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경연합이 2020년 시작한 플라스틱방앗간 프로젝트는 작은 음료 병뚜껑과 같은 HDPE, PP 플라스틱을 모아 참여 시민(참새클럽 멤버)들과 함께 자원순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캠페인에 참여한 ‘참새’들의 놀라움은 “세상에, 병뚜껑이 거의 재활용 안 되고 그냥 버려지고 있었다고!”라는 것이다. 익숙한 사물의 상상하지 못했던 결말이 주는 작은 충격이다. 그런데 더 익숙하고 좀 더 센 충격을 주는 사물도 있다. 그게 우리의 ‘엑스 폰 케이스’이다. 오늘날 핸드폰은 우리에게 거의 신체화된 사물이다. 폰 케이스는 그래서 내 몸에 입히는 옷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입다 벗은 그 옷’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대해 우리는 알지 못한다.
무관심 속 삭제된 폰 케이스 사용 그 뒤
서울환경연합의 ‘잠자는 케이스를 찾습니다!’ 시민참여 캠페인 참여자들이 보내온 핸드폰 케이스들 ⓒ서울환경연합
핸드폰 케이스를 사용하는 이유는 굉장히 다양하다. 2012년 시장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스마트폰 사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의 59.3%가 ‘케이스가 꼭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는데, 핸드폰의 흠집이나 손상을 막기 위해서라 답했다. 그 뒤를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혹은 없으면 허전해서’ 등의 의견이 높게 나왔다. 실제로 스마트폰 구입 시 제공되는 기본 케이스를 사용하다가도 대다수 응답자는 다양한 디자인으로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케이스를 별도로 구입해 사용하고 있었다. 66.9%에 달하는 응답자들이 폰 케이스를 패션 아이템의 하나로 본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조사로부터 11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이러한 인식적 경향성이 더욱 강화됐다고 ‘단언컨대’ 말할 수 있다. 2016년 이커머스 업계인 위메프에서 검색 키워드 1위로 알려진 물품은 바로 핸드폰 케이스였다.
사랑받는 데 비해 폰 케이스의 생산과 판매, 폐기 과정에 있어 제도적인 규제는 크게 부족하다. 지난 2017년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 판매 중인 케이스 30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30개 제품 중 6개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다량 검출됐다. 대부분 케이스를 꾸미기 위해 부착한 큐빅, 금속 등의 장식품과 가죽 소재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 매일 쓰는 핸드폰 케이스에서 유해물질이 나온다는 사실은 누구라도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핸드폰 케이스 관련 제도에서는 납/카드뮴과 같은 중금속을 제한하고 있었으나 이는 금속 장신구만 대상일 뿐, 케이스 자체와 가죽에는 아예 기준 또한 정해져 있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2019년이 되어서야 케이스 관련 유해물질 기준 허용치를 규정한 상황이다. 관련 규제가 이렇게 미흡하다 보니 누구나 쉽게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낮은 단가로 대량 판매할 수 있고, 소비자는 빠르게 구매, 폐기하는 악순환의 뫼비우스 띠가 만들어진 것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사용하는 물품이 어디서 제작되었고, 어떤 재질로 제작되었는지, 얼마나 안전한지를 알 권리가 있다. 핸드폰 케이스의 가장 큰 문제는 어디서나 누구든 제작하고 판매가 가능하니 어떤 디자인과 복합재질로 제작해도 인기가 많으면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실리콘, 젤리, 가죽, 큐빅, 거울, 범퍼 등 케이스 시장이 커질수록 더 다양하고 화려한 복합재질로 생산되고 있는 실황이지만 이에 대한 재활용 규정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한 가지의 재질이 아닌 다른 재질이 부착되어 있다면 재활용이 불가하다. 실제로 핸드폰 케이스를 분리배출하는 방법을 인터넷에 검색하면 대부분 일반쓰레기로 분류하여 버리라는 명시가 많으며, 이는 결국 지금까지 생산된 대부분의 케이스가 매립되거나 소각되었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케이스 뿐만 아닌 접착제로 부착하여 사용하는 그립톡, 카드케이스, 스티커 등의 핸드폰 관련 악세서리 사용이 늘어나 더더욱 복합재질 물건이 되어 분리가 어려워진다.
잠자는 케이스를 찾습니다
핸드폰 케이스의 환경오염 문제를 살펴보면서 가장 먼저 알게 된 사실은, 이 문제에 관한 사회적 주목과 조사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있는 자료는 2010년대 초반과 중반까지의 통계인 경우가 다였다. 누구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저 버려지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 제기가 필요했다. 서울환경연합은 2023년 8월, ‘잠자는 케이스를 찾습니다!’ 시민참여 캠페인을 시작했다.
말 그대로 여기저기 집안 곳곳 잠자고 있는 케이스를 모으는 캠페인이다. 캠페인 참여자들은 서울환경연합의 안내 메일을 받아 집 안 곳곳에 있는 케이스를 모으기 시작했다. 재질과 색상, 무게 등에 구분 없이 모든 핸드폰 케이스를 모은 이유는 다양한 재질별 사례를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9월 1일부터 10일까지 시민들이 모아준 핸드폰 케이스는 열흘 사이 무려 218kg이나 됐다. 투명 케이스 1개의 무게가 20g 정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매우 많은 양이다.
핸드폰 케이스는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재질과, 금속이나 가죽 등 복합재질 구성으로 인해 재활용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서울환경연합
플라스틱방앗간에서 폰 케이스 1차 분류를 진행했는데, 폰 케이스에 재질 표기가 없다 보니 정확한 재질로 나누는 것은 불가능했다. 우리는 흔히 알 수 있는 투명한 케이스와 불투명한 케이스의 경도로 우선 분류했다. 분류 기준은 ①투명 단단 ②투명 말랑 ③불투명 단단 ④불투명 말랑 ⑤복합재질로 잡았다. 다만 복합재질 케이스의 경우 특정 재질과 사용 목적에 따라 일정 케이스들이 모이는 것을 발견해 별도로 소분류를 진행했다. 복합재질의 소분류는 ①가죽 복합(지갑, 가방 형식 등) ②천 복합 ③악세서리 복합(일체형을 비롯해 탈부착이 불가능한) ④반짝이 복합(케이스 내부 액체 반짝이 복합) ⑤이중 재질 이상 복합(범퍼, 자석 등) ⑥생분해 케이스 ⑦그 외 기타로 잡았다. 케이스에 부착된 악세서리(그립톡, 줄 등)를 제거하며 분류해야 했는데, 제거한 악세서리를 모아보니 무게만 8kg에 가까웠다. 그 악세서리들 또한 거의 대부분 복합재질로 이루어져 있어 정확한 재질 판단은 어려웠다.
수거와 분류의 전 과정과 발견된 문제점을 상세히 기록했다. 서울환경연합은 이 기록을 바탕으로 폰 케이스를 관한 보고서를 준비중이다. 사용과 폐기에 관한 설문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을 기반으로 제도 개선을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에 수거한 폰 케이스들은 업사이클 집단 ‘노플라스틱선데이’에 전달해 업싸이클 재료로 활용된다.
내가 쓰는 물건의 재활용과 재사용에 대한 책임감은 자원순환사회를 이끄는 정신적 기반이다. 우리가 버린 엑스 폰 케이스들이 묻는다.
‘당신의 소비는 자연과 사회 앞에 윤리적인가요?’
글 | 서정아 서울환경연합 활동가
서울환경연합이 2020년 시작한 플라스틱방앗간 프로젝트는 작은 음료 병뚜껑과 같은 HDPE, PP 플라스틱을 모아 참여 시민(참새클럽 멤버)들과 함께 자원순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캠페인에 참여한 ‘참새’들의 놀라움은 “세상에, 병뚜껑이 거의 재활용 안 되고 그냥 버려지고 있었다고!”라는 것이다. 익숙한 사물의 상상하지 못했던 결말이 주는 작은 충격이다. 그런데 더 익숙하고 좀 더 센 충격을 주는 사물도 있다. 그게 우리의 ‘엑스 폰 케이스’이다. 오늘날 핸드폰은 우리에게 거의 신체화된 사물이다. 폰 케이스는 그래서 내 몸에 입히는 옷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입다 벗은 그 옷’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대해 우리는 알지 못한다.
무관심 속 삭제된 폰 케이스 사용 그 뒤
서울환경연합의 ‘잠자는 케이스를 찾습니다!’ 시민참여 캠페인 참여자들이 보내온 핸드폰 케이스들 ⓒ서울환경연합
핸드폰 케이스를 사용하는 이유는 굉장히 다양하다. 2012년 시장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스마트폰 사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의 59.3%가 ‘케이스가 꼭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는데, 핸드폰의 흠집이나 손상을 막기 위해서라 답했다. 그 뒤를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혹은 없으면 허전해서’ 등의 의견이 높게 나왔다. 실제로 스마트폰 구입 시 제공되는 기본 케이스를 사용하다가도 대다수 응답자는 다양한 디자인으로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케이스를 별도로 구입해 사용하고 있었다. 66.9%에 달하는 응답자들이 폰 케이스를 패션 아이템의 하나로 본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조사로부터 11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이러한 인식적 경향성이 더욱 강화됐다고 ‘단언컨대’ 말할 수 있다. 2016년 이커머스 업계인 위메프에서 검색 키워드 1위로 알려진 물품은 바로 핸드폰 케이스였다.
사랑받는 데 비해 폰 케이스의 생산과 판매, 폐기 과정에 있어 제도적인 규제는 크게 부족하다. 지난 2017년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 판매 중인 케이스 30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30개 제품 중 6개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다량 검출됐다. 대부분 케이스를 꾸미기 위해 부착한 큐빅, 금속 등의 장식품과 가죽 소재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 매일 쓰는 핸드폰 케이스에서 유해물질이 나온다는 사실은 누구라도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핸드폰 케이스 관련 제도에서는 납/카드뮴과 같은 중금속을 제한하고 있었으나 이는 금속 장신구만 대상일 뿐, 케이스 자체와 가죽에는 아예 기준 또한 정해져 있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2019년이 되어서야 케이스 관련 유해물질 기준 허용치를 규정한 상황이다. 관련 규제가 이렇게 미흡하다 보니 누구나 쉽게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낮은 단가로 대량 판매할 수 있고, 소비자는 빠르게 구매, 폐기하는 악순환의 뫼비우스 띠가 만들어진 것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사용하는 물품이 어디서 제작되었고, 어떤 재질로 제작되었는지, 얼마나 안전한지를 알 권리가 있다. 핸드폰 케이스의 가장 큰 문제는 어디서나 누구든 제작하고 판매가 가능하니 어떤 디자인과 복합재질로 제작해도 인기가 많으면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실리콘, 젤리, 가죽, 큐빅, 거울, 범퍼 등 케이스 시장이 커질수록 더 다양하고 화려한 복합재질로 생산되고 있는 실황이지만 이에 대한 재활용 규정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한 가지의 재질이 아닌 다른 재질이 부착되어 있다면 재활용이 불가하다. 실제로 핸드폰 케이스를 분리배출하는 방법을 인터넷에 검색하면 대부분 일반쓰레기로 분류하여 버리라는 명시가 많으며, 이는 결국 지금까지 생산된 대부분의 케이스가 매립되거나 소각되었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케이스 뿐만 아닌 접착제로 부착하여 사용하는 그립톡, 카드케이스, 스티커 등의 핸드폰 관련 악세서리 사용이 늘어나 더더욱 복합재질 물건이 되어 분리가 어려워진다.
잠자는 케이스를 찾습니다
핸드폰 케이스의 환경오염 문제를 살펴보면서 가장 먼저 알게 된 사실은, 이 문제에 관한 사회적 주목과 조사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있는 자료는 2010년대 초반과 중반까지의 통계인 경우가 다였다. 누구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저 버려지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 제기가 필요했다. 서울환경연합은 2023년 8월, ‘잠자는 케이스를 찾습니다!’ 시민참여 캠페인을 시작했다.
말 그대로 여기저기 집안 곳곳 잠자고 있는 케이스를 모으는 캠페인이다. 캠페인 참여자들은 서울환경연합의 안내 메일을 받아 집 안 곳곳에 있는 케이스를 모으기 시작했다. 재질과 색상, 무게 등에 구분 없이 모든 핸드폰 케이스를 모은 이유는 다양한 재질별 사례를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9월 1일부터 10일까지 시민들이 모아준 핸드폰 케이스는 열흘 사이 무려 218kg이나 됐다. 투명 케이스 1개의 무게가 20g 정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매우 많은 양이다.
핸드폰 케이스는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재질과, 금속이나 가죽 등 복합재질 구성으로 인해 재활용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서울환경연합
플라스틱방앗간에서 폰 케이스 1차 분류를 진행했는데, 폰 케이스에 재질 표기가 없다 보니 정확한 재질로 나누는 것은 불가능했다. 우리는 흔히 알 수 있는 투명한 케이스와 불투명한 케이스의 경도로 우선 분류했다. 분류 기준은 ①투명 단단 ②투명 말랑 ③불투명 단단 ④불투명 말랑 ⑤복합재질로 잡았다. 다만 복합재질 케이스의 경우 특정 재질과 사용 목적에 따라 일정 케이스들이 모이는 것을 발견해 별도로 소분류를 진행했다. 복합재질의 소분류는 ①가죽 복합(지갑, 가방 형식 등) ②천 복합 ③악세서리 복합(일체형을 비롯해 탈부착이 불가능한) ④반짝이 복합(케이스 내부 액체 반짝이 복합) ⑤이중 재질 이상 복합(범퍼, 자석 등) ⑥생분해 케이스 ⑦그 외 기타로 잡았다. 케이스에 부착된 악세서리(그립톡, 줄 등)를 제거하며 분류해야 했는데, 제거한 악세서리를 모아보니 무게만 8kg에 가까웠다. 그 악세서리들 또한 거의 대부분 복합재질로 이루어져 있어 정확한 재질 판단은 어려웠다.
수거와 분류의 전 과정과 발견된 문제점을 상세히 기록했다. 서울환경연합은 이 기록을 바탕으로 폰 케이스를 관한 보고서를 준비중이다. 사용과 폐기에 관한 설문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을 기반으로 제도 개선을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에 수거한 폰 케이스들은 업사이클 집단 ‘노플라스틱선데이’에 전달해 업싸이클 재료로 활용된다.
내가 쓰는 물건의 재활용과 재사용에 대한 책임감은 자원순환사회를 이끄는 정신적 기반이다. 우리가 버린 엑스 폰 케이스들이 묻는다.
‘당신의 소비는 자연과 사회 앞에 윤리적인가요?’
글 | 서정아 서울환경연합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