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쇼핑은 가능할까? 에코생협의 도전

에코생협 종로점. 일회용품 포장재를 줄이기 위해 시금치, 오이, 파 등을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 대신 벌크로 소분 판매하고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에코 씨는 지난해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 거부 사태 후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고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에 반성하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실천을 시작했다. 당장 외출 시 텀블러 같은 개인 컵과 장바구니는 필수다. 분리수거도 전보다 더 신경을 쓰게 됐다. 음식물이 묻은 비닐 포장재나 용기는 씻어서 분리배출하는 한편 그동안 별 생각 없이 버리던 칫솔이나 면도기 같은 품목이 재활용통에 넣어야 할지 종량제 봉투에 넣어야 하는지 확인한 후 버리게 됐다.  

 하지만 에코 씨의 쓰레기통에는 여전히 플라스틱 쓰레기로 넘쳐난다. 사과가 담겼던 비닐포장재, 토마토가 들어있던 플라스틱통, 각종 세제통 들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돈 주고 사온 것 같아 더 암담하다.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쇼핑은 불가능한 것인가. 에코생협이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섰다.     


‘일회용품 안 쓰는 마켓’ 도전

환경연합 전문기관이자 두레생협연합회 회원 생협인 에코생협 종로점은 지난해부터 ‘일회용품 안 쓰는 마켓’에 도전하고 있다. 가장 먼저 사과, 배 등 낱개로 판매가 가능한 과일, 채소의 비닐 포장을 벗겼다. 대신 벌크로 진열해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도록 했다. 비닐포장보다 인기가 더 좋아 벌크 진열된 품목은 평균 3배가 상승했다. 

매장에는 플라스틱 용기보다는 유리용기에 담긴 생활재를 진열했고 쓸데없이 플라스틱 포장재가 많은 제품은 아예 취급하지 않았다. 일회용 빨대가 부착된 음료수도 그 중 하나다.   

일회용 비닐봉투는 일찌감치 매장에서 퇴출됐다. 물기가 있는 수산물 등을 제외하고 속비닐도 없앴다. 한동안 이미 사용된 종이백이나 비닐봉지를 조합원들로부터 기증받아 미처 장바구니를 준비하지 못한 조합원들에게 담아주기도 했다. 일회용으로 끝나는 것보다 재사용이 낫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비닐봉투 제공 금지 시행으로 이를 중단하고 대신 안 쓰는 장바구니나 에코백, 보자기를 기증받아 조합원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온라인에서도 도전은 이어졌다. 두레생협과 함께 ‘마이 박스 캠페인’을 시작했다. 조합원이 온라인으로 생활재를 주문할 경우 주문한 물품을 각각 비닐에 포장하고 스티로폼 박스 안에 담아 배달된다. 주문자가 부재 시 스티로폼 배달 박스를 두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스티로폼 박스를 회수하기도 힘들고 상당수가 쓰레기로 버려진다. ‘마이 박스 캠페인’은 스티로폼 박스 대신 조합원이 자신이 갖고 있는 아이스박스를 문 앞에 놓아두면 주문한 제품을 조합원의 박스에 담아주는 캠페인이다. ‘MY BOX 캠페인’은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600여 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두레생협에 따르면 한해 스티로폼 구입에 1억 원 정도가 소요되는데 이는 약 6만 개에 해당한다. 이중 3만 개 정도가 주문 조합원들에게 공급되는데 마이 박스 캠페인에 10퍼센트만 참여해도 3000개의 스티로폼 박스를 절약할 수 있다. 

올 상반기에는 축냉제 회수 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생활재 변질을 막기 위해 사용되는 축냉제는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마땅한 회수시설이 없어 대부분 한 번 사용 후 버려지고 있다. 이에 두레생협연합회와 에코생협은 조합원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사용한 축냉재를 지역 내 생협 매장에 가져다주면 위생 등의 처리를 통해 재사용할 계획이다.  

 

현실과 제도 사이

최재숙 에코생협 상무이사는 “지난해 플라스틱 폐기물 대란이 발생했을 때 생협부터 플라스틱 줄이기에 나서야 하지 않느냐는 조합원들의 요구가 많았다.”며 도전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에코생협의 일련의 활동을 도전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플라스틱 포장재를 없애는 일이 판매자의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실과 제도 때문에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최 이사의 설명이다.

사과나 배 등을 벌크로 진열해 소분 판매하는 일도 엄격한 기준을 따라야 한다. 일반 농산물이 아닌 친환경농산물을 포장하지 않고 판매하거나 낱개로 판매할 경우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따라야 한다. 일단 친환경농산물을 소분해 판매하려는 자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로부터 취급자 인정을 받아야 한다. 또한 해당 인증품 판매대의 표시판 또는 푯말에 ①인증사업자의 성명, ②전화번호, ③포장작업장 주소, ④인증번호와 인증기관명, ⑤생산지를 표시해야 한다. 이때 인증품은 다른 제품과 섞이지 않도록 판매대 및 판매구역 등을 구분해야 하는데 품목이 동일하고 동급의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았더라도 생산자가 다르면 생산자별로 판매대 및 판매구역을 구분해야 한다. 이를 테면 매장에서 판매하는 시금치를 세 명의 생산자로부터 공급을 받았다면 3개의 시금치 판매대를 구분해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생협의 특성상 대단위 단일 생산자보다는 소규모 생산자들이 많고 한 품목이라도 다양한 생산자들로부터 공급을 받는다. 한정된 공간에서 갑자기 판매대를 확대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나마 사과, 배 같은 농산물은 낫다. 매장 내에서 주방세제, 세탁세제, 화장품 등 액체류를 소분 판매하는 일은 현재 불법이다.  지난해 식약처가 오는 2020년부터 매장 내 소분 판매가 가능하도록 화장품 법을 개정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높다. 화장품 등을 소분해 판매하려면 먼저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에게 신고를 해야 하고, 식약처장이 정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한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만이 화장품을 소분, 판매할 수 있다. 생협 매장에서 화장품을 소분해서 판매하기 위해선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에 최재숙 이사는 “대부분 생협 매장이 영세한데 추가로 제조관리사를 고용하는 게 쉽지 않다.”며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판매자가 건강기능 교육을 받고 판매를 한다. 화장품도 그런 방향으로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용기 대신 재사용 가능한 용기 늘려야 

가장 근본적으로 플라스틱 포장재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최 이사는 설명한다. 에코생협 매장에는 유리용기에 담긴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올리브유나 참기름, 들기름은 유리용기에 담겨져 있고 현미유는 플라스틱 용기다. 막연히 유리 용기는 무겁고 불편하다고 생각하는데 애초 유리병에 담겨 있으면 그러려니 하고 선택을 한다. 어떤 용기를 선택하느냐는 습관”이라고 말했다. 최재숙 이사는 유리 용기 생활재가 플라스틱에 담긴 것보다 더 건강에 좋다고 이야기한다. “특히나 식초와 장류는 산성과 염분이 있어 플라스틱보다는 유리병이 더 건강하다.”고 말했다. 

유리용기의 활성화를 위해선 소주병이나 맥주병처럼 다 쓴 유리용기를 회수해 재사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미 유리 용기는 분리배출을 통해 재활용되고 있지만 재사용할 경우 훨씬 경제적이고 환경적이다. 유리 용기에 대한 단가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소규모 생협이 독자적으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에코생협 최재숙 이사는 “일본은 전국 생활협동조합들이 공동으로 가볍고 재사용이 쉬운 유리병을 몇 종류 만들어 공동으로 사용하고 또 사용한 병을 회수해 재사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우리도 정부가 지원제도를 만들어 우리나라 생협들이 공동 이용할 수 있는 재사용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에코생협의 도전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

환경부 폐기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한해 약 1000만 톤이 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 이중 상당수는 포장재 플라스틱 쓰레기다. 하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것들이 더 많아 실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실제로 최근 환경부의 전수조사를 통해 120만 톤이 넘는 폐기물이 불법적으로 무단 방치되거나 불법 투기, 불법 수출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불법 폐기물 중 반 이상이 폐비닐 등이었다. 

지난해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 직후 정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퍼센트 감축하고 재활용률을 70퍼센트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플라스틱 쓰레기는 넘쳐나고 있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걱정하는 시민들은 더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에코생협의 도전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코생협의 도전이 더 많은 곳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소비자들의 관심과 정부의 법 제도 개선 및 지원이 필요하다. 

 

글 | 박은수 기자 


주간 인기글





03039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23
TEL.02-735-7088 | FAX.02-730-1240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03915 | 발행일자 1993.07.01
발행·편집인 박현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현철


월간 함께사는길 × 
서울환경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