안전사고의 빈도를 비교하였다고 한다. 우리도 입법에 더욱 진중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 남해안을 발전시키겠다고 나서자 동해안도 개발하겠다고 나서 마침내 둘이 만나 남동해안 연안광역권을 특별히 개발하자는 법안을 함께 만들어 상정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독일은 1995년부터 능률적인 국가를 목표로 행정개혁을 추진한 적이 있다. 입법개혁과 관련하여 이른바 ‘규범의 홍수’로부터 발생한 많은 법들의 집행불능이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우선 법률의 수는 줄이고 질은 향상시키기 위하여 입법자에게 입법의 정당성 및 필요성에 대해 설명할 책임을 부과하고, 재정 및 사회경제적 비용을 추계하도록 하여 비용 대 효과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요구하였다. 또한 이 과정에서 입법평가제도를 도입, 시행하였다.
너도 나도 특별법 제정요구
경남과 전남 그리고 부산은 남해안을 발전시켜 수도권에 대응하는 ‘2극 체제’를 통해 국가균형발전을 꾀하고 동서화합을 촉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남해안발전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왔다. 그리고 강원도와 경북 그리고 울산은 거의 동일한 취지로 지역 간 균형발전의 이유를 들며 ‘동해안광역권개발 지원특별법’ 제정을 준비해 왔다.
남해안이 먼저 특별히 개발하겠다고 주장하니 동해안도 개발하겠다고 나섰고 이에 양 지역 출신 정치인들은 통합법안을 급조하여 국회에 상정한 것이다. 그 뒤 국회 건설교통위 법안소위는 2007년 3월 6일, 위 두 법안을 묶은 통합법안인 ‘남동해안 연안광역권 발전지원법안’ 상정을 의결하였다.
남해안에는 해상국립공원 면적의 86퍼센트가, 수자원보호구역 면적의 94퍼센트가 존재한다. 남동해안을 접한 시군에는 한려해상, 다도해, 설악산, 오대산 등의 국립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위 통합법안에 의하면 국립공원을 연안광역권 개발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고, 시·도지사로부터 실시계획의 승인을 얻으면 공원구역 안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을 실시할 수 있게 된다. 이 통합법안에 대해 시민단체는 물론 국립공원관리공단도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새만금특별법의 문제
한편 전북은 새만금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또 어떠한가. 간척에 의하여 조성되는 토지는 한국농촌공사 및 국가의 소유가 된다. 그런데 특별법에서는 제3자인 전북도지사에게 그 조성토지의 이용계획을, 그것도 유일하게 입안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토지소유권에 관한 헌법규정에 반하는 것이다.
또 새만금종합개발계획에는 영농개발계획뿐만 아니라 막대한 정부예산이 수반될 관광개발계획, 복합산업단지개발계획, 기반시설설치계획 따위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농림부 소관 범위를 뛰어넘는 계획들이다. 그런데도 특별법은 새만금종합개발계획의 승인권자를 농림부 장관으로 정하고 있다.
또 특별법에 의하면 재정경제부 장관은 새만금지역 일부를 전북도지사의 요청에 따라 새만금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현행법상 경제자유구역의 지정은 「경제자유구역법」이 정한 지정요건이 구비되어야 한다. 그런데 특별법에 의하면 새만금지역은 경제자유구역 지정요건의 존재여부를 따지지 않고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으며, 「경제자유구역법」에 의하여 지정된 경제자유구역보다 더 파격적인 특혜를 보장받을 수 있다. 이는 현행 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운영 체계에서 일탈하는 것이다.
새만금간척사업은 사회적·경제적·환경적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사전검토 없이 추진된 사업이다. 그런데 또 다시 법으로써 경제자유구역으로서의 적합성 여부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하지 않고서도 새만금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새만금경제자유구역에 일반경제자유구역보다 더 많은 특혜를 부여하는 것은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경제자유구역을 가지고 있는 다른 지자체장이 자신들도 새만금특별법과 같은 특별법을 만들어달라고 한다면 어떤 논리로 안 된다고 하겠는가.
입법영향을 평가하라
“낙후한 지역을 효율적으로 개발하자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시골에 가보아라. 아이들 울음소리가 끊어진 지 오래이고 60~70대 노인들이 마을사람들 중 젊은 축에 든다.”
법제정 토론회나 공청회에 가면 반드시 듣게 되는 말이다. 이로 미루어보아도 우리는 그 법안들이 입법필요성이나 정당성에 대한 종합적 검토 없이 단지 지자체의 개발정서에 기대어 성안되었음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위 개발특별법안들은 입법원칙상 수긍될 수 없다. 규범홍수를 예방하기 위하여 제시되는 입법원칙 중에 ‘체계조화성’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신설되는 법이 상위법을 침해하여서는 안 되며 전체 법규범 체계에 부합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앞서 본 통합법안은 「자연공원법」을, 새만금특별법은 「경제자유구역법」을 부정하고 배제한다.
현행 ‘법제업무운영규정(대통령령)’에 의하면 법령안은 △입법의 필요성, 즉 입법은 시행의 효과와 시행에 따른 문제점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검토를 기초로 해야 하고 △입법내용의 통일성 및 조화성, 즉 다른 법령과의 조화와 균형이 유지되도록 하고 법령상호 간에 중복·상충되는 내용이 없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위 개발특별법안들이 이러한 요건을 갖추고 있지 않음은 자명하다. 문제는 위 규정이 의원입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17대 국회에서는 특별법이 남발되고 있는데 의원발의 건수가 206건으로 16대 국회(90건)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우리나라도 이제 규범홍수를 통제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에 대한 방안은 ‘입법영향평가제’의 도입이다. 이 제도가 발달된 스위스는 입법과정에서 사전, 병행, 사후평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사전평가는 특정 사회문제를 규율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단계에서 진행된다. 병행평가 단계에서는 법률안의 효과, 비용추계 및 실용성을 분석한다. 사후평가는 법령이 공표된 이후 일정 시점에서 법령의 목표 달성 여부를 분석하고 수정 또는 폐지를 결정한다(『서울신문』, 법체계 실태와 개선방안).
우리나라가 지금 당장 모든 입법안을 대상으로 영향평가를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사회적·경제적·환경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는 입법안에 대해서 사전영향평가 정도는 실시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입법원칙과 사회적·경제적·환경적 합리성을 일탈한 법안이 발의되지 않도록 제어해야 한다.
억지 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무익한 사회적 논란을 더 이상 허용해서는 안 된다. 독일은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시속 100킬로미터에서 120킬로미터로 바꿀 때 3년 동안의 평가기간을 두고 물류비용과 안전사고의 빈도를 비교하였다고 한다. 우리도 입법에 더욱 진중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박태현 pth@kfem.or.kr
변호사, 환경법률센터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