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학교석면 안전 해체, 어떻게?


석면제거 공사를 마친 한 초등학교에서 발견된 석면 잔재물 시료 ⓒ환경보건시민센터


나의 아이의 학교는 2017년 겨울방학을 이용해 학교석면 해체공사를 진행했다. 학교의 냉/난방기와 형광등을 LED등으로 교체하는 사업과 맞물려 석면해체공사도 함께 진행이 되었다. 하지만 안전하게 공사를 마무리하고 몇 번의 청소와 재검사를 통해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 학교의 말과는 달리 교육청 주관으로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진행한 재검사에서 본관건물과 체육관 유치원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체육관의 검출률은 무려 80퍼센트나 됐다. 심지어 석면천장재 판이 그대로 발견되기도 했다. 이는 청소도 재검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충격이었다.

이는 비단 우리 아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 석면 제거 공사에 대한 문제가 끊이질 않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석면 오염 부추기는 학교 석면 해체 공사 

학교건물은 대부분 노후한 석면건축물이다. 교육당국은 2000년경부터 학교건물의 석면관리 실태를 등급별로 파악하여 관리해오고 있는데 석면파손상태에 따른 석면위해정도에 따라 1등급(높음), 2등급(중간), 3등급(낮음)으로 구분했다. 석면위해정도에 따라 석면제거공사 순서가 결정되는데 교육부는 2027년까지 전국 학교 석면제거 사업을 끝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정말 교육당국이 위험한 석면으로부터 아이들과 교사를 보호하고자 시작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2017년 여름 경기도 과천 관문초의 학교석면 공사에서 문제점이 심각하게 드러나자 이낙연 총리는 석면해체 공사를 진행한 학교들의 석면 잔재물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그 결과 33.4퍼센트인 410개 학교에서 석면 잔재물이 발견되었다. 이에 총리는 아이들에 대한 건강모니터링과 향후 학부모 명예활동 등 안전대책을 지시하였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관문초 사태 이후 2017년 겨울방학 공사에 원동초, 인헌초, 난곡초, 덕수초, 대왕중, 석관고에서 또 다시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났다. 이를 계기로 서울교육청은 14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전수조사를 진행했지만 이 또한 제대로 된 전수조사는 아니었다.

 

겨울방학 중 석면제거 공사를 진행한 서울의 한 초등학교 체육관에서 석면 조각들이 발견됐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제거 작업 없이 아이들에게 개방했다 ⓒ전국학부모석면네트워크


학교석면해체 공사의 문제는 대부분 공사 중에 일어난다. 공사는 하청에 하청을 통해 들어오는 작업자들에 의해 진행되고 이런 구조상 늘 견적으로 인해 문제와 불만이 생긴다. 또한 학사일정이 먼저 고려된 말도 안 되는 공사기간은 부실한 공사를 부추긴다. 설정한 공사기간에 도저히 맞출 수 없는 면적의 공사임에도 공기를 맞추기 위해 천장의 석면을 마구 부숴 해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 과정에서 석면 조각들이 튀어 사후 문제가 된다. 해체가 시작되면 공사장 안에서는 헤파 필터가 있는 고성능 청소기를 사용해 그 때 그 때 잔재물을 치워야 한다. 하지만 작년 여름 대전의 한 학교에서는 작업자가 안전복장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청소기가 아닌 빗자루질로 잔재물을 치우는 영상이 공개되었다. 작업장 내에서 빗자루질은 비산의 위험성을 높이는 행동으로 더군다나 방진복이나 마스크도 없이 일상복 차림으로 빗자루질을 한다는 건 자살행위다. 이런 상황은 이 학교뿐만 아니라 많은 학교 석면해체 작업장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교육당국은 ‘학교석면해체 제거공사 가이드라인’이란 관리 매뉴얼을 마련해 이를 지키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작업자들 대부분은 그들이 재개발 지역이나 일반 건축물에서 하던 석면 해체작업을 기준으로 학교석면을 해체한다. 작업자들은 학교석면해체 제거공사 가이드라인에 담긴 내용은 지켜야 할 의무가 없는 권고 사항일 뿐이라며 무시한다. 이 과정에서 고용노동부나 환경부에 위반 사실을 고발되어도 대부분은 권고 조치로 끝나버린다.


부분철거 공사도 위험

학교 석면 문제는 냉난방 공사, 내진보강공사, 스프링클러 공사 등 부분 철거에서도 일어난다. 대부분 부분 철거 공사는 비산 방지에 대한 사전 작업 없이 이루어진다. 부분 철거는 일반적인 다른 공사와 다를 게 없다 생각하는데 그래서 더 큰 문제를 가져온다. 학교천장이 석면텍스일 경우 부분철거는 분명 위험한 작업이다. 천장 안에서 비산되고 있던 석면은 부분 철거를 위해 텍스를 떼는 순간 교실로 공기의 흐름을 타고 비산되기 시작한다.   

실제로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는 보양과 음압 없이 화장실 개선공사를 진행한 결과  급식실 트레이에서 석면이 검출되었다. 양평의 한 중학교는 부분 철거 공사 후 미국기준 최고 위험 수준의 석면이 검출되기도 했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 학교의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2개월 동안 아무것도 모른 채 이런 위험한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석면자재가 사용된 천장에 설치된 에어컨, 선풍기 등은 가동될 때마다 석면먼지의 비산가능성을 높인다. 실제로 환경보건시민센터가 2014년 9월 17일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학교 석면천장재 석면비산 시험 결과 파손된 석면자재(12개의 구명을 낸 조건)에 풍압5m/sec정도의 선풍기 바람이 불 경우 기준치의 2배가 넘는 석면이 비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22일 전국학부모석면네트워크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석면을 철거하면서도 석면 안전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학교 환경개선공사의 문제를 지적하며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임재훈 국회의원실


시민단체 배제로 유명무실된 모니터단 

학교 석면 공사에 따른 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교육청은 석면공사 학교별로 교장을 중심으로 학부모, 시민단체,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학교 석면 모니터단’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모니터단은 △공사 전 집기류 이동과 사전청소 상태, 비닐밀폐 등이 제대로 이행되었는지 확인 △공사 중 음압기 가동과 비산정도 측정 여부 등 모니터링 △ 석면해체제거 작업 완료 후 석면 잔재물 조사 실시 등 전 과정을 점검한다. 

지난 2018년 여름 방학을 앞두고 서울교육청은 시민단체에 공문을 내려 서울시 학교석면 해체 공사 모니터링 참가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공사 계획으로 사전협의 단계에서 공사가 취소되거나 보양까지 진행되었던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생겨났다. 이후 서울교육청은 시민단체를 포함한 모니터단 구성을 학교장 재량으로 넘겨 버렸고 각 학교들은 외부 시민단체의 모니터단 신청을 거부했다. 때문에 시민단체 없이 모니터단이 구성된 곳이 대부분이었다. 

일반 학부모들은 학교석면해체공사에 대한 위험성을 잘 알지 못한다. 각 시도 교육청에서는 모니터링 교육을 진행하지만 1회의 교육으로 일반 학부모들이 모니터링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음압이 뭔지, 포집기가 뭔지, 왜 위생시설이 필요한지 비닐보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그들이 모니터링을 할 수 있을까?

공사 중 문제는 공사를 감리하는 감리들에게도 나타난다. 2018년 겨울방학 석면해체를 진행한 성남의 한 학교에서는 공사 감리자가 학교공사 매뉴얼에 대해 모르고 투입이 되어 공사 중 거꾸로 모니터단에게 매뉴얼 내용을 물어보는 경우가 있었다. 다른 학교에서는 학교 공사 설계를 진행한 사람이 감리까지 같이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더 안전한 학교석면해체 공사를 위해

한국환경공단 자료에 의하면 2011년부터 2018년 2월까지 석면피해구제법으로 석면피해를 인정받은 교사는 18명이다. 안타깝지만 이 중 9명은 사망했다. 20대에서 40대의 피해자들도 있는데 이들은 거주환경 노출을 포함한 학교 석면 노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는 산업체가 아니다. 분명 산업체에서의 석면 해체공사와 달라야 하고 학교 안의 아이들과 교사들은 위험으로부터 보호 받아야 한다. 아이들은 학교가 아닌 부모를 믿는다. 우리 아이들을 부모 대신 지켜줄 사람은 없다. 전국학교석면학부모네트워크가 만들어진 이유다. 학교석면의 위험성을 잘 모른 채 학교 석면 문제를 겪었고,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후회되는 마음을 다른 사람들은 겪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에 학교석면을 먼저 경험한 학부모들이 모였다. 우리의 경험과 이야기가 울림이 되어 좀 더 안전한 학교석면해체 공사가 될 수 있도록 많은 학부모들이 편견을 버리고 귀를 열고 함께 해주었으면 한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글 / 윤예성 전국학부모석면네트워크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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