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종이팩은 종이로 만들어져 재활용이 잘 되는 ‘친환경 소재’로 여겨진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종이팩 재활용 100개 중 15개뿐
현재 종이팩의 실제 재활용률은 2020년 기준 15.8%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상 재활용품 중 재활용률이 가장 낮다. 종이팩은 금속, 유리, 플라스틱, 스티로폼 중 재활용률이 가장 낮다. 더구나 종이팩의 재활용률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2013년 35%에 이르던 종이팩 재활용률은 2014년을 기점으로 26%, 2019년에는 19%, 2020년에는 15.8%로 꾸준히 하락했다. 종이팩은 종이가 아닌 종이팩류로 별도 분리배출 되어야 하는데 배출할 곳이 없고, 별도로 배출하더라도 재활용 선별 과정에서 선별되지 않고 폐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종이팩은 우유, 두유와 같은 액체를 담는 종이 포장재로, 크게 우유를 담는 일반팩과 두유와 생크림을 담는 멸균팩으로 나누어진다. 이 두 종류의 종이팩은 용기에 담긴 액체가 밖으로 새거나 빛과 산소에 의해 내용물이 변질되지 않도록 안팎에 PE필름이 붙어있다. 이 PE필름으로 인해 종이와는 별도의 재활용 공정을 따르고, 종이가 아닌 종이팩류로 별도 분리배출해야 한다. 또한 멸균팩의 경우 일반팩과 달리 알루미늄(은박) 코팅이 되어있어 이를 분리해야 재활용 될 수 있기에 일반팩과는 따로 선별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일반팩, 멸균팩 상관없이 전혀 별도 분리배출 되지 못하고 있다. 모임 ‘도모도모’(이하 ‘도모도모 모임’)와 서울환경연합이 전국 1001명을 대상으로 ‘종이팩 분리배출 시민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50.5%는 ‘종이팩류는 종이와 따로 분리 배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답했고, 거주하는 곳(배출처)에 종이팩 전용 수거함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62.5%가 ‘없다.’고 답변했다.
그렇다고 시민들이 종이팩 재활용에 관심이 없거나 재활용을 위해 노력할 의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설문조사 전체 응답자 중 85.1%는 주변에 종이팩 분리수거함이 있다면 종이팩만 따로 분리 배출할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거기다 종이팩을 분리배출하지 않고 쓰레기봉투에 버린다는 응답자는 5%가 채 되지 않았다. 절대 다수인 95%의 시민들이 재활용이 될 것이라고 믿고 종이팩을 분리배출 해왔지만 실제로는 재활용되지 않고 대부분 버려지는 상황이다.

전국 제로웨이스트가게 연대 모임 '도모도모',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12월 21일 서울시청 잔디광장에서 종이팩 재활용 체계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서울환경연합
선별수거 또한 문제
또한 시민들이 종이팩을 제대로 분리배출 한다고 재활용이 되는 것도 아니다. 잘 분리배출 된 종이팩을 수거해가지 않거나 수거해가도 별다른 선별을 거치지 않고 폐기하는 지자체들도 많기 때문이다.
‘도모도모 모임’에 속한 시민들은 직접 전국 지자체 229곳에 연락해 ‘지자체별 종이팩 분리수거 현황’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중 약 4분의 1의 지자체에서 종이팩을 수거하지 않았다. 거기다 재활용 선별장에서 일반 종이팩을 재활용하지 않고 폐기하고 있거나 상황을 모른다고 응답한 지자체는 29%(65곳), 멸균팩을 재활용하지 않고 폐기하거나 상황을 모른다고 응답한 지자체는 55%(127곳)였다. 특히 멸균팩은 상온 유통이 가능해 최근 코로나 19 이후로 소비가 증가하고 있으나 주민센터에서 받지 않고 지자체 선별장에서도 수거, 선별하지 않고 폐기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다.
종이팩을 리스팩하라
시민들의 힘만으로는 종이팩 재활용 시스템 마련은 이뤄낼 수 없다. 기업과 정부·지자체, 시민이 다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책임을 다해야 한다. 기업은 생산자로서 할당된 종이팩 재활용 의무율 달성을 위해 재활용 제품 개발과 종이팩 회수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종이팩 선별시설 및 전용 수거함 의무 설치와 원활한 선별, 수거가 이루어지도록 이행실적을 관리감독 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은 올바른 분리배출 실천과 종이팩 재활용을 위한 제도 개선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정부와 기업을 압박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내년이면 우유팩을 사용한 지 50년이 된다. 즉, 50년이 되도록 종이팩 재활용 시스템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종이팩을 100% 재활용하면 연간 20년생 나무 130만 그루를 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종이팩 재활용은 곧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자 자원순환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도모도모 모임'과 서울환경연합은 곧 다가올 지방자치선거에서 종이팩 재활용 체계 마련을 요구하기 위해 멸·종·위기 웹페이지를 통해 시민들의 서명을 받고 있으며, '종이팩 분리배출 시민인식 설문조사'와 '지자체별 종이팩 분리수거 현황' 결과도 같은 웹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 활동가
일상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종이팩은 종이로 만들어져 재활용이 잘 되는 ‘친환경 소재’로 여겨진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종이팩 재활용 100개 중 15개뿐
현재 종이팩의 실제 재활용률은 2020년 기준 15.8%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상 재활용품 중 재활용률이 가장 낮다. 종이팩은 금속, 유리, 플라스틱, 스티로폼 중 재활용률이 가장 낮다. 더구나 종이팩의 재활용률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2013년 35%에 이르던 종이팩 재활용률은 2014년을 기점으로 26%, 2019년에는 19%, 2020년에는 15.8%로 꾸준히 하락했다. 종이팩은 종이가 아닌 종이팩류로 별도 분리배출 되어야 하는데 배출할 곳이 없고, 별도로 배출하더라도 재활용 선별 과정에서 선별되지 않고 폐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종이팩은 우유, 두유와 같은 액체를 담는 종이 포장재로, 크게 우유를 담는 일반팩과 두유와 생크림을 담는 멸균팩으로 나누어진다. 이 두 종류의 종이팩은 용기에 담긴 액체가 밖으로 새거나 빛과 산소에 의해 내용물이 변질되지 않도록 안팎에 PE필름이 붙어있다. 이 PE필름으로 인해 종이와는 별도의 재활용 공정을 따르고, 종이가 아닌 종이팩류로 별도 분리배출해야 한다. 또한 멸균팩의 경우 일반팩과 달리 알루미늄(은박) 코팅이 되어있어 이를 분리해야 재활용 될 수 있기에 일반팩과는 따로 선별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일반팩, 멸균팩 상관없이 전혀 별도 분리배출 되지 못하고 있다. 모임 ‘도모도모’(이하 ‘도모도모 모임’)와 서울환경연합이 전국 1001명을 대상으로 ‘종이팩 분리배출 시민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50.5%는 ‘종이팩류는 종이와 따로 분리 배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답했고, 거주하는 곳(배출처)에 종이팩 전용 수거함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62.5%가 ‘없다.’고 답변했다.
그렇다고 시민들이 종이팩 재활용에 관심이 없거나 재활용을 위해 노력할 의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설문조사 전체 응답자 중 85.1%는 주변에 종이팩 분리수거함이 있다면 종이팩만 따로 분리 배출할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거기다 종이팩을 분리배출하지 않고 쓰레기봉투에 버린다는 응답자는 5%가 채 되지 않았다. 절대 다수인 95%의 시민들이 재활용이 될 것이라고 믿고 종이팩을 분리배출 해왔지만 실제로는 재활용되지 않고 대부분 버려지는 상황이다.
전국 제로웨이스트가게 연대 모임 '도모도모',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12월 21일 서울시청 잔디광장에서 종이팩 재활용 체계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서울환경연합
선별수거 또한 문제
또한 시민들이 종이팩을 제대로 분리배출 한다고 재활용이 되는 것도 아니다. 잘 분리배출 된 종이팩을 수거해가지 않거나 수거해가도 별다른 선별을 거치지 않고 폐기하는 지자체들도 많기 때문이다.
‘도모도모 모임’에 속한 시민들은 직접 전국 지자체 229곳에 연락해 ‘지자체별 종이팩 분리수거 현황’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중 약 4분의 1의 지자체에서 종이팩을 수거하지 않았다. 거기다 재활용 선별장에서 일반 종이팩을 재활용하지 않고 폐기하고 있거나 상황을 모른다고 응답한 지자체는 29%(65곳), 멸균팩을 재활용하지 않고 폐기하거나 상황을 모른다고 응답한 지자체는 55%(127곳)였다. 특히 멸균팩은 상온 유통이 가능해 최근 코로나 19 이후로 소비가 증가하고 있으나 주민센터에서 받지 않고 지자체 선별장에서도 수거, 선별하지 않고 폐기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다.
종이팩을 리스팩하라
시민들의 힘만으로는 종이팩 재활용 시스템 마련은 이뤄낼 수 없다. 기업과 정부·지자체, 시민이 다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책임을 다해야 한다. 기업은 생산자로서 할당된 종이팩 재활용 의무율 달성을 위해 재활용 제품 개발과 종이팩 회수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종이팩 선별시설 및 전용 수거함 의무 설치와 원활한 선별, 수거가 이루어지도록 이행실적을 관리감독 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은 올바른 분리배출 실천과 종이팩 재활용을 위한 제도 개선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정부와 기업을 압박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내년이면 우유팩을 사용한 지 50년이 된다. 즉, 50년이 되도록 종이팩 재활용 시스템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종이팩을 100% 재활용하면 연간 20년생 나무 130만 그루를 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종이팩 재활용은 곧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자 자원순환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 활동가