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6월 2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핵없는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산 수산물 수입제한 WTO제소에 강력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
국내외 여행지를 다녀와서 누가 더 가성비 높은 여행을 했는지 겨루는 케이블티브의 여행 프로그램을 보다 ‘턱’ 하고 뭔가 걸렸다. 여행의 주요 일정이 ‘먹방’이었다. 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중요한 것이 현지 음식을 맛보는 것이니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여행지가 일본이라는 게 걸렸다. 거리낌 없는 포식의 대상이 일본산 식재료로 요리한 것이라는 사실을 자각하자마자 ‘저래도 돼?’ 싶었던 것이다. 프로그램의 해외 여행지는 주로 일본, 중국, 동남아였는데 가끔 괌처럼 다른 해외와 국내 여행지도 있었지만 일본 여행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 프로그램만 그런가 싶어 다시보기 서비스를 하는 사이트에 들어가 여행 프로그램을 검색해보니 대부분의 다른 여행 프로그램들도 일본 여행을 매우 큰 비중으로 다루고 있었고 여행의 핵심 일정이 현지음식을 맛보는 ‘먹방’이었다. 이래도 될까? 그런 ‘일본 여행 먹방’에는 이런 해시태그라도 붙어야 하는 게 아닐까. #방사능 오염식품 섭취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2011년 발생했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고준위 핵폐기물과 폭발사고 당시 흩어진 방사능물질들은 일본 전역을 오염범위에 넣고 있다. 후쿠시마 현지에서는 70퍼센트를 차지하는 산지는 손도 못 대고 나머지 30퍼센트 면적의 건물, 시설, 도로, 농지 등만 제염해서 오염된 방사능 흙부대를 산처럼 쌓아두고 있을 뿐이다. 1킬로그램당 8000베크렐(Bq) 이상 오염된 지정폐기물을 태우는 임시소각시설도 후쿠시마현에서 7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그 중 하나인 도미오카 소각로는 하루 500톤씩 소각하고 있는데 굴뚝에서 내뿜는 소각연기는 하늘로 퍼지고 있다. 소각연기는 99.9퍼센트 필터링돼 방사능물질의 비산은 ‘걱정 없다’는 게 일본 정부 주장이지만 소각장 중 하나가 폭발사고를 일으키기도 해 현지에서는 소각장 인근의 방사능 오염을 감시하는 시민단체 <방사능쓰레기 소각에 대해서 생각하는 후쿠시마 연락회>가 활동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난 2011년 3월과 2013년 9월 후쿠시마 주변 수산물 수입금지 등 조처를 취한 뒤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다. 일본은 2015년 세계무역기구(WTO)에 한국의 수입금지가 ‘WTO위생및식물위생협정(SPS)’ 위반이라고 제소했다. WTO분쟁패널은 올해 2월 22일 ‘수입규제 임시조처를 취한 국가는 그 조처를 지속하려면 추가정보와 근거를 제시하고 위험성을 재평가하는 충분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한국정부는 그러지 아니했다며 일본의 손을 들어주었다. 지난 2014년 박근혜정부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성 조사를 하다가 특별한 이유 없이 2015년 활동을 중단한 것이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해 조사활동을 중단한 것’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정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수습이 완결되지 않은 점, 한국 국민의 식품안전관리의 중요성’을 근거로 지난 4월 9일, WTO 결정에 상소했고 8월 말 현재 상소심에 계류중이다.
일본의 식품 방사능 기준은 음용수의 경우 킬로그램당 10Bq, 일반식품의 경우 100Bq인데 이런 기준보다 중요한 것은 식품에서 세슘137 등 인공방사능이 검출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 식재료에서는 표고버섯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식품에서 후쿠시마 사고 이후 3년 뒤로는 방사능 검출이 안 되거나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100Bq 이상 오염된 식재료가 발견되기도 하고 20~30Bq 수준의 오염 식품이 발견되는 건 한국에 비해 흔한 게 사실이다. 지속적으로 식품에서 인공방사능이 검출되고 있는 것이다.
기준 이하니까 안전한 게 아니냐는 주장은 두 가지 이유에서 설득력이 없다. 우선 이런 기준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정한 1년 내 인체 피폭 기준치인 1밀리시버트(mSv)를 1인당 연간 식품소비량으로 나누어 그 이하가 되도록 정한 것으로 ‘모든 사람에게 안전한 기준이 아니라 평균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이 기준이다. 영유아, 노인, 환자를 비롯해 다른 이와 달리 방사능 피폭 감수성이 높은 사람에게는 이런 기준치 이하라도 위험할 수 있다. 이는 같은 환경에서도 질병에 걸리는 사람이 있고 걸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가는 일이다. 둘째로 이 기준을 만든 ICRP는 원자력산업체를 가진 국가들의 후원을 받아 조직됐고 유지되는 단체라는 점이다. 그들의 기준은 원자력산업을 위한 것일까, 세계시민의 건강을 목적으로 한 것일까. 그런 의구심은 상식적일까, 아닐까. 의학계는 방사능 오염에 대해 ‘기준치 이하면 안전하다’고 단언하지 않는다. 피폭량만큼 위험하지만 ‘인체가 그 영향을 극복할 수 있나 없나’를 따질 뿐이라는 게 더 정확한 의학적 입장이다.
일본에서 식품 방사능 오염은 금기어와 같다. (후쿠시마를) ‘먹어서 돕자!’ 공공 캠페인이 벌어질 정도로 방사능 안전에 대한 의구심은 사회적 침묵의 대상이다. 일본은 현재 2020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내고 이를 통해 핵발전소 사고국가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민관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심지어 일본 올림픽조직위원회는 올림픽 선수촌에 ‘후쿠시마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이용한 식단을 제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해외 선수단을 자국의 방사능 오염국가 이미지 세탁을 위한 마루타로 쓰겠다는 놀라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일본은 해외 여행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최근 저가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이 후쿠시마 인근 이바라키 현에 취항했다.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을 용감하게(?) 무시한 결정이었다. 인천-이바라키 편도권을 11만400원에 인천-나리타-이바라키 왕복권을 10만 원에 판매하는 특가판매를 통해 7월 3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이후 7년 만에 이바라키 재취항에 나선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아바라키의 적극 지원에 힘입어 재취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본이 중앙과 지방 할 것 없이 정부 주도의 방사능 오염국가 이미지 세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위원장은 “이스타항공의 이바라키 취항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방사능 안전의식에 균열을 불러올 수도 있는 사회적 시그널로 작동”할 수 있다고 비판하면서 ‘일본이 후쿠시마 인근까지 안전한 나라가 됐다는 착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일본의 식품표기법은 식재료의 원산지 표시가 아니라 제조 본사와 유통 본사를 표시할 뿐이어서 특히 가공식품의 경우 방사능 안전을 소비자, 특히 정보에 어두운 해외 여행객들이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국가, 방사능 오염 국가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일본의 의도에 자발적 동원 대상이 된 한국 여행, 먹방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에게 ‘일본은 안전한 나라’라고 현지 ‘여행 먹방’ 영상을 통해 되풀이해 선전하고 있다. ‘우리는 당신의 일본 관광과 식도락 여행을 권할 뿐 안전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자막이라도 붙여야 하지 않겠는가. 체르노빌 핵사고 이후 방사능 피폭의 80퍼센트 이상이 음식을 통한 인체 내 피폭이었다는 교훈을 방송과 우리 사회가 너무 쉽게 잊고 있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지난해 6월 2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핵없는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산 수산물 수입제한 WTO제소에 강력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
국내외 여행지를 다녀와서 누가 더 가성비 높은 여행을 했는지 겨루는 케이블티브의 여행 프로그램을 보다 ‘턱’ 하고 뭔가 걸렸다. 여행의 주요 일정이 ‘먹방’이었다. 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중요한 것이 현지 음식을 맛보는 것이니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여행지가 일본이라는 게 걸렸다. 거리낌 없는 포식의 대상이 일본산 식재료로 요리한 것이라는 사실을 자각하자마자 ‘저래도 돼?’ 싶었던 것이다. 프로그램의 해외 여행지는 주로 일본, 중국, 동남아였는데 가끔 괌처럼 다른 해외와 국내 여행지도 있었지만 일본 여행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 프로그램만 그런가 싶어 다시보기 서비스를 하는 사이트에 들어가 여행 프로그램을 검색해보니 대부분의 다른 여행 프로그램들도 일본 여행을 매우 큰 비중으로 다루고 있었고 여행의 핵심 일정이 현지음식을 맛보는 ‘먹방’이었다. 이래도 될까? 그런 ‘일본 여행 먹방’에는 이런 해시태그라도 붙어야 하는 게 아닐까. #방사능 오염식품 섭취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2011년 발생했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고준위 핵폐기물과 폭발사고 당시 흩어진 방사능물질들은 일본 전역을 오염범위에 넣고 있다. 후쿠시마 현지에서는 70퍼센트를 차지하는 산지는 손도 못 대고 나머지 30퍼센트 면적의 건물, 시설, 도로, 농지 등만 제염해서 오염된 방사능 흙부대를 산처럼 쌓아두고 있을 뿐이다. 1킬로그램당 8000베크렐(Bq) 이상 오염된 지정폐기물을 태우는 임시소각시설도 후쿠시마현에서 7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그 중 하나인 도미오카 소각로는 하루 500톤씩 소각하고 있는데 굴뚝에서 내뿜는 소각연기는 하늘로 퍼지고 있다. 소각연기는 99.9퍼센트 필터링돼 방사능물질의 비산은 ‘걱정 없다’는 게 일본 정부 주장이지만 소각장 중 하나가 폭발사고를 일으키기도 해 현지에서는 소각장 인근의 방사능 오염을 감시하는 시민단체 <방사능쓰레기 소각에 대해서 생각하는 후쿠시마 연락회>가 활동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난 2011년 3월과 2013년 9월 후쿠시마 주변 수산물 수입금지 등 조처를 취한 뒤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다. 일본은 2015년 세계무역기구(WTO)에 한국의 수입금지가 ‘WTO위생및식물위생협정(SPS)’ 위반이라고 제소했다. WTO분쟁패널은 올해 2월 22일 ‘수입규제 임시조처를 취한 국가는 그 조처를 지속하려면 추가정보와 근거를 제시하고 위험성을 재평가하는 충분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한국정부는 그러지 아니했다며 일본의 손을 들어주었다. 지난 2014년 박근혜정부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성 조사를 하다가 특별한 이유 없이 2015년 활동을 중단한 것이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해 조사활동을 중단한 것’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정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수습이 완결되지 않은 점, 한국 국민의 식품안전관리의 중요성’을 근거로 지난 4월 9일, WTO 결정에 상소했고 8월 말 현재 상소심에 계류중이다.
일본의 식품 방사능 기준은 음용수의 경우 킬로그램당 10Bq, 일반식품의 경우 100Bq인데 이런 기준보다 중요한 것은 식품에서 세슘137 등 인공방사능이 검출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 식재료에서는 표고버섯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식품에서 후쿠시마 사고 이후 3년 뒤로는 방사능 검출이 안 되거나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100Bq 이상 오염된 식재료가 발견되기도 하고 20~30Bq 수준의 오염 식품이 발견되는 건 한국에 비해 흔한 게 사실이다. 지속적으로 식품에서 인공방사능이 검출되고 있는 것이다.
기준 이하니까 안전한 게 아니냐는 주장은 두 가지 이유에서 설득력이 없다. 우선 이런 기준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정한 1년 내 인체 피폭 기준치인 1밀리시버트(mSv)를 1인당 연간 식품소비량으로 나누어 그 이하가 되도록 정한 것으로 ‘모든 사람에게 안전한 기준이 아니라 평균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이 기준이다. 영유아, 노인, 환자를 비롯해 다른 이와 달리 방사능 피폭 감수성이 높은 사람에게는 이런 기준치 이하라도 위험할 수 있다. 이는 같은 환경에서도 질병에 걸리는 사람이 있고 걸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가는 일이다. 둘째로 이 기준을 만든 ICRP는 원자력산업체를 가진 국가들의 후원을 받아 조직됐고 유지되는 단체라는 점이다. 그들의 기준은 원자력산업을 위한 것일까, 세계시민의 건강을 목적으로 한 것일까. 그런 의구심은 상식적일까, 아닐까. 의학계는 방사능 오염에 대해 ‘기준치 이하면 안전하다’고 단언하지 않는다. 피폭량만큼 위험하지만 ‘인체가 그 영향을 극복할 수 있나 없나’를 따질 뿐이라는 게 더 정확한 의학적 입장이다.
일본에서 식품 방사능 오염은 금기어와 같다. (후쿠시마를) ‘먹어서 돕자!’ 공공 캠페인이 벌어질 정도로 방사능 안전에 대한 의구심은 사회적 침묵의 대상이다. 일본은 현재 2020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내고 이를 통해 핵발전소 사고국가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민관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심지어 일본 올림픽조직위원회는 올림픽 선수촌에 ‘후쿠시마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이용한 식단을 제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해외 선수단을 자국의 방사능 오염국가 이미지 세탁을 위한 마루타로 쓰겠다는 놀라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일본은 해외 여행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최근 저가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이 후쿠시마 인근 이바라키 현에 취항했다.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을 용감하게(?) 무시한 결정이었다. 인천-이바라키 편도권을 11만400원에 인천-나리타-이바라키 왕복권을 10만 원에 판매하는 특가판매를 통해 7월 3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이후 7년 만에 이바라키 재취항에 나선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아바라키의 적극 지원에 힘입어 재취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본이 중앙과 지방 할 것 없이 정부 주도의 방사능 오염국가 이미지 세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위원장은 “이스타항공의 이바라키 취항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방사능 안전의식에 균열을 불러올 수도 있는 사회적 시그널로 작동”할 수 있다고 비판하면서 ‘일본이 후쿠시마 인근까지 안전한 나라가 됐다는 착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일본의 식품표기법은 식재료의 원산지 표시가 아니라 제조 본사와 유통 본사를 표시할 뿐이어서 특히 가공식품의 경우 방사능 안전을 소비자, 특히 정보에 어두운 해외 여행객들이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국가, 방사능 오염 국가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일본의 의도에 자발적 동원 대상이 된 한국 여행, 먹방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에게 ‘일본은 안전한 나라’라고 현지 ‘여행 먹방’ 영상을 통해 되풀이해 선전하고 있다. ‘우리는 당신의 일본 관광과 식도락 여행을 권할 뿐 안전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자막이라도 붙여야 하지 않겠는가. 체르노빌 핵사고 이후 방사능 피폭의 80퍼센트 이상이 음식을 통한 인체 내 피폭이었다는 교훈을 방송과 우리 사회가 너무 쉽게 잊고 있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